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내에서의 여성문제에 대한 논의

                                                      한 상 화 교수(ACTS 신학대학원)

  I.  서론
II.  복음적 또는 성경적 여권주의
III.  전통적 견해: 남자의 지도권(헤드쉽)
IV.  상호복종의 견해
V.  여성문제에 대한 복음적 접근


I. 서론

        본 논문은 필자가 한국 개혁 신학회에서 여성신학에 대해 연구하여 발표한 논문의 후편과도 같다. 그 논문에서 필자는 자유주의 전통위에 세워진 여성신학은 세속적 여권주의와
기독교 신앙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로서 기독교 신앙을 변질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데올로
기적 신학은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인 참다운 여성해방을 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진정한 여성해방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적인 죄로부터 해방을 받을
때만이 가능해지고, 하나님 중심으로 정위된 참다운 인간관계의 회복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와같은 논의를 통해 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제는 역시 복음주의
내에서의 여성문제에 대한 논의이다. 그리고 그것은 성경적 여성관의 문제로 집약되며 이 문제
는 다시 각 교단과 교파의 여성안수 문제로 직결이 된다. 이 여성안수 문제는 동 서양을 막론
하고 보수교단들을 첨예하게 갈라놓는 난제 중에 난제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 문제가 성경적
여성관이란 어려운 주해 문제를 포함할 뿐아니라, 성경의 적용문제, 안수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문제, 지도권에 대한 문제, 각 교회가 처해있는 정치 문화 제도적인 상황등과 밀접하게 결부되
어 있는 아주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와같은 어려운 문제를 의식하면서, 본 논
문을 통해 미국의 복음주의 신학자들 중심으로 여성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 되고 있는
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의 논의를 소개한다는 것은, 그들의 상황이 그들만
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보수 교계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의의있
는 일일 것이다. 또한 한국 보수주의 교계의 많은 목회자들이 성경적 여성관에 대해 관심을 가
지고 있고, 더군다나 자유주의적인 여성신학들을 접하면서 혼돈과 미궁속으로 빠져들지만 아직
도 어떤 확실한 입장을 굳히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판단해 볼 때 이 논제의 필요성
은 자명하다. 본 논문의 의도는 여성문제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논의를 살펴보고 복음적 접근
을 제시하여 미약하나마 이 난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II. 복음적 또는 성경적 여권주의

        미국의 복음주의내에서는 1970년대초부터 여권주의자들의 시각을 받아들여 교회내에서의 여성들의 동등성을 옹호하며 그들의 보다 활발한 교회 사역의 참여를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운동을 가르켜 "복음적 여권주의(evangelical feminism)" 또는 "성경적 여권주의
(biblical feminism)라고 한다. Mary Kassian에 의하면, 자유주의 여성신학이 그들의 해석의 원
리(crux interpretum)를 여성의 해방에 두었다면, 이 복음적 여권운동은 그 기본적 해석 원리를
동등성(equality)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입장을 "성경적 동등주의(biblical
egalitarian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입장은 세속적 여권주의자나 또는 자유주의적인 기독교 여권주의자들과는 달리,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과 그것이 신자들의 신앙과 삶에 규범이 되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복음적" 또는 "성경적"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러나 남녀관계
에 대한 전통적인 위계적 관계를(traditional hierarchy) 반대하고 남녀의 동등성을 옹호하는 것
은 앞의 두 입장과 공통성을갖는다. 이러한 복음적 여권주의자들을 대표하는 인물과 저술들은
다음과 같다: 버지니아 라메이 몰렌콧(Virginia Ramey Mollenkott)의 「여성, 남성 그리고 성
경」(Women, Men, & the Bible); 레타 스칸조니(Letha Scanzoni) 와 넨시 하데스티(Nancy
Hardesty)공저의「우리의 이상적 상태」(All We're Meant to Be); 도로시 파이프(Dorothy
Pape)의 「하나님의 이상적 여성상을 찾아서」(In Search of God's Ideal Woman); 그리고 폴
조웻(Paul Jewett)의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인간」(Man as Male and Female)등이다. 이들의 글들은 복음주의 진영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 시켰고, 특히 여성 안수 문제를 놓고 성경해석을 둘러싼 주해자들의 날카로운 대립을 야기 시켰다.
        초기의 성경적 여권주의자들은 1974년에 결성된 "복음주의여성협회"(EWC, the
Evangelical Women's Caucus)을 중심으로 비교적 성경적 원리하에 남녀동등을 주장했으나,
1989년에 이르러서는 레즈비어니즘을 인정하려는 과격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그로인해 보
다 보수적인 회원들은 탈퇴하여 따로히 "성경적 동등성을 위한 기독인회" (CBE, Christians for
Biblical Equality)를 결성했다. 남아있는 회원들은 이름을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여성협회"
(EEWC, the Evangelical & Ecumenical Women's Caucus)로 바꾸었다. 또한 초기의 복음적 여권주의의 대표자 스칸조니, 하데스 그리고 몰렌콧등은 복음주의 입장을 버리고 자유주의적 여
성신학자들과 그 노선을 같이 하게 되었다. CBE는 영국의 "현대 기독교를 위한 죤 스토트의
런던 학회"(John Stott's London Institute for Contemporary Christianity)와 관계를 맺고, 성경
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된 말씀이라고 믿으며, 그 성경은 궁극적으로 남녀 차별을 지양하고 남
녀 동등성을 가르친다고 주창한다. 대표자들로는 페트리시아와 스텐리 건드리(Patricia와
Stanley Gundry), 길버트 빌레치키안(Gilbert Bilezikian), W. 와드 가스끄(W. Ward Gasque),
그레첸 게블라인-훌(Gretchen Gaebelein-Hull), 로저 니콜(Roger Nicole), 알베라 미켈슨(Alvera Mickelsen), 케더린 C. 크뤠거(Catherine C. Kroeger), 메리 스튜어트 반류웬(Mary Stewart VanLeeuwen)등이 있다. CBE의 초대 회장으로 고든 콘웰 신학교 교수 케더린 C. 크뤠거(Catherine C. Kroeger)가 역임했고, 로벨타 헤스테네스(Roberta Hestenes)와 루이스 스메데스(Lewis Smedes)등이 고문이었다.                   
        성경적 여권주의자들의 기본 관심사는 여성안수 문제이며, 그것은 교회와 가정에서 여자도 남자와 같은 권위와 책임을 누려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점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의 이러한 동등주의가 세속적 여권주의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형성되어 주장되고 있다
는 점이다. 그리하여 Mary Kassian이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무분별한 동등성
(monolithic equality)의 개념을 가지고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는 것
을 인정하지 않은채 단일한 동등성을 상정한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무분별한 동등성의 개념은
바른 성경적 입장을 대변할 수 없는 세속적인 개념인 것이다. 그리하여 초기의 성경적 여권주
의자들은 결국 자유주의 여성신학자들과 그 사상적인 맥을 같이하게 되고 마는 것을 볼 수 있
다.
        반면 후기의 성경적 여권주의자(CBE)들은 보다 성경에 충실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서 우리는 그들의 지도적인 멤버인 알베라 미켈슨(Alvera Mickelsen)의 주장을 살펴보면서 이들의 성경의 접근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알베라 미켈슨은 성경이 올바로 해석될
때 그것은 과연 여자들의 사역을 제한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과 함께, 교회와 가정과 사회에서
의 여자와 남자의 제한적인 역할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것인가 아니면 죄 또는 문화적인 영향
력에 의한 것인가? 라는 핵심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그녀는 여자들의 교회와 가정에
서의 지도적인 역할을 제한하는 것은 죄와 문화적인 영향력에 의한 것이지 하나님께서 제정하
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하나님께서 여자들도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지도자로 불
러 세웠다고 주장하며 성경과 교회사에 나타나 있는 많은 여성지도자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주
장을 뒷받침했다. 더 나아가 그녀는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듯한 몇몇 성경 구절을 근거로 해
서 여자들의 교역을 제한하는 것은 성경의 바른 해석과 적용이 아님을 주장한다.
        미켈슨은 성경을 해석할 때 주해자들이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기록당시 성경이 그 초대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는가 하는 것이며 그 메시지는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문헌의 문맥속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그 구절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인데, 이 질문은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가장 최고의 규범들이 무엇인
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녀는 성경에는 기록 당시 상황에만 해당되는 규범들과 모든 시대 모든
문화에 해당되는 규범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두가지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하며 최고의 규
범들로는 마태복음 7장 12절에 나타나 있는 황금율과 22장에 나타나 있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과 같은 것들이다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가르
치는 새로운 질서에 관한 것인데, 예수님의 새포도주는 새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말씀과 사도행
전 2장 17, 18절의 말씀과 같이 성령은 남녀노소 구별없이 모두에게 임하고 모두가 예언하게
된다는 말씀, 또한 갈라디아서 3장 26-29절과 같은 말씀등에 나타나 있다. 즉 그리스도안에서는
유대인과 이방인, 자유자나 노예, 남자와 여자사이의 기존의 장벽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 따르면, 남녀간의 위계적 관계를 주장하는 자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은
섬기는 지도자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참다운 기독교적 권위의 형태는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형태가 아니라 종과 같은 겸손히 섬기는 형태라고 강조하며(마 20:25-27), 전통
주의자들이 이러한 가르침을 간과해온 이유는 지배적인 문화형태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
판했다.
        그녀에 의하면, 모두가 피해야 할 몇가지 해석학적 오류는 선택적 문자주의와 본문에도 없는 의미를 주입시켜 이해하는 것과 명제적 주해이다. 명제적 주해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
시키기위해 성경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 모두를 의미하는데, 오직
올바른 성경해석방법은 보편적인 최고의 규범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할 뿐만아니라 성경
의 문헌적이고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상황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이해할 때,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오늘날의 우리의 삶에 올바른 적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
        그녀는 창세기 1-3장이야말로 상기한 해석학적 오류가 가장 많이 범해진 대표적인 본문이라고 말하고 해석하기를, 이 본문은 남녀간의 어떠한 상하관계도 암시되어 있지 않고, 그러한 지배관계는 3장에 비로서 죄에 대한 결과로서 나타난다고 했다. 많은 사상들이 본문에 주입되어져 이해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아담이 먼저 창조되었기 때문에 우월성을 가진다는 생각이며 이러한 해석은 유대교의 장자선호 사상과 연결된다고 했다. 또한 2장 18절에 "돕는 베필
('ezer)"이란 말도 전통적으로 여자들의 이차적이며 보족적인 위치를 암시하는 말로 이해되어
왔는데, 이러한 전통적인 이해도 그말의 용례에 어긋난 것으로 실제 본문에서 의미하는 것과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다른 많은 주경학자들의 지지를 받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아담의 이름짓는 행위가 보다 높은 권위를 나타낸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2장 23절에는 그 이름
짓는 형식이 다른곳과 다를뿐만 아니라, 여기서 여자(isha)는 일반명사일 뿐이고, 이브라고 명명하는 행위는 타락이후의 시점으로 되어있음을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1장 26-28절은 분명하
게 남녀가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과 남자 혼자만이 아닌 그들 모두에게 하나
님의 문화명령이 주어졌다고 기술하고 있는 점등을 감안하여, 창세기 1-3장은 항상 해석학적
오류가 가장 많이 범해지는 본문이라는 데는 동의할 만하다.
        후기 성경적 여권주의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전통주의자들도 예수님의 여성에 대한 태도는 그 당시의 유대문화의 기준으로 본다면 가히 혁명적인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미켈슨의 의하면,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은 우리의 죄악된 문화와 상반된 것이었는데도 불행하게도 기독교인들은 이 세상의 문화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구분하지 못하고, 인종차별, 성차별, 엘리트주의 및 가난한 자들을 억압하는 행위를 묵인할 뿐만 아니라 지지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와같이 예수님의 여성에 대한 태도와 일관성있게 사도 바울과 초대교회를 보려고 했
다. 초대교회때에도 가정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여성교회 지도자들이 있었으며, 특히 로마서 16
장에는 많은 여성들이 바울의 동역자의 반열에 끼어 있다. 뵈뵈, 브리스길라, 유니아, 드루베나,
드루보사등과 빌립보 교회에 지도적인 위치에 있었던 유오디아와 순두게, 리디아등이 그 일부
이다.
        사도바울이야말로 여성혐오주의자로 알려져 있고 많은 여권주의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복음적 여권주의자들은 그의 실제 여성에 대한 태도는 당시 다른 유대교의 바리새주의자들에 비하면 상당히 진보적인 것이며, 그의 가르침도 대부분 비교적 여성과 남성을 순서적으로 공정하게 다루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복음적 여권주의자들은 디모데 전서 2장 12절
은 그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으로 보며, 고린도전서 11장과 14장의 가르침도 그 본문
의 역사적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확실한 해석을 제시하기가 쉽지않으나, 모두 모든
시대 모든 문화에 해당되는 보편적인 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는 데에는 일치한다. 더욱이 그들
이 반대하는 점은 이러한 몇몇 구절에 의거하여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전통주의자들의 문자주의
적 성경 적용인데, 상기한 해석학적 오류의 첫 번째인 선택적 문자주의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라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남자가 여자의 머리라는 고전 11:3절과 엡 5:23의 가르침을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거나 여자에 대해 권위를 갖는 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머리(head)라는 단
어의 헬라어인 케팔레(      )의 일상적인 용례들을 연구하여, 영어나 히브리어처럼 우두머리나
권위의 의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삶의 근원(source of life) 또는
원류(beginning)로 해석한다. 이외에도 그들은 고전 11장에서 여자가 공중 예배시 예언과 기도
를 했다는 점, 또한 여자에게 제한된 형식일 지라도 "배우라"라고 명령했다는 점등은 당시 사회
상황으로 보아 매우 획기적인 것이며 특히 유대교의 배경에서 볼 때 더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또한 갈라디아서 3장 28절 같은 가르침은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된 모든 인간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이 본문이야말로 복음적 여권주의자들의 교회내 여권운동을 뒷받침해주는 본
문으로 삼는다. 요컨데 그들의 주장의 핵심은 바울이 가지고 있었던 남녀관계에 대한 사상은
상하적 위계관계가 아닌 동등성에 입각한 상호의존적이며 보충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의 평가에 의하면, 알베라 미켈슨이 제시하고 있는 해석학적 오류들은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으로서 복음적 여권주의자 자신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도 성경을 주해할 때 그들의 동등성의 개념을 미리 가지고 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무
엇보다 여권운동을 위해 모든 주해가 이루어질 때 그 안에서 말씀의 참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많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필자는 후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러한 주해자
들의 문화적 한계성을 성경의 중심주제로 모든 해석원리의 출발점을 삼을 때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는 시각을 얻는다고 믿고 있다. 여기서 성경의 중심주제란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는다는
복음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갈라디아서 3장 28절도 여성의 동등권을 지지하는 말씀이라
기 보다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하나님의 자녀된 자들은 모두가 그리스도안에서 하나임을 가르치
는 말씀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상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복음적 여권주의자들의 역사적인 의의는 전통주의적 여성관에 반기를 들고 나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성경의 보다 바른이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것
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현대교회에서의 여성들의 보다 활발한 교역의 참여를 고무한 공헌 또
한 인정해야 한다.
        

III. 전통적 견해: 남자의 지도권(헤드쉽)

        복음적 여권주의자들에 반대하는 전통주의자들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뉠수 있는데, 강경한 전통주의자들과 기본적으로 동등성을 인정하면서도 남자들의 지도권을 옹호하는 입장이 그것이다. 로버트 D. 쿨버(Robert D. Culver)는 전자로서, 여자는 성경의 타락의 기사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속기쉬운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남자를 가르쳐서는 안되
며, 신학교는 여자들이 목회 준비를 위한 과정에 등록하지 말도록 권면해야 한다고 했다. 전
자보다 온건한 후자의 입장은 남자와 여자의 존재론적 동등성을 인정하면서도 기능적으로는 차
등성을 두고 특히 남자의 지도권(headship)을 주장하는 견해이다. 수잔 포(Susan Foh), 메리 케시안(Mary Kassian), 마라벨 모르간(Marabel Morgan), 베벌리 라하예(Beverly LaHaye), 제임스 헐리(James Hurley), 레이몬드 C. 오르트룬드 2세(Raymond C. Ortlund, Jr.), 죠지 W. 나이트 3세(George W. Knight III), 스테판 B. 클라크(Stephen B. Clark), 라리 크리스텐슨(Larry
Christenson)등 외에 많은 이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여자는 창조질서상 남자 다음에 오는 이차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을 뿐 아니라 -따라서 독립적으로는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지 못하고 남자와 함께만 그러하며- 남자를
위해 창조되었기 때문에 남자의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더 나아가 인류의 타락의
책임은 이브에게 있기 때문에 모든 여자들은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믿어왔다. 이브
가 속임을 당했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를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며, 교부 터
툴리안은 여자는 악마에게로 가는 문과 같다고까지 했다. 여성혐오사상은 고대교부들 사이에
흔한 것이었으며 중세 카톨릭 교회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여
자는 남자가 잘못 태어난 기형적인 존재라고 했고, 종교개혁자들도 여자들을 보다 존중하기는
했으나, 성경은 기본적으로 여자들의 종속적 역할을 가르친다고 보았다.
        현대에도 이러한 전통적 견해는 복음주의내에서 꾸준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 뉘앙스와 강조점에 있어서 과거의 여성 혐오나 경시의 태도는 많이 사라졌다. 대개의 전통주의자들은 창조 질서를 옹호하고 성경의 역사적 해석을 그대로 따르려는 의도와 무엇보다도 세속
적 여권주의의 영향에 대한 강한 반감과 경계심을 보인다. 대체적으로 현대의 많은 전통주의자
들이 남녀의 영적인 동등성을 인정하지만, 그 역할에 있어 남자의 지도권(headship)을 옹호한
다. 남자의 지도권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것으로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이듯이 남편은 아내
의 머리이며 가정과 교회에서의 이러한 위계질서는 타락으로 말미암아 악화되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본래의 창조질서로서 회복되어야 하고, 이러한 남녀간의 위계질서는 하나님의 본래의도
이기 때문에 좋은 것으로 간주된다. 바로 이 점이 동등주의자들과(egalitarianism)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간의 위계적 관계가 창조질서인가 아니면 타락의 질서인
가 하는 문제가 바로 핵심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이 문제는 창세기 1-3장에 대한 상이한
해석에 기인한다.
        전통주의자들은 성경적 여권주의 운동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며, 남녀의 구별을 무시하는 동등성의 개념은 세속주의적 여권주의의 영향으로 나온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여자의 복종이 곧 여자의 열등성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들은 사도
바울도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 남녀의 영적인 동등성을 가르치면서도 고전 11:3, 14:34-36, 딛
전 2:12, 엡5:22-24에서 분명하게 남자들의 지도권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성경적인 남성
관과 여성관은 그들이 존재론적으로는 동등하나 역할에 있어서 분명히 구분되며, 그 역할에 있
어서 남자의 지도권(headship)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이들도 여권주의자들처럼 "성경적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한 심의회"(Council on Biblical Manhood and Womanhood, 약칭 C.B.M.W.)를 결성하고, 1987년에 메사츄세츠 덴버스에서 덴버스 성명서(the Danvers statement)를 발표했다. 정정숙에 따르면, 이 조직은 비율적으로 주로 남성들이 많은 반면, 앞의 CBE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복음주의내에서 남녀의 대립이 심각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필자의 평가에 의하면, 성경의 문자적 의미를 중시하고 성경의 권위를 지키려는 현대 전통주의자들의 강한 의도는 현대적 상황에서 볼 때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리고 세속적 여
권주의가 내포하는 가정 파괴적인 악 영향과 동성 연애를 부추기는 폐단에 대해 강하게 맞서서
전통적 가정개념을 옹호하는 것 또한 이 입장의 상당한 공헌이라고 본다. 그러나 남녀의 역할
개념 자체가 얼마 만큼 문화적인 영향에 의해 형성되는가 하는 것은 재고해 볼 여지가 있는 것
이다. 전통적인 역할개념 그 자체가 성경에 의해 뒷받침 된다는 것으로 규범화할 때 그것은 또
한 계시의 문화 적응성을 간과한 성경의 체제유지적인 이데올로기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의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이
상적인 남녀관계의 형태를,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보다 원초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에 근거하여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IV. 상호복종의 견해

        여성문제에 대한 복음주의내의 세 번째 입장은 상호복종의 견해 또는 남녀의 상호보충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입장은 전통주의자들과 동등주의자들 사이에 중간적인 입장으로서 역시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는데 그 대표자들로는 리차드와 조이스 보들레이
(Richard 와 Joyce Bodlrey), 도날드 블뤠쉬(Donald Bloesch), 하비 M. 칸(Harvie M. Conn) 그리고 메리 J. 에반스(Mary J. Evans)등이 있다. 정정숙은 「여자여, 자유케 되라」(Woman, Be Free)의 저자 페트리시아 건드리(Patricia Gundry)를 이 범주에 넣고 있는데, 메리 케시안은 그녀를 복음적 여권주의자들과 함께 간주하고 있다. 이와같이 이 중간적 입장은 경계선을 뚜렷이 그을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며 위계적인 남녀 관계보다는 동등한 남녀관계를
더 지향하여 여성 안수문제에 전통주의자들보다는 열린 태도를 보이나 여권주의자가 가지는 이
데올로기적이며 전투적인 성격에 대해 경계하며 일반 복음주의자들에게 더욱 더 보편적인 호소
력을 갖는 동등주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루스 터커(Ruth Tucker)나 월
터 라이펠트(Walter Liefeld)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이 견해는 그 이름대로 상호복종이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인간관계의 전형이며 남녀관계도 그 중 하나의 형태라고 본다. 지도자의 모형에 대해서도 다스리는 지도자 상보다는 섬
기는 지도자 상을 더욱 강조하며 남녀가 모두 섬기는 자로서 지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본
다. 에베소서 5장의 남편과 아내의 관계도 아내의 일방적인 복종이 아니라 상호복종이며 아내
는 그리스도에게 하듯이 남편에게 함으로서 상호복종의 명령을 수행하며 남편은 희생적으로 사
랑함으로서 이라고 한다. 루스 터커(Ruth Tucker)는 지적하기를, 엡 5장 22절의 첫 문장에 "아
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에서 헬라어 원문에 복종하라는 동사가 빠
져있는데 번역자들이 앞의 21절의 피차 복종하라는 명령에서부터 그 의미를 연결시켜 삽입시킨
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전통주의 해석자들은 21절과 22절 이하를 별개의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나누어 버린다. 헬라어의 문법구조를 감안하여 메리 에반스도 21절을 22
절 이하의 논의에 포함시켜 주해한다. 에반스에 의하면, "복종(submission)"이라는 말의 헬라어
는 휴포타소(hupotasso)로서 그 어원적 의미는 "정돈하다," "배열하다' 또는 "제자리에 놓다"라
는 것이다. 그리고 바울은 이 단어를 순종(obedience)이라는 단어와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고, 전자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후자는 부모와 자식 또는 주인과 종의 관계에 주로 사용했다는 것
이다. 이 단어는 자의적인 행위를 의미하고 여기서 복종하는 행위는 남자의 권위에 굴복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질서의 권위에 순복하여 아내가 남편 밑에 스스로를 배치시키는 자의적 행위
라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전통주의자들은 인간관계에 있어 위계적 질서를 앞세우기 때문에 상호복종의 개념이모순개념이라고 비판하나, 이들은 상호복종의 태도야말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것
이라고 주장하며 그 참된 의미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겸손한 태도
라고 본다. 에베소서 5장의 22절 이하의 남편과 아내의 관계도 이러한 상호복종의 관계의 하
나로서 아내는 남편에게 교회가 주께 하듯 복종해야하고, 남편도 아내를 다스리고 권위를 세우
는 자로서의 머리라기 보다는, 마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 주셔서 구원하신
것같이 희생적으로 아내를 사랑함으로서 머리됨을 의미한다고 본다.
        상호복종주의자들도 남녀간의 위계적 관계를 창조질서로 보기 보다는 타락의 질서로 보며, 이들도 그리스도안의 구원의 새로운 영적인 질서를 (행 2:17-18; 갈 3:28) 강조하는 데 있어서는 성경적 동등주의자들과 그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반면에 이들은 성경적 동등주의자
들의 동등성의 개념이 남녀구별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세속주의적 남녀평등운동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전통주의자들의 비판에 동의한다. 그들은 남녀차별(sexism)은 잘못된 것이지만 남녀
는 분명히 구별된 존재로서 상호 보충적이라고 본다.
        반면 전통주의자들과는 달리 이들은 사도바울의 논란이 많은 고전 11장, 14장, 딛전 2장의 가르침을 갈라디아서 3장 28절의 그리스도안의 새로운 질서의 견지에서 해석하려한다. 이
들은 한결같이 비판하기를 전통주의자들은 이 성경본문들에 나타난 여러 가지 명령 중 어떤 부
분은 보편적인 것으로 어떤 부분은 그 당시에만 해당되는 문화적인 것으로 일관성없이 선택적
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 지적한다. 예를 들면, 왜 고전11장의 머리수건 쓰는 것이나, 14장에
방언 하는 질서에 대해서는 등한히 하고 여성들의 침묵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주장하는가? 어떠
한 성경 적인 근거에서 디모데 전서의 거룩한 손을 들고 기도하는 관습이나 여자의 머리 장식,
또는 과부의 공궤 명단 작성(5:9)등에 대한 관습은 문화적인 것으로 보고 여성들의 가르침은 영
원히 제한되어야 하는가? 왜 여성들이 선교지나 교육관에서는 가르칠 수 있고, 본 교회나 본당
에서는 가르치지 말아야 하는가? 등의 물음을 물으면서, 문화적인 인습의 모순들에 대해 의식
하고 참 성경적인 본 뜻을 따를 것을 촉구한다. 이들은 각 본문들에 나타난 여성의 예배 참여
의 긍정적인 측면들에 주목했다. 바울이 당시의 유대주의적 관습과는 달리 공 예배시 여자들
의 기도나 예언을 허락했었다는 점 또한 당시에는 불가했던 여자들의 배움을 허용할 뿐만 아니
라, 바울은 언제나 남녀문제를 다룰 때 남자와 여자 양자의 의무와 권리를 공정히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등은(고전 11:11-12) 당시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앞선 것으로 본다. 고전에 11장이나
디모데 전서 2장에서 엿볼 수 있는 바울의 창세기 2장의 해석은 그 당시 에베소를 중심으로 성
행했던 이브 숭배 사상이나 영지주의의 가르침을 배경으로 이해할 때 전통주의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메리 에반스는 고전 11장 3절의 여자와 남자의 관계
와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관계에 대해, 여기에서의 머리의 개념을 권위와 종속의 개념이 아닌,
생명의 원천이나 기원으로 이해할 때, 신성종속설이라는 신학적인 문제를 덜어 준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고대 교부 크리소스톰을 인용하여 여기에서의 머리의 개념은 기독론적 시각에서
볼 때 기원이라는 측면보다 연합의 측면이 더 앞선다고 했다.
        하여간 상호복종주의자들은 남녀간의 상호복종에 입각한 관계야말로 성경 적인 가르침으로 보며, 여성의 침묵에 대한 사도바울의 가르침은 그 당시의 문화적 상황에 맞춰 보다 효과적인 복음전파와 전수를 위한 선교적 원리 즉 상황화의 원리(고전 9:19이하)에 입각하여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시카고 트리니티 신학교 신약학 교수였던 월터 라이펠트(Walter Liefeld)
는 디모데 전서 2장에서 사도 바울이 창조기사에 입각하여 여자들의 가르치는 것을 제한 하는
이유로 다음의 여섯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1. 디모데 후서 3장 6-7절 말씀에 근거하여 볼 때, 여자들은 거짓 선생의 희생양들이었    
을 것이다. 어떤 여자들은 잘못된 가르침에 미혹되었다.
2. 여자들은 남자들을 가르칠 만큼 교육을 받지 못했다.
3. 여자들은 그 당시 증인으로서의 법적인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증거는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4. 교회는 초기 영지주의에 영향을 받아 위협에 처해 있었는데 그런 가르침 중 하나는      
여성으로서의 하나님을 강조하고 이브가 아담보다 앞선다는 강조가 있었다.
5. 그 당시 헬라문화권 속에서 여자 예언자들은 있었지만 여자 선생들은 없었다. 바로
   이점이 여자들에게 예언은 허용되었으나 가르치는 것은 금해진 이유일지도 모른다.
6. 그 당시 유대인 사이에 가르치는 자의 권위는 가히 신적인 권위를 가진다. 이러한
   권위는 여자들에게 적합지 않았다고 여겼다. (요 10:34, 시 82:6)

이러한 가능성들을 감안 하여 라이펠트(Liefeld)는 색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데 사도 바울이 여
성들에게 제한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회의 권위(ecclesiastical authority)가 아
니라 사도적인 가르침의 권위(apostolic authority)라고 본다. 목회서신 작성당시는 아직 정경의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여 디모데 전서 2장 12절에 나타난 가르침은 사도적인 가
르침으로서 정경의 형성과정에서 사도들만이 가지는 특별한 권위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그러
므로 이 구절을 근거로 현대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가르침을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적용이라고
결론짓는다. 그것은 바로 정경 완성 이후 가르침의 권위는 교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말
씀 자체에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대 교회 내에서도 권위의 올바른 위치는 말씀에게
있는 것이지 목사나 장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라이펠트는 또한 안수문제에 대해서도 신약성경은 안수를 권위를 부여하는 행위로 기술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신약성경적 안수는 사역자들에게 사역의 봉사를 위해 성령를 붓는
행위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성경적 사역(ministry)의 핵심은 봉사(service)이지 권위의 행
사가 아니다. 그리하여 교회의 직분은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가지고 봉사하고 섬기는 것이며
여자라 해서 제한할 아무런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본다. 안수를 통해 권위를 부여하는 의미는
초대교회 이후의 교회의 관습에서부터 생겨난 것이라고 보고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전
통의 차원에서 다룰 문제임을 암시한다.

V. 여성문제에 대한 복음적 접근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성경적 동등주의자들이나 상호복종주의자들 사이의 벽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초기의 성경적 여권주의자들과는 구분을 두고 있는 CBE회
원들과 상호복종주의자들 사이에는 단지 뉘앙스의 차이일 뿐, 성경해석의 접근에 있어서는 별
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반면 전통주의자들은 문자적 해석을 주로 하는 전통적 이해를 고집한
다. 그러나 그들도 또한 대부분 여자들의 존재론적인 평등성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과거
보다 완화된 견해를 취한다. 동등주의자와 전통주의자들 사이의 가장 분명한 경계선은 여성안
수라는 교회정치와 관계된 문제이다. 이 문제는 성경해석 이외에도 많은 다른 요소들이 작용하
는 문제로서 보다 더 심도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필자는 이 문제로 인해 교단들간에 서로 교
제가 끊기고 반목질시 하는 현 상태야 말로 성경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자신의
입장을 굳게 지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정죄할 필요는 없다고 본
다. 더욱이 기독교의 중심 교리와 관련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 문제
는 다른 교단, 다른 사역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 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범하기 쉬운 위험성은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적용이다. 하나의 사회, 정치적 운동을 위해 성경적 가르침을 적용 또는 심한 경우에는 왜곡시
키는 것이 바로 성경의 이데올로기화이다. 여성신학도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
바른 여성해방을 제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보수주의라 할지라도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위
험성으로부터 자동적으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안심하는 사이에 체제유지(status
quo)를 위한 신학이 되어 성경의 가르침을 또 다른 형태의 이데올로기로 만들 위험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화의 위험성으로부터 탈피하는 방법은
성경의 중심주제의 시각을 놓치지 않는데 있을 것이다. 성경은 인간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사역
과 말씀을 기록하고 있고 그 중심 주제는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라 할 수 있다. 이 복음을 위
해 하나님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의 뜻에 따라 그의 종들을 부르시고 사용하신다. 여성들의
보다 활발한 교역의 참여도 그들의 동등한 권리를 찾기 위함이 아니고 복음사역을 위한 현 시
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히려 바른 기독교적 정신은 남을 위해 자신의 권리
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기에 여권주의의 세속적 성격은 걸러져야 한다. 오직 빌 2:3이하
의 종의 정신에 입각해서 보다 활발한 복음전파를 위해 여성사역의 제한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
한 것이다. 성경의 성경적 적용 그것은 바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현 시대에 맞게 분별력
있게 이루어져 가야 하는 것이다.
        여성문제는 현대 문화의 새로운 요청으로 보수신학의 중요한 논제로 등장했다. 그것이 단지 세속주의의 영향이라고 일축시켜버리는 것은 책임성 있는 태도가 아니다. 여성관은 언제나 문화의 영향을 받기에 이 문제에 대한 바른 접근을 하기 위해선 성경과 문화와의 관계에 대
해 필히 고려해야 한다. 일찍이 리챠드 니버는「그리스도와 문화」라는 책에서 다섯 가지 관계
유형을 살피고 있다. 문화와 상반적인 그리스도, 문화의 그리스도, 문화를 초월한 그리스도,
문화와 병행적인 그리스도, 문화 변혁적인 그리스도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참된 복음적 입장은
다섯 번째, 문화를 변혁시키는 그리스도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유형은 문화가 타락한 것
으로 보고 그러한 문화의 개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타락한 문화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쳐서 변혁시켜야 한다. 이 유형이 첫 번째 유형과 다른 점은 비록 문화를 타
락한 것으로 보나 그것으로부터의 분리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건주의적 분리주의는
경계해야할 입장으로서 바른 성경적 문화관은 세상 안에서 복음으로 문화를 재창조하려는 태도
일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복음적 접근은 여성관에 대한 잘못된 문화적 영
향을 가려내어 변화시켜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대 세속주의적 여권주의의 영향 뿐 아니라
가부장적 영향까지도 포함하여 비 성경적인 것은 모두 가려내어 그리스도안에서 바른 여성관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성경적 여성관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도출된 대략적인 결론들을 정리하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1. 창세기 1: 26-28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고 그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문화 명령이 주어졌다. 그러므로 그 구절들에 나타난 인간의 본성으로서의 관계성과
지배성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본성적으로 있는 것으로서, 여자는 관계성, 남자는 지배성이라는
이원적인 분류는 문화적인 영향으로서 본문자체에서 도출된 것이라 볼 수 없다. 남자와 여자
모두가 문화 창조 행위를 통한 자기 성취가 필요하고 남자 여자 모두 인간 관계를 통한 인격적
인 욕구가 채워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 있어서 이분법적인 역할개념이나 차등성은 성경적인
것이라 볼 수 없다.
   2. 창세기 2장에는 남녀의 상호보충성과 연합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는 원형적
인 남자와 여자로서 모든 남자와 여자를 대표하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또한 2장의 분
위기는 상당히 사적이며 친밀한 부부 관계에 있어서의 남녀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본다. "살 중
에 살, 뼈 중에 뼈"라든지 "한몸"이라든지의 개념은 부부관계가 아닌 일반 사회 속에서의 남자
와 여자의 관계를 규정짓는 개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23절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일부 일처
제 속에서의 자신에게 꼭맞는 짝에 대해서만 느낄수 있는 본성적인 일치감을 노래하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여자의 창조는 남자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하나님의 판단에서 비롯되었
고, 하나님께서는 땅에서부터 남자를 창조하신것과 같이 남자의 갈비뼈를 가지고 여자를 창조
하셨다. "돕는 배필"(ezer kenegnedo)이라는 말은 여자만이 남자에게 꼭 맞는 도움자라는 뜻으
로 그 말자체에 어떠한 보족적인 의미가 들어있지는 않다고 한다. 여기에서 남자가 땅으로부터
만들어져 땅과의 친근성이 있는 것과 같이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부터 만들어졌기에 남자와의
본래적 친근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3. 창세기 3장에서는 남녀관계의 본연의 조화와 일치가 깨어지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과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묘사된다.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로 땅은 저주를 받아 인간
에게 노동은 힘든 것이 되고 여자의 출산의 고통도 더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하나님의 심판은
인간에게 당위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극복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여성의 출산의 고통을 줄이는
의학적인 도움을 죄로 여기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은 본문의 성격을 잘못 이해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만약 그러한 생각대로라면 경운기나 기계를 사용하여 농토를 경작하는 것도 죄로 여겨
야할 것이다. 16절에 타락의 결과로 여자에게 임할 심판은 수잔 포(Susan Foh)를 따르자면 남
편을 다스리고자 하는 여자의 욕구와 남편의 다스림을 받게 되는 상황인데, 이것도 또한 죄
의 결과로 빚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극복되어야 할 것이지 본래적인 관계로 볼
수 없다. 따라서 2장의 남녀간의 본래적인 조화로운 연합의 관계는 3장에서 타락의 결과로 말
미암아 불평등한 위계적인 관계로 변화되었고 그에 따른 권력의 갈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3. 인류 타락후의 이러한 위계적인 남녀관계는 모든 문화에 공통되는 현상으로서 인간의 죄
악성을 가장 구체적이며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역이다. 이 영역(이성관계)에서의 사고방식은 한
사람의 존재방식과 인식 또한 그 사람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하나의 일정한 틀을 형성하고 있음
을 관찰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성에 대해 열려져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모든 영역에 있어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관찰해 볼 수 있다. 여성문
제는 파라다임 전이를 통해서만이 해결을 볼 수 있는 성격의 문제이다.
   4. 대부분의 주해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당시의 사회 인습에 억매이지 않고 여자들을 인격
적으로 대한 것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사도 바울에 대하여는 참으로 분분한 의견으로 인해
어디에 기준을 잡아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가르침과 행위에 양면성이 있기 때문
이다.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 말하고 있는 그리스도안에서의 새로운 영적 질서, 또한 바울이 문
안하고 동역자로 인정하고 있는 많은 여성 사역자들을 보아(로마서 16장), 사도 바울도 예수 그
리스도처럼 복음을 위해 남녀에 대한 당시의 인습을 초월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반면
에 바울은 고전 11장, 14장, 딛전 2장에 여성의 위치가 창조질서상 남자 다음에 오기 때문에,
또한 타락의 주역이기 때문에 기도할 때 수건을 쓰고 해야 하고, 남자를 주관해서는 안되고, 교
회에서 가르쳐서는 안되고 집에서 남편에게 배워야 한다는 충고를 하고 있다. 이와같은 바울의
이중성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는데 어떤이는 여성의 종속성에 대한 바울의
가르침은 바울의 것이 아니라고 제외시켜 버린다. 또한 다른 이는 바울의 사상 속에서의 발전
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초기의 가정교회에서는 여자들의 위치에 대한 제한이 없다가 가
정교회들이 합쳐져 지역교회로 발전함에 따라 제도적으로 바울은 여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훈택에 의하면 현재까지 제시된 설명들이 바울의 사도로서의 신뢰
성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답이 없다고 한다. 사도바울의 사상과 행위의 일관성
과 또한 그와 예수 그리스도의 일관성을 상정한다면, 역시 위의 바울의 여성에 대한 충고들은
어떤 특정한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각 서신이 쓰여지고 있는 문제
상황을 파악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오직 개연적인 가설들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상황 없이 문자적으로 직설적으로 받아들여 현 상황에 곧바로 적
용한다는 것은 성경의 본 뜻을 왜곡시킬 위험성이 너무 크다. 예수 그리스도도 사도 바울도 오
직 하나님의 나라와 그 뜻을 위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은 믿음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여성관
도 그와 같은 본래적 사명과 관련지어 나오는 것으로 당시의 인습과 관례를 초월하여 여자들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다 같이 구원받아야 할 존재, 그 구원을 전파해야할 존재로 보았음에 틀
림이 없다. 그들에게는 여자의 권리 또는 남자의 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음 전파 사명이
중요한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그 본 뜻을 물려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5. 본래 개신교의 만인 제사장의 원리는 여성도들도 제사장으로서 자격이 원칙적으로 있음
을 의미한다. 그것은 성도들의 본질적 정체성을 규정짓는 말씀인 베드로전서 2장 9절에 잘 나
타나 있다.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
성이니..." 이와 같은 성도의 본질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의 구별은 없는 것이다.
   6. 만약 여성의 지도적인 위치가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복음전파에 손상이 간다
면 여성들은 복음을 위하여 뒤에서 섬겨야 한다. 그러나 만약 여자들에 대한 차별이 오히려 복
음전파에 손상이 간다면 그것 또한 시정되어야 할 줄로 믿는다. 남자건 여자건 성도는 그리스
도와 연합된 자로서 복음 안에서 자유자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사도바울이 복음을 위하여
자신을 모든 자에게 종이 된 것으로 여긴 것 같이 우리도 복음을 위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7. 몇몇 전통주의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여자들의 동등성을 인정하는 것이 곧 무질서를 의
미한다는 생각은 만인의 동등성에 입각한 민주주의적 사회 질서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
다. 한 사회에서의 질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그 사회 내에 존재하는
각각의 지위와 서열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할 때 세워지는 것이다. 남녀의 차별대우는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문제들을 야기시켜 혼란을 초래한다.  
        상기한 몇 가지의 결론은 보다 깊은 주석적 연구를 통해 더 발전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러나 적어도 오늘날 여성문제를 둘러싸고 생긴 복음주의내의 분리와 갈등을 풀어나가는 하나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복음이 가지는 새로운 영적 질서 그로 인해 이
미 신자들 가운데 도래한 하나님 나라에서의 새로운 인간관계의 패턴인 상호복종의 관계를 중
심으로 여성문제를 풀어나가야한다. 더 나아가 복음주의 내에서의 여성문제는 신학적 문제, 성
경해석의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에 대한 치유 목회적 차
원으로까지 승화시켜가는 것이 바람직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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