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정치에 대한 교회의 자세와 역할”
최희범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기독교 세계관과 비기독교적 세계관이 충돌하는 세계사, 냉전시대의 정치 이념적 대결이 상존하는 분단된 한반도, 그리고 민주화와 선진화, 경제와 문화와 종교의 강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의 정치적 환경, 그리고 그러한 복잡 다변화하는 역사와 시대 상황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와 기독인들이 ‘정치에 대한 교회의 자세와 역할’이란 과제 앞에 단순하게 속단할 수 없는 종합적 판단과 공의로운 선택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특별히 “하나님 나라가 임하옵시고,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고 끊임없이 기도하는 교회와 기독인들의 삶은 결코 현실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태평성대를 이루고 평화롭고 자유롭고 정의롭고 발전된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어느 누가 정치 현실과 국가의 미래를 염려하겠는가?
교회 안에서도 염려하고 있는 정치적 과제는 북한정권의 핵위협과 인권유린, 종교박해 문제, 국민여론을 도외시한 통일정책 문제, 안보불안을 가져오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와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 국가의 교육과 복지체계를 혼란케하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대처 문제, 12월 19일 대통령선거 등등 이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합법적인 정부와 국회를 용납하고 현실로 인정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교회의 역할은 그러한 정부와 국회와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맹세한 일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올바른 행보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정치에 대한 교회의 자세와 역할”이란 주제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에 존경하는 세분의 발제가 교회와 기독인들에게 교훈이 되길 바란다.
1. 박종화 목사님의 발제에 대한 소견
한국 목회자들 중에 선지자적 신학적 정치 혜안을 가지고 있는 박목사님의 “교회로 하여금 교회되게 하라”는 명제적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한다. 교회론에서 교회는 천상교회와 지상교회로 나뉜다. 지상교회는 곧 전투적 교회로서 완전치 못한 교회요. 세상과 죄악 속에 구속적 사명을 감당하는 공동체이다. 그러한 지상교회의 존재 범위가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가운데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박목사님의 서술처럼 “교회의 정치적 책임과 참여란 예수 그리스도가 체화하고 구현하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정치에 부응하는 역사적 실천”이다. 박목사님은 보수도 진보도 중립도, 기권까지도 모두 정치적 행위라고 한다. 일부 편협적 해석으로 주장하는 ‘정교분리’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명쾌하고도 올바른 해석을 하고 있다. 박목사님은 교회의 정치 참여가 복음에 입각한 제사장적, 예언자적 사명이며, 구체적인 참여방식으로 기존 제도권 정당과 연대하는 방식과 교회가 나름대로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기독교’란 이름을 뺀 새로운 정책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을 제기한다. 하지만 현실 여건상 기존정당에 대한 선택적 연대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또한 아직까지 한국 정치사에 성공한 예가 없는 듯 하기에 신중한 판단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2. 김영한 교수님의 발제에 대한 소견
김교수님은 서두에 종교개혁자들의 몇몇 주장을 제시하면서 교회와 정부가 영역적 분리 속에서 상호관계가 있음을 학자답게 서술하였다. 정부와 정치의 권력이 바로 하나님의 주권에서 부여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교회는 정부와 정치에 대해 예언자적, 도덕적, 양심적, 감시자적, 모범적 대안을 제시하고 발전적인 정치 참여문화를 제시하였다. 교회는 정부와 정치가들의 시녀가 아니며, 또한 정부와 정치가들도 교회의 시녀가 될 수 없다. 정치에 대한 교회의 중요한 역할은 정치적 권위와 행위의 본질과 한계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별히 공감이 가는 것은 정치가 교회의 신앙적 자유를 침해하거나 다수 국민의 뜻에 반하는 망국적인 정치 행태를 보일 때 교회는 적극적으로 선지자적 메시지를 던지고 바른 방향으로 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교수님이 지적한대로 교회와 교단과 연합기관의 이름을 걸고 현실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하며, 다종교사회에서의 기독교정당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3. 김명혁 목사님의 발제에 대한 소견
김목사님은 개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소회를 서두에 피력하며 목회자와 신학자로서의 생각을 정리하여 밝히고 있다.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용서와 사랑과 속죄의 행위를 강조하면서, 초대교회사에 등장하는 순교자들과 대표적인 인물들의 정치 사회 구조 속에서의 비정치적, 무저항적, 순교적 자세를 강조하였다. 또한 한국교회사에 존경받는 길선주, 주기철목사님의 예를 들면서 목회자는 정치적 참여가 아닌 순수 복음전도와 하나님 중심의 신앙운동인 기도와 말씀의 삶을 통해 교회와 나라를 바로 세워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김목사님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영적 도덕적 위기가 국가의 위기를 초래함을 회개하고 위기적 상황 앞에 정치적 참여보다 하나님께로 돌아감이 더 시급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특별히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신자 개인적으로 참여함이 옳고 교회나 목회자의 신분으로 참여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며 최근 한국교회 일부 보수교회와 지도자들의 지나친 정치 참여를 지적하고 있다. 김목사님의 발제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나 너무 보수 교회와 지도자들만 지적하는 면이 없지 않다는 우려를 가져본다. 오늘날 국가적 위기와 정치적 혼란 앞에 과연 일부 진보적 교회와 지도자들의 편향적 정치 참여와 과오, 그리고 일부 중도적 지도자들의 방관은 왜 지적하지 않는지?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것은 진․보수를 초월한 모든 교회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현실 정치권 내부 또는 가까이에 있는 일부 진보적 교회와 지도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중요하다 하겠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 국가의 주인은 중세시대의 봉건적인 왕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 권리 행사 중에 중요한 하나는 정치적 참여인 투표권에 있다. 교회의 구성원은 기독인들이며 이들도 국민의 범주와 마땅한 권리행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오늘 한복협에서 주최하는 4월 월례회에 ‘정치에 대한 교회의 자세와 역할’이란 주제를 정한 것은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 교회의 정치 참여 현상과 금년 12월 19일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 사료된다. 만약 그렇다면 교회의 현실 정치 참여에 대한 입장을 세분의 유력한 교계 지도자들을 통해 듣고 참고할 수 있음은 감사한 일이다.
응답자는 개인적인 소견에 따라 좀 더 구체적 정치 참여의 방안으로 선진 공명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다음과 같이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독인 선거 참여지침”을 제안하며 교회와 기독인들이 국민의 주권을 바르게 행사하도록 권장하고 싶다.
1) 공명선거와 올바른 지도자 선택을 위해 기도한다.
2) 선진 선거문화와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한다.
3) 선심공약 • 금권선거 • 흑색선전 • 상호비방 • 불법행위를 척결한다.
4) 교회와 기독인 유권자 100% 투표참여 캠페인을 적극 전개한다.
5) 선진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교단과 단체, 교계 신문방송과 협력한다.
6) 설교와 교육과 주보를 통해 선진 공명선거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7) 예배시간과 교회모임에 특정 후보자를 소개하거나 선전하지 않는다.
8) 독거노인, 노약자, 장애인 유권자들을 도와 투표참여의 기회를 준다.
9) 청년대학생 유권자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투표참여를 독려한다.
10) 혈연 • 지연 • 학연 • 세대 • 계층 • 종파를 초월한 바른 선택을 한다.
11) 후보자의 자질 • 경력 • 능력 • 정견 • 정책을 비교평가하여 선택한다.
12) 애국• 애민의 희생정신과 국가 미래적 비전이 확실한 후보자를 선택한다.
13) 선거후 합법적 결과에 승복하고, 화합 • 협력 • 통합정신으로 나아간다.
교회의 근본 사명은 하나님의 나라 확장과 복음전파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 감당이다. 교회와 목회자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자제해야 될 일이지만 선지자적 사명과 예언자적인 사명은 적극 감당해야 한다. 교회가 지향하는 정치는 하나님 나라이다. 교회의 올바른 정치 참여는 세상 사람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거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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