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협의회 발표문> 2005. 9. 9

한국교회에 대한 바람과 기도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해 말한다. 교회성장은 이미 멈추고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의 교회 이탈은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유럽교회처럼 관광 유적지에 불과한 교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기독교와 관련된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거듭되면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교회는 복음으로 세상을 정복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사회가 교회를 향해 ‘수신제가’를 주문하는 수치스러운 형국에 전도가 될리 없다. 불교로 개종한 사람 가운데 개신교 출신이 가장 많다는 것은 현 상황이 분명 ‘위기’임을 웅변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그에 따른 실제적인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1. 한국교회의 문제점

우리는 로마의 가혹한 박해 속에서 신음했던 초대교회와,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중세 교회 중에서 주로 후자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한다. 이는 오늘날 보여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이 교회 밖에서 초래되었다기 보다는, 교회 내부적 요인으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먼저 한국교회는 이원론적 신앙을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천국과 지옥, 교회와 세상을 극단적으로 구별하여 이원론적으로 강조한 결과 성도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신앙과 삶이 이원화된 교인들은 교회 안에서는 마치 천사와도 같지만, 교회만 나서면 전혀 삶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신앙의 이중성은 이 세상을 부정하는 듯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상에서의 부귀 영화를 신앙적 축복의 척도로 생각하고 기복주의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많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한 구원으로써 복받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부귀영화, 무병장수, 만사형통, 입신출세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축복을 강조하는 신앙에서는 예수를 믿기 때문에 따라오는 영혼의 투쟁, 질병을 통한 하나님의 섭리, 가난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고난을 주일성수, 십일조를 철저히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저주로 생각하며 정죄하기 일쑤다.
교회에 대한 인식도 이제 변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한국 교회는 그 저변에 개 교회주의라는 사상으로 교회의 성장 신화를 이룩해 왔다. 그러나 개 교회주의는 잘못된 교파의식에서 나온 것으로써 기독교의 공동체 의식을 현저하게 약화시킨다(예 : 평강제일교회․광성교회 이성곤측 영입). 이런 개 교회주의는 자신의 교회만을 성장시키려는 세속적 사고에 집착할 때 더욱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곤 하다. 진정 교회다운 교회,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수고와 고난을 감수하는 교회가 되기보다는, 교인의 숫자와 건물의 규모, 풍성한 헌금액수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고질병은 쉽게 치유될 것 같지가 않다.
한국교회의 문제점들 가운데 빠뜨릴 없는 것은 교회가 외형적 대형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물론 대형교회는 모두 문제가 있다는 흑백논리적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더욱 흐리게 만든다. 대형 교회가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체계적인 제자훈련을 감당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성경적인 교회의 모습을 이루는 교회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국교회는 세속적이며 또 인위적인 방법으로 교회를 외형적으로 대형화하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있어 왔다. 말씀의 굳건한 기초 없이,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형제를 위한 희생 없이 거대한 외형적 조직체로 성장해 온 대형교회의 모습은 교회 밖에서조차 ‘종교재벌’이니, 한국사회의 발전을 저해해는 병폐니 하는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선교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일반인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이야말로 정말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문제의 정점에는 불행히도 목회자가 서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많은 목회자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과 기도, 그리고 설교와 심방을 통해 나타난 그들의 삶에 대하여 존경을 받아 왔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목회자의 윤리가 붕괴되어 가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의하여 공식으로 결정된 목회자 윤리 강령에서 "목회자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부름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에게 그의 말씀을 가르치고 그 말씀대로 살도록 지도하는 사명을 받았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자신이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로 알아야 하고 그 말씀을 순종하는데 있어서 모든 성도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지키지 않는 가르침은 위선이요, 성도들의 성화와 복음전파에 큰 방해가 된다." 지금 한국 사회의 복음전파에 가장 큰 걸림돌이 혹시 우리 자신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할 것이다.

2. 한국교회에 대한 바람

강남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기독교인의 비율이 꽤 높다고 한다. 현 17대 국회의원의 종교현황을 보면, 개신교 신자가 113명(37%), 천주교 신자가 70명(23%)이나 된다고 하니, 국회 정원 299명 중 기독교인이 183명으로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일반인들로부터 국회의원들이 존경을 받고 있는가? 기독교인으로써 국회의원 중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것이 자랑스러운가? 오히려 그 반대라는 데에 오늘날 심각한 기독교의 위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왜 그런가? 그들에게 기독교인이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기독교인다운 삶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개별 기독교인의 높은 도덕성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개인적인 덕을 갖추길 기다리기에는 이미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교회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러나 서둘러 평신도의 삶을 이끌어 줄 잘 계획된 실천항목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일회적인 행사에 그쳐서도 안되며, 기독교의 배타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서도 곤란하다. 보편타당한 높은 도덕성을 담보한 범교단적인 운동이어야 한다. 이와함께 각 개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을 감당할 때,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자립교회들은 그 지역 사회의 장애인, 노인, 극빈자 등을 섬기는 프로그램 개발).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을 회복하는 것은 또 다른 선교의 장이 된다. 이와 같은 교회의 움직임에 대해 일반인들 또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운동’이 교회의 자기 정체성을 찾고, 사회적 인식의 개선으로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말만 앞세우는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성녀라고 불리는 마더 테레사와, 이 시대의 영성이라고 불리는 헨리 나우웬의 영적 영향력은 삶이 동반된 진실한 신앙에서 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한국 교회는 개 교회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통하여 교회에 대한 사랑과 기도 헌신과 봉사를 통하여 교회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지금의 개 교회주의는 기독교의 연합성과 통일성을 간과하여 지나치게 세속적인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이런 잘못된 개 교회주의 사고를 과감하게 떨쳐 버리고 모든 교회는 주님의 교회라는 사고의 실현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은 한국 교회를 건전하게 성숙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 운동체로써 하나의 연합기구를 과감히 실현시켜야 하다. 그런데 최근까지 진행된 연합기관 통합운동이 북한에 대한 태도, 한미 관계에 대한 입장차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물론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혈맹으로써, 또한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동족인 북한 또한 우리가 감싸 안고 가야 될 것이다. 즉 한미 관계와 민족 공조는 새의 두 날개처럼 같이 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 어느 쪽도 배제해서는 안되며, 여기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로인해 연합기구 운동이 지체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극복하고 한국교회가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는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에는 선호하던 기복적 신앙에서 벗어나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축복관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 대하여, 예배에 대하여,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하여 올바른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
올바른 신학을 가르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신학교육의 재정비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전국에 난립한 무인가 신학교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매년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목회자를 교회의 현실과 교단의 계획에 맞추어 과학적,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교단간, 신학교간 긴밀한 공조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물안 개구리 식의 교단신학을 넘어서는 신학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점교류 의무화 등을 통해 타교단의 신학을 이해하고, 신앙적, 목회적 노하우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장차 한국교회의 리더들을 훈련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결국 한국교회의 활로는 목회자의 영성, 자질 향상에 달려있다. 그러나 기존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의존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한국교회가 다시 소생할 수 있으려면, 한 사람의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신앙양태를 극복하고, 성공신화를 벗어버려야 한다. 교회의 성공이란 무엇인가? 메머드 규모의 교회를 짓고, 공기 좋은 곳에 기도원 지어놓고, 수 만명의 사람과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교회가 성공한 교회라면 이땅의 90%의 교회는 자동적으로 실패한 교회가 되고 말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교회의 리더들은 역사적,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몇 몇 대형교회의 세대교체에 대해 일반인들까지 관심을 표명하는 것을 보았다. 교회는 그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이는 몇 몇 대형교회에 국한된 ‘우리 집’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교회 리더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며, 한국교회 미래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리더들은 이를 핵심사안으로 인식하고 공동의 대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은퇴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개인적인 결단과 함께 공동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만일 일련의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한국 교회는 젊은 세대를 얻게 될 것이다. 사회에서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2-30대 계층은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이 사회의 의사결정세대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난이나 취업난으로 그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의미있다고 판단되는 일에 기꺼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세대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청년세대와 공감하면서 다음세대를 논의하는 목회를 구상해야 한다. 그것은 교회가 사회의 도덕성과 영성을 주도해 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교회는 올바른 지도자 상을 보여 주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는 수많은 스타 목사들이 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신앙적, 정신적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주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교회부흥이나 대중적 인기에 따라 스타성을 발휘하는 목회자는 끊임없이 발굴되면서도, 저 낮은 곳에서 말씀에 생명을 걸고, 일관된 삶을 살아온 목회자의 신앙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국민일보의 한 기자가 올린 ‘이순신과 한국교회’라는 글처럼, 한국교회는 겨우 12척의 배밖에 없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배를 누가 지휘하느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수님조차도 세계 선교의 기초를 놓을 때, ‘겨우’ 12명의 제자들을 통해서 그 일을 행하셨다. 이것을 기억할 때,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는 위험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위기는 아모스의 절규처럼 물이나 양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씀의 부재에서 초대된 위기이다. 한국교회가 철저하게 ‘말씀중심의 삶’을 회복할 때, 주님의 촛대는 계속해서 한국교회를 통해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