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은혜와 자비가 무한하신 하나님 아버지,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저희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혈을 통해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신 은혜에 넘치는 감사, 일평생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성령의 능력으로 저희의 교회와 저희의 삶을 매순간 붙들어 주시는 것을 감사드립니다. 이 순간에도 살아계셔서 이 나라와 세계와 온 우주를 한없는 사랑과 크신 능력으로 주관하고 계시는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양드립니다.

만세 전에 저희를 택하셔서 구원해 주신 은혜만도 감사 감격하온데 그에 더하여 저희를 아름다운 구원의 복음을 전할 자로 불러 주셨사오니 그 은혜에 만분의 일이라도 갚아드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주님께 더욱 충성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나 무엇 주님께 바치리까?”가 저희들의 평생의 기도가 되게 하시고 주의 복음과 교회를 맡은 종으로서 오직 주님의 영광만을 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십자가의 피 묻은 복음을 들고 주님의 좋은 군사로 전진해 나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거룩하신 아버지, 그러나 저희는 너무나 자주 십자가의 능력을 의지하기보다는 저희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신뢰하는 죄를 범했습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도 인간적인 말과 지혜의 아름다움을 동원하여 설교하고 가르치는 죄를 범했습니다. 모든 진리의 근원이 되시는 주님 앞에서 보잘 것 없는 알량한 지식을 내세운 인간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제부터는 사도 바울처럼 오직 저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주님의 십자가만 알고, 자랑하고, 전하도록 저희의 마음과 입술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저희의 증언을 듣는 이들이 예수님의 십자가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불꽃같은 눈으로 저희들의 중심을 꿰뚫어 보시는 아버지 하나님, 저희들은 또한 십자가의 용서의 사랑에 감격해 하면서도 어느새 나의 의를 내세우는 죄를 범했습니다. 빛이신 주님 앞에서 위선의 그림자를 애써 숨기면서 누더기 같이 초라한 도덕심 뒤에서 내 자신이 죄인 중 괴수임을 잊으려 했습니다. 오, 주님, 주님 앞에서는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것도 숨길 수 없사오니 오늘 저희의 위선과 허위를 깨뜨리시고 부수어주시옵소서. 그리고 이제부터는 죄인을 용서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의지하고, 주님만 믿고 나아가는 자들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의만을 자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저희들의 삶을 바라보는 이들이 인간의 윤리적 가능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죄인 중 괴수까지도 용서하고 변화시키시는 주님의 십자가의 능력을 목격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시고 만물을 화목 되게 하시는 주님, 갈라진 이 민족이 이제는 십자가 아래서 통일을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 남북한이 교류하고 협력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저 얼어붙은 북한 땅에 복음의 문이 열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 옛날 ‘동양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렸던 평양이 다시 한 번 십자가 복음으로 새롭게 되는 날들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1903년 원산 대부흥과 1907년 평양 대부흥과 같은 성령의 불길이 다시 한 번 북한 땅에 일어나도록 주여, 저 얼어붙은 선교의 문을 열어 주시옵소서. 위대한 회복의 역사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분열되고 갈라진 모든 것들을 하나로 만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능력을 체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한국 교회가 체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한국 사회가 체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교단에 따라서, 이해관계에 따라서, 인간적인 고집과 갈등 때문에 이리저리 갈라진 한국 교회가 한 십자가 아래서 화해하고 화합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 아래서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주님의 깨어진 몸을 보면서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 아래서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화합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 아래서 도시 교회와 농어촌 교회가 서로 돕게 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 아래서 서로의 정치적 입장의 차이와 사회를 보는 시각의 차이, 그리고 신학적 차이를 뛰어넘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주님, 한국 교회가 십자가의 복음을 들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나아가 그들을 품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는 십자가 아래서 부한 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를 끌어안게 하여 주시옵소서.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한 동정심을 가지고 베풀고 나누는 교회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는 십자가 아래서 모두 하나가 되어 나라와 민족 공동체를 위해 머리를 맞대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는 십자가 아래서 적의를 버리고 서로 용납하고 서로 이해하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을 품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이 사회에는 너무도 많은 절망과 실망과 한탄이 있습니다. 이제 이 민족이 절대 절망 가운데서도 절대 희망을 주시는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의 십자가는 부활의 십자가, 소망의 십자가임을 기억하게 하시옵소서. 십자가에서 영광스러운 부활을 보았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보석들로 십자가를 꾸몄던 고대 교회의 소망에 찬 신앙을 오늘 저희가 이어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인생에 대한 실망과 절망 때문에 지금도 어두운 방에서 숨죽여 울음을 삼키고 있는 우리의 자매, 형제들이 십자가 안에 있는 부활의 소망을 발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불치의 병으로 고통당하며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이 한 몸을 고칠 수 없는가 라며 한탄하고 있는 저희의 환우들이 십자가 안에 있는 치료의 축복을 체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주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저희들의 죄를 사해주실 뿐만 아니라 저희들의 삶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회복시켜 주실 것을 믿습니다. 십자가 보혈의 능력으로 저희들의 병을 고쳐주실 것을 믿습니다. 십자가 보혈의 능력으로 어그러진 이 사회를 바로잡아 주실 것을 믿습니다. 십자가 보혈의 능력으로 가정들을 회복시켜 주실 것을 믿습니다. 십자가 보혈의 능력으로 만물을 회복시켜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저희를 부르셨음을 믿습니다.

이 영광스러운 복음의 사역을 위해 부족하기 한이 없는 저희들을 부르셨사오니 이제 십자가만 저희의 자랑이 되게 하시고 저희의 옛 자아는 십자가에서 온전히 죽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인간의 노력과 성취와 성공의 흔적을 드러내는 목회자가 되지 않게 하시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지니는 목회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세상에 대해서 죽고 주님을 향해서만 사는 증거가 저희의 말과 행동과 삶의 방식에서 역력히 드러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주님을 바라보며 참는 덕을 쌓게 하여 주시옵소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해도 겸손과 섬김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대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께서 힘 주셔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섬김과 나눔과 희생의 삶을 살 수만 있다면, 그렇게 목회를 할 수만 있다면 그것에 감사하는 저희들이 되도록 새 마음을 부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저희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그리고 저희의 교회에서 큰 자가 되려는 죄악 된 욕망을 내어버리게 하시고 오직 주님의 나라에서 칭찬받는 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세상에서는 겸손과 온유로 옷 입은 작은 예수가 되어 저희들의 이름은 모두 지워지고 오직 주님의 이름만이 높임 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의 모든 삶은 첫째도 주님의 십자가, 둘째도 주님의 십자가, 셋째도 주님의 십자가,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을 알고 전하는 삶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올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