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사랑 실천운동

전병금(강남교회)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고 갈릴리에서 그에 대한 소문이 사방에 퍼질 즈음, 나사렛에 있는 한 회당에서 이사야 선지자의 글을 읽고 “이 글이 오늘날 너희 귀에 응하였다”고 말씀하셨다(눅 4:14-21). 어떤 신학자는 예수께서 이사야 61:1-3을 통해 ‘메시야 선언’을 하였다고도 하고, 혹자는 예수께서 자신의 사명을 선포하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분명 이 사건은 예수의 공생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 선포한 사명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수는 그의 선교의 대상을 “가난한 자” “포로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로 지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예수는 사회․경제적으로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 정치적으로는 하층민, 종교적으로는 죄인들을 선교의 초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수의 선교의 대상은 일부 계층에게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만민”과 “모든 족속”에게 열려 있었지만, 특별히 가난한 자와 약한 자들에게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그는 세리, 창녀, 과부, 병든 자, 여성,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불어 넣어 주었다. 반면, 당시 정치․종교 지도자들을 향해서는 질책과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예수를 따르기로 결단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와 더불어 사랑의 실천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오늘날 많은 교인들이 ‘명목상 그리스도인’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교회의 영향력이 감소되어 가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천’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임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화려한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회개와 훈련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소개된 ‘홀 선교사’, ‘손양원 목사’ ‘최흥종 목사’ ‘장기려 박사’의 이야기는 예수의 사랑을 몸소 실천 하여 오늘의 한국 교회의 터전을 닦아주었던 믿음의 선배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삶과 신앙을 통해 몸으로 실천하는 신앙, 삶으로 증거하는 사랑에 대해 한국 교회가 큰 깨달음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

1. 홀 선교사 부부의 사랑실천 - 박명수 교수

우리 나라에 복음을 전해 주었던 초기의 선교사들의 공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해 준 복음과,  사랑의 헌신으로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있게 된 것 만큼은 추호도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명숙 교수가 발표한 ‘홀 가족의 예수 사랑, 조선 사랑’은 초기 선교사들의 복음에 대한 헌신과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열정적이며 감동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홀은 평양에서의 선교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만일 하나님이 한 사람을 희생시켜서 이 도시의 문을 여실 생각이시라면 나는 그 희생자가 되기를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닌가 한다. 홀의 미망인으로 우리 나라의 의료 선교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셔우드 선교사는 “조선 여자를 위해 피부를 떼어준 여자”라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남다른 사랑의 실천에 앞장섰다. 이러한 사랑의 실천을 통해 앞당겨진 우리 나라의 복음화와 근대화를 기억할 때, 오늘날 한국교회가 무엇을 실천해야 할 것인지 분명해 질 것이다.

2. 손양원 목사의 사랑 실천 - 김인수 교수

한국 교회사에서 주기철과 손양원의 순교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정신적 토대를 이루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 교회는 이들의 순교 신앙을 추억할 뿐, 계승하는 데는 실패함으로써 영적 혼돈기를 맞이하는 듯하다. 손양원 목사는 주기철 목사를 스승으로 여기며, 일제 시대에는 항일 운동으로, 해방 후에는 나병환자를 돌보며 평생 기독교 사랑을 실천하다가 결국 스승의 뒤를 따라 순교자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특히 손양원 목사는 그는 두 아들을 죽인 강재선의 석방을 탄원하고 그를 양아들로 삼음으로써 위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이기주의, 개인주의에 빠져버린 한국 교회는 손양원 목사를 통해서 ‘행함의 사랑’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3. 최흥종 목사의 사랑 실천 - 이덕주 교수

광주의 성자 최흥종은 문둥병자들과 걸인들을 섬기는 것 때문데 가정과 교계로부터 추방당하기까지 하였다. 그는 그들을 돕는데서 끝나지 않고 나환자들을 위해 많은 환자들을 이끌고 총독부 앞마당에서 농성을 벌여, 소록도 갱생원을 대폭 확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을 정도로 대담하였다. 이러한 최흥종의 삶은 사랑의 실천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정책적인 개혁까지 사랑의 실천가이기도 하였다. 이 모습은 한국 교회의 사회봉사 운동이 개인이나 단체의 봉사와 함께 사회 개혁에까지 이르러야 함을 암시하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4. 장기려 박사의 사랑 실천 - 이상규 교수

장 박사는 그 누구보다 많이 알려진 인물로써, 한국 교회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 준 분이다. 아내를 북에 두고 남하한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환자들을 돕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가 “건강할 때 이웃을 돕고 병났을 때 도움 받자”는 취지로 시작한 ‘청십자 의원’은 정부에서 의료 보험을 실시하기 10년 전에 이미 의료 보험 조합의 성격을 띠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을 주었다. 이것은 투쟁과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또한 한국 교회가 배워야 할 신앙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네 분 교수님들의 발표를 통해서 그동안 한국교회에 단편적으로만 알려졌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교회의 위대한 영성과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들의 ‘행동하는 믿음’, ‘실천하는 사랑’이 오늘의 한국 교회를 거듭나게 하는 토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교회가 ‘교회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예수의 길, 곧 사랑의 실천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