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신학적 평가

                                                         박종화(경동교회)


1. 유럽의 「반이스라엘 주의」의 진상

1.1 「반셈족주의」(anti-semitism)가 유대인들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적대주의 성향을 띠고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엽으로 독일의 Wilhelm Marr("Antisemitische Hefte" 1880)에 의해 처음 등장했다. 여기서 유대인에 비하여 소위 “아리안족”(Aryan= 산스크리트어로 “귀족”(noble)이라는 뜻)이 신체구조나 종족에 있어서 우월하다고 주장했고, 독일의 나치는 “아리안족”이라는 말을 “백인이며 비유대적 인종”의 뜻으로 차용해서 썼다.

1.2 반셈족주의는 내용상으로 보면 그연원이 훨씬 오래이다. 로마제국은 유대인들의 독특한 신앙형태와 예배형식과 맞물려 로마시민권을 거의 허용치 않았다. 나아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수용된 이후부터는 유태인들은 “하나님의 아들을 살해한 자들”(deicide)로 경멸받으면서 사회 각 영역마다 엄청난 소외와 핍박을 받아왔다.

1.3 서유럽에서는 불란서 혁명과 계몽주의 이후 정교분리가 추진되면서 유대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나 상당히 제한된 범위였으며, 동유럽 특히 폴란드와 러시아에서는 1800년대부터 “적그리스도”로 낙인찍혀 수 많은 수모를 당했다. 독일의 나치정권하에서는 유럽전체 유대인들의 2/3가량인 600만 유대인들이 학살당했다.

1.4 중동지역의 이슬란권은 같은 셈족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생태적인 반유대적 성향에 더하여 유대민족의 독립국가 주장인 「시온주의」등장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갈등과 반목을 더해 오고 있다.

1.5 2차 세계대전이후 WCC는 Amsterdam에서의 창립총회(1948)에서 「반셈족주의」가 연원을 따질 것 없이 “반신앙적”이며 동시에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죄악”임을 선언했고, Vatican공의회(1962-5)역시 모든 유대인들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책임이 있기에 하나님의 저주의 대상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2. 영국, 미국의 「친이스라엘주의」의 변모

2.1 「시온주의」(Zionism)는 유럽에서 당대의 민족국가의 등장물결도 탔지만, 유대인들 자신의 소외와 핍박을 상쇄하면서 독자적 민족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열망에서 등장햇으며, 1987년 8월 29일-31일 스위스 바젤에서 모인 유대인 국제회의는 “시온주의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틴 땅에 공공적으로 인정되고 합법적으로 보자오딘 국가를 건설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면서 정치적 메시야니즘의 운동체로 등장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① 유대인 농부, 상공인의 팔레스틴 거주촉진, ② 민족의식과 자아이식 고취  ③ 전체유대인을 속한 땅의 법률에 따라 지역적 집단으로 적절히 선별하고 배정 ④ 시온주의 정착을 위해 여러 국가들의 인정과 지원을 추구할 것을 결의했다.

2.2 영국에는 유대인들의 고토회복을 지원·지지하는 전통이 청교도시대부터 뿌리깊게 있어왔고, 미국의 경우 유럽에서의 박해를 피하여 미국으로 집단이주하면서(특히 1881-1914) “미국사회속에서의 유대적 삶의 복원”을 줄기차게 밀고 나갔고, 미국사회의 각 분야에 엄청난 힘을 축적해 나간 것이다.

2.3 「이스라엘」국가의 성립에는 미국의 윌슨대통령 치하의 “민족자결주의”무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1917년 국무장관「벨포어」의 “유대국가 독립보장 선언”에 뒤이어 1918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유사한 선언ㅇ르 했고, 교황의 호의적 선언도 뒤따랐다. 1920년 4월 25일에는 주요 동맹국가들이 모여 이스라엘을 “국제연맹 휘하에서 팔레스틴에 설립하여 영국위임통치지역”으로 하기로 선언(산리모 선언)한 바 있다.

2.4 유대인 집단의 미국내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잘 알려져 있고, 그에 따라 미국의 정부가 정권교체와 상과 없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쳐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특히 「9.11이후」의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노선과 신세계주의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소위 「기독교 우파」(the Christian Right)는  일종의 “기독교적 시온주의 운동”의 성격을 띠며 일방주의적 친이스랑레 노선을 추구한다. 예수의 재림이전에 모든 이스라엘 민족이 고향 땅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운동이다. 이것이 “미국선민주의”와 신앙적으로 결부되면서 종교적, 이념적 결합을 하고 있다.

3. 몇가지 평가와 전망

3.1 「반셈족주의」는 오늘날의 국제정치 현실에서도 옳지 않고, 신학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다.
3.2 신학적으로 구약성경의 「이스라엘」과 시온주의가 태동시킨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은 적어도 비유대적 측면에서 보면 동일한 가치와 위상을 지닌다고 볼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민족주의화 - 율법주의화」를 깨고 「만백성 구원화-복음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3.3 미국의 네오콘 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일방주의적인 “신 시온주의”는 세계와 모든 인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고 수치스러운 오만과 독선이다. 적어도 그리스도의 “Christian"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신 시온주의는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다시 세례받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