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하나님의 경고인가?
-성경의 사례를 중심으로-
김 성 영
(성결대학교 총장, Ph. D.)
1. 서언 : 역사상 끊이지 않는 재난
오늘 이 시간에도 지구 상에는 유형 ․ 무형의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류 역사상 재난이 없었던 시대가 있었을까마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벽두에도 각종 재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지구상의 인류는 공포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금년 봄에는 푸켓과 스리랑카를 비롯한 동서남아시아 지역 일대에서 일어난, 가히 지축을 흔들어 놓은 거대한 쓰나미가 엄습하였는가 하면 지난 8월과 9월에는 미국 뉴올리언즈 지역에 엄청난 허리케인의 연속적인 강타로 수많은 인명의 손상과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그뿐 아니라 지난 주말에는 파키스탄에 대지진이 일어나 수 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지구 상의 재난은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한반도에 거하고 있는 우리들도 언제 어떤 재난이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오늘 이 시간 지구상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난을 우리 자신의 문제로 알고 기도하는 한편, “재난, 이것은 하나님의 경고인가?” 하는 진지한 물음 앞에 서고자 한다. 물론 잇따라 일어나는 재난의 원인을 우리는 기후현상과 환경, 지질과 역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 우리의 관심은 재난이 하나님의 경고인가에 있는 만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근거하여, 성경이 증거하고 있는 바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하여 시대마다 당신의 뜻을 나타내시며 오늘도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발표자는 먼저 재난, 또는 재난과 관련된 성경상의 주요 용어에 대하여 언어적인 의미를 살펴보고, 성경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재난을 통한 하나님의 경고를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발표자는 ‘재난은 하나님의 시대적 경고’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먼저 밝힌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하나님의 경고가 여러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몇 실례를 살펴본다.
2. 성경이 말하는 재난의 의미
1) 언어 상의 의미
성경 상에는 ‘재난(災難)’ 참고로 재난의 우리말 사전적 의미는 ‘뜻밖의 변고로 받는 곤란’으로 풀이함.
이란 말이 빈번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창세기 42장 4절 “야곱이 요셉의 아우 베냐민을 그 형들과 함께 보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의 말이 재난이 그에게 미칠까 두렵다 함이었더라”는 말씀을 비롯하여, 한글성경의 번역으로는 15회 기록되어 있다. 신약 성경에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마지막 시대의 징조와 관련하여 재난이 기록되어 있으며(마24:8;막13:8), 계시록을 중심으로 종말론적인 대환난의 사건이 예언되어 있다.
재난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재앙(災殃)’ 참고로 재앙의 사전적 우리말 의미는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온갖 변고’로 풀이함.
이란 말은 성경에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창12장17절 “여호와께서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연고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는 말씀을 비롯하여 212회 정도 사용되고 있다. 어감으로도 재앙은 재난보다 하나님의 징계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참고로 영어성경(KJV) 재난을 ‘harm’(창42:4), ‘calamity'(삼상10:19;시141:5), 'evil travail'(전5:14), 'trouble'(사65:23), ‘misery'(do3:19), 'sorrow'(마24:8)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하고 있다. ‘재앙’을 영어성경에서는 ‘plagues'(창12:17;출11:1;계9:20), 'evil'(창19:19), judgment'(출6:6), 'calamity'(시18:18;41:1)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재난’을 구약에서는 (호환상의 문제로 히브리어가 제대로 표기되지 못한점 양해바랍니다, 한복협)@/sאָ(창42:4,38;44:29;렘37:15), [r'(창37:20;민14:27;수23:15), dyꔞ(렘18:17;렘48:16;49:8)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sאָ은 ‘해(害)’, ‘재앙(災殃)’의 의미로, [r'는 '역경', '고난', '재난', '비참', '불길(不吉)'의 의미로, dyꔞ는 '불행', '멸망', '파괴'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재난’을 신약에서는 wjdivn(마24:8;막13:8;살전5:3)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고통(특히 해산의 고통)’, ‘재난’, ‘비애’ 등의 의미를 갖는다.
‘재앙’을 구약에서는[g'n<, [r', fp,Ꚇ, hp;GEꗫ, 등의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g'n<는 ‘재앙’(창12:17;출11:1), ‘병’(레13:2,3,9), ‘환처’(레13:3;14:54), ‘구타’(신17:8), ‘채찍’(삼하7:14;시89:32), ‘징책‘(시39:10)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r',있는 '악'(창2:9;창23:2), '재앙'(창19:19;민14:37), '화'(출5:19;왕하14:10), '환난'(느1:3;시10:6), '고난'(시71:20;슥1:15), '곤란'(시88:3), '근심'(창40:7;느2:2) 등의 의미를 갖는다. fp,Ꚇ는 '재앙'(출6:6), '벌'(민33:4), '국문(鞠問)'(겔28:22), '심판'(잠19:29), '징벌'(대하24:24)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hp;GEꗫ는 '재난'(출9:14;민14:37), '염병'(민16:48;25:8) '살육'(삼상4:17, 삼하18:7), '온역'(대상21:22) 등의 의미를 갖는다.
‘재앙’을 신약에서는 plhgή로 표현하고 있으며 '상처' 또는 '타격'(눅10:30;행16:23;고후6:5), ‘재앙’ 또는 ‘재난’(계9:20;11:6;13:3;15:1;16:9;21:9;22:18) 등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신약성경 상에는 재앙이 요한계시록에 집중하여 쓰여지고 있으며 마지막 시대의 환난과 연관되어 있다.
2) ‘재난’ 또는 ‘재앙’의 종합적 의미
위에서 잠간 살펴본 바와 같이 ‘재난’ 또는 ‘재앙’의 종합적 의미는 ‘역경’, ‘고난’, ‘불행’, ‘멸망’, ‘파괴’, ‘비애’, ‘심판’, ‘징벌’, ‘죄악’ ‘질병’ 등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실례로,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애굽의 바로가 탐하여 취하려 하자 이를 인하여 바로의 집에 내리신 재앙(창12:17)은 ‘징벌’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으며, 소돔성에 죄악이 가득함을 인하여 하나님께서 그 도성에 내리신 재앙은 ‘심판’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에서 구원하심에 있어서 애굽 땅에 내리신 재앙은 (출7:20-11:10) ‘질병’과 ‘파괴’와 ‘심판’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반면에 성경은 재난 등을 통하여 마지막 시대의 징조를 예언하고 있으며(마24:) 재난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믿음을 강화하기도 하며(욥42:3-6), 사람을 죄악으로부터 회개시킬 목적을 이루시기도 한다는 사실(욘3:5-10)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재난, 또는 재앙은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사31:2).
3. 성경에 기록된 재난의 주요 사례
우리는 성경에서 크고 작은 재난(재앙)의 사례를 찾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발표자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재난의 성격과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노아시대의 홍수사건과 인류의 재난
성경에 기록된 인류 최대의 재난은 노아시대에 하나님께서 물로써 세상을 심판하신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창6:6-8:19). 하나님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관영함과 그 마음의 생각과 모든 계획하는 일이 항상 악한 것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 지으심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창조한 사람을 지면에서 쓸어버리기로 작정하셨다고 성경은 증거한다. 그 결과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노아와 그 가족 외에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홍수심판을 받아 멸망하고 말았다.
(1) 하나님의 경고와 유예(猶豫)하심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었던 홍수심판도 하나님의 사전 경고와 충분한 유예기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은혜를 입은 노아에게 경고하셨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이르시되 모든 혈육있는 자의 강포가 땅에 가득하므로 그 끝 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창6:12). 이처럼 경고-예고-하신 하나님께서는 홍수에 대비하여 방주를 짓도록 명령하시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허락하셨다. 이 유예기간에 대해서는 ① 창5:32에 근거하여 100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아가 오백세 된 후에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더라” 그러므로 창세기의 기록 순서로 보아 최소한 500세 이후에 신명(神命)을 받고 홍수에 대비하여 600세에 홍수가 있었으므로(창7:6) 그 기간은 100년이 넘지 않는다. ② 창6:3에 근거하여 죄에 대한 홍수심판의 유예기간이 120년이 되리라는 말씀에 따라 120년으로 보는 견해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홍수 심판을 하시기까지 장구한 세월을 오래 참고 기다리셨다는 사실이다(롬2:4,5;3:25).
이 기간은 노아에게는 홍수에 대비한 구원의 기회이며 당시의 인류에게도 죄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지 못하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 경외함으로 방주를 예비하여 그 집을 구원하였다(히11:7). 그러나 당시 패역한 인류는 노아의 날 방주를 예비할 동안 하나님이 오래 참고 기다리실 때에 순종치 아니함으로 멸망받았다(벧전3:20). 하나님은 옛 세상을 용서하지 아니하고 오직 의를 전파한 노아와 그 가족 만을 보존하고 경건치 아니한 자들의 세상에 홍수를 내려 멸절하셨다(벧후2:5).
(2)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사역
노아시대의 홍수사건은 일견 하나님의 죄에 대한 심판에 비중이 있는 사건으로 보여진다. 성경을 보는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악상을 보시고 한탄하고 후회하셔서 인류를 쓸어버리는 데-멸절에-목적을 두셨다면 노아의 가족조차 남겨두실 이유가 없다. 그 무서운 재앙 가운데서도 은혜 입은 자를 통해 인류 구원의 경륜을 이루시는 구속사적 사건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버리심과 택하심, 멸망과 구원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 베푸심이요(창6:8) 인간에게는 믿음으로 얻는 것이다(고전1:21;엡2:8;히11:7). 하나님의 진노, 하나님의 심판조차도 하나님의 은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호와께서는 은혜로우신즉 재앙을 내리신다는 이사야 선지자의 고백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점에서 하나님 절대주권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편에서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필자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적 구원사역을 믿는다. 그러나 이것을 무조건적 구원사역으로는 이해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이라 할 때 인간의 믿음이 배제되는 것같은 늬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절대예정론이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를 강조하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다. 인간의 믿음을 간과한 점에서는 항상 논점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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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홍수사건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인류의 재난은 ‘죄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죄로부터의 구원’이며, 인류의 메시야를 통해 이루실 궁극적인 구원에 목적을 둔 구원사적 재난이라 할 것이다. 그 주요한 단서를 우리는 하나님의 한탄과 근심에서(창6:6) 찾을 수 있다. 참고로 ‘한탄하다’(!h'nי)란 ‘신음하다’, ‘숨이 막히다’의 뜻을 가지며, 타인의 아픈 현실로 인해 고통 가운데서 비통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리킴. ‘근심하다’(bx'אָ)는 ‘심장이 찢어지다’는 뜻을 가지며, 죄악이 온 세상을 타락케 하고 인간영혼을 오염시키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시는 하나님의 찢어질듯한 마음의 고통을 의미함. 즉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와 죄인에 대한 사랑의 표현임.
재난을 통한 고통과 비극을 하나님께서 먼저 체험하신 것이다. 인류의 구주로 오신 주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시기 위하여(히4:15)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셨다. 홍수심판을 통해 구속의 경륜을 이루시고자 하신 하나님에게는 한탄과 근심이 있었다. 그러나 종말론적인 심판사역에는 하나님의 한탄과 근심이 있을 수 없다.
이처럼 홍수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재난에는 하나님의 경고와 유예기간이 있으며, 죄에 대한 심판과 동시에 은혜로운 구원의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 소돔성 멸망과 인류의 재난
창세기 19장에 기록된 소돔성 멸망의 사건은 인류재난의 또 하나의 사례라 할 것이다.
이 사건 속에도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과 택함 받은 자의 구원이 대조적으로 나타나 있다.
(1)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경고
하나님께서 소돔성을 심판하시기로 작정하신 데는 앞에서 살펴본 노아 홍수 사건과 마찬가지로 ‘죄의 문제’ 때문이었음을 성경은 증거한다(창18:20-23).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중하니”(18:20). 아울러 하나님께서는 역시 소돔성의 멸망을 경고-예고-하고 있다. 먼저는 아브라함을 통해서(창18:20-33) 경고하시고, 나중에는 소돔성에 살고 있는 롯의 가정을 통해서(창19:13-15) 경고하셨다. 전자는 소돔성 전체를 향한 경고였다면 후자는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가정을 향한 경고였다.
여기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경고가 소돔성의 멸망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구원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의 장막이 있던 마므레 수풀 근처에 나타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소돔성의 심판을 예고한다. 경고를 들은 아브라함은 소돔성의 멸망을 막기 위해 하나님께 간청하는 장면이 계속된다. 의인 50인으로부터 10인에 이르기까지 소돔성에 단 10인의 의인만 있어도 용서하겠다고 약속하시는 하나님에게서 인류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시는 신적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노아를 통해서 회개의 기회를 베푸신 하나님은 아브라함과의 대화를 통해서 소돔성 주민들을 할 수만 있으면 구원하시려는 신적 의지를 보여주셨다.
죄로부터 돌이킬 가망이 없는 소돔성을 멸망시키기에 앞서 하나님은 롯과 그 가정을 구원하고자 다시 한번 경고하신다. 그러나 롯의 사위될 사람들조차 임박한 경고를 농담으로 여겼다(창19:14).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직접 ․ 간접의 하나님의 경고를 심상히 여기거나 농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 인간의 지체(遲滯)와 하나님의 인내
임박한 소돔성 심판에 앞서 구원할 자를 재촉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창세기 19장 15절 이하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틀 때에 천사가 롯을 재촉하여 가로되 일어나 여기 있는 네 아내와 두 딸을 이끌라 이 성의 죄악 중에 함께 멸망할까 하노라.” 반면에 인간은 지체한다. ‘롯이 지체하매’ 천사들이 그들을 손을 잡아 인도하여 성밖으로 끌어낸다. 급히 산으로 도망하라고 명령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롯은 주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나를 구원하시지만 산까지 갈 수가 없다고 망설인다. 그 이유는 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재앙을 만나 죽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19:19). 그러면서 가까운 성으로 피하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하나님께서는 롯의 간청을 허락하면서 “그리로 속히 도망하라”(19:22)고 재촉하셨다. 그러면서도 롯이 원하는 성에 이르기까지는 “내가 아무것도 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다. 죄에 대하여는 불같이 급하고 맹렬하면서도 사랑하는 자를 위해서는 인내하며 관용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공의와 긍휼-을 보게 된다.
(3)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
소돔성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노아 홍수사건과 마찬가지로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과, 택함 받은 한 가정의 구원과정을 보게 된다. 재난은 불행이며 비극이다. 그러나 재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경고를 삼가 듣고 유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회개하면 구원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소돔성 사건이나 홍수 사건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경각할 일은 구원의 길에서도 자칫하면 멸망의 길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롯의 아내의 경우가 그렇다. 멸망의 도성으로부터 천사의 손에 이끌리어 성밖으로 탈출하였고, 하나님의 기다림 속에서 남편과 함께 소알성까지 들어가서 구원을 받는 것 같았으나 하나님의 명령(창19:17)을 어기고 뒤를 돌아봄으로써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다. 이 경우에 대하여 견해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칼빈신학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은 구원한 자를 끝까지 붙들어 주신다는 ‘견인의 교리’를 지지함으로 ‘구원의 길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에 반대한다. 그러므로 롯의 경우는 구원으로 온전히 선택된 자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웨슬리신학에서는 구원받은 백성이라 하더라도 성령의 도우심으로 끝까지 믿음을 지킬 때 궁극적인 구원(롬13:11)을 받는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므로 성도는 하나님의 경고를 받아 경성하고 회개하여 구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끝까지 믿음의 경주에 힘써야 하며(딤후2:5;히12:1), 끝까지 구원을 이루어야 한다(고전5:5;빌2:12). 니느웨성을 멸하기로 작정하신 하나님은 요나의 대언을 듣고 회개한 니느웨성을 위하여 뜻을 돌이키셨다(욘3:10).
3) 욥의 재난과 믿음의 강화
성경에 기록된 재난 중 욥의 재난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를 보여주는 경우이다. 욥이 당한 재난은 욥 자신의 죄와 불의 때문이 아니었다. 욥은 당대에 완전한 사람이요 의인이었다. 그러한 욥이 재난을 당한 것이다. 그야말로 애매하게 고난을 당한 경우라 할 것이다.성경은 선을 행하다가 무고히 당하는 고난-재난-과 자신의 죄 때문에 당하는 고난-재난-을 구분하여 설명한다(벧전2:19).
(1) 허용적인 재난과 욥의 시련
성경은 욥을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고 묘사한다(욥1:1). 하나님께서도 “그와 같이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가 세상에 없느니라”(1:8) 하고 욥을 칭찬할 정도였다. 사단이 그러한 욥일지라도 모든 소유물을 치면 하나님을 대면하여 욕할 것이라고 말하자 하나님은 그의 소유물을 사단에게 맡기게 된다. 단 그의 생명만은 해치지 말라는(욥2:6) 조건으로 사단에게 욥을 시험하도록 허용하신다. 이렇게 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가 재난을 당하게 된다. 이러한 욥의 경우는 죄를 인하여 하나님이 내리시는 재난이 아니라 사단의 도전에 의한 허용적인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도 현실 속에서 이런 허용적인 재난을 자주 만나게 된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욥은 오히려 순전하고 정직하게 하나님을 경외함으로써 재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을 때(마5:10)와 믿음을 지켜 살려고 함으로 오는 환난(요16:33)이 이런 경우이다.
그런 만큼 욥이 당하는 재난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것이었다. 그의 소떼와 양떼 등 모든 소유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일곱 아들과 세 딸이 동시에 죽었다. 이 때에 욥은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고 땅에 엎드려 하나님을 경배하며 말하기를 “내가 모태에서 적신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으로 돌아갈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시옵소서”(욥1:21) 하면서 오히려 하나님을 찬양한다. 마침내 사단이 욥의 온 몸에 악창이 나는 무서운 질병을 주자 욥의 아내는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순전을 굳게 지키느뇨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2:9)고 했으나 욥은 입술로 범죄치 아니하였다.
(2) 재난을 통한 신령한 축복
욥은 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무흠함을 강하게 변론하지만 마침내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회개한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는데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한하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욥42:5,6). 영적 깨달음이 큰 은혜요 축복임을 보여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는 구원을 위한 회개만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성숙된 구원을 위한, 이른바 성화를 위한 회개를 날마다 해야 한다. 욥은 ‘귀로 듣는 믿음’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깨닫고 회개했으며 동시에 ‘눈으로 보는 믿음’을 갖지 못했음을 회개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믿음의 각성과 보다 성숙된 구원인 성화를 위한 재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욥은 재난을 통하여 신령한 복을 받아 누리게 된다. 단지 잃어버렸던 소나 양을 두 배로 보상 받아서 축복이 아니었다. 잃었던 아들과 딸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 아니다. 환난과 시련을 통해 거듭난 자녀들이 됨으로써 신령한 복을 받은 것이며, 욥 자신이 성화에 이름으로써 신령한 복을 받은 것이다. “고난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119:67,71)라고 고백한 시인의 감격과도 같은 것이다.
이처럼 재난은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허용적으로 닥칠 때가 있는 것이다. 욥의 경우처럼 극심한 재난이 오히려 철저한 영적 각성과 회개를 통하여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에서 환난을 당하나 낙심하지 말고 담대해야 한다. “세상에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16:33).
4) 예수께서 말씀하신 말세의 징조로서의 재난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마태복음 24장은 요한계시록과 더불어 기독교 종말론의 중요한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소계시록(小啓示錄)으로도 일컬어지는 예언의 장(章)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말세에 관한 예언을 이해함에 있어서 유의할 점은 이 예언이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예수께서 하신 종말의 예언은 직접적으로는 A. D. 70년의 예루살렘 멸망을 가리키며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종말을 가리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본 장에서 말세의 징조로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1) 적 그리스도의 출현과 미혹(4,5절), 2) 전쟁과 기근과 지진현상(6-8절), 3) 세상의 성도들에 대한 박해 및 거짓 선지자의 출현과 불법의 성행(9-13절), 4) 모든 민족에 복음전파(14절)등 이다. 이 가운데 앞의 두 가지는 세상 종말의 초기 단계에 발생할 징조이며, 뒤의 두 가지는 후기 단계에 발생하는 징조라고 보는 것이다. 8절의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 하신 말씀이 전후의 구획구분이다. 아울러 ‘재난’이란 말이 모든 징조를 내포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1) 말세의 징조를 포괄하는 ‘재난’
예수께서 예언하신 말세의 여러 징조들을 하나의 포괄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그것이 곧 ‘재난’(wjdivn)이다. 그러니까 적 그리스도의 출현과 미혹도 재난에 속하며 전쟁과 기근과 지진도 재난에 속한다. 재난 중에서도 시기적으로 말세의 시작으로서의 재난, 즉 초기단계의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도들이 세상으로부터 박해를 받는 것과 거짓 선지자의 출현과 불법이 성행하는 것도 재난에 속한다.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됨으로써 환난과 핍박과 순교를 당하게 될 것이므로 이것도 재난에 속한다. 이러한 재난을 요한계시록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을 마지막 시대의 대재난 또는 대환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말세의 징조는 교회사를 통하여 초대교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적 그리스도 또는 거짓 그리스도의 출현이 빈번하였으며 그들의 상당한 미혹이 있어 왔다. 특히 2천년 역사상 지구상의 도처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기근으로 죽어가는 인류가 속출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의 종족들이 기근으로 죽어가더니 수년 전부터는 우리의 눈앞에서 북한 동포들이 기근과 굶주림으로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지구상 도처에서는 지진과 해일 등이 끔직스러운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성경은 이러한 징조와 현상을 말세의 전조(前兆)로서의 재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상이 교회를 도전하고 성도를 박해하는 현상도 교회와 성도가 당하는 재난이며, 거짓 선지자가 나타나 성도를 미혹하는 것도 재난이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 싸우는 것도 재난이다. 불법이 성행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극치의 세속문화의 도전도 성도들에게는 재난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말세를 종말론적으로 ‘재난의 시대’,‘대환난의 시대’라고 한다. ‘재난’ 또는 ‘환난’에 초점을 맞춘 시대적 표현이다.
(2) ‘재난’에 대비하는 성도의 자세
예수께서는 말세의 징조로 온갖 재난을 말씀하시면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하여 성도가 견지해야 할 자세를 가르치셨다.
첫째는 끝까지 믿음을 지켜야 한다(24:13). 불법이 성하고 사랑이 식어지며 믿는 자가 환난에 넘겨지나 믿음을 지켜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다.
둘째는 미혹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24:11,23). 예수께서는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이며 택한 자들을 미혹할 지라도 믿지 말고 영적 분별력을 가지라고 하셨다.
셋째로 깨어 있어야 한다(24:42). 영적으로 경성하여 깨어 있으며 기도로 무장해야 한다. 우리가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환난을 이길 수 없다.
넷째로 예비하고 있어야 한다(눅12:35). 깨어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가 등과 기름을 예배해야 하듯이(마25:1-4) 성령의 기름을 준비하여 재림의 주님를 대망하며 재난을 이겨야 한다.
4. 결언:“재난 중에 기도하라”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재난은 그 어떤 경우든지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재난을 통한 하나님의 의도하시는 바가 욥의 경우처럼 믿음의 축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재난은 무서운 것이며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환난이 수반되는 것이다.
또한 재난은, 그 발생에 앞서 하나님의 경고-예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때와 시기를 우리가 알 수 없으나 징조로서 예고하시며 우리로 하여금 분별할 수 있도록 하신다. 하나님의 경고의 목적은 재난에 앞서 회개할 기회를 주시기 위함이며, 아울러 재난 중에 능히 이길 수 있는 믿음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재난을 당하기 전에 기도로 무장하고 기도 중에 개인과 교회와 국가 등 공동체 안에 있는 죄를 회개해야 한다. 우리의 영적 유익을 위한 재난일지라도 철저히 회개하며 영적 성숙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래서 다윗은 환난 중에 “여호와여 내가 주를 불렀사오니 속히 내게 임하소서 내가 주께 부르짖을 때에 내 음성에 귀를 기울이소서... 의인이 나를 칠지라도 은혜로 여기며 책망할지라도 머리의 기름같이 여겨서 내 머리가 이를 거절치 아니할지라 저희의 재난 중에라도 내가 항상 기도하리로다”(시141:1,5)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재난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내 이웃의 재난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겠다.
오늘날 지구상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재난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하나님의 징계냐 아니냐를 함부로 예단하거나 비판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영역에 소관된 사항이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의 편에서는 오직 하나님께 회개기도하며 재난 당한 이웃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가가며 위로하고 고난에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재난, 그것은 하나님의 경고이다. 그러나 재난이 하나님의 징계와 심판만은 아니다. 하나남의 구속의 경륜을 이루어가심에 있어서 교회와 성도를 유익되게 하시는 재난의 경우도 많으므로 환난 중에 깨어 기도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한다. “저희가 나의 재앙의 날에 내게 이르렀으나 여호와께서 나의 의지가 되셨도다(시18:18)”, “빈약한 자를 권고하는 자가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저를 건지시리로다”(시41:4). “저희의 재난 중에라도 내가 항상 기도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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