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축복된 일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죄인들이 하나님 앞에 나와서 무릎 꿇고 기도 드리고 두 손 들고 ‘호산나’ ‘할렐루야’하며 찬양하는 예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배보다 이 세상에서 아름답고 귀하고 축복된 일은 없습니다. 특별히 오늘 여러 가지 봉사와 교사의 일을 하시는 여러분들 아침 일찍 7시부터 나와서 정성껏 하나님 앞에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일인지 모릅니다. 특별히 이렇게 아름다운 곳, 바다 옆에 시원한 곳에, 멋진 교회당에서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모릅니다. 특별히 이 곳은 옥한흠 목사님, 최홍준 목사님의 신앙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옥한흠 목사님을 옛날부터 좋아합니다. 바로 이틀 전에도 전화를 걸고 요새 몸이 어떻습니까? 저 부산에 갑니다 그랬더니 부럽다고 그래요. 김목사님은 아프지 않아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는데 저는 몸이 불편해서 다니지 못하는데…참 부럽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놀러 갑시다 그랬더니 저는 지금 놀러 가기가 힘듭니다. 그래요. 최홍준 목사님은 학생 때부터 전도에 열심이 있었어요. 물론 공부도 잘했고, 일등을 하진 못했지만, 잘했어요. 전도에 열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평생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는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제자입니다. 최홍준 목사님이 목회하는 이곳 최 목사님의 심장과 가슴과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곳에 와서 예배를 드리게 되어서 너무너무 좋습니다. 옥한흠 목사님 같은 분이 한국교회에 계신다는 게 너무나 다행 일 입니다. 저는 곳곳에 나가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한 말씀 한 말씀 그저 과장되고 그냥 꾸민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자기를 자성하고 한국교회를 자성하는, 특별히 백주년 기념예배 때 그런 말씀을 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축복인지 모릅니다. 한경직 목사님이 계시고 장기려 박사님이 계시고 이젠 돌아가셨지만, 그리고 지금 옥한흠 목사님이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제가 아들 옥성호 군을 사랑의 교회에서 주례한 일도 있어요.
저는 작년 1월 13일 제가 개척해서 28년 동안 목회하던 강변교회에서 은퇴한 그 다음 주일부터 오늘까지 지난 1년 반 동안, 작년 추석 주일 때 꼭 한번만 거르고, 매주 전라남도 경상남도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안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25명 30명 40명 50명 어떤 곳은 15명 그런 작은 교회를 주일마다 가서 예배 드리니까 얼마나 좋은지, 교파를 생각하지 않고 아! 여기도 하나님의 교회다. 내가 세운 교회만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다. 감리교, 순복음 등 교파가 많아요. 아! 여기도 하나님의 교회다. 그래서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도 넓어지고 이해도 할 수 있게 되고, 작은 교회 가면 그렇게 좋아하고, 제가 설교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어떤 때는 눈물을 흘리며 좋아합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불가피해서 큰 교회 오는데 얼마 전에 최홍준 목사님이 전화를 걸고 꼭 오라고 해서 제가 큰 교회는 안 간다 했지만 그래도 꼭 와야 됩니다 그래서...저는 최홍준 목사님이 말을 하면 거절을 잘 못해요. 그런데 설교를 네 번 해야 된대요. 저는 설교를 4번 해 본 일이 없어요. 어떻게 4번씩이나 하냐... 내가 배우냐...그랬더니 자기도 네 번씩 합니다 그래요. 그래서 한 설교를 하지 않고 네 가지를 하겠다 그랬어요. 그래서 오늘 네 가지 설교를 하게 되었어요. 총 주제는 “모든 경험은 유익하다”입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에요. 모든 경험은 유익하다. 실패의 경험도, 고난의 경험도, 슬픔의 경험도, 아픔의 경험도, 불행의 경험까지 모든 경험은 유익하다. 그 이유는 우리의 삶이 내 손에 달려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은 선하신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불행도 슬픔도 변하면 행복이 되요. 그래서 다윗은 이런 고백을 했어요. “내 시대가 주의 손에 있습니다.” “내 일생이 주의 손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윗이 그래요. “나는 넘어져도 아주 엎드려지지 아니함은 주의 손이 붙드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경험은 유익해요. 그 중에 네 가지를 골라서 말씀을 드려요. ‘떠남’과 ‘이별’의 경험, 오늘 아침에는 그 제목이에요. ‘떠남’과 ‘이별’은 슬프죠 그래도 유익해요. 그 다음 두 번째는 ‘슬픔’과 ‘아픔’의 유익, 슬픈 일 아픈 일 싫어하죠. 그러나 사실은 그게 그렇게 유익해요. 세 번째는 ‘고난’과 ‘환난’의 유익, 바울이 얼마나 고난과 환난을 당해요. 다윗이 얼마나 고난과 환난을 당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유익해요. 네 번째는 ‘모험심’과 ‘담력’의 유익입니다. 그래서 오늘 1부 예배는 ‘떠남’과 ‘이별’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날 수 있어요. 고향을 떠날 수 있어요. 집을 떠날 수 있어요. 직장을 떠날 수 있어요. 그게 유익하다. 물론 슬프죠. 이별이 슬프죠. 왜 유익하냐...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창12:1에 보면 하나님께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서 떠나라고 말씀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 아브라함의 일생은 떠남의 연속이었습니다. 히브리서에 기록된 믿음의 선조들은 모두 ‘떠남’의 삶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요셉은 임종 시에 이스라엘 자손들의 떠날 것을 말하고”(히11:22). “모세는 믿음으로 애굽을 떠나”(히11:27). 사실 예수님은 하늘 보좌를 떠나 세상에 오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복음 찬송 중의 하나는 “하늘 영광 떠나서” 인데 그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 영광 떠나서 이 세상에 오신 주님 섬기러 오신 주님 우리 위해 죽으셨네 종 되신 왕 우리 하나님” “From heaven You came helpless babe Entered our world Your glory veiled Not to be served but to serve And give your life that we might live This is our God the servant King.” 그리고 예수님은 세상을 떠나서 다시 하늘로 올라 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자기의 삶의 마지막이 ‘떠남’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13:1).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요16:7).
사도 바울도 ‘떠남’의 삶을 계속하다가 세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 갔습니다. 사도 바울은 다소와 예루살렘을 떠나 안디옥으로 갔고 안디옥을 떠나 소 아시아로 갔습니다. 소 아시아를 떠나 마게도냐로 갔고 마게도냐를 떠나 로마로 갔습니다. 그리고 로마를 떠나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기가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마지막 편지 마지막 장에서 기대에 차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관제와 같이 벌써 내가 부음이 되고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왔도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딤후4:6-8).
저는 한 평생 ‘떠남’과 ‘이별’의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11살 때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들을 평양에 두고 38선을 혼자 넘어서 서울로 달려오는 ‘떠남’과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13살 때는 6.25 전쟁으로 서울을 등지고 부산과 대구로 가는 ‘떠남’의 경험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이모님들과 할머니를 서울에 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떠남’과 ‘이별’을 경험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동부에서 중부로 그리고 중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는 ‘떠남’을 계속해서 경험했습니다. 독신의 삶을 떠나 결혼을 하는 만남의 경험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린 아들 철원이가 뇌수종이라는 불치의 병을 가지고 태어나서 4년 동안 많은 아픔과 고통을 당하다가 4살 때 제 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는 슬픈 ‘떠남’과 ‘이별’도 경험했습니다. 저는 귀국 후 후암교회에서 교육목사로 봉사하다가 후암교회를 떠나는 경험도 했습니다. 영안교회를 개척해서 8개월 동안 목회하다가 영안교회를 떠나는 경험도 했습니다. 강변교회를 개척해서 28년 동안 목회하다가 강변교회를 떠나는 경험도 했습니다. 총신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총신을 떠나는 경험도 했습니다. 합동신학교를 개교해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합신을 떠나는 경험도 했습니다. 저는 비교적 많은 ‘떠남’과 ‘이별’의 경험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부모와 동생들과 고향을 떠나는 슬픈 ‘떠남’과 ‘이별’도 경험했고,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는 가슴 아픈 ‘떠남’과 ‘이별’도 경험했고, 사랑과 정성을 쏟아 바치던 교회와 학교를 떠나는 아쉬운 ‘떠남’과 ‘이별’도 경험했습니다.
인생은 ‘떠남’과 ‘이별’입니다. ‘떠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떠남’과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이중표 목사는 인생을 ‘별세’라고 정의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인생은 ‘떠남’이고 ‘이별’이고 ‘별세’입니다. 물론 ‘떠남’과 ‘이별’은 슬픈 것입니다. 그러나 유익한 것입니다. 아주 유익한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무엇엔가 애착을 두고 무엇엔가 집착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머니 배 속일 수도 있고, 그것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그것이 고향일 수도 있고, 그것이 학교나 직장일 수도 있고, 그것이 재산일 수도 있고, 그것이 명예일 수도 있고, 그것이 제도적인 교회일수도 있고, 그것이 자기 나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떠남’과 ‘이별’은 그와 같은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애착과 집착에서 나를 벗어나게 하고 나를 자유롭게 하고 나를 가볍게 만들어줍니다. 사실 인간을 추하게 만드는 것은 이기적인 탐욕인데 ‘떠남’과 ‘이별’은 나를 이와 같은 이기적인 탐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도 하고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품고 사랑할 수 있게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을 바라보게도 합니다. 다윗은 많은 환난 중에서 하늘을 바라보았고, 다니엘은 포로 생활 중에서 하늘을 바라보았고, 선지자 이사야는 극심한 박해 중에서 영원을 바라보았고, 사도 바울은 수 많은 박해를 당하면서 하늘을 사모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사도 요한은 밧모 섬에서 죄수의 생활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보니 내가 보니 내가 보니”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습니다.
‘떠남’과 ‘이별’은 사람을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줍니다. ‘떠남’과 ‘이별’이 한 사람을 아주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 사람은 ‘작은 예수’ 라는 칭송을 받은 장기려 박사였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사랑하는 사모님과 자녀들을 북에 두고 남으로 내려오는 가슴 아픈 ‘떠남’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었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1932년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경성의전부속병원에서 일하며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40년 일본 나고야 대학에 제출한 논문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평양 연합기독병원의 외과과장으로 일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와 사랑의 손길을 폈습니다. 1947년부터는 김일성대학의 외과학 교수겸 외과과장으로 성실하게 일하다가 1950년 12월 둘째 아들과 함께 월남했습니다. 그는 1950년 12월 4일 앰블란스를 타고 피난민들로 북적대던 평양의 종로 거리를 달렸는데 그때 피난민 대열에 끼어 있던 아내와 다른 자녀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차마 차를 세워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둘째 아들과 함께 남하했는데 그때 아내와 자녀들을 데리고 남하하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간직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는 평생 지울 수 없는 ‘떠남’과 ‘이별’의 아픔과 한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자기의 죄 값을 갚으려는 듯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한 없는 끝 없는 사랑을 쏟아 부으면서 한 평생을 살았습니다. 월남 후인 1951년 5월부터 부산에서 창고를 빌려 간이 병원을 설립하고 피난민들과 전상자들을 무료로 돕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복음병원의 시작이었고 나중에는 오늘의 고신의료원이 되었습니다. 그는 1969년부터 8천 여명의 간질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했다고 합니다. 그는 치료비가 없어 고민하는 환자들을 몰래 밤에 병원 뒷문을 열어주면서 집으로 돌려보내기 일쑤여서 항상 병원 행정 직원들의 볼멘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1976년까지 25년간 복음병원의 원장으로 일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일과 의학연구에 몰두하면서 살았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명절 때 자기를 찾아오는 제자나 며느리나 손자에게 주는 세뱃돈은 1천원 밖에 주지 않았지만 거지에게는 10만 원짜리 수표를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10만 원짜리 수표를 소지한 어떤 거지가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수 많은 의학 논문을 발표했고 간암에 대한 연구로 1961년에는 대한의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는 환자들에게는 한 없는 사랑을 한국 의학계에는 커다란 공헌을 했습니다. 그는 1975년에는 막사이사이 사회봉사상을 수상하므로 그의 사람 사랑과 사회 봉사의 업적이 아시아적으로 인정 받기도 했습니다.
‘떠남’과 ‘이별’의 슬픔과 아픔은 장기려 박사를 결국 사랑의 성자로 만드는 거름과 자양분의 역할을 했습니다. 장기려 박사의 삶의 철학은 사랑 실천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은 지고 선이다. 사랑은 도덕의 도덕이요 생명의 생명이다. 사랑의 철학은 생명철학의 일대 혁명이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 사랑은 영원한 것, 사랑은 생명 자체이다.” 그는 신학이론이나 교리나 교회의 제도나 전통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들은 자칫 잘못하면 냉랭한 이성의 동의는 얻을 수 있으나 가슴을 움직이는 감동은 주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사랑실천의 삶만이 가장 가치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강조했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사랑과 봉사의 삶은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고신대의 이상규교수는 장기려 박사의 삶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생애와 삶은 한국교회 현장에 떨어진 거룩한 폭탄이었다.” 장기려 박사의 사모님에 대한 극진한 사랑은 육체나 환경을 초월한 영혼과 영원의 사랑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는 1950년 12월 아내 김봉숙씨와 5자녀를 북한에 두고 월남한 후 45년 동안 아내를 그리며 홀로 살았습니다. 재혼하라는 권유를 받을 때마다 "우리의 사랑은 육체의 이별과 무관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살기 위해 혼자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990년 6월 80세가 된 노인으로 아내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슬픔의 글을 다음과 같이 띄우기도 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당신인 듯하여 잠을 깨었소. 그럴 리가 없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달려가 문을 열어 봤으나 그저 캄캄한 어둠뿐. 허탈한 마음을 주체 못해 불을 밝히고 이 편지를 씁니다. 여보! 그날 아침 당신과 애들을 먼저 대동강변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또 종로 거리에서 차를 세우기만 했었다면, 여보!”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살아서 아내와 만날 수 있기를 빌고 있지만 사실 나이 팔십이 넘었으니 살아서 못 만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의 사랑은 천국에서까지 영원할 것입니다.” 한번은 그의 제자들인 재미 의료인들이 장기려 박사가 중국이나 제 3국에서 사모님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절했습니다. “이산 가족이 어디 나 혼자 뿐이냐 나 혼자만 가서 가족을 만나면 다른 이산가족의 슬픔이 어떠하겠느냐. 통일이 되면 모두 함께 가서 만나지.” 그의 사랑은 너무나 높고 깊고 넓은 이타적인 민족적인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그리움보다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994년 그가 제2차 남북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확정되었을 때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흥분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1994년 2월 제2차 남북고향방문의 교환합의가 무산 되었을 때 그는 너무나 큰 슬픔과 충격을 받고 그 해 10월 심한 뇌졸중으로 쓸어졌는데 결국 그 뇌졸중으로 1년 2개월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그의 아내와 자녀들을 대신 만나기는 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점점 우리들의 사랑이 이기적이고 물질적이고 육체적으로 되어가는 이 시대에, 장기려 박사는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이 어떤 것임을 우리들에게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미움과 적대와 대결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와 한반도 안에서 우리가 힘써 실천해야 할 일이 바로 우리의 가족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일임을 우리들에게 말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사랑의 통일론"을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사랑 앞에는 어떤 이념도 한낱 쓰레기일 뿐 우리는 무력도, 경제력도 아닌 오직 사랑으로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 병든 우리 사회를 치료하고 살리는 길도, 깨어져 가는 우리의 가정을 치료하고 살리는 길도, 분단된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을 가져 오는 길도, 바로 이와 같은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생애와 삶은 참으로 “한국교회 현장에 떨어진 거룩한 폭탄”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었습니까? 여러 가지로 설명을 할 수가 있겠지만 장기려 박사를 장기려 박사로 만든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떠남’과 ‘이별’의 슬픔이라고 생각합니다. ‘떠남’과 ‘이별’은 슬픈 일이지만 아주 귀한 일입니다. 아주 유익한 일입니다. 주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한 평생을 제물로 바친 장기려 박사가 1995년 12월 25일 성탄절 날 새벽 1시45분 경 85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때 한국의 언론은 그 분을 가리켜 "한국의 슈바이쳐" 또는 "살아있는 작은 예수" 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장기려 박사님이 세상을 떠나신 다음 달인 1996년 1월 20일 「군복음화」 신문에 "빛을 남긴 사람"이란 제목의 글을 실어 장기려 박사를 추모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그 분의 삶을 세 가지로 기려보았습니다. 일평생 무소유로 가난하게 사신 분, 일평생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따뜻하게 사신 분, 일평생 예수님을 섬기며 충성스럽게 사신 분, 그분이 장기려 박사님이십니다.
이제 말씀을 맺습니다. 모든 경험은 유익합니다. 고난의 경험도 슬픔의 경험도 아픔의 경험도 떠남의 경험도 이별의 경험도 아니 실패의 경험도 모두 유익합니다. 그 중에 ‘떠남’과 ‘이별’의 경험은 아주 유익합니다. ‘떠남’과 ‘이별’의 경험은 우리들로 하여금 이 세상의 욕심과 탐욕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을 자유롭게 여유롭게 가볍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도 하고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품고 사랑할 수 있게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을 바라보게도 합니다. ‘떠남’과 ‘이별’은 우리들을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사랑의 존재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인생은 ‘떠남’입니다. ‘떠남’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사실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떠남’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감을 의미하고 하늘 아버지 집으로 올라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대한 미련과 애착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가볍게 후회 없이 떠나도록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모든 은사들을 마음껏 다 사용하고 가볍게 떠나야 할 것입니다. 자리도 너무 오래 차지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산을 너무 오래 소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보물을 모두 하늘에 쌓은 후 가볍게 만족스럽게 떠나야 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마지막 고백을 다시 읽으므로 말씀을 맺습니다. “관제와 같이 벌써 내가 부음이 되고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왔도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딤후4:6-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