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신학적 견해
  
              김영한(한복협 신학위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머리말

황교수팀의 핵치환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는 한편으로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희망을 안겨주고 있으나. 다른 편으로는 인간 생명을 조작하고 파괴하고 있다. 이 연구는 기술적으로는 개체인간의 복제 가능성의 길을 열어 줌으로써 탈종교이고 무신론적 과학주의의 개가이다. 이 연구는 개체복제와 명확한 구획이 없는 초기단계의 인간 복제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큰 위험을 안고 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을 빌미로 생명에 대한 조작을 비롯해 생명의 수단화 그리고 부속품화는 생명산업을 그릇되게 이끌어갈 위험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복제배아줄기세포 배양이란 “현대판 바벨탑 사건”에 접어들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오늘날 생명공학기술이 지니고 있는 문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공리주의를 내세운 생명의 상업화 위험성

환자의 체세포 복제배아를 통한 줄기세포 배양은 척추마비, 파킨슨병, 중풍, 치매 등 난치병 환자를 위한 치료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 공리주의가 과학기술주의(scienticism)가 내세우는 윤리적 명분이다. 그러나 이 줄기세포는 생명체인 배아에서 추출되어야 하고 줄기세포 배양과 추출에서 많은 배아들이 무참히 희생되어야 하는 생명윤리적 잔인성이 숨어 있다. 명분은 인간생명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이 목적에 이르는 과정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과학지상주의 세계관은 생명의 주인을 인간으로 보고 있으며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다. 생명의 주체는 하나님이지 인간이 될 수 없다. 체세포 핵이식이라는 일종의 무성생식이 인간복제 가능성의 길을 열고 유성생식이라는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섭리를 역행하고 원초적 인간 생명체의 존엄성을 유린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주의는 상업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난치병을 치료하는 배아줄기세포연구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많은 기업을 산출해낸다. 최근 서울대에 설립된 줄기세포 허브에 첫날 전세계서 3천5백명 등록이란 배아복제연구가 엄청난 상업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예견한다. 이제 세계는 이 생명기술이 상품화 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선진기술이 개발되고 그것이 상품화 될 수 있는 데 따라서 국운이 달라진다는 압박감 때문에 세계 여러나라가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험관 아기의 경우 불임부부들의 요구를 이용한 상업적 의료행위가 이 분야의 기술을 허용하고 장려하도록 하였다. 인간 장기이식 시술도 공리주의와 환자의 실수요에 힘입어 오늘날 점점 보편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난치병 환자들의 실수요가 있는 한 과학자들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엄청난 상업주의(commercialism)로 나아갈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인간생명이 공산품처럼 생산되고 상품으로 전락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인류가 생명공학이 가져 올 천문학적 부가가치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그만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2)  과학기술주의의 불완전성: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돌변 가능성

복제배아줄기세포 기술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치료목적이라고 할찌라도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황우석은 줄기세포가 인체에 들어갔을 때 무한정 분열되어 암세포로 돌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환자의 체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는 환자가 갖고 있는 질병을 다시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라고 했다. 체세포 이식으로 인해 유발될 다른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치료보다 위험성에 더 노출될 수 있다. 합병증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고통, 지금은 예견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배아복제가 곧 난치병 치료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복제 양 돌리가 277회 실험으로 탄생하기까지 276회의 실패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않된다.

3)  복제인간 출현과 가족관계의 혼란

이 연구는 개체복제와 명확한 구획이 없는 초기단계의 인간 복제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팀은 기술적으로 이 복제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킬 경우 복제인간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일본계 미래학 교수 후쿠야마(Hukuyama)는 포스트휴먼(post-human)으로서 복제인간의 출현을 기장사실로 상정한다. 그래서 그는 이로 인해 인류에게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국가가 이를 적극 막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복제인간은 부부인 남녀가 성적 교류를 통해서 자손을 낳는 창조의 질서인 유성생식방식을 뒤엎는 무성생식 방식을 도출시킨다. 그리하여 전통적인 창조질서의 가족관계에 혼란을 초래시킨다. 그리하여 인간의 정체성 혼란은 물론 가족해체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족보의 파괴, 친족관계의 해체를 야기시킴으로써 사회의 질서를 혼란시키기에 이른다.  

4)  자유주의 우생학의 부작용 - 창조질서의 교란과 괴물을 만들어낸다.    

“자유주의 우생학(liberal eugenics)을 옹호하는 자들은 아이들이 누릴 삶의 전망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부모는 아이들의 유전적 특질을 향상시킬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기를 신격화하는 과학기술주의는 상업주의와 공리주의에 편승하면서 2050년경에는 인간의 영혼까지 다운로드(dowmload)하여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세포수명을 조절하는 DNA를 찾아 조절하고 인간의 노화를 방지함으로써 인간에게 영생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죽음을 미루거나 아예 죽음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주의는 철저히 무신론적이고 공리주의와 상업주의에 편승하여 진행함으로써 창조주가 인간에게 주신 자연적이고 순리적인 창조의 질서를 역행하는 것이다. 하버드의 윤리학자 ”맞춤 아기를 만들어 내는 인간 복제는 은총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존경심을 상실했음을 나타내는 극단적 오만함의 표현이다“(Michael J. Sande1). 유한한 인간이 스스로 좁은 두뇌로 무한한 창조주께서 만드신 생명질서를 교란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생명 무질서의 심각성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윤리없는 과학기술은 생명을 조작하여 유전자의 안정성을 해치는 괴물(chimera)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5)  죽지 않는 것은 과연 행복한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최고조에 달하면 세포의 노화를 중지시키고 인간 세포를 지속적으로 젊고 건강하게 유지하게 함으로써 인간을 영원히 젊고 건강하게 사는 존재로 만들고자 할 것이다. 이것이 죽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칸트가 말한 바같이, 그 본성에 있어서 경향성에 좌우되는 근본악성(the radical evil)에 사로 잡혀 있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죽지 않는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인간들은 더욱더 과학기술을 도구로 삼으면서 인간 신격화를 도모할 것이며 참으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을 잊어버릴 것이다. 행복주의(eudaemonism) 사고는 결단코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창세기 11장에 나타난 바벨탑 사건에서 말하는 인류의 조상들의 심사(心思)는 오늘날 현대인들의 심사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것이다: "또 말하되 자,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라"(창11:4). 창세기는 인간에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창3:19하)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영생은 선악과를 따먹거나 복제기술을 통하여 얻어지지 않는다.  

6)   언론의 일방적 찬사? - 제국주의적 과학기술주의

유전자 연구는 이제 실험실 연구나 의료용 시도의 영역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마크하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일간신문들과 각종 공영방송들은 황우석연구팀의 성과에 대하여 찬사일변도로 보도하며 이것이 지니고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하여는 스치고 지나가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안 바버(Ian Barber)는 과학을 국수주의적 이해관계에 결부시켜 그 효용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란 정치경제적 제국주의와 유사한 성격의 “제국주의적 과학주의”(imperialistic scienticism)라고 비판하였다.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장려함으로써 한국의 배아 줄기세포의 추출의 방향이 불임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냉동 잉여배아를 사용하는 데서 직접 여성들로부터 기증받은 난자를 이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배아 줄기세포연구가 실용화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난자기증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시대에 있어서 어머니라는 정체성보다는 난자소유자라는 정체성이 각인되고 있다.

7) 생명공학적 대안 - 성체줄기세포 연구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배아를 만들 필요가 없고 곧바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배아 파괴 또는 인간 복제 위험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성체줄기세포는 제대혈, 골수, 지방 등에 주로 분포돼 있다. 성체줄기세포연구는 시간이 더 걸리고 어려움이 있드라도 반드시 이루어야 할 생명공학이 가야할 길이다. 성체 줄기세포는 뇌암, 유방암, 임파선암,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기면역 질환, 백혈병, 뇌졸중, 심근경색, 족부궤양 치료에 쓰이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로 구체적인 치료사례가 없으나, 성체줄기세포로 여러 난치병에 대한 치료가능성이 의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현재 백혈병에 대한 조형세포이식과 골수이식에 적용되고 있으며, 뇌혈관이나 괴사된 심장근육을 재생하는 치료법들이 임상단계에 와 있다. 윤리성은 물론이고 안정성, 활용성, 경제성 면에서 성체줄기세포가 훨씬 탁월하고, 실제적인 난치병 치료에 근접해 있다.” 성체 줄기세포는 증식이 잘  안돼 치료에 충분한 양을 얻기 어려우나 분화와 재생이 무리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상증식현상이 없는 장점이 있다. 윤리논란에 있어서 배아줄기세포는 배아희생과 인간복제 가능성이 우려되나 성체줄기세포는 윤리적 논란이 없다

8) 정부의 역할: 냉정하고 엄격한 통제                  

현재 정부는 유전자 연구의 세계적 성과에 심취하면서 이것을 국력신장이라는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 공리주의적으로만 정책을 끌고 나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의 결과가 가져 올 각종 부작용과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여 앞으로 이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와 법률적 지침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배아복제, 난자와 접합체의 실용화는 미끄러운 경사길 논증(slippery slopes)으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 그러나 현재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현실을 무시하고 이것을 무조건 금지할 수 만은 없다. 배아줄기세포가 인간 생명의 신비와 존엄을 구체화 한 법률의 통제를 받으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법률은 배아연구 기획과 불임 클리닉(fertility clinics)에 대한 허가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난자와 정자의 사용화에 대한 규제(restrictions on the commodification of eggs and sperm)와 줄기세포선(stem cell streak)에 대한 접근을 민간 자본이 독점하는 것을 막는 조치들을 포함해야 한다.

9) 한국교회의 역할:  생명윤리운동전개

공리주의와 상업주의 동기에 의하여 멈추지 않고 가속도를 내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한국교회는 생명윤리를 각성하고 이것을 주지시키고 실천하는 생명윤리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오늘날 확산되고 있는 물질주의 그리고 건강위주의 삶, 장수지향 풍조 등은 현대인의 삶을 종교적인 깊이가 없는 단지 천박한 물질주의나 안락주의 내지 행복주의에 편승하게 만들고 있다. 교회는 이를 반성하도록 하고 생명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 창조주 앞에서 책임지는 신성한 차원을 발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란 유전정보나 세포의 결합물이 아니라 하나님과 교통하는 영성이 있으며 이웃 인간과 교통하는 인격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인간의 인격에 구성에는 내적 가치관, 영적 습관, 사회적 관계들이 같이 참여한다.  

맺음말

황우석의 연구성과와 이에 따른 신드롬을 계기로 한국과 세계는 생명에 대한 조작을 비롯하여 생명의 수단화 내지는 부속품화의 위험, 상업적 관심에 따라 생명산업의 방향이 그릇되게 이끌어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인간 생명본질인 유전자를 조작하는 생명의 난개발은 엄청난 비가역적(非可逆的)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은 21세기 바벨탑 건설 시도로서 인류의 멸망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간 생명을 다루는 과학자는 생명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고 사회의 합의에 성실히 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기독교는 이러한 때 하나님의 절대적인 생명주권을 재확인하고 생명존중과 인권 등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심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