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에 오르다
(2012. 6. 24)
지난 목요일 이른 저녁에
아내와 처형과 함께 청량산에 올랐다.
예외 없이 모진 가뭄으로
산 바닥에 마른 흙 냄새와 먼지만 날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에 올랐는지
산 바닥은 닳고 닳아 위험하다.
흉물스럽게 드러난 나무뿌리는
산을 오르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세상의 피곤함과 퍽퍽한 현실의 짐을
나무와 풀로 덮인 숲에 스며들어
숲과 어울림을 통해 쉼을 얻는다.
사람들의 발에 상처가 난 산이지만
밀어내지 않는 산이 참으로 고맙다.
한 3분의 2 정도 올랐을까
멀리 송도 신도시 넘어 바다와
인천 대교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한 숨을 고르자
시원하게 불어오는 저녁 바람에
송글 송글 맺혀 있던 땀이
어느새 말라 버렸다.
내려오는 시간 이미 산은 어두워졌다.
산 아래로 간간히 보이는 자동차 불빛을 따라
많은 시간 침묵 하면서 산을 내려왔다.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어두운 청량산은 제법 서늘하다.
숲의 진한 풀 냄새나 나무냄새보다
가뭄의 마른 땅 냄새가 더 진동한다.
우르릉 쾅쾅, 쏴아!
천둥도 치고 번개도 치면서
시원하게 쏱아질 비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박성일 목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