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짜증나는 더위와 습한 온도의
한여름에 갇혀 있어 움직일 수 없다.
물먹은 땅은 더 짙은 초록으로
달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화요일에 심방을 다녀온
백수빈 집사가 사는 현대 아파트는
매미소리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도시 한 복판에서 들리는
여름 매미소리는 아주 반갑다.
더위 때문에라도 밖에 나가기 싫고
굵은 장마 비 때문에라도 움직이기 싫다.
비가 지나간 후에 잠깐 비치는 해는 반갑다.
늦은 장마가 끝이라도 나서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먹을 것이 풍성해 진다.
옥수수, 토마토, 오이, 가지, 콩, 참외
우르르 익어 먹을 것이 많아진다.
우리 집 문 앞에 보랏빛 가지와
강낭콩과 붉은 토마토 두 봉지가 놓여 있다.
은영이 아버지께서 직접 농사지은 귀한 것들을
소리 없이 놓고 가셨다고 한다.
현미에 싱싱한 강낭콩 밥은 맛이 있다.
붉은 토마토를 한 입에 넣으니 국물이 흐른다.
자연은 이렇게 소란 떨지 않고 침묵하면서
좋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데
내가 사는 이 세상은 뒷북치는 소리로 시끄럽다.
지금 막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되돌리고 싶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다. (박성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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