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2007년 1월 월례회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사51:17-23
                                            이수영 목사 (새문안교회)

   이사야서 40-55장은 “위로의 책”이라고 합니다. 거기서는 이사야의 활동시기보다 두 세기 후에나 일어날 일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유다 왕국이 멸망하고 바벨론 땅에 포로로 잡혀와 살게 된 유다 백성을 향한 위로의 말씀인 것입니다. 그 내용은 유다 백성이 바벨론의 포로상태에서 해방될 것과, 본국으로 귀환하게 될 것과, 파괴된 예루살렘의 재건입니다.

   그 가운데서 51:17-23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한 남왕국 유다의 비참하고 절망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17절부터 보면 “여호와의 손에서 그의 분노의 잔을 마신 예루살렘”이라 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분노하시게 해서 그 벌로 받은 잔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적지 않은 수의 엘리뜨 유다백성이 머나먼 낯선 땅에 끌려가고 남은 백성은 가난과 학대와 수치와 울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잔을 내리셨습니다. 그들은 정복자 바벨론에 의해 많은 억울함(본문 22절 참조)과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 괴롭힘의 한 가지 예를 들면 이방의 정복자들이 그들이 지나가는 길거리에 하나님의 백성들을 엎드리게 하고 그들을 짓밟으며 그 위로 지나가곤한 것입니다(본문 23절 참조). 나라는 없어졌고 이런 학대와 수모 속에서 백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민족의 나아갈 방향이 어딘지를 알지 못한 채 소망도 비전도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했습니다. 이 상황을 이사야는 예루살렘이 하나님의 손으로부터 비틀걸음치게 하는 분노의 큰 잔을 마셨다는 말로 표현한 것입니다(본문 17절 참조). 술에 만취하여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갈 지 자 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인 것입니다. 회한과 무력감과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는 백성의 모습인 것입니다. 이때 예루살렘의 형편을 이사야는 “황폐와 멸망이요 기근과 칼이라”는 말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처지는 같이 슬퍼해줄 사람도 없고 위로해 줄 사람도 없는 그런 처지였습니다(본문 19절 참조). 그러나 예루살렘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심각하고 치명적인 것은 백성을 이끌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슬픔과 절망에 빠진 백성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본문 18, 20절 참조)

   그런데 이렇게 갈 데까지 갔고 망할 대로 망한 예루살렘을 향하여 예언자는 외칩니다: “여호와의 손에서 그의 분노의 잔을 마신 예루살렘이여, 깰지어다, 깰지어다, 일어설지어다. 네가 이미 비틀걸음치게 하는 큰 잔을 마셔 다 비웠도다.”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무너진 예루살렘에게 일어서라는 것입니다. 비틀걸음치는 방황의 잠에서 깨어나라는 것입니다. 후회와 비탄과 절망과 체념의 늪에서 빠져나오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 예루살렘에게 깨어 일어서라 말씀하신 사실로부터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당신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긍휼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의 죄를 묵과하지 않으시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백성을 영원한 형벌과 멸망에 처하지는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분노의 잔이 영원히 마르지 않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비록 당신의 형벌을 받고 있는 백성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당하는 억울함과 괴로움에 눈을 떼지 않고 계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당신의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며 그들의 억울함을 기억하시고 반드시 풀어주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당신께서 무너뜨리시고 납작 엎드려지게 하신 백성이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그 백성을 다시 일으키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아무도 이끌 자 없는 백성이라 할지라도 깨우시고 일으키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슬퍼해주고 위로해주지 않는 백성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긍휼을 베푸시고 위로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거룩하시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이시면서도 동시에 당신의 택하신 백성에 대해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참된 위로는 오직 이 하나님으로부터만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옛 예루살렘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나간 수년은 우리에게 마치 술에 취하여 제정신을 잃고 비틀거리며 잃어버린 세월이었다고 여기는 국민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결여되었던 것이 바로 된 지도자였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황폐화입니다. 정치실종과 경제불황을 말하지 않더라도 국방과 안보의 황폐화, 공정한 방송언론의 황폐화, 교육의 황폐화, 윤리의식의 황폐화 등 황폐해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대통령은 부동산문제 말고는 꿀릴 게 하나도 없다고 큰 소리쳤지만 그 말을 수긍할 사람은 제정신 가진 사람 중에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 상황을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분노와 견책의 잔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불충에 대한 분노와 견책의 잔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이 나라를 하나님의 뜻대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지도자를 분별할 줄 몰랐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와 견책의 잔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부르짖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분노의 잔을 마시고 비틀걸음치던 예루살렘을 불쌍히 여기신 것처럼 우리를 불쌍히 여기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깰지어다, 깰지어다, 일어설지어다” 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이에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비틀걸음치며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깨어나야 합니다. 일어서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를 분노하게 하고 암울하게 만든 세월은 지난 2006년으로 끝내야 합니다. 금년은 할 일이 많은 해입니다. 아주 중요한 해입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해입니다. 우리나라와 민족의 장래의 명암이 걸린 해입니다. 잃어버린 세월, 잊고 싶은 악몽의 해들을 끝내고 역사적인 대반전의 해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는 해로 삼아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뒤흔들며 황폐케 한 세력들이 소멸하기 시작하는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를 압박하고 선교와 교육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세력들이 사라지는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새해를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하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