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주제 발표>

슬픔의 의미

-인간의 죄, 하나님의 슬픔-

                                                                              김    성    영
                                                                              전 성결대학교 총장
                                                                               Ph. D. Litt. D.

Ⅰ. 서언

‘슬픔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지 않을 뿐더러 광범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난주간을 보내며 우리가 깨닫고자 하는 ‘슬픔의 의미’는 성경이 증거하는 근원적인 문제이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대속사역에 있어서 슬픔은 독립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며 오늘의 세 주제인 '고난 - 슬픔 - 십자가'라는 연관선상에서 이해해야 할 논제라고 생각한다.
슬픔의 의미에 접근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슬픔의 원인, 또는 그 출발을 밝혀 둘 필요가 있다. 슬픔의 ‘원인’이 진짜 슬픔이기 때문이다. 창세기 3장 16절 이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니 곧 인간의 죄이다. 하나님의 금령을 어기고 범죄한 아담과 하와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바로 고통과 수고였다(3:16,17). 즉 인간의 비극은 죄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C. S. 루이스가 인간의 모든 「고통의 문제」는 C. S. Lewis,  Problem of Pain, 김준곤 역 (서울: 성암문화사, 1960) 참고
죄에 근거한다고 지적한 것은 독창적인 주장이 아니라 지극히 성서적이다. 불안과 공포, 근심과 걱정, 슬픔과 분노 등 인간의 모든 어두운 측면은 죄로 말미암아 연유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인간의 비극적인 실상을 묘사하는 ‘제반 문학과 예술은 죄로부터 시작한다.’고 말죤 러스킨(John Ruskin)의 통찰은 의미가 깊다. 김성영, 「기독교문학이란 무엇인가?」 (서울: 도서출판 예솔, 1991), p.10.
문학과 예술 뿐 아니라 하나님을 떠난 윤리와 도덕, 사회 현상 전반이 그러하다.
발표자는 죄로 말미암은 인간의 슬픔의 의미를 성경에서 살펴보고, 인간은 어떻게 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연결하여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Ⅱ. 본언

Ⅱ-1 : 슬픔과 관련된 성경 상의 용어

슬픔(Grief, Sorrow; 슬퍼하다 Grieve)을 구약성경에서 표현한 단어 군(群)에는 ‘한탄하다’, ‘애통하다’의 뜻으로 דꚔ꘍(사파트) דꚔ꘍는 슥12:12; 왕상14:13; 슥12:10; 삼하11:26; 겔24:16;미1:8; 렘6:16; 삼하3:31; 렘49:3; 전3:4; 사32:12; 창23:2등에 기록됨.
가 있으며 ‘슬픔’에 해당하는 명사형으로  ד꘴ꘔꗬ(미스페트) ד꘴ꘔꗬ는 창50:10; 슥12:10; 암5:16,17; 미1:8; 렘48:38; 겔27:31등에 기록됨.
, ‘염려’에 해당하는 סꘞꗐ(카아스) סꘞꗐ는 신32:19; 삼상1:6,16; 왕상15:30; 시6:7; 잠12:16; 전1:18등에 기록됨.
와 ‘고통스럽다’에 해당하는 רꙧꗪ(마라르) רꙧꗪ는 롯1:13; 삼상30:6; 왕하4:27; 슥12:10등에 기록됨.
등이 쓰이고 있다. ‘비탄에 잠기다’, ‘근심하다’를 뜻하는 הꗚꖎ (할라)와 ‘걱정’에 해당하는 יꗡꖘ(할리)와 ‘정신적으로 고민하다’는 뜻의 ב꘽ꘝ(아차브)가 쓰이고 있다. 슬픔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단어로 ‘고난’을 뜻하는 הꙜ꘼(차라)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슬픔은 독자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고 인간의 ‘고뇌’와 ‘고난’, ‘근심’등과 연관되어 있으며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신약성경에서는 λύπη(뤼페)가 일반적인 고통와 고난의 의미로 사용되며(히12:11; 벧전2:19), ‘마음 속의 고뇌’(눅22:45; 요16:6,20; 롬9:2)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πἑνθος(펜토스)가 슬픔, 비탄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마9:15; 고전5:22; 약4:9).
참고로 한글성경(개역판)에 ‘슬픔’(슬퍼하다)으로 번역된 곳은 176군데이다. 슬픔(28): 슬퍼 보이다(1), 슬퍼하다(66), 슬프다(47), 슬퍼(20), 슬피 부르짖다(7), 슬퍼 울다(15)등을  포함; 김성영편, 「완벽성경성구대전」, (아가페출판사, 1982) 권4, pp.208-213 참조.  
‘(마음이) 근심되다(창26:35)’, ‘노하다’(창34:7), ‘근심하다’(출1:12), ‘(마음이) 아프다’(롯1:13), ‘애태움’(삼상1:16), ‘(마음이) 괴로움’(삼상30:6), ‘염증이 나다’(욥4:2), ‘산란하다’(시73:21), ‘혐오’(시119:158)등의 낱말이 유사어 또는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Ⅱ-2 : 슬픔에 관한 성경의 여러 묘사

성경은 인간의 슬픔의 유형을 여러 가지 측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먼저 구약성경에서는 사무엘하 1장 19절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윗의 조사(弔辭)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은 슬픔(잠10:1),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은 슬픔(창3:16,17; 시16:4), 하나님의 진노의 결과로서의 슬픔(시88:7-9; 애1:1-12; 겔23:33-35), 징계의 목적으로 오는 슬픔(삼하7:14; 대하6:24-31), 회개의 표현으로서의 슬픔(수7:6,7; 욘2:1-9)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신약성경에서는 슬픔 슬픔을 의미하는 λύπη는 ‘슬픔’, ‘한숨’, ‘근심’, ‘서러움’(요16:6; 히12:1)의 뜻을 포함함.
을 ‘고통’ 고통을 의미하는 ὀδύνη는 ‘슬픔’의 의미이며 , ᾠδιν은 ὀδύνη와 유사하나 특히 ‘해산의 고통’(살전5:3)을 뜻함.
, ‘고난’ 고난을 의미하는 πάθημα는 ‘고통’, ‘고생’(히2:9), συμπάσχω는 ‘핍박당하다’, ‘슬픔을 겪다’의 뜻.
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롬8:17; 히15:8; 벧전1:11), ‘마음 속의 고뇌’(눅22:45; 요16:6,20; 롬9:2)의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의 대속사역과 관련하여 ‘고민’ 고민하다를 의미하는 άδημονἐω는 ‘괴로워 하다’, ‘매우 슬퍼하다’의 뜻을 , περίλυπος는 ‘매우 슬픈’의 뜻이다.
(마26:37,38; 막14:34)의 뜻으로, 죄에 대하여 ‘통분히 여기심’ 통분히 여기다의 ἐμβριμάομαι는 ‘분배하다’, ‘한숨짓다’의 의미임.
(요11:33)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Ⅱ-3 : 인간의 죄에서 연유한 슬픔

서언에서 전제한 바와 같이 슬픔은 인간의 죄에서 연유한다. 이것은 가장 근원적인 슬픔의 문제이다. 위에서 살펴 본 여러 슬픔과 현상과 유형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즉 죽음이 가져오는 슬픔과 인간의 어리석음과 하나님의 진노, 이별의 슬픔 등 인간 역사에 나타나는 제반 슬픔의 현상은 근원적으로 인간의 죄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이 표명한 바와 같이 인간의 슬픔은 피조물이 다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 하는 것(롬8:22), 즉 죄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신약 성경은 슬픔-죄-과 은혜를 상보(相補)의 관계로 보았다(요16:20이하; 히12:11). 바울은 회개를 통하여 구원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뜻에 의한 슬픔’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세상의 슬픔’을 대조적으로 설명한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슬픔은 그리스도의 대속의 사역과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 왜냐하면 죄로 말미암아 죽게 된 인간은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기 때문에 슬픔은 죄로 인하여 죽음과 고통의 심연에 처한 죄인을 속량하시는 구원의 주이신 메시야와 관계된다. 슬픔은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은 것이요 슬픔의 극복은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대속사역,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죄를 자기화하심 속에는 인간의 죄뿐 아니라 이로 말미암은 인간의 모든 질고와 슬픔까지도 대신 담당하심을 포함하고 있다(사53:4).
죄를 알지 못하신 주님께서 우리로 인하여 죄인과 같이 되셨다. 자기 안에 슬픔을 알지 못하신 분께서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슬퍼하게 되셨다. 그리스도의 고뇌와 슬픔은 나의 것이고 우리의 것이고 인류의 것이다. 십자가를 목전에 두신 주님은 그래서 마지막 밤까지 심히 고민하고 슬퍼하시면서 흐르는 땀방울이 변하여 핏방울처럼 되도록 처절히 기도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육화(Incarnation)에는 인간의 슬픔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Ⅱ-4 : 하나님의 슬픔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슬퍼하신 - 한탄하시고 근심하신 - 사례는 창세기 6장 6절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관영함과 그 마음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근심하다(ב꘽ꘝ)는 말 속에는 ‘걱정하다’, ‘성내다’, ‘슬프다’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
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슬픔이 인간의 죄 때문임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아담이 하나님의 금령을 어긴 최초의 범죄(창3:6)와 관련하여 하나님은 진노와 함께 슬퍼하셨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하나님은 창조사역과 관련해서는 ‘좋아하셨다’(창1:4,10,12,18,21,25,31).

범죄한 아담에게 하신 하나님의 음성에 유의해 보자. 아담에게 “네가 어디 있느냐”(3:9), “누가 너희 벗음을 네게 고하였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3:11). 뱀에게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육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종신토록 흙을 먹을 지니라. 내가 너를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고 너희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3:14,15). 여자에게 “내가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3:16). 아담에게는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한 나무 실과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3:19) 라고 하셨다.
이처럼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은 진노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표현 할 때 ןוֹרꖎ(출15:7), ף꘽Ꙍ(fp10:6), ףאַ(민11:10), סꘞꗐ(왕하21:6).등의 단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ףאַ는 고통 중의 한숨,  סꘞꗐ는 슬픔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슬퍼하셨다. 그러면서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나무 실과를 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3:22) 두 가지 일을 하셨다. 하나는 범죄한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내어 보내어 토지를 갈게 하셨다(23).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 길목을 지키게 하신 것이다(24). 23절의 ‘내어 보냈다’는 표현을 24절에서는 ‘쫓아내셨다’고 했으니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의 진노와 슬픔이 어떠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발표자는 성경의 이 부분에 대하여 졸작 서사시 <아하바트 아도나이>에서 아담을 추방한 하나님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그대는 가고 있고나, 사람은 떠나고 있고나 / 님을 떠나 정처 없는 그대의 무거운 어깨에/ 사망의 쏘는 화살처럼 형벌의 햇살처럼/ 쏟아져내리는 님의 노여움은 차라리/ 그날로 터져버린 사랑이란 이름의 꽃씨/ 펄펄 끓는 쇳물, 훨훨 타는 가슴이고나/ 죽음을 게워내는 어미의 단장(斷腸)인 것을 / 가슴을 녹여 내릴 때의 새의 울움이 /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대는 아는가 / 그대로 하여 가슴이 녹은 님을 아는가/ 아담, 바탕골을 떠나는 그대의 마음과/ 그대를 떠나 보내야 했던 님의 마음이 / 누구의 마음이 더 가을밤 빗소리였으랴/ 오오, 그대의 얼굴이 님의 얼굴을 닮았다면 / 그대가 님의 얼굴을 잃어버린 이후로는/ 님도 얼굴없이 사느니라, 얼굴없이 사느니라/ 오오, 그대의 심장이 님의 심장을 닮았다면 / 그대가 님의 심장을 잃어버린 이후로는 / 님도 심장없이 사느니라, 심장 없이 사느니라” (성경서사시 「아하바트 아도나이」 제1권, p.93. 창조문예사 간)
가령 잘못을 저지른 자식을 훈계하다가 끝내 깨닫지 못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을 때 그 어미는 그 자식을 집에서 내어쫓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때 그 어미의 심정 또한 분노와 슬픔에 다름 아닌 것이다.
죤 밀튼의 그의 <실락원>에서 인간을 창조하기 전, 인간의 범죄와 관련하여 천상에서의 성부와 성자가 대화하는 장면을 다루고 있는데 성부 하나님께서 인간이 범죄할 것을 말씀하시자 천군과 천사의 기쁨의 찬송도 일순 멎어버린다. 밀튼은 인간의 범죄를 말씀하시는 성부의 심정을 비통한 분위기로 묘사한다. “아들아, 이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이러한 아버지의 근심에 화답하는 성자 하나님의 반응 또한 비감하다. “아버지여, 당신께는 은총이라는 발빠른 사자가 있나이다. 저들을 멸해서는 아니됩니다. 나를 보내소서, 나를 대신 받으소서, 당신의 노여움을 내게 내리소서.”라고 간청한다. John Milton, Paradise Lost (Chicago: Eneyclopedia Britannica, Inc., 1990), Great Books Vol. 29., p. 140.
비록 시인의 상상력에 의한 묘사이지만 인간의 범죄를 선견(先見)한 만세 전 성부와 성자의 천상대화(天上對話)는 이토록 심각한 근심과 고뇌와 슬픔의 주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정황을 빌립보서 2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6,7).
하나님은 대적하는 자에게 진노하시고(출15:7), 음행하고 우상에 절하는 백성에게 진노하신다(민25:1-3; 대하24:18). 또한 당신의 언약을 지키지 않는 자기 백성에게 진노와 분한(忿恨)과 통한(痛恨)을 하신다(신29:28). 안식일을 범할 때에 진노하시고(느13:8), 악인에게 진노하신다(잠14:35). 이스라엘을 대적하는 모압을 향하여 슬퍼하고(렘48:1) 우셨다(렘48:3).
이러한 하나님의 진노와 슬픔을 함축적으로 이해하자면 그것은 곧 인간의 죄와, 그것으로 파생된 온갖 죄악된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Ⅲ. 메시야이신 예수의 슬픔

‘슬픔의 의미’는 메시야이신 예수의 사역에서 분명해 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의 사건 자체가 자신을 비하시킨 슬픔의 사건이다. 그의 성육신하신 목적이 아버지의 뜻을 성취하기 위하여(요4:34), 즉 죄인의 구원에 있으므로 인류의 죄로 인한 ‘고난과 - 슬픔과 - 십자가’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땅의 주인이 자기 땅에 오셨으나 세상이 그를 영접하지 아니하므로 사관의 여물통에 그 몸을 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마8:20)고 탄식하셨다. 죄로 말미암은 인간의 비극을 철저히 사시고 체휼하신 것이다(히4:15).
예수께서는 패역한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시며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피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마23:37)하고 탄식하였다. 이처럼 주님은 죄에 대하여 분노하시고 슬퍼하셨다.
베다니 촌 나사로의 무덤 앞에 선 예수께서는 심령에 통분히 여기시고 민망이 여기시며 눈물을 흘리셨다(요11:33-35). 죄인에 대해 긍휼이 여기심과 동시에 인간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죄에 대해 진노하시는 주님의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주신다.
예수 그리스도의 슬픔-고뇌-의 절정을 우리는 십자가 고난을 앞두신 가운데 겟세마네 동산에서 처절히 기도하시는 장면에서 발견하게 된다. 마태는 그 밤의 정황을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실 새 고민하고 슬퍼하사”(마26:37)라고 묘사하고 있다.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시기 위해 인간이 되신 하나님의 신․인 양면성, 인간적인 고민과 죄에 대하여 분노하시는 신적 슬픔을 발견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마태는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38)고 함으로써 인성을 지니신 주님의 인간적인 고뇌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가도 이 장면을 “심히 놀라며 슬퍼하사”(14:34),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35)고 증언했으며 누가는 예수의 고뇌와 슬픔을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었다’(눅22:44)고 정황적으로 표현함과 아울러, 예수를 가까이 따른 제자들이 ‘슬픔에 겨워’ 잠들었다고 함으로써(45) 예수의 고뇌와 슬픔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에서 발견하는 슬픔의 의미는 이 땅에서의 고단한 삶이 그에게 가져다주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분노하시고 고민하시며 슬퍼하시는 영적 고통이라 할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에덴동산에서의 인간의 범죄와, 죄악이 관영한 세상에 대하여 슬퍼하신 하나님의 비애와 일치하는 것이다.
인간은 죄로 말미암아 비극적인 존재가 되었다. 죄는 인간에게 모든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슬퍼하시는 하나님을 인간에게서 이 슬픔의 굴레를 벗겨 주시기 위하여 메시야를 이 땅에 보내셨으며, 그는 우리의 죄악과 질고와 슬픔을 대신 담당하셨다. 주님의 슬픔은 죄인된 나의 슬픔이다.
반면에 우리의 슬픔을 전가 받으신 주님께서는 십자가 고난과 부활 승리를 통하여 우리에게 기쁨을 전가해 주셨다. “ 여호와께 구속된 자들이 돌아와서 노래하며 시온으로 돌아와서 그 머리 위에 영영한 기쁨을 쓰고 즐거움과 기쁨을 얻으리니 슬픔과 탄식이 달아나리이다”(사51:11).


Ⅳ. 결언

발표자는 서언에서 슬픔의 의미를 ‘슬픔의 근원적인 원인’에서 찾아야 함을 제기하였다. 즉 인간의 비극은 바로 아담의 범죄로 말미암아 초래된 것으로서 죄가 슬픔의 근원적인 원인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죄로부터 온 것이다. 바로 인간의 죄 때문에 하나님은 진노하시고 슬퍼하셨으며, 이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하여 메시야를 보내셨다. 인류의 구주로 오신 예수께서는 그래서 인간의 죄로 말미암은 슬픔을 대신 담당하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표자는 성경에 기록된 슬픔의 제 양상을 제한적으로나마 찾아보았으며, 이러한 인간 현실의 슬픔의 양상은 죄의 범주 아래 있음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슬픔’을 달리 표현한 넓은 의미의 유사어 또는 동의어도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죄인의 슬픔은 하나님의 슬픔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슬픔임을 찾아보고 십자가 대속 사역을 통해 슬픔의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중요한 것은, 죄로 말미암은 인간의 슬픔은 그것이 최종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슬픔은 그것을 친히 담당하신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를 통해 극복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의 목적이 여기에 있다.

# 호환성의 문제로 히브리어 헬라어가 제대로 실리지 못한 점을 양해바랍니다.
혹시 원문을 확인하시고자 하는 분은 한복협 사무실로 문의바랍니다. -한복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