성경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22:37-40). 우리 한민족의 고유한 가르침 중에 “경천 애인” 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성경의 가르침과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말세가 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식어진다고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탄식했습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대신 자기 사랑과 돈 사랑과 쾌락 사랑이 사람들을 사로잡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때에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마24:12).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긍하며 교만하며 훼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치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참소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 아니하며 배반하여 팔며 조급하며 자고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자니 이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딤후3:1-5). 말세에는 사람들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보다는 자기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부모를 거역하고 무정하고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쾌락을 사랑하게 된다고 사도 바울이 경고했습니다. 요사이 한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듯 합니다. 모두 돈에 미쳐있고 모두 자기 사랑에 미쳐있고 모두 부모를 거역하게 되었고 모두 무정하게 되었고 모두 원통함을 풀지 않게 되었고 모두 쾌락을 무엇보다 제일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웃 초청” 모임을 하는 삼광 교회에 와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특히 이웃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은 물론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이웃에 대한 불신과 갈등과 증오와 적대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부터 백인들과 흑인들간의 불신과 갈등이 존재했습니다. 기독교 문화와 모슬렘 문화와의 증오와 적대가 존재했습니다. 한국과 일본과의 증오와 적대가 존재했습니다. 남한과 북한과의 불신과 갈등과 증오와 적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상도와 전라도와의 불신과 갈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외국 사람들과의 불신과 갈등이 존재하고 한국 사람들과 탈북자들과의 불신과 갈등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래는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였습니다. 일본도 북한도 중국도 불교도 모슬렘도 진보주의자도 오순절주의자도 모두 싫어하고 모두 비판하던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였습니다. 그런데 차츰 인종과 문화와 종교와 신학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목회자들을 존경하며 사랑하게 되었고, 북한을 동족으로 인정하며 사랑하게 되었고, 중국을 문화가 비슷한 이웃 나라로 생각하며 존중하게 되었고, 신학이 다른 강원용 목사님과 조용기 목사님을 존경하며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노숙자들을 애정을 품고 바라보게 되었고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들을 사랑하며 그들을 위해서 학교 하나를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불교의 스님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가톨릭의 신부들과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원불교의 교무들과도 천도교의 선도사들과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27일에는 5개 종단의 종교 지도자들 9명이 함께 북한 개성에 가서 밀가루 300톤을 전달하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이웃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면 이웃 사랑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간단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믿음의 조상이 된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그리고 이사야를 부르시면서 이스라엘 족속들에 대한 관심만을 나타내 보이시지 않았고 멀리 있는 다른 민족들에 대한 관심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창12:3). “네가 나의 종이 되어 야곱의 지파들을 일으키며 이스라엘 중에 보전된 자를 돌아오게 할 것은 오히려 경한 일이라 내가 또 너로 이방의 빛을 삼아 나의 구원을 베풀어서 땅 끝까지 이르게 하리라”(사49:6). 하나님께서는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니느웨 사람들과 동물들에 대한 애정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요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배양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망한 이 박 넝쿨을 네가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 이만 여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욘4:10,11).
신약에 오면 이웃 사랑은 보다 구체적으로 보다 극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오셔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이웃 사랑에 한하지 말고 원수 사랑에까지 미쳐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 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5:43-48). 이것이 팔 복을 말씀하신 마태복음 5장의 결론이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되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말씀이 마5장의 결론이었고 십자가에 나타난 예수님의 극단적인 사랑을 나타내 보여주신 말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읽을 때 가슴으로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예수님께서 나타내 보이신 이웃 사랑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웃 사랑을 나타내 보이신 대상들은 모두 가치가 없는 쓰레기 같은 이웃들이었습니다. 모두 멸시와 천대를 받던 각색 죄인들과 각색 병자들이었습니다.
첫째로,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셔서 제일 먼저 사랑의 손길을 편 사람은 그 당시 저주 받은 사람이라고 간주하고 멸시하던 문둥병 자였습니다. “한 문둥병자가 나아와 절하고 가로되 주여 원하시면 저를 깨끗케 하실 수 있나이다 하거늘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저에게 대시며 가라사대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신대 즉시 그의 문둥병이 깨끗하여진지라”(마8:2,3). 우리는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의학적으로 저주 받았다고 생각하는 병자들을 용서하고 사랑하기는커녕 멀리하고 멸시하고 정죄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당시 저주 받은 사람이라고 간주하며 멀리하고 경계하던 한 문둥병 자에게 손을 내밀어 대시면서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손을 내밀어 대시는 몸짓은 그 사람을 친밀하게 접촉하시는 사랑의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수님은 수 많은 병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대시면서 친밀한 사랑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우리는 나환자들이나 신종 바이러스를 지닌 병자들을 만나면 병균이 전염될까 봐 가까이 가서 손을 대기는커녕 멀리 피하며 도망가고 말 것입니다. 물론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은 예외였습니다.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은 나병 환자들의 몸을 만지고 상처 난 곳을 입으로 빨아주기까지 하면서 이웃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문둥병 자에게 손을 내밀어 대시면서 사랑과 긍휼이 가득한 몸짓을 나타내 보이시면서 축복의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예수님에게는 보통 사람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이상한 이웃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둘째로,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셔서 두 번째로 사랑의 손길을 편 사람은 이방인 백부장이었습니다. “한 백부장이 나아와 간구하여 가로되 주여 내 하인이 중풍병으로 집에 누워 몹시 괴로와하나이다 가라사대 내가 가서 고쳐 주리라”(마8:5-7). 여러분, 백부장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십니까? 그 당시 유대인들을 정복하고 착취하던 반 민족주의자의 대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벤허라는 영화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루살렘의 귀족이었던 유다 벤허와 그의 가족을 멸망과 저주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사람이 로마 주둔군의 사령관으로 부임한 멧살라였습니다. 멧살라는 그 당시 예루살렘에 주둔한 천여 명 로마 군인들의 사령관인 천부장이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 백부장이나 천부장은 벤허를 비롯한 모든 유대인들의 증오와 저주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당시 로마 백부장은 조선을 지배하고 착취하던 일본 군 사령관에 비교할 수도 있고, 6.25때 남침한 인민군 사령관에 비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선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 군의 사령관이나 남침한 인민군 사령관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반 민족주의적이고 반 국가주의적인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로마 백부장에게 사랑과 축복의 손길을 폈습니다. "내가 가서 고쳐주리라"(마8:7).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도 이만한 믿음을 만나보지 못하였노라"(마8:10). 민족주의자였던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결국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했고 베드로도 예수님을 배신했습니다.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 기독교 역사상 수 많은 민족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들을 핍박하는 원수들을 향해서 증오와 저주의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금도 모슬렘이나 공산주의자들을 향해서 증오와 저주의 소리를 지르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은 예외였습니다. 성 프랜시스는 그 당시 기독교의 원수라고 간주하던 모슬렘들에게 찾아가서 사랑의 복음을 전했고, 손양원 목사님은 자기의 두 아들을 총살한 악질 공산당 안재선을 용서하고 살려서 자기의 양 아들로 삼기까지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민족의 원수와 같은 로마 백부장에게 사랑과 축복과 손길을 폈습니다. 그리고 그를 극진하게 칭찬하셨습니다.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도 이만한 믿음을 만나보지 못하였노라." 예수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이웃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셋째로, 예수님께서 한참 후에 또 한 사람에게 긍휼과 용서와 사랑의 손길을 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간음 현장에서 붙잡힌 창녀였습니다. 분노와 증오에 찬 군중들에게 둘려 쌓여 돌에 맞아 죽게 된, 두려움에 쌓여 벌벌 떨고 있던 창녀를 향해서 주님께서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요8:11). 사실 간음 현장에서 잡힌 사람을 모세의 율법에 따라서 돌로 쳐서 죽이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오늘날도 윤리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무질서하게 사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대부분의 목사와 성도들은 부드러운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동정의 마음을 품지도 않습니다. 멸시와 조소의 눈빛을 보낼 것입니다. 유교적인 전통에 서 있는 한국 사람들이 그런 자세와 태도를 지니는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당시 유대주의적인 전통에 서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간음 현장에서 잡힌 사람들은 마땅히 사회에서 격리를 당해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수님께서는 돌에 맞아서 죽게 된 창녀를 바라보시면서 긍휼의 마음을 품으셨습니다. 아마 그 녀가 길거리의 창녀가 된 배경에는 가정적인 불행이 있었을 수도 있고 정서적인 장애가 있었을 수도 있고 악한 사람들에 의해 창녀로 팔려 왔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여튼 예수님은 돌에 맞아서 죽게 된 불쌍한 여인에게 긍휼의 마음을 품으시면서 성난 군중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8:7). 그리고 몸을 굽히시고 손가락으로 땅에 무슨 글씨를 쓰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희가 이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요8:9). 강퍅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유창한 설교가 아닙니다. 감성을 자극하는 시끄러운 음악도 아닙니다. 한 영혼 한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긍휼과 사랑과 자비가 섞인 한 마디 말씀과 조용한 행동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떨고 있는 그 여자에게 가까이 오셔서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여자여 너를 고소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요8:10). 누구에겐가 가까이 와서 대화를 하는 것은 그를 하나의 인격으로 인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수가성 여인을 비롯한 수 많은 죄인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대화를 시도하시곤 하셨습니다. 그 여자는 너무 놀라고 너무 고마워하면서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주여 없나이다”(요8:11). 그 간단한 대답에는 그녀의 신앙고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여 없나이다.” 아마 통곡을 하면서 그렇게 말을 했을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용서와 사랑과 축복과 권면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하시니라”(요8:11). 그 여자의 운명은 바뀌어졌습니다. 예수님은 도저히 용서와 사랑을 베풀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죄인들에게 용서와 사랑과 축복의 손길을 펴셨습니다. 예수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이웃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많은 경우에 윤리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무질서하게 사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동정과 긍휼의 마음을 품는 대신 멸시와 조소와 정죄의 눈빛을 보낼 것입니다. 의인 의식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죄인 의식이 강했던 한경직 목사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한경직 목사께서 1988년 2월 22일 저녁 내장산에서 개최되었던 제4회 케직사경회에 개회 설교를 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미국 프린스턴에서 공부할 때 큰 도시에는 어디에나 윤락가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유흥가 거리에 가 보면 ‘Jesus saves’ 즉 ‘예수는 구원한다’ 라는 간판을 부쳐놓고 열심이 있는 신학생들과 목사들이 와서 전도 강연도 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곳에 가서 전도를 해 본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서 주리고 타락한 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잠자리를 제공하며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젊은 이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에도 가난하고 타락한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면서 복음을 전하는 청년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사회에서 한국교회를 우러러 볼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가난하고 타락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사랑 실천 운동에 앞장 서 주기를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신 긍휼의 사람 한경직 목사님이 다시 그리워집니다. 예수님은 도저히 용서와 사랑을 베풀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창녀에게 용서와 사랑과 축복의 손길을 펴셨습니다. 예수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이웃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넷째로, 예수님께서 한참 후에 또 한 사람에게 긍휼과 용서와 사랑의 손길을 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일곱 귀신 들렸던 막달라 마리아였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야말로 인간 쓰레기였습니다. 눅8:2에 보면 막달라 마리아는 일곱 귀신이 나간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일곱 귀신이 나간 막달라인이라 하는 마리아와.” 이 말에 대한 세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 해석은 막달라 마리아가 문자적으로 귀신 들려서 미쳤던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몸도 정신도 마음도 영혼도 모두 파괴되어서 사람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었던 폐인이었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학대를 받아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남편의 학대를 받아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친구나 사회의 학대를 받아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도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음식도 잠도 일도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슬피 울기도 하고 무덤가를 거닐기도 하고 물에 빠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파괴된 폐인이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해석은 막달라 마리아가 부도덕한 길거리의 여자였다는 것입니다. 둘째 해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눅7장에 나오는 죄인인 한 여자와 동일시 합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눅7장에 나오는 시몬에게 멸시를 당하던 길거리의 부도덕한 여자였다는 것입니다. 고레기오라는 화가가 그린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은 욕망의 색깔로 가득한 길거리 여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셋째 해석은 막달라 마리아가 일곱 가지 죄악에 사로 잡혔던 전형적인 죄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스코트랜드의 유명한 설교자 매클라렌이 그렇게 해석했습니다. 일곱 귀신은 일곱 가지 죄악을 상징하는 것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곱 가지 죄악은 단테가 기술했던 일곱 가지 죄악인데 첫째 교만 둘째 시기 셋째 분노 넷째 음란 다섯째 탐욕 여섯째 무절제 일곱째 영적 게으름이라고 했습니다. 즉 막달라 마리아는 일곱 가지 죄악에 덫에 걸려있던 전형적인 죄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인간 쓰레기였던 막달라 마리아에게 긍휼과 용서와 사랑의 손길을 폈습니다. 그와 같은 행동은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종교적으로 판단할 때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드릴 수도 없는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안락사 시켜야 마땅한 인간 폐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막달라 마리아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귀신의 쇠사슬에서 건져내셨고, 윤락의 늪에서 건져내셨고, 죄악의 덫에서 건져내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가장 사랑하는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일 먼저 자신을 나타내 보이신 사람이 막달라 마리아였고 십자가와 부활의 메시지를 제자들에게 가서 전하라고 부탁하신 사람이 바로 막달라 마리아였습니다. 이런 사랑은 이 세상의 도덕적 종교적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드릴 수도 없는 너무나 엄청난 사랑이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이웃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다섯째로, 예수님께서 그의 지상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또 한 사람에게 긍휼과 용서와 사랑의 손길을 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십자가에 달려서 죽어가던 행악자 강도였습니다. 복음서는 그를 가리켜 '행악자'라고도 묘사했고 '강도'라고도 묘사했습니다. 행악자와 강도는 윤리 도덕적 관점에서는 물론 국법의 관점에서도 볼 때 도저히 용서를 받을 수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십자가에 달아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사회의 안전과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마땅하다고 판단되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앗아간 강호순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당시 국법 집행 정신에 위배되는 듯한 행동을 취하셨습니다. 사형에 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한 강도를 향해서 긍휼과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니 축복을 선언하시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23:42). 사실 그 강도는 구원 받을 자격이 전혀 없었고 축복 받을 자격이 전혀 없었던 행악자요 강도였습니다. 정식으로 회개한 일도 없었고 정식으로 세례를 받은 일도 없었고 정식으로 착한 일을 행한 일도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주릴 때에 먹을 것을 준 일도 없었고 누군가가 목 마를 때에 마실 것을 준 일도 없었고 누군가가 병들었을 때에 찾아가서 돌아본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날강도에게 낙원에 들어가는 즉 천국에 들어가는 축복을 주셨는지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날강도가 한 일은 죽어가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뿐이었습니다. 죽어가는 동료 강도를 향해서 그리고 죽어가시는 예수님을 향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의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눅23:41,42). 물론 일종의 회개와 일종의 믿음을 고백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너무나 부족하게 보이는 고백이었습니다. 아마 겨자씨 보다 더 작은 회개와 믿음의 고백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보잘것없는 회개와 믿음의 고백을 보시고 그 날강도에게 놀라운 축복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23:42). 이것은 엄청난 축복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천국에 들어가는 축복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눅10:20). 예수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되고 극단적인 이웃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이제 말씀을 맺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세가 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식어진다고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탄식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은 물론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이웃에 대한 불신과 갈등과 증오와 적대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오셔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이웃 사랑에 한하지 말고 쓰레기 사랑과 원수 사랑에까지 미쳐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와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유창한 말 보다 다양한 행사보다 멋진 프로그램보다 예수님께서 친히 몸으로 삶으로 나타내 보여주셨던 이웃 사랑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들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저 예수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볼 때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한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 등 믿음과 사랑의 선배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볼 때 우리들도 용서와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간에 모두 우리들의 사랑의 대상입니다. 아니 우리의 원수도 사랑의 대상입니다. 일본 사람도 북한 사람도 타 종교인들도 모두 우리들의 사랑의 대상입니다. 우리들이 조금씩, 조금씩 이웃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들의 삶이 바꾸어지고 우리들의 사회가 바꾸어지고 우리들의 세상이 바꾸어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보시고 웃으시면서 우리들을 축복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은혜와 사랑을 베푸셔서 우리들도 이웃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한국교회를 존경하며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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