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향한 우리의 비전
허 문영 (한기총 통일선교대학 학장)
1. 들어가는 말
우리민족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2005년 한반도에서 우려하던 전쟁은 없었고, 북핵문제 또한 9·19 공동성명으로 일단 봉합되었다. 또한 2005년에 우리는 광복 60주년이자, 분단 60주년을 지나갔다. 물론 그 동안 남북한은 통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500회 이상의 남북대화, 10억 달러를 넘어가는 남북교역량, 10만 명 이상의 인적교류와 100만 명 이상의 금강산 관광, 11회에 걸친 한 많은 이산가족의 재회와 화상상봉 실시,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 진행.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른 경의·동해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개발.
그러나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된 것도,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세부추진과정에 합의한 것도 아니다. 남북통일을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필자는 남북통일 과정을 5단계 별첨 <표1> 한반도 평화통일 5단계 참조
로 구분하는 데, 현재 우리민족은 적대적 남북관계에서 협력적 남북관계로, 또는 갈등적 공존관계에서 경쟁적 공존관계를 넘어 협력적 공존관계로의 전환기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교회도 복음통일(평화통일과 북한선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였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한국기독교의 끊임없는 기도는 이 땅의 평균전쟁주기인 5년의 12배인 60년 동안 전쟁을 억제해 온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80년대 진보진영에 의한 평화통일에의 노력, ’90년대 보수진영에 의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선교에의 노력은 분명 남한정부의 1988년 7·7 선언 발표와 북한정부의 2000년 6·15 공동선언에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한반도 통일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도전은 크게 3가지(국제·남북·국내)요인으로부터 나오는 데, 여전히 좋지 않다. 국제적으로는 미·중·일·러 주변 4국의 한반도 현상유지정책으로부터 오는 도전이다. 유일초강국으로의 패권적 지위를 지속하려는 미국, 지역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과정(和平崛起)에서 不統不亂의 한반도 상황을 유지하려는 중국, ‘보통국가·정상국가화’ 기치 하에 군사력 증강과 대한반도 등거리외교를 계속하려는 일본, 국내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주변 환경을 원하는 러시아. 4나라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는 모습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적화통일 또는 연방제 통일을 위한 북한의 통일전선전술로부터 오는 도전이 있다. 2006년 신년사를 통해 북한은 ‘3대 애국운동(자주통일·반전평화·민족대단합)’을 새로 제시하였다. 이는 ‘조국통일 3대원칙(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과 ‘3대 민족공조(민족자주·반전평화·통일애국)’를 최근 한반도상황에 맞게 재설정하여 ‘우리민족끼리’ 담론을 중심으로 대남 통일전선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남남갈등으로부터 오는 도전이 있다. 70년대 이후 본격화된 영·호남 지역 갈등에 80년대에는 권위주의적 군사정권하에서 이념갈등이, 90년대부터는 탈냉전 민주화시대 가운데 세대 갈등이 덧붙여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빈부 양극화에 따른 계급갈등이 덧붙여져 남남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도전들을 잘 극복해야 평화적 복음통일을 이룰 수 있다. 우리 교회로서는 1995년 희년운동을 통한 평화통일이 큰 열매를 거두지 못했음을 유념하고, 2005년 광복 60주년 즉 환갑에도 평화통일에의 가시적 초석을 놓지 못했음도 함께 반성하자. 나아가 2015년 ‘바벨론 포로 복귀의 70년’을 넘기면서까지 민족의 분열을 지속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제2의 예루살렘으로 일컫던 평양에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하겠다. 5000년 고난의 민족역사를 허락하신 하나님께서 21세기에는 우리민족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복음통일을 이뤄가자. 복음통일을 위해 우리 기독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통일국가상 그리고 실천과제를 간략히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복음통일을 위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 균형 · 하나님 · 미래
첫째, 균형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자. 구약성경, 여호수아 1장 7절
우리는 한반도 통일문제가 분단 60년 동안 만들어진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극우 또는 극좌와 같은 극단주의는 도움이 안 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양 극단주의에 의해 극렬한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두 눈을 주셨으니, 두 눈을 다 활용하여 좌와 우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한 눈으로만 보면 사물의 입체감과 원근감을 상실하여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북한과 통일문제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의 이중성 즉 냉전과 탈냉전의 상황적 이중성과 민족문제와 국제문제의 구조적 이중성을 유념하자. 동시에 우리는 문명사적 흐름과 민족사적 소명에 대해서도 민감한 자세를 갖추고 통일문제를 풀어가자.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는 북한 뿐 만 아니라 주변 4국과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통일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족공조’와 ‘한미공조’ 사이에서 택일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에 기초한 남북협력과 한미협력을 대립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 다시 말해 ‘민족공조’는 북한 주도의 전략적 용어이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수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미공조도 지난 시기 일방추종적 자세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협력과 같이 새로운 개념에 기초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민족공조’와 ‘외세(한미)공조’의 양분법적 논쟁 속에 함몰되어 하나만을 강조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양자 병행의 논리를 제시하도록 한다.
둘째, 하나님 중심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우선순위를 잘 정립해야 한다. 민족통일은 ‘숙원’이라고 ‘꿈에도 소원’이라고 천명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소중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기독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소중한 것이 있다. 그의 나라와 그 의가 그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신약성경 마태복음 6:33
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우리가 주님의 뜻대로 순종할 때, 우리 민족의 소망도 이뤄질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왕권을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국방·사회·문화·예술·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확장해 나가고, 우리의 삶을 성결하고 경건하게 하나님께 드려 하나님의 의를 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정녕 우리 민족으로 향하신 당신의 뜻을 이뤄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순위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통일이 선한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부합하는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미래지향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구약성경 잠언 29:18
세계문명사는 대양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 서진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4세기부터 14세기까지 중세시대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이후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근세시대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문명의 꽃을 피웠다. 그리고 21세기 태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문명 시대가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 태평양 인접국가들이 주고받는 무역총액이 대서양 인접국가들의 무역총액을 1996년부터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한반도는 대륙의 힘이 강할 때에는 대륙의 영향력 하에 머물게 되었고, 해양의 힘이 절대적일 때에는 해양의 속국(일제의 식민지)이 되었다. 그리고 대륙과 해양의 힘이 팽팽하게 대결할 때, 한반도는 분단국(미일 대 중소 대결구도하의 남북한)으로 전락하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륙과 해양 세력의 대결구도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미국의 21세기 세계패권 유지전략과 중국의 21세기 소강사회 건설전략의 충돌, 그리고 일본의 보통국가 건설전략과 러시아의 영향력 회복전략으로 인해 마찰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주님의 뜻은 동아시아가 대결과 전쟁으로 퇴락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기독공동체에 의해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발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약성경 이사야 19:23-25
따라서 21세기 태평양 시대에 우리 민족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접점에서 대결의 상태로 더 이상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이끌었던 반도대국 ‘로마제국’처럼 우리 민족도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 할 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나아가 인류의 공동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의지를 갖고 통일문제를 진취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3. 어떠한 통일한국을 만들어갈 것인가? : 영성대국 (靈性大國) 건설
통일한국은 우리 기독인의 영원한 소망인 ‘하나님 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 또한 통일한국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과 연계되어 건설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독수리 같은 정치·군사·경제대국인 미국, 사자 같은 인구대국 중국, 곰 같은 영토대국 러시아, 악어 같은 경제대국 일본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그러면 통일한국은 어떤 대국이 되어야 할 까?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에 기쁨으로 순종하는 목자와 같은 ‘영성대국’이 되기를 꿈꾼다. 통일한국을 ‘영성대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나라를 이뤄가자.
첫째, 성서(모범)한국 (Bible Korea/ Model Korea)을 만들자. 통일한국은 전세계에 희망을 주는 성경적인 ‘모범국가’가 되어야 한다. 사회주의는 소련의 해체로 인하여 더 이상 인류의 희망이 아님이 실천적으로 입증되었다. 자본주의 또한 그 모범국가로서 일컬어지던 스웨덴의 복지국가 모델이 최근 종언을 공식적으로 고함으로써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음이 입증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국가체제가 인류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통일한국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근거한 경세사상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통일한국은 참된 공동체적 창의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사회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왜곡된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종식시킬 성경적 사회를 의미한다. 우리 기독인은 개체주의(individualism)가 아닌 인간주의(personalism)를, 집체주의(collectivism)가 아닌 공동체주의(communalism)를 토대로 성경적 원리와 현실적 필요성에 부응하는 국가체제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통일한국이 성경적 경세사상에 근거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회를 이루어갈 때, 온 세계에 빛과 희망을 제시하여 줄 것이다
둘째, 평화한국(Shalom Korea/ Peace Korea)을 만들자. 통일한국은 ‘평화국가’가 되어야 한다. 통일한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지경학적으로나 21세기 아세아 태평양 시대의 중심에 위치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통일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첨예한 대결이 예상되는 새로운 국제질서 가운데 주변 4국과 평화의 길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선‧후진국간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주는 중재자(peace-maker)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균형적 인식과 관용적 자세에 기초한 통일철학과 평화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존 논리와 화해 윤리에 기초한 다원지향성, 합리적 안보관 및 주변4국과 협력관계 구축을 토대로 한 평화지향성, 남북 교류협력과 통일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의 주도적 책임성, 그리고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통일을 추구하는 창의성 무력통일에 기초한 공산주의형 베트남 통일과 흡수통일에 기초한 자본주의형 독일통일이 아닌 합의통일에 기초한 창의적(성경적) 통합발전형 통일을 의미한다.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통일철학과 비전을 정립해서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겠다.
셋째, 선교(봉사)한국(Mission Korea/ Service Korea)을 만들자. 통일한국은 또한 ‘봉사(선교)국가’가 되어야 한다. 지난 5000여 년간 약소국으로 각종 설움과 박대를 받았던 이 민족에게 지난 100년 사이에 놀라운 영‧육간에 복을 하나님께서 내려 주신 데는 놀라운 섭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땅 끝 까지 가서 모든 국가에게 새생명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복음에 기초한 새 문화로 그들을 섬기라는 뜻이 있으심에 틀림이 없다. 사실 이미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 선교사들은 선교한국과 더불어 봉사한국을 실천하고 있다. 세계 제2위의 선교국가로의 부상은 물론 이거니와 중국·중앙아시아 그리고 중동의 전쟁현장, 동남아시아의 해일현장, 파키스탄의 지진현장 등에서 의료·식량·주거 환경 개선 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우리 선교사들의 활약상은 통일한국을 선교(봉사)한국으로 앞당기고 있는 일례이다.
4. 그러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 무지개 전략 추진
가. 기본 방향
첫째, 하나님과 민족 앞에서 회개하자. 예레미야서는 유다가 망할 수밖에 없는 죄 3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음란(렘5:7-9), 부정부패(렘5:26-29), 거짓말(렘9:7-9)이 그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1997년 11월 IMF 위기관리체제가 도래하였을 당시 보다 나아졌는가? 24조원(2005년 국내총생산 4.1%, 국가예산 10%)을 넘어서는 매매춘 비용,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세계 40위에 맴돌고 있는 부패지수, 국제과학계 마저 속인 세계적 학자인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거짓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면 우리 교회는 한국사회보다 순결하고, 정의롭고, 정직하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독일도 통일되고, 베트남도 통일되었는데, 우리만 통일 안 되고 여전히 경제난과 안보난에 시달리는 것은 혹시 우리의 준비부족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는 아닐까? 깊이 생각해보자.
둘째, 성경적 대안을 모색·제시하자. 세속사회는 여전히 우파와 좌파로 갈라져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또 정파적 관점에서, 집단 이기주의적 관점에서 각종 학설과 주장들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기독인들도 통일한국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님 관점에 기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세상문제에 대해 성경적 원리에 기초한 대안을 만들도록 노력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성경적 원리에 기초한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연구소에서 성경적 통일한국 건설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나와, 세상사회에 방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하겠다.
셋째,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자. 적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연되는 것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평화를 키워가야 한다. 그리고 사랑의 실천을 통해 민족통일역량을 증대시켜야 한다.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forgive but don't forget).’ 그리고 이제는 우리 잘못도 고백하자. 비록 북한이 남북 화해 및 교류협력 상황을 통일전선사업과 북한식 통일방안 달성 도구로 활용한다 할지라도, 우리로서는 화해·협력을 포기할 수 없다. 이는 현 단계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한미)관계·남북협력·국민화합의 3축을 공히 발전시키되, 우선순위를 잘 정립해야 한다. 북핵문제와 한반도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최근 논의들을 들여다보면, 주로 국제관계 또는 남북관계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화합과 국민 의식수준 제고 없이는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3축을 함께 병행 발전시키되 역량이 부족할 경우, 선 국민화합· 중 대외(한미)관계 발전· 후 남북관계 개선 순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한반도 평화유지와 북한의 변화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남남갈등 해소와 국민화합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지지가 없는 대북정책은 가시적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과 평화통일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통일정책 추진과정에서 선후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 한․미 정책 협력 없이 남북관계가 크게 진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조건을 유념하여, 사전에 미국과의 정책적 조율을 충분히 이루는 것이 좋다. 동시에 정부는 대북정책의 중도성을 확보하고, 초당적 협력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 세부 실천방안
몽골 인들은 우리나라를 ‘솔롱거스’로 부른다. ‘무지개 나라’라는 뜻이라 한다. 이 말을 처음 듣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빨갱이’ 북한과 ‘파랭이’ 남한과 ‘색동저고리’ 우리 조상이 동시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빨·주·노·초·파·남·보’7색의 무지개는 성경에 따르면 ‘구원’의 상징이다. 우리 민족이 광활한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동이족의 호연지기를 회복하며, 21세기 태평양시대 세계를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의 화해와 공동번영으로 이끄는 희망의 민족이 되기 위해서는 주황·노랑·초록·남색·보라를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개 색깔 복원은 정치경제체제면 국제평화론자 요한 갈퉁에 따르면, 파랑은 시장과 자본 중심의 자유주의 미국식 경제를 의미한다. 빨강은 국가와 권력 중심의 사회주의 구소련식 경제를 의미한다. 초록은 시민사회와 담론 중심의 공동체주의 제3세계 경제를 의미한다. 분홍은 캐나다·유럽의 혼합경제를 의미한다. 노랑은 파랑과 빨강의 혼합으로서 한국과 일본·중국·한국·대만 등 아시아 경제를 의미한다. 요한 갈퉁, 강종일 외 역,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서울: 들녘, 2000), pp. 305-330
으로도, 신앙적 역사신학자 김명혁 목사에 따르면, 보라색은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신학이며, 붉은색은 카르타고에서 형성된 열정적이고 배타적인 라틴 신학을 상징한다. 파란색은 예루살렘에 뿌리를 두고 수리아에서 형성된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안디옥 신학을 의미한다. 김명혁, ‘철학은 복음에 이르는 준비’ 「크리스찬투데이」, 2005.10.19.
으로도 모두 의미가 있다.
1)국토통일과 평화한국을 위하여 : 대외 평화운동과
대전략에 기초한 십자 균형외교 전개
첫째, 민족 숙원인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추세를 지정학적·지경학적·지문화학 차원에서 함께 정확히 읽어낸 토대 위에 우리의 국가전략(grand strategy)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구조가 냉전기 공고한 이중삼각관계에서 탈냉전기 이중삼각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견제와 협력의 흐름이 함께 나타나면서, 동시에 북한 김정일 정권의 장래에 대한 회의도 대두되고 있다. 우리의 주체적 노력이 없을 경우, 한반도에서 민족 숙원인 통일은 커녕 전쟁 재발과 분단 고착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국가전략에 기초한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의 대전략가 브레진스키(Z. Brzezinski)는 21세기 미국이 유일초강대국으로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안보중심의 ‘거대한 체스판’ 전략을 국가대전략으로 구사해야 함을 주장한다. 또 다른 전략가 조셒 나이(Joseph S. Nye, Jr)는 이를 발전시켜, 3개의 체스판(군사적 체스판, 경제적 체스판, 초국적 체스판)을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배합한 스마트 파워로 다뤄가야 함을 주장한다. 필자는 통일한국을 위한 국가전략으로서 '총체적 힘'(Whole Power: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와 스피릿 파워)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살길로 생각한다. 이 같은 힘과 국가전략에 기초한 통일정책을 수립하도록 하자.
둘째, 무지개전략과 십자 균형외교를 추구하자. 무지개전략이란 국격을 고려한 품위와 호연지기를 갖고 국력을 키우며,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재정립하되 21세기 미래지향적으로 강화하고, 이 축을 토대로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해서 동심원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십자 균형외교를 전개해 주변 3국(중·일·러)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동남아(베트남)·서남아(인도)·중앙아·대양주(호주)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 세상의 희망이 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 4국이 과거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끼친 문제들에 대해서는 용서하되, 잊지는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평화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장기 외교전략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소극적으로 말하면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있게 될 경우, 어느 한쪽 편을 지지하도록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말하면, 미국과 중국 모두 통일한국을 중요 동반국가(Major Ally,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700년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랍과 앗수르 사이에 끼여 있던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이 향후 통일한국을 통해 동아시아와 세계 속에서 이뤄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구약성경 이사야 19:23-25
셋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각 부문에서 다음과 같은 전환도 적극 수용한다. 정치부문에서는 정치협상에서 평화협상으로의 전환이, 안보부문에서는 절대안보에서 공동안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부문에서는 북한 경제붕괴 및 조기 통일비용 논의에서 북한 경제복구 잠재력 평가 및 한민족발전전략 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사회부문에서는 대북 식량·비료 및 의료 중심의 인도적 지원에서 북한의 농업구조 및 의료체계 개선의 개발지원으로의 전환이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 대외부문에 있어서는 국제공조를 모든 사안에 대한 입장 통일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구조의 제도화라는 기본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는 큰 틀을 유지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주한미군의 지위변화와 한미동맹 재정의 문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주한미군문제는 주일미군문제와 연계되어 있고, 중국·러시아의 초미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화협정은 한미동맹 재조정이 완료된 후에 체결되어야 하며, 또한 미국과 사전사후 충분한 협의와 신뢰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2) 체제통일과 선교한국을 위하여 : 대북 사랑운동과
기존 남북합의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
의 전면적 이행
첫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과 관심을 지속해서, 남한과의 통일에 대해 갖고 있는 두려움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은 지속되어야 하고,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단기적으로 북한 군사력을 유지하는데 전용되는 부분이 크다 할지라도. 만약 남측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북한군이라면,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신약성경 로마서12:14-21,
갈라디아서 6:9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또한 통일되면 그들은 우리와 함께 같은 국민이 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들이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길만이 체제통일과 더불어 나아가 마음의 통일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
둘째, 복합국가(Composite State) 모델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심화시키자. 체제통일의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각각 제시한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점을 잘 살려, 단계적 접근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자. 이를 위해 기왕의 통일방안에 대한 연구심화와 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과정은 남북한 주민들이 각각 자본주의체제적 통일 또는 사회주의체제적 통일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적 틀 속에서 양 체제가 공존하는 통일방식도 가능하다는 의식을 배태할 수 있다. 이는 통일의 당위성과 현실적 가능성 사이의 괴리를 해결함으로써, 남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하여 우리의 통일정책을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의 병행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이를 위해 북한이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대북경제 지원을 과감하게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그 대신 반대급부로 북한 군부에게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이행을 적극 요구하여,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정착기반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경제력 강화가 체제방어용이 아닌 적화통일을 위한 군사력 강화로 전이되지 않도록 보장장치를 마련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민족 경제발전 전략’과 ‘한반도 평화방안’을 남북한이 함께 수립하여, 추진하도록 한다
3) 마음 통일과 성서한국을 위하여 : 대내 공의운동과
통일적 삶에 대한 준비
첫째,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과 고치는 일도 철저히 해보자. 다시 말해 ‘됨’(Being)과 ‘함’(Doing)을 함께 추구하되, 먼저 ‘됨’을 소중히 여기자. 통일이란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통일국가는 적어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나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먼저 상대방인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우리의 통제력 범위 내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이상적인 통일국가의 구성부분을 만들어가도록 하자. 이런 맥락에서 1997년에 시작된 IMF 경제위기와 2002년에 시작된 북핵 안보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약성경 예레미야 3장에서 9장까지 참조
과연 오늘 우리사회는 어떤가? 민족의 숙원이자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통일 문제는 지금여기 우리자신 삶의 모습을 반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의견의 다양화를 존중하자. 대북정책과 관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애를 쓰다가 오히려 획일사회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하에서 ‘우경 획일화’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오늘과 같이 민주정권하에서 극단적인 ‘좌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자, 획일성을 안정의 지표로 이해하는 반동적 태도도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은 양극화를 넘어 ‘무지개의 다원화’로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이후 대두된 비판 여론 가운데 타당한 지적은 겸허히 수용하여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임해야 한다. 지금 함께 사는 국민과의 화합 없이 미래에 함께 살 동족 및 타민족과의 화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여야는 대북정책과 관련, 기본틀과 방향을 반드시 합의하여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화합을 이뤄내자. 여당은 대북화해협력정책에 대한 독점의식을 버리고, 역대 정부에서 시작된 화해협력정책의 기조와 성과를 인정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확충해야 한다. 야당 또한 그 문제점은 비판적으로 지적하되, 화해협력정책이 21세기 한민족 생존과 통일 그리고 번영을 위한 방향임은 인정해야 한다.
4. 맺음말
광복과 분단의 60년을 반성해 볼 때, 우리는 20세기 이데올로기 대립의 접점에서 외세에 의해 분단되고, 타율에 의한 민족 자해과정으로 현대민족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반도 내외의 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경쟁적 공존을 넘어 협력적 공존으로 까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도 했다.
이제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 2015년에 민족분단 70년을 맞이하는 불행한 민족사를 지속해서는 안 되겠다. 그러나 예상되는 상황은 만만치 않다. 과거 중국의 등소평과 강택민 전국가주석은 빛을 감추고 어두움 속에서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전략 하에 각각 2008년 및 2009년에 중국을 세계적 국가로 도약시킬 것임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늘 중국은 ‘중국위협론’에 대응해서 평화적으로 세계적 국가로 일어난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화평발전(和平發展)전략을 제시하고, 2007년
제17 전대(全大)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 상해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중국은 과연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과연 무엇을 요구할까? 반면에 미국의 정치흐름은 정치주기론에 따를 경우 적어도 2015년까지는 보수화시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유럽연합·중동·동아시아중시의 삼정전략에서 영국·일본중시의 이원전략으로 전환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가치도 낮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또한 통일전선전략과 연방제방안에 기초한 통일을 치밀하게 전개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2007년과 2012년 대선에 의해 출발하는 두 번의 정부가 예정되어 있다.
광복70주년은 통일 원년으로 맞이하자. 70년 바벨론 포로생활(BC 605-535)을 끝내고, 예루살렘 성으로 귀환한 유대인들처럼 말이다. 돌아온 그들은 무너진 성전과 성벽을 재건하기 위해 한 손으로 일을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병기를 잡았다. 구약성경 느헤미야 4:16-17
복음통일에 기초한 평화한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계속해서 우리 사회와 국가를 건강하게 번영케 하는 노력과 더불어 주변 4국으로부터의 압력과 침략을 극복하고 더불어 평화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 2015년까지는 적어도 남북연합을 이뤄가야 한다. 미국중심의 단극적 동아시아 질서가 미·중 대결의 양극적 동아시아 질서로 완전히 전환되기 전에 민족의 통일 기반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지개 전략과 십자 균형외교를 통해 통일한국을 영성대국(성서한국·평화한국·선교한국)으로 이뤄, 마지막 때 주님의 문화창조 명령· 사랑실천 명령· 복음전파 명령을 실천하는 이 민족과 한국교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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