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2007년 1월 발표원고

“우리를 화목하게 하시옵소서”(엡 2:11-22)

                                         손인웅 목사(한복협중앙위원, 덕수교회)

  우리 사회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갈등을 안고 있는 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건강한 사회에서 갈등 상황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골이 깊고 정체되어 있는 갈등 관계들은 해결해야 할 중대한 숙제로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관계들은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갖가지 분열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치 지도자와 국민 사이의 관계, 노사간의 관계, 또는 가족 관계 안에서 불신과 대립이 계속되면, 그 집단은 부정적인 산물을 끊임없이 양산하게 됩니다. 혹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그 한 실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높은 담으로 막힌 관계가 있는 곳곳을 향해 하나님은 에베소서 2장의 말씀을 통해 가르치시고 권면하십니다. 이 말씀은 사람들 사이의 수평적 화목과, 삼위일체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수직적 화목의 원리를 조명해 주십니다. 먼저, 사람들 사이의 수평적 화목을 살펴봅시다. 에베소 교회에는 교회에 나온 사람이 유대인 출신인지 아니면 이방인 출신인지를 구별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는 유대교의 전통을 따른 것으로서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이 유대교로 개종하더라도 성전제사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이방인의 뜰’에 머물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한 분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화목관계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릇된 옛 구습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모습을 보고 하나님은 사도 바울을 통하여 훈계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관계를 가로막는 담들을 친히 그 몸의 희생으로 화목제물이 되셔서 화목의 길을 내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차이를 구별하여 관계를 분리시키려는 죄악을 만들어 왔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화목제물이 되시며 화목의 길을 따르도록 모델이 되어 주십니다.

  에베소 교회의 사례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이 모든 분리시키는 관계의 현장에서 화목의 사역에 참여하는 것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에 동역하는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이 땅에 분열된 관계에 먼저 걸으신 주님의 화목의 길을 따라 하나님 나라의 화목 운동에 헌신해야겠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수평적 화목과 함께, 에베소서 말씀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수직적 화목실현에 대해 명백하게 선포해 주십니다. 성도들은 어떤 신분이나 형편에서 살든지 동일한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화목사역으로 말미암아 한 성령 안에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적 사역이 이루어 낸 화목의 길을 따를 때 진정한 화목을 이 땅에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하나님과의 화목, 이웃과의 화목의 사역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하나님의 사역입니다. 하나님은 화목의 비전을 보여주시면서 성도들에게 실천에 참여하도록 격려하시며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들은 이미 친히 화평을 위해 모퉁잇돌이 되신 주님을 따라, 앞선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계속해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헌신해 나가야겠습니다.  

   에베소서 2장 11절-22절 말씀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를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평양 대부흥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새해를 맞아 이 땅의 백성들이 화평의 주님을 진심으로 깊이 마음에 모시도록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이미 믿음으로 살고 있는 성도들의 심령에도 화목제물이 되신 주님에 대한 깊은 감사가 흘러넘치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주님을 향해 높은 담을 쌓으며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화평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의 심령에 주님에 대한 감격으로 부흥의 물결이 넘쳐나는 가운데 성령 안에서 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향해야겠습니다.

   둘째, 모든 성도들이 평화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리스도의 영성을 강화해야 겠습니다. 화평의 주님을 맞아들여 영성 훈련으로 치유되고 회복되기 위해 우리 마음과 사회제도 속에 내재된 분열의 죄악들을 낱낱이 내어 놓고 회개하는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우리가 불화의 허물들을 하나님께 고백하는 기도의 운동이 이어질 때 하나님이 정결하게 해 주시며 화평을 이루어 주십니다. 그런 체험들을 통해 우리가 자발적으로 개인이나 공동체에게 화목을 권하며 격려하여 힘쓰게 하는 실천을 할 수 있습니다. 예장 통합 교단에서 1월 1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세이레 특별새벽기도회’는 참된 회개와 간구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부흥을 소망하는 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인 그리스도인들로서 화목케하는 직분을 받은 사람(peace maker)들입니다(고후 5:16-19).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나님이 오늘날에도 화목사역을 위해 계속 일하시는 현장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님 나라 실천 운동에 활발하게 동역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하나님은 점점 높이 쌓은 담 속으로 숨는 개인들이나 집단 이기주의로 방어벽을 만들며 분쟁하는 곳에 찾아가 화평의 비전을 보여주십니다. 국가간 주도권 다툼의 현장이나 인종간 억압이 있는 곳을 찾아가시고, 신음하는 약자들과 고통이 새어나는 곳을 보여주시며 그리스도인들에게 함께 일하자고 격려하십니다. 2000여년 전에 화해의 사역을 이루신 삼위일체 하나님은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도 하나님 나라 화목 운동을 주도하고 계십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하나님 나라의 시민들이 이 운동에 동역해야 할 때입니다. 모든 성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자리에서 화목의 사역에 부르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풍성한 응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연합일치를 이루어 평화를 위해 일해 나갈 때 나라가 평화로워지고 민족통일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