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동남아시아의 정치, 문화, 종교적 상황
김병선 선교사
한복협 총무, 한국연합선교훈련원장
1. 동남아시아의 상황
1.1 위치: 동남아시아는 인도차이나반도와 그 남동쪽에 분포하는 말레이제도로 구성되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이 포함된다. 동남아시아의 지리적 위치는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태평양과 인도양 양대양의 접점을 차지하는, 해양을 통한 동서교통의 요충지이다.
1.2 종족: 지리적 위치와 복잡한 지형 때문에 예로부터 인류의 이동, 정착의 무대가 되어 복잡한 민족이 분포한다. 크게 나누면 반도의 인도차이나 종족과 말레이반도에서 도서에 걸쳐 분포하는 말레이 종족으로 나뉘나, 인도차이나 종족은 다시 베트남, 캄보디아, 타이, 미얀마 등의 종족으로 나뉘고, 분포지역에는 선주민인 소수 미개 민족도 뒤섞여 산다. 말레이 종족도 미개 말레이족과 개화 말레이족의 구별이 있고, 또 개개의 섬마다 종족의 차이가 있다. 그 밖에 화교, 인도인, 유럽인 및 그들과 원주민의 혼혈족도 각지에 분포한다.
1.3 인구: 현재의 인구는 반도에서 약 1억 400만, 도서부에서 약 1억 7000만에 달하여, 세계의 열대지역 중에서도 현저하게 인구집중을 나타내는 지역이다. 그러나 분포와 밀도는 지역적으로 극히 불균등하여, 큰 하천의 삼각주 지역이나 자바 섬과 같은 세계적인 인구조밀지역과 현저하게 인구밀도가 희박한 지역이 바로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와 같은 복잡한 민족분포는 그대로 언어의 복잡성으로 나타난다.
1.4 언어: 언어계통으로 보면, 반도에는 ‘티베트버마제어’에 속하는 것으로 태국어, 버마어, 라오스어,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하는 것으로 베트남어와 캄보디아어 등이 있고, 도서부에서는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언어가 널리 쓰인다. 그러나 도서부에서는 섬마다 독자적인 지방어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인도네시아어라고 부르는 것은 일종의 공통어이다.
1.5 산업: 동남아시아는 아직 농업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농업지역이어서, 취업인구 중 농업종사자의 비율이 65∼85%를 차지한다. 농업형태는 크게 원시 화전농과 정주 미작농 및 재식농업으로 나뉜다. 그 중 화전농은 지력을 소모시키기 때문에 각국에서 금지하기 시작했으나 간단한 방법으로 경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인구가 희박한 산지를 중심으로 총경지의 1/3 가까이를 차지한다. 쌀농사는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에 가장 적합한 농업이므로 예로부터 주종 농업이었다. 반도의 삼각주 지대나 도서부의 해안저지가 거의 쌀농사지대로 개발되고, 특히 태국, 미얀마 등지는 곡창으로 불리나, 쌀농사는 원래가 자급을 위한 농업으로 영위되어 왔다. 식민지적 농업 성격을 반영한 플랜테이션은 근대에 들어와서 발전한 농업으로, 고무, 커피, 사탕수수, 담배 등을 중점적으로 재배하여 세계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으나 전후에는 식민지 체제의 붕괴, 대체품의 개발 등으로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지하자원도 풍부하여 주석, 철광석, 보크사이트, 석유 등은 세계적 산지이다.
1.6 역사: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잇는 위치 조건으로 해서, 선주민인 오세아니아계 인종 문화에 북방의 아시아계 인종 문화가 가미되었다. 또한 동부아시아의 문화의 중심인 중국과, 남부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도 두 나라 사이의 중계 지대였기 때문에 역사에는 원주민족의 세력권 문화 위에, 베트남에서는 중국의 통치양식을 유교적, 도교적인 중국문화와 함께 받아들였고, 그 밖의 지역에서는 대체로 인도의 통치형태를 불교적이고, 힌두교적인 인도문화와 함께 보편화시켰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중간에 있어서 동서 두 해양을 무대로 통상활동을 한 중세 아랍인은 이 지역의 무역을 거의 독점하면서, 말레이반도에서 인도네시아에 걸친 말레이시아 지방에 이슬람 문화권을 형성하고 이슬람 왕국을 일으켰다. 16세기 이후 아랍인의 뒤를 이어 이 지역에 등장한 포르투갈, 스페인, 화란, 영국, 미국 등은 식민지의 장으로 삼았다. 스페인은 필리핀 제도를, 화란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삼았다. 대륙에서는 포르투갈이 일찍이 말라카를 기지로 삼았으나, 19세기에는 영국이 말레이반도, 싱가포르, 미얀마를, 프랑스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식민지화했고, 필리핀은 스페인으로부터 미국으로 영유권이 넘어갔다. 이로써, 동남아시아는 태국 한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이 구미 국가의 지배를 받았다. 유럽 국가는 그리스도교 문화를 심는 한편, 지배와 개발로 부를 챙겼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반제국주의, 반식민지주의의 민족운동이 고조되어 오늘날은 전 지역이 독립하였다.
1.7 문화: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중간지대에 위치하여 문화면에서도 두 나라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베트남은 BC 2세기에서 AD 9세기경까지 한족(漢族)의 지배를 받았으므로, 문화는 거의 중국적인 요소로 이루어지고 인종도 일찍이 중국 남쪽에 번영한 월족(越族)과 관계가 있다. 태국인도 본래 중국의 쓰촨[四川], 윈난[雲南] 등지에 살았던 민족으로, 언어와 문화면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짙다. 그러나 역사시대에 동남아시아 전 지역에 걸쳐 현저하게 나타난 문화적인 현상은 인도문화의 파급과 그 섭취이다. 베트남 등 중국 남서부의 민족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민족이 인도문화의 혜택을 받았고, 그들의 문화 유적은 거의 인도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독일 민족학자 바스티안이 동인도제도(East Indies) 또는 외인도(外印度:Inde extrieure)라고 부른 지역에 ‘인도네시아’라는 명칭을 붙인 것도, 이 지역이 인도문화의 전파지역이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자바 동부의 뜽그르족 지역과 발리섬은 힌두교가 강한 지역이다. 전통적인 촌락생활이 주축을 이루며, 그들 촌락에는 혈연과 지연의 결합관계를 바탕으로 상호부조적인 제도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여러 외래종교는 각 민족의 생활을 강하게 지배하는 요소가 되고 있으나, 동시에 예로부터 애니미즘적인 원시신앙이 뿌리를 박고 있어 그것이 결합된 의식이나 범절을 쌀농사를 중심으로 한 연례행사나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화는 지역적 다양성을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공통된 통일성이 있는데, 이는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현상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색이다.
2. 주목해야할 동향들
2.1 경제: 1997년 아시아의 경제 몰락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다른 나라들을 장기적 침체의 늪에 빠뜨렸으며, 세계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IMF사태 이전과 비교하여 현재까지 환률이 4배정도 약화되어 있으며, 경제의 어려움으로 정신병자들이 급증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많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2 이주 노동자들: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얀마에서는 인력 수출이 주된 외화 수입원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질병의 확산, 불안정한 가정생활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2000-2005년간 매년 5만 명을, 2005-2010년간은 매년 15만 내지 20만 명의 인력을 수출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송출되는 나라는 타이완, 한국, 일본, 리비아 등이다. 인력 수출에 있어서 베트남은 태국과 경쟁관계에 있다. 태국은 1996-1999년 사이 총 27만 명의 인력을 수출했으며,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총 30억 US$에 달했다.
2.3 분리론자들로 인한 내전: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오랜 내전 후 독립했고, 서 빠뿌아(구 이랸 자야)와 북부 수마트라의 아체가 독립을 요구하며 계속 투쟁을 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서 빠뿌아를 세 개의 주로 분립하여 세력규합을 가능한한 약화시키려하고 있다. 아쩨 지역에는 정체 불명의 민병대에 의해 아쩨 사람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있는데 이것이 정부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Mindanao) 섬과 술루(Sulu) 제도에서 분리 독립 운동을 전개해 온 모로(Moro)족 즉 필리핀 무슬림들의 이야기는 근 30년 가까이 된다. 이들의 반정부 무장 활동은 1990년대 중엽 뜸해졌다가 요즈음 다시 과격해지고 있다.
2.4 비기독교 세계종교의 부활: 비기독교 세계종교는 점점 더 크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종족간에 내분을 조장하고, 기독교 복음전도와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⑴ 이슬람교는 점점 더 투쟁적으로 변하면서 관용을 잃어버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강력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1997년 씨뚜본도라는 곳에서 마두라족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교회가 불태워지고 부서지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계속하여 각처에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위협과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테러조직인 저마 이슬라미야(JI: Jemaah Islamiyah)는 1994년에 인도네시아인들에 의해 말레이시아에서 창설되었으며, 알 카에다와 연결되어 있고,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에 회원과 추종자들을 갖고 있다. JI는 느슨하지만 활발하게 움직이는 세포 조직들을 통해 활동한다. JI의 창설자는 1999년에 죽은 압둘라 숭까르(Abdullah Sungkar)로, 그는 아부 바까르(Abu Bakar)와 함께 중부 자바에서 이슬람 학교를 세웠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말경만 하더라도 테러가 주로 현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행해졌지만, 2002년 10월 12일 발리 테러사건 이후로는 “서양적인 것”이 목표가 되었다. 발리 사건의 주혐의자인 JI 행동대원 함발리(Hambali)와 이맘 사무드라(Imam Samudra)는 2000년도 테러 사건들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의 말루꾸에서는 지난 금세기초 3년간 이슬람과 기독교인의 분쟁으로 수십만 명이 제 집을 떠났으며, 본래 기독교인이 다수인 말루꾸 주의 수도인 암본(Ambon)은 전쟁으로 황폐화되었다. 이로 인해 최소한 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은 2000년 중엽 자바섬에서 라스카르 지하드(지하드 군병) 조직에 속한 수 천명의 민병대가 도착함으로 더욱 격렬한 양상으로 발전했다. 서로 적대적인 기독교 파와 무슬림 파의 지도자들은 2002년 2월 12일 양 종교집단간의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고, 지금은 비교적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태국 남부에서는 금년 1월부터 무슬림의 폭동으로 불교 승려가 테러를 당하면서 불안을 느낀 승려들이 최근 절을 버리고 도망하여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남부지역 24개의 절이 승려들이 도망가 버려 방치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가 현재 특별 예산을 투입하여 황폐한 남부 사원을 관리하는데 쓰기로 했다고 한다. 이중 13개는 나라띠왓 주이고 , 나머지 11개 사원은 파타니 주에 있다고 한다. 남부 무슬림 분리주의자들이 종교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하여 승려를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⑵ 불교도들은 스리랑카, 미얀마, 티벳 종족 가운데서 효과적으로 선교사역을 하는 기독교에 관하여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자로 아시아복음주의연맹(EFA)에서 보내온 “Sri Lanka update”라는 소식에 의하면 스리랑카의 경우 최근 100여개 교회가 방화, 위협, 공격을 받았고, 농촌의 많은 교회들이 위협을 받아 집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목회자들이 다시 예배를 인도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2.5 에이즈: 유럽연합(EU)이 태국의 인구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85년 이래 에이즈로 죽은 태국인은 모두 22만명에 달한다(이에 비해 태국의 보건복지부는 24,667명의 수치를 내놓고 있다). 위의 조사는 또한 현재 에이즈에 걸린 태국인이 모두 27만명이라고 본다(태국 당국은 90,637명이라는 수치를 내놓고 있다). 차후 에이즈로 죽는 숫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15세에서 49세 사이의 모든 성인의 2.6%가 에이즈에 걸려 있어,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에이즈 감염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현재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섹스 산업과 에이즈 감염경로에 대한 무지를 들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감염율이 조금 낮아졌다는 점이다. 1998년만 하더라도 인구의 3.3%가 에이즈균에 감염되어 있었지만, 2000년에는 그것이 2.8%로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2002년에는 2.6%로 내려간 것이다.
3. 기독교 선교와 동남아시아
3.1 핍박: 중국, 베트남 등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있다. 홍콩의 경우 회심으로 얻는 신자 수만큼이 이민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공산정권에 의한 핍박과 함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에서는 이슬람교도들에 의한 기독교에 대한 핍박은 1990년대 이후 한층 강화되었다. 이슬람 샤리아법으로 모든 것을 통치하게 하려는 정치적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3.2 가장 큰 미전도 종족: 전 세계 미전도 종족 중 가장 큰 종족인 말레이족과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브루나이, 태국 남부에 분포한 리아우족이 8,600만에 달한다. 자바섬의 동부의 마두라족과 서부의 순다족도 자생적 교회가 없는 미전도 종족이다. 이토록 큰 종족들이 미전도 종족으로 남아있는 것은 우리에게 다시 선교역량의 배치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한다.
3.3 혼합주의적 신학의 위험성: 동남아시아에는 복음주의적 신학교육이 세계 다른 지역보다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신학이 탈서구화로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보편주의, 진화론, 조상숭배 등의 문제에서 혼합주의적 경향을 가질 위험이 있다. 복음적인 신학교수 사역의 강화가 필요한 형편이다.
3.4 한국선교사 현황: 2002년 말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통계에 나타난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164개 국가에 10,422명의 장기 선교사가 파송되어 일하고 있다. 그중 47%인 4,091명이 아시아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한인선교사가 가장 많이 주재하는 열 나라를 보면 중국(1,097), 미국(692), 필리핀(634), 일본(594), 러시아(380), 태국(265), 인도네시아(244), 독일(243), 인도(210), 터키(202) 순이다. 이외에 동남아시아의 나라별로 선교사의 수를 보면 베트남(146), 캄보디아(108), 말레이시아(92), 싱가포르(66), 미얀마(54), 라오스(35), 브루나이(4) 등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볼 때, 비교적 동남아시아에 한인선교사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는 편이지만 이 지역의 인구의 많음, 종족의 많고 큼, 한국인과의 문화적 유사성 등을 고려할 때 더 많은 한국선교사들이 보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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