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회봉사인가?

                                                   손 봉 호 총장(동덕여대)


I. 사회봉사는 왜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다.

1. 사회는 성경이 말하는 “세상”으로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불신세계이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심판의 대상이므로 이를 위한 봉사는 의미가 없다. 그런 세상을 위한  봉사는 궁극적으로 심판받을 불신앙의 질서를 위하여 봉사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리스도인의 임무가 아니다.

2. 교회가 사회에 대해서 감당해야 할 주 임무는 전도이지 봉사가 아니다. 봉사할 시간에 기도하고 전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우선 사명이며 사회봉사를 위하여 사용할 시간과 재원을 전도와 선교에 쓰는 것이 교회의 마땅한 임무다.

3. 신약 성경 어느 곳에도 직접적으로 사회봉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기껏해야 국가의 권위에 소극적으로 순종하라는 정도일 뿐, 교회가 적극적으로 사회에 봉사하라는 명령은 없다. 구제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그 대상은 성도들에 국한되어 있다.

4. 사회봉사는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이므로 특별히 기독교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비록 사회봉사를 하더라도 그것은 교회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고 여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선택적인 것이다.


II. 그러나 그런 관점은 잘못되었거나 일방적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사회봉사는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필수적이다.

1. 성경은 세상을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가치와 질서의 총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주권이 행사되고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을 뜻하기도 한다 (요3:16).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방법으로 우리도 세상을 사랑해야 한다.

2. 기도와 전도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구제도 중요하다. 초대 교회가 힘쓴 두 가지가 바로 전도와 구제였다(행 6장). 참된 경건은 세속에 물들지 않은 것과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는 것이다 (약 1:27). 그 고아와 과부는 반드시 성도들에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예수님이 관심을 쓰셨던 병든 자, 가난한 자들도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구제의 대상이 성도에게 국한되었다 할 수 없다. 전도는 가장 훌륭한 사랑이지만, 구제도 이웃 사랑의 중요한 방식이고, 사회봉사는 구제의 연장 혹은  확장이다. 그리고 구제는 전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고 사람들로 하나님께 감사하게 한다.

구제란 고통 받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는 모든 활동이며, 교회의 연보와 재산은 원칙적으로 구제를 위한 것이다 (고전 16, 고후 8,9). 그러므로 아름다운 예배당과 교육관 보다 굶는 사람을 먹이고 가난한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이며 전도에 더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가진 재산, 재능, 기회, 경험, 건강, 지도력 등도 원칙적으로 연보의 연장이며 따라서 봉사를 위한 것이다. 자신을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자원과 시간은 모두 더 좋은 봉사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곧 우리의 삶 전체가 사랑의 봉사를 위한 것이며, 봉사를 통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3. 현대 사회에서는 고통 받는 사람을 직접 돕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돕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강도 만난 사람을 싸매주는 것보다 아예 강도를 만나지 못하게 하거나 강도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 오는 사랑이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봉사라 할 수 있다.

4.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것은 세상의 부패를 막아 정의롭게 만들어 억울함이 없게 하라는 명령이다. 인간이 당하는 고통의 4/5가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가해진다는 주장 (C. S. Lewis)을 감안하면 사회를 정의롭게 하여 인간에 대한 인간의 가해행위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독교적 사회봉사다.

사회를 정의롭게 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방법과 적극적인 방법이 있다. 소극적인 방법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십계명은 주로 이웃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금지하는 소극적 명령인데, 예수님은 그것을 사랑으로 요약하셨다. 이웃에 대한 계명은 윤리적 계명이다.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건에 속할 뿐 아니라 동시에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기 때문에 사회봉사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한국 그리스도인들과 한국교회의 일차적인 사회봉사는 윤리적이 되는 것이고, 이것이 한국 사회가 기독교로부터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공헌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 기독교는 이 기본적인 임무수행에 실패하고 있다. 인구의 1/5이 그리스도인인 한국의 투명성은 세계 40위로 요르단, 코스타리카, 보츠와나보다 더 부패했다고 국제 투명성 기구가 평가하고 있다.  

5. 사랑은 단순히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소극적인 행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적극적인 행위까지 포함한다. 사람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고상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모든 창조적 활동도 사회봉사다. 그러므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긍정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사회봉사라 할 수 있고 능동적으로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도 구제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가 장애자 운동, 외국노동자보호운동, 윤리운동, 환경운동, 공명선거운동, 생명운동(저출산, 고령화 대책), 공의정치운동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봉사다.  

6. 물론 봉사를 잘 하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고, 그런 사람들이 모였다 하여 다 교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인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지만, 참된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윤리적이라야 한다. 사회봉사를 하면 모두 기독교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참된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사회봉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 학생은 아니지만, 학생은 반드시 사람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