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신교 여교역자들의 목회현실

이 정 숙
(횃불트리니티신학대 교회사교수)

   교회의 리더십은 크게 교역자(혹은 목회자)의 리더십과 평신도의 리더십으로 나누어 생
각할 수 있다. 칼빈은 제네바교회에서 평신도를 대표하는 장로들을 컨시스토리(현재 당회와
유사함)에서 목사들과 함께 일하게 함으로써 당시 가톨릭 교회와는 현저하게 구별되는 교역
자와 평신도 공동리더십(collegial leadership)의 예를 만들었다. 물론 이 시대에는 목회자이
건 장로이건 리더십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로 개신교회는 중세적인 여
성혐오/비하의 논리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여성들도 교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시작했다. 19세기말부터 여성들은 목사로, 장로로 안수를 받았고 자신들의 은사를
지역교회의 다양한 사역과 선교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남존여비 사상이 극에 달했던
조선왕조말기에 들어온 개신교는 여성들도 하나님의 창조물이요, 모든 권리가 보호받아야
할 귀중한 인간임을 가르치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또한 여성들이 교회와 사회의
리더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교육시켰고 또 여성들이 리더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장을 마
련해 주기도 하여 양성평등 문화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선교
200주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오늘 한국교회는 여성에 관한 한 성차별적이고 심한 경우에
는 성폭력적이기도 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교인이 전체교인의 70%이지만, 교
회내 여성들의 역할은 봉사와 선교로 고정되어 있고, 여장로나 여목사가 아예 없거나, 절대
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교회의 의사결정과정(당회, 기관장회의, 노회, 총회 등)에서 제도적
으로 소외되어 있다. 거기다 일부 남성교역자들의 설교는 성차별적 언어나 예화, 남성중심적
성경해석으로 여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비하시킬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무조건적인 순종
과 희생을 축복과 연결시키는 컬트적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다.
    교회의 성차별적 문화를 교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여교역
자들의 지위 향상과 역할조정이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事案)이다. 여교역자는 교회
내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성교역자들이
남성교역자들과 동등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교회에 정착된다면 교회내 성차별적
문화를 억제하고 남녀성도들에게 양성평등적 남녀관계를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모델을 제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안수의 범교단적 실현, 여성안
수불가 교단 여전도사들의 교회내 지위와 역할, 사례비의 현실화, 여성안수교단의 여교역자
기피현상이나 불평등한 대우 문제 해결은 해묵은 과제로 남겨져 있다.        

'기저귀 발언' - 여성안수를 다시 말하다.
   지난 11월 12일 총신대학교 채플에서 일어난 예장합동 총회장 목사의 소위 "기저귀 발
언"은 총회장이나 총신대, 교단의 소망과는 달리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학교 바깥의
기독교 단체들과 여성단체들이 연합하여 이 공개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고 벼르고 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와 여성단체에서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회장 사퇴
및 대 여성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31개 연합단체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또한 28일
에는 "예장합동 총회장 여성비하.생명경시 발언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가진 후 14개 단체의
이름으로 결의서를 채택하고 예장합동총회본부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하였다.
   문제의 총회장 목사는 총신대 학생들 앞으로 보낸 사과문에서 여성 목사 안수 불허라는
"교단의 정체성"을 강조하다가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변명하였다. 그가
변명하는 적절치 못한 표현이란, 십중팔구 여성들이 사용하는 생리대를 유아들이나 환자들
이 배변용으로 사용하는 기저귀와 구별하지 않고 표현한 단어 선택의 부적절함 정도에 양해
를 구하는 것일 가능성이 많이 있다. 왜냐하면 그가 그토록 강조해야 했던 여성안수 불가
근거 중 하나는 여성이란 존재가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그는 생리대를 사
용하는 여성들은 부정하여 안수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다만 표현이 좀
거칠었던 것뿐인데 너무 크게 문제시한다고 심히 억울해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사건이 일반 신문과 인터넷 뉴스에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은 총회장 목사는 "알에서 나
왔나"와 같은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다. 여성의 생리는 생명 창조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여성비하발언은 결국 모든 인간존재가치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임을 지적하는 것
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생명을 경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변명할 것이다. 그러나 여
성안수절대불가에 집착하고 있었던 그는 여성안수불가의 논리가 궁극적으로 여성의 여성됨
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저귀 발언'은 모성에 대해서는 과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여성
의 생리는 부정한 것으로 취급하고 여성의 소명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기독교 신학의 한계
점을 드러낸 것이며, 설교가 성차별을 강화하고, 나아가 성폭력의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
다는 일부의 지적을 확인해 주었다.  
    한편 '기저귀 발언'은 예장합동측을 포함한 여성비안수 교단 소속 교회여성들이 차마 거
론하지 못했던 여성안수 문제를 교단 외부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론화시킬 수 있는 가
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총신대 학부학생회와는 달리 총신대신학대학원여학생회는 11월 28일
자 긴급토론회에는 학교측의 제지에 의해 참여하지 못했으나, 결의서를 채택하는데 동참했
다. 90년대 초반에 통합측 여성안수 통과를 위해 여학생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과 유사
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나 통합측과는 달리 교회내 지지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합동측 여
학생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사건의 귀추를 주목할 일이다.  
          
여성안수 현황과 문제점
   여성안수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성서적, 교회사적, 신학적, 실천목회적 차원에서
여성안수를 연구하여 1995년 예장통합 여성안수 통과에 기여한 바 있는 {교역과 여성안수}
(장신대, 1992)의 일독을 추천하면서 본 발표문에서는 여성안수의 현황과 실제적인 문제점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1930년에 여목사제도를 인정한 감리교는 1931년에 여선교사 14명에게 안수를 주었고
1955년이 되어 한국여자로는 전밀라, 명화용이 처음으로 안수를 받았다. 그러나 1972년에 결
혼한 여자목사는 교회담임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어 여교역자들의 사역을 제한하고 진급
을 제한하였다. 1986년부터 이 규정에 대한 철폐운동이 시작되어 1989년에 성차별조항이 삭
제되었다. 기장은 1957년에 청원된 여성안수가 1974년에 통과되었고 1977년에 처음으로 여
성목사가 배출되었다. 예장통합은 1933년에 헌의되었던 여성안수가 1995년에 통과되어 1996
년부터 여성목사가 배출되었다. 2003년 봄노회까지 임직받은 목사가 402명이 되었다. 예성은
2002년에 부결되면서 재론조차 3년 뒤로 미뤄진 바 있었던 여성안수안이 2003년 4월 총회에
서 전격적으로 통과되었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통과의 배경에는 교단의 발전과 장기적인 목
회자수급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명제가 있었다([성결신문] 5월 3일자). 유사한 이유에
서 기성과 합동정통이 여성안수를 고려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성
안수논의가 성경구절 해석상 불가라든가, 한국문화를 감안하여 시기상조라던 종전의 주장과
는 달리 교단의 교회성장/발전의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일로 보여진다.  
    앞서 언급한 교단이외에 구세군과 순복음하나님의 성회를 비롯한 오순절계통의 교단들
과, 일부 군소교단들, 그리고 초교파단체에서 여성안수를 주고 있다. 반면 예장합동, 고신 개
혁 등은 여성안수불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여성안수불가 교단들은 여성안수 논의 자
체를 막기 위하여 교회나 신대원에서 철저하게 교육하고, 신대원을 졸업한 여학생 중에 교
단을 옮겨 안수받는 것을 막기 위해 여학생들의 수강과목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교
단교회의 여교역자인 여전도사들의 교회내 지위와 역할은 일반적으로 심방과 봉사로 제한되
어 있다. 교역자라고는 하지만 교회의 주요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없으며, 사례비
는 적고 노후대책에 대한 배려가 극히 부족한 형편으로 나타난다. 이전과 달리 여교역자들
이나 교회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남성들과 동일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성안수에
대한 교회여성들의 의구심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교역자실태조사서들에 의하면 여교역자들은 남성교역자들에 비해 취업이 어렵고, 교회
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기가 어려우며, 사례비도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가장 진보적이라
고 하는 기장에서조차 여목사들이 기성교회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결국 기관목회
아니면 개척교회만이 대안으로 남게 된다. 또한 여목사들은 교회내에서 남성교역자들과 동
등한 역할이나 사역의 기회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공공연하게 모든 역할에서 소외시킴으로
써 자진해서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 사례비의 격차는 노동청의 통계자료에 따
르면 법률, 사회서비스, 종교전문가에 속하는 남녀의 사례비차이를 볼 때 교회내 남녀교역자
차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부정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답
습하고 있다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 교회의 기본속성을 저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여교역자들의 안수이후의 목회현실이 여전히 어렵고 남녀차별의 장벽을 넘기 어렵다 할 지
라도, 여교역자들은 안수 이전과 안수 이후로 비교하면서 여성안수는 직업만족도를 높이고
보다 넓은 역할담당의 기회가 갖게 하며, 사례비가 증가되고 교인들의 대우가 좋아질 가능
성을 높여주었다고 말한다. 결국 여성안수는 남녀교역자의 역할과 대우에서 일어나는 격차
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내 양성평등문화 정착을 위한 제언
   여교역자들이 한국교회내에서 단순히 보조자의 역할을 넘어 남성교역자들과 근본적으로
동등한 지위와 교역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경적 여성관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의 확산  
뿐만 아니라 남녀차별적인 유교문화의 잔재를 인식하고 청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회전
체적으로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하여 다양한 시도와 제도적 개선을 취하고 있으며, 경제
계에서도 여성인력의 활용을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와 마찬가
지로 적어도 남성, 여성에 관한 한 중요한 전환기에 서 있다. 산아제한 이후 이 땅의 딸들은
아들 딸 차별을 모르고 자랐으며, 경제성장과 교육열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
으며, 복음을 위해 수고하라는 도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제 하나님의 부르심에 적극적
으로 순종하겠다는 교회여성들의 헌신에 교회는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안수를 다시 한번 심각하고 생각하고 연구하여 비안수교단들은 속히
여성들에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사역을 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안수교단들
은 여교역자들에게 취업이나 역할담당, 사례비책정에서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받도록 배려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대표할당제를 실시하여 교회(단) 정책결정에 여교역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여 우리 교회에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하고 확대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만약 교회가 양성평등의 문제를 일부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식상한 주장으로 치부한
다면, 지난 2000년간 교회들이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해 온 역사의 무수한 증거
들을 외면하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