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과 세대주의 신학에 대한 소고
김영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한복협신학위원장)
필자는 전호진 박사의 주장 -“이스라엘에 대하여 친근감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편향은 도리어 기독교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그것은 이슬람 선교를 어렵게 한다.”“미국 정부와 미국 기독교는 이스라엘 편중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한국교회도 이스라엘에 대한 ‘낭만적 짝 사랑’도 중지해야 한다 - 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 전 박사의 견해를 신학적으로 보충하는 논평을 하고자 한다. 단지 전박사의 미국 신보수주의 해석은 일본 진보주의 학자들의 견해에 의존하여, 중도적 복음주의자인 빌리 그래함 등을 극단한 원리주의자로, 개혁주의 전통의 복음주의 학원인 희턴대를 원리주의 대학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그리고 온건한 콘들리자 라이스 등을 극단한 신보수주의자로 분류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는가 생각한다. 필자는 합리적 보수주의(복음주의)와 극단한 보수주의(원리주의)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국 복음주의 교회는 합리적 보수주의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본다.
1. 세대주의 신학은 유대교 공동체와 신약교회를 분리시키는 유대편향적신학이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의 기조를 이루는 것은 세대주의 신학이다. 미국의 세대주의자들은 오늘날 혈통적인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민이라 보고 이에 대항하는 아랍인들은 사단으로 본다. 세대주의자들은 신약의 교회를 하나님의 구속사에 나타난 괄호로 보기 때문에 구약의 약속과 신약의 성취 사이의 연속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세대주의자들은 신약의 교회를 하나님의 구속사의 연속선 상에서 보지 않고 이스라엘의 국가회복이라는 시오니즘과 연결시킨다. 이것은 구속사를 정치적 메시야주의로 해석하는 것이다. 세대주의자들은 하나님의 구속사의 신약적인 예수 그리스도 안의 신령한 하나님의 나라와 백성 개념을 해석학적으로 놓치고 있다.
전천년설 세대주의는 “이스라엘 건국은 종말의 징조이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제3의 성전을 세워야 한다. 이 터에는 지금 이슬람 모스크가 있기 때문에 모스크를 파괴하고라도 성전을 세워야 한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어떤 세대주의자들은 “성전이 재건되어 제사를 드릴 때는 자신들이 특별히 키운 양을 제물로 드리기 위하여 사육하고 있다.” 이러한 사육자를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가축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세대주의는 기독교를 유대교에 종속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신약이 약속하는 회복된 예루살렘 성은 벽돌로 재건되거나 성전 제사도 가축양으로 드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 예루살렘 성(계21:2)이다. 여기서 성전은 없다. 성부와 성자가 성전이기 때문이다: “성 안에 성전을 내가 보지 못하였으니 이는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와 및 어린 양이 그 성전이심이라.”(계21:22).
“천년기전재림파”의 주장 -“재림 실행의 시나리오를 앞 당기기 위하여는 속히 유대인들을 개종시켜야 하고, 반면 아마겟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적인 이슬람을 쳐 부수어야 한다”- 은 재림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신인협력설이다. 재림의 시기는 인간이 앞당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경륜과 예정에 따른 것이다. 세대주의 신학은 유대교에 집착하여 신약이 말하는 예루살렘에 대한 종말론적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 신약은 단지 구약의 보완이 아니라 완성이다. 기독교는 유대교의 완성이지 일부나 보완이 아니다.
2. 선민의 의미는 이미 구약에서 혈통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여호와 신앙안에서 보편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아랍인들도 개종을 통해서 하나님의 선민이 될 수 있다. 구약은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인들의 선민됨을 약속하고 있다: “그날에 애굽 땅 중앙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이 있겠고. 그 변경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기둥이 있을 것이며.. 여호와께서 자기를 애굽에 알게 하시리니 그날에 애굽인이 여호와를 알고 제물과 예물을 그에게 드리고 경배할 것이요 여호와께 서원하고 그대로 행하리라. 여호와께서 애굽을 치실 것이라도 치시고는 고치실 것인고로, 그들이 여호와께로 돌아 올 것이라. 여호와께서 그 간구함을 들으시고 그를 고쳐주시리라”(사19:18-22).
둘째, 신약성경은 초대교회 신자, 즉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신자들을 거룩한 백성, 즉 선민(벧전2:5)으로 선언하고 있다. 신약교회 신자들은 “사도와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엡2:20)요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다”(엡2:20).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으로 나지 않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난자”(요1: 13)들이다. 사도 바울은 육체에 할례를 받은 자가 참 유대인이 아니라 마음에 할례를 받은 자가 참 유대인(롬4:12)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유대인일찌라도 불신앙자이면 이방인이며, 아랍인일찌라도 신앙인이면 선민의 반열에 서게 된다.
3. 신약교회는 이스라엘 민족의 집단적 회개를 약속으로 바라본다.
바울은 로마서11장에서 이스라엘의 완악을 이방 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구속사의 비밀에서 해석한다: “이 비밀은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 까지 이스라엘의 더러는 완악하게 된 것이라.” 이방선교의 결실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집단적 회심이 있을 것을 예언하고 있다: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롬11:26상). 교회는 이 예언이 역사적으로 성취될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비록 이스라엘이 유대주의나 세속주의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선민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택하신 하나님의 약속의 신실성은 인간의 불순종이나 공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 이스라엘의 구원의 문제는 각자가 하나님 앞에 서는 것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개개 아랍인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동일하게 하나님의 선민의 지위로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민족적 선택이 개개인의 구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민족적인 비선택이 개개인의 구원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장벽을 머무시는 하나님의 자유로우신 부르심이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선민과 이방인의 차이가 없다.
4.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의 이분법적 견해는 철폐되어야 한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가 보는 “이스라엘은 선이고 아랍인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세대주의적 근본주의 신학이 가져다준 편향된 시각이며 성경적 시각이라고 할 수 없다.
이사야는 마지막 때에 애굽과 앗수르와 이스라엘에 함께 세계 가운데 복이 될 것을 예언하고 있다: “그날에 이스라엘이 애굽과 앗수르로 더불어 셋이 세계 중에 복이 될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복을 주어 가라사대 나의 백성 애굽이여, 나의 손을 지은 앗수르요, 나의 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 찌어다 하실 것임이라”(사19: 24-25). 이러한 구약의 약속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아랍인에 대한 선교를 하도록 강권한다.
5. 미국은 아랍권을 포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
미국의 중동정책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편향적으로 우호적이며, 아랍에 대해서는 일방적 군사행동주의적이다. 이제 미국의 중동정책은 보다 균형적으로 되어야 한다. 신학적으로 이스라엘의 선택이 반드시 아랍권을 유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선민적 지위는 아랍권에 복과 구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창세기 12장 선민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민 복의 신학적 의미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될찌라…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창12:1-3)
이사야는 열방의 선교와 회개를 예언하고 있다: “내가 그들의 소위와 사상을 아노라. 때가 이르면 열방과 열족을 모으리니 그들이 와서 나의 영광을 볼 것이며, 내가 그들 중에 징조를 세워서 그들 중 도피한 자를 열방 곧 다시스와 뿔과 활을 당기는 룻과 및 두발과 야완과 또 나의 명성을 듣지도 못하고 나의 영광을 보지도 못한 먼 섬들로 보내리니 그들이 나의 영광을 열방에 선파하리라” (사66:18-19). 이 말씀은 유다와 이웃하지 않은 나라들, 스페인(다시스)에서부터 북 아프리카(뿔=리비아, 룻)를 거쳐서 헬라의 섬들(야완=이오니아)를 포함하여 소아시아(메세과 두발)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지역의 여러나라가 하나님께 돌아 올 것을 예언하고 있다.
이것은 바울이 갈라디아에서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아랍인,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가 “하나”(갈3:28)라는 선언에서 실현되었다.
“문화 결정주의(cultural determinism)가 사람들의 설득력을 얻는 시대”에서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메들린 올브라이트 말처럼, 종교적 절대주의를 외교에 정책화 하는 것은 범주적 혼란을 초래한다. 문화결정주의는 “독재국가의 권력자가 자기 백성을 죽이고 살리는 문제는 외세에 간섭에 의하여 민주화될 것이 아니라 자기 백성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변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고 역설한다. “마치 이웃 집의 나쁜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죽여도 말라지 말라는 식이다.” 미국의 전국무장관 올브라이트는 2006년 5월 22일 로이터 통신에 다음같이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종교적 절대주의 때문에 미국의 외교정책이 완고해지면서 다른 국가들이 수용하기도 어려워 졌다.“ ”신앙심 깊은 2명의 대통령(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을 모셔 보았지만 그들은 종교적 견해를 정책화하진 않았다.“ 부시는 강경한 체니나 렘스펠트보다는 중도적인 라이스의 충고를 들으면서 보다 유연한 외교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6. 한국교회는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와 성경의 복음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않된다.
한국교회는 편향된 친미주의로 나가다가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가 저지르는 잘못을 그대로 뒤집어 쓰면서 아랍권 선교에 방해가 되어서는 않된다.
1960년대 비서구 세계에서 서구 식민지에 대한 반발로 불기 시작한 반 서구감정은 급기야 반 기독교 운동과 더불어 선교사 추방운동으로 전개된 것은 선교사적 교훈이다. 미국은 지나치게 세계화와 보편적 가치로서 자유와 인권을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에 제시하면서 반미 감정과 반 세계화를 유발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오늘날 반미세력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종교적 특수성을 너무 내세워 보편적 종교와 가치를 외면하고 미국의 제국주의 성향을 거부한다. 그리하여 미국이 비난받으면서 기독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여기서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가다가는 미국문화와 기독교를 동일시하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 결과 반미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아랍권에서 복음을 전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에 대하여는 신학적으로 여과하고 이스라엘과 아랍권에 대하여 보다 균형잡힌 자세를 취하는 것이 요청된다.
맺음말
한국교회는 미국이 국제화 시대에 보편적 가치관인 자유, 평등, 인권을 확산하는 공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미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제정치 질서 구현은 일방적인 강요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편향된 친 이스라엘 정책에 의하여 수많은 아랍인들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균형잡힌 중동정책을 펼쳐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에 평화를 심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은 이제 네오콘(neoconservatism)에서 방향을 전화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20세기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에서의 식민지 정책에서 배운 교훈을 겸손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명분이 좋다고 하드라도 그 방법은 국제사회의 양식과 공감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군사력이 월등한 초강대국(superpower)으로서 미국은 더욱더 겸손히 자세로 군사적 일방주의를 지양하고 국제사회에서 여러 우방들의 충고를 듣는 자세가 요구된다.
오늘날 일본은 미국과 너무나 밀착하는 데 반해서 한국은 우방인 미국과 상당한 이념적 거리를 두면서 한미의 관계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한국교회는 일방적인 친미나 반미가 아니라 용미를 통하여 복음을 세계만방에 전파하는데 아랍권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없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다. 열린 보수주의야말로 바로 한국 복음주의 교회가 가야할 길로 생각된다. 열린 보수주의는 극단주의와 일방주의를 지양하며 중도적인 합리성의 수단을 선택함으로써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하나님 말씀의 길에 서고자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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