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양 원 목 사 의 사 랑 실 천

김 인 수 교수(장신대, 역사신학)


- 들어가는 말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 일컽는다. 사랑을 빼면 기독교는 형해(形骸)만 남는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랑의 실천의 의무를 지닌다. 그것은 기독교의 진리의 핵심이 죄인인 나를 위해 주님께서 십자가에세 죽으셨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이 나를 대신해서 죽으셨기에 내가 살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죽으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명령하고 계신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고 명령하고 계신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고 하신 말씀은 우리가 실천해야 할 덕목 중 하나이다.
        기독교회의 역사는 사랑의 실천을 한 이들의 전기이다. 예수 이름으로 자기 생명을 초개처럼 버릴수 있었고,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이 사랑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기의 전 생애를 바친이들의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이 사랑의 실천이 세계를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변화 시켰고, 오늘도 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 오대양 육대주에 수 많은 주님의 일꾼들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국에 개신교가 들어온지 1세기가 약간 지난 시점에 와 있다. 이 짦은 기간동안 한국교회의 역사에서도 수 많은 사랑이 사도들이 역사속에 기라성들처럼 줄지어 서 있다. 그 중 우리가 흠모하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사랑의 사도라는 손양원 목사이다. 여기서 손목사의 간략한 생애를 통해, 그가 실천했던 기독교 사랑의 진수를 더듬어 보기로 한다. 이 시대에 이런 사랑의 실천자들이 없어 한국교회는 계속 움츠러드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손목사의 사적을 통해 우리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와 또 실천해야 하는 사랑의 도(道)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손양원 목사의 간략한 생애

        사랑의 성자 손양원(孫良源)은 1902년 6월 2일 경남 함안군(咸安郡) 칠원면(漆原面)구성리에서 손종일(孫宗一) 장로의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손목사의 두 아들 동인, 동신, 그리고 손목사의 순교 사적에 대해서는 손목사의 딸 동희씨가 쓴, 손동희,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아가페, 1996); 심군식, ｢동도섬의 세무덤｣ (양문, 1993); 그리고 손양원 목사와 애양원 관계 자료는 차종순, ｢애양원과 손양원 목사｣ (여수 애양원 성산교회, 2005)를 참조.
그는 1908년 부친를 따라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였다. 손양원은 고향에 있던 칠원공립보통학교에 다닐 때 학교가 동방요배를 강요하자 이는 기독교 신앙에 위배된다고 여기고 단호히 이를 거절하였다. 이 일로 인해 그는 퇴학 처분을 받았다. 1919년 3.1 독립운동이 있던 해에 서울로 올라와 고학을 하면서 중동(中東)중학교를 다녔는데, 그의 부친이 3.1운동에 가담하여 투옥되면서 그는 다시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그는 그의 부친과 더불어 항일 투쟁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
        손양원은 1921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의 쓰가모(巢鴨)중학교 야간부를 다녔는데, 어느날 거리에서 동양선교회 노방전도대의 설교에 큰 감화를 받고 귀국하여 경남성경학교에 입학하였다. 여기서 그는 부산 초량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이 성경학교에 강사로 나오던 주기철 목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가르침에 크게 감동을 받아 일생을 통해 주 목사를 스승으로 흠모하였다. 주목사와는 신사참배 반대 투쟁의 동지로 일제와 싸우다가 결국 스승의 뒤를 따라 순교자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1925년 성경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가 되어 부산 나병원교회 전도사로 부임하였는다. 그가 나병환자와 연결이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그는 1924년 1월 결혼하였는데, 그의 처가는 함안군 대산면이었다. 그가 처가를 방문한 때 그곳 교회에서 설교를 하게 되었다. 그 예배에 부산 나병치료소인 ‘상애원’에 기거하던 나권사라는 분이 손전도사의 설교를 듣고 나서 그를 상애원에 와서 설교를 해 달라고 부탁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가기를 꺼리는 나병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그의 아가페 사랑의 사역을 시작하였다. 그는 천형의 병을 앓고 있는 불쌍한 환자들과 더불어 그의 사역을 시작하여 생을 마칠 때에도 나병환자들과 더불어 살다가 순교함으로써 그리스도 사랑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손양원은 신학 수업을 보다 철저히 하기 위해 1935년 평양 장로회신학교에 입학하여 1938년에 졸업하였다. 졸업을 한 이듬해 전남 여수 근처의 나병원인 애양원(愛養院)교회에 부임하였다. 그는 경상도 사람으로 전라도에서 목회함으로써 주기철이 그랬던 것같이 지역 장벽의 담을 허는 일에 솔선하였다.

-  신사참배 반대로 보인 신앙의 파수

        손양원이 신학교를 졸업하던 1938년은 장로회 총회가 불법으로 신사참배를 선포하여 우상 앞에 절하는 추태를 보이던 해였다. 손양원은 신사참배는 우상숭배라며 단호히 거부하여 집회시 마다 일제의 악정과 우상숭배 강요를 신랄하게 공격하였다.
        결국 일제는 1940년 9월 손양원을 검속하여 광주형무소에 수감하였다가 다시 청주 형무소에 옮겨 온갖 핍박과 고문을 가하였으나 그는 끝까지 신앙의 절개를 지켰다. 그가 심문을 당할 때, “왜 신사참배와 동방요배를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나는 국민된 도리로써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말에 형사는 깜짝 놀라 “그게 무슨 소리냐? 국민이면 당연히 국가의 명령에 복종하고 이를 실행해야 되지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자, 손양원은 “나는 우상을 숭배하고 하나님을 공경치 않은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경우를 보지 못했소. 그러므로 만일 일본이 계속 우상을 숭배하고 하나님을 공경치 않으면 망하게 될 것이므로, 국민된 도리로 국가가 망하는 것을 원치 않아 신사참배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하였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장장 6년의 감옥살이로 형극의 길을 걸어온 손양원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는 석방되자 과거에 목회하던 애양원교회로 돌아 왔다. 이 때 1천여 명의 나병환자들이 아이들까지 뛰어나와 손양원을 환영하고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으니 위대한 투사의 금의환향이었다. 해방된 이듬해인 1946년 3월 손양원은 경남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음으로 20년 전도사 생활을 끝내고 목사로서 목회생활이 시작되었다.

- 두 아들의 죽음과 사랑의 실천

        손 목사의 평온한 삶도 잠시 뿐, 곧 그와 그 가정에 피해 갈 수 없는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의 원인은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를 제주도의 4.3 폭동 진압을 위해 파견하는 과정에서 좌익 사상을 갖고 있던 김지회 중위(대전차포 중대장), 홍수석 중위, 지창수 하사 등 40여 명의 남로당 조직책들이 주동이 되어 경찰타도, 동족상쟁 제주출동 반대, 남북통일 실현, 북조선 인민군의 남진 등의 기치를 내걸고, 4월 19일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따라 여수, 순천, 벌교 등지가 사흘동안 이들에 의해 점령당하여 경찰관들과 그 가족 등 우익 진영의 인사들이 대량 학살 당하였다. 유동렬, ｢한국좌익운동의 역사와 현실｣ (도서출판 다나, 1996), 36쪽.

        이 때 손 목사의 두 아들이 순교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때 손 목사의 첫 아들 동인(東仁, 25세)은 순천사범학교 4학년에, 둘째 아들 동신(東信, 19세)은 순천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는데 일부 책에는 동인, 동신이 순천에 있는 미션스쿨인 梅山학교에 다닌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잘못이고, 그들의 동생인 東姬양이 매산중학교 1년에 다니고 있었다.  손동희,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아가페, 1996), 190쪽
그들은 학교의 공산당 급우들에게 총살당하였던 것이다. 공산당들은 서로 자기를 죽이고 형을, 동생을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두 형제를 무참하게 총살하고 말았다.
        두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의연히 장례를 마치고 나서 손목사는 하나님께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렸다.

        첫째, 나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이 나게 하셨으니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둘째, 허다한 많은 성도 중에 어찌 이런 보배를 주께서 하필 내게 맡겨 주셨는지               주께 감사합니다.
        셋째, 삼남 삼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두 아들 장자 차자를 바치게 된 나의 축              복을 감사합니다.
        넷째,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다 하거는 하물며 두 아들의 순교이리요, 감사합니다.
        다섯째, 예수 믿다가 와석종신(臥席終身) 하는 것도 큰복이 하거늘 하물며 전도하다                총살 순교 당함이리요, 감사합니다.
        여섯째, 미국 가려고 준비하던 내 아들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갔으니 내 마음 안심               되어 감사합니다.
        일곱째, 나의 사랑하는 두 아들을 총살한 원수를 회개시켜 내 아틀 삼고자 하는 마               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여덟째, 내 두 아들의 순교의 열매로 말미암아 무수한 천국의 아들들이 생길 것이                 믿어지니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 감사 합니다.
        아홉째, 이 같은 역경 속에서 이상 여덟 가지 진리와 신애(信愛)를 찾는 기쁜 마음,                 여유 있는 믿음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 감사합니다. ｢기독공보｣ 2001년 2월 3일 (토요일),  8면.



        반란이 진압되고 반란의 주모자들이 처형될 때 동인 형제를 죽이는데 앞장섰던 강재선(姜在善) 일부 책에는 강재선이 아니고 안재선으로 되어 있으나 손 목사의 딸 동희씨가 쓴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아가페, 1996), 250쪽에는 강씨로 되어 있음.
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때 손목사는 순천 제일교회 나덕환 목사에게 부탁하여 사령관에게 강재선을 죽이지 말고 손목사에게 내어 주도록 특별 청원을 하여 허락을 받았다. 손 목사는 그를 양아들로 입적시켜 강재선을 손재선으로 성을 바꾸고 친 아들과 같이 사랑하고 예수를 믿게 하여 경남성경학교에 입학시켜 공부하게 하였다.

- 순교로 보인 사랑의 실천

        그로부터 2년 후인 1950년에 6.25 사변이 터져 부산을 제외한 남한 전체가 공산당의 수중에 들어감으로써 여수 애양원에까지 공산군들이 들이닥쳤다. 나병환자들이 빨리 피신하라고 권하였지만 손목사는 “주님의 이름으로 죽는다면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어요. 나는 일제 때 감옥에서 죽었을 것인데 하나님이 보호하사 해방을 주어 더 산 것만도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내 눈을 빼고, 내 코를 베고, 손이 잘리우고, 발이 떨어지고, 내     목이 끊어져서 석 되 밖에 안되는 내 피가 쏟아지고, 내 뼈가 가루가 된들 내 주님의 사랑을 다 갚을 길이 없는데 나를 부모같이 원하는 이 양떼를 버리고 어찌 피하겠습니까?” 金麟瑞, ｢金麟瑞著作全集｣ 第 5卷, 246쪽.
라고 대답하고 의연히 강단을 지키고 있었다.
        그 해 9월 공산당들이 들이 닥쳐 손 목사를 체포하여 심문하고 난 후 그는 2주일 만에 순교 당하였는데, 그 때의 형편을 김린서 목사가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6.25 때 공산군은 손양원 목사 외 120여명을 여수 감옥에 수금하였다가 9월 28일 밤에 모두 한 줄에 묶어 가지고 미평(美坪) 동산으로 끌고 갔다. 발을 벗겨 40리 자갯돌 길에 걸리우니 발은 다 찢어져 피의 행로였다.  밤중에 10여명씩 묶어서 꿇어 앉히고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며 돌로 쳐서 죽였다. 그 중에 한 두 사람이 살아 남아서 그 밤의 참상을 전하여 주었다. 그 중에는 80세 되는 목사도 있었고 여 전도사와 청년회 회장도 있었다. 불신자들의 울부짖음과 신자의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의 찬송 소리가 들리다가 차차 10여명, 한두 명의 소리로 가늘게 들리더니 나중에는 그 소리 모두 끊어져 조용한 밤이 되었고 희미한 달과 별빛이 순교자들의 시체를 조상하였다.
           손양원 목사의 시체는 어깨와 두 손가락에 총알이 관통하였고 그 입은 돌에 맞아 상하고 이빨이 부러져 있었다. 아마 찬송하며 전도하면서 쳐든 어깨와 손을 총으로 쏘고 기도하며 전도하는 그 입을 돌로 친 것이리라. 위의 책, 508쪽.


        1950년 9월 28일 밤 11시 위대한 사랑의 성자 손양원 목사는 그렇게 하나님의 부름심을 받았다. 그가 살아 생전에 “재지일일장”(在地一日長)이면 “재천일일단”(在天一日短)이요, “재지일일단”(在地一日短)이면 “재천일일장”(在天一日長)이라. 즉 “땅 위에서 하루가 길면 하늘에서 하루가 짧고, 땅 위에서 하루가 짧으면 하늘에서 하루가 길다”는 말을 하였는데 이 말은 그의 생이 지상의 생활과 천국의 생활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일직선 상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우리교회의 역사에 이런 신앙의 선배가 있었다는 것은 후세의 귀감이 되고, 목회자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 나가는 말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이고 사랑을 빼고 나면 기독교는 지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랑의 실천은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도 요한은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고 권고하였다. 말과 혀로만 사랑하는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신자들은 넘쳐난다. 그러나 정작 사랑을 행함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 보고자 해도 찾기 어렵다.
        근대 한국교회사에서 두 분의 대표적 순교자를 꼽으라하며, 단연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를 들수 있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투옥된 후 감옥에서 순교한 위대한 순교자이다. 그는 자기를 위해 죽으신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렸다. 즉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그 사랑이 그를 죽음에까지 이끌고 갔다. 그러나 손양원 목사는 그의 스승 주기철 목사처럼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투옥되어 해방때까지 고난을 겪었다. 해방 후 석방되어 애양원에 되돌아와 다시 나병환자 목회를 다시 시작한다. 나병환자 사랑은 이웃 사랑이다. 성한 사람들을 위한 목회에서 나타난 사랑이 아니고, 천형의 병이라는 나병환자들을 위한 사랑이다.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사랑한 것이나, 나병환자를 사랑한 것이나 그의 인간 사랑은 극치에 이른다.
        손목사는 자기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 공산당 앞에서도 믿음을 굳게 지켜 마지막까지 신앙의 정조를 꺾지 않은, 그래서 공산당들에게 총살되어 순교하면서까지 그리스도 사랑의 실천을 우리에게 보여준 신앙의 사표(師表)요 영원한 사랑의 사도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