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제3의 부흥, 올 것인가? 어떻게?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 목사)

  우리는 지금 모두 한국 교회의 부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 1907년 ‘한국의 오순절’(Korean Pentecost) 100주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그래서 교단마다 단체마다 부흥 100주년을 맞으면서 특별한 행사들을 계획하며 준비하고 있다. “부흥사들부터 회개하자”는 기도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일들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모두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대로 한국 교회에 ‘제3의 부흥’이 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입장들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8 세기 ‘대 각성 운동’(Great Awakening)의 주역이었던 요나단 에드위즈는 부흥이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하나님에 의해서 주어지며 인간은 부흥을 가져 오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한 데는 그가 1734년부터 1736년까지 ‘굉장히 놀라운 하늘의 축복’을 경험한 데 비해 1737년에는 ‘부흥의 갑작스런 중단’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에드워즈의 부흥 사역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임재에 근거한 것이었다.
  반면에 ‘현대 부흥 운동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촬스 피니는 부흥이 인간에 의해서 기계적으로 준비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피니는 이렇게 말했다. “부흥은 이적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연의 능력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서 일어난다.” 부흥을 가져오는 방법은 너무나 분명하고 단순하므로 그 법칙을 따르는 자는 누구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니의 사역은 철저한 기도와 함께 인간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 것이었다.
  1950년대 종교적 부흥 운동을 가져오는데 무서운 영향을 미친 ‘영감주의자’ 노르만 빈센트 필 역시 부흥에 있어서의 인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필의 저서인 「확신의 삶」「적극적 사고의 능력」은 수 백만 부가 팔렸고 그의 적극적인 사고의 철학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필의 충실한 제자인 로버트 슐러도 부흥과 교회 성장은 인간의 가능적 사고와 환상 및 상업적 기술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한국 교회는 그 초기부터 놀라운 부흥과 성장을 경험했는데, 그 중요 요인들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민족적 수난이 한 민족의 마음을 깨뜨려 가난하고 애통하고 사모하게 만들었고, 샤마니즘이 한 민족의 마음을 수용적 토양으로 만들었고, 전통적 종교가 죽어갔고, 기독교가 민족 해방의 세력으로 들어왔고, 전래된 기독교가 성경과 기도를 중요시하는 복음적인 기독교였고, 한 민족이 학문에 열심이어서 성경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점 등이었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급변하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과연 한국 교회에 ‘제3의 부흥’이 올 것인가를 질문한다.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소원이나 생각이나 계획이나 판단에서 찾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지난 날 하나님께서 시대마다 부흥과 각성을 주셨던 그 상황들과 여건들과 방식들을 살펴보고 분석하면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신 구약 성경에 나타난 대표적인 부흥 운동은 에스겔 37장에 기술된 ‘마른 뼈들의 소생 사건’과 사도행전 2장에 기술된 ‘오순절 부흥 사건’ 이라고 하겠다. 이 두 사건들의 특징들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부흥은 사람에 의해 계획되고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계획되고 성취된다. 겔 37장에는 “내가 살리리라” 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반복되어 있고, 욜 2장에도 “내가 내 신을 부어 주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 있다. 행 1:4에서 예수님은 오순절 성령 강림을 언급하면서 그것은 아버지와 자신이 계획하시고 약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2) 부흥은 하나님의 사람들에 의해서 그리고 성령의 역사에 의해서 초래되고 성취된다. 겔 37장에 묘사된 마른 뼈의 소생 사건은 하나님의 사람 에스겔의 하나님의 말씀 선포와 하나님의 신의 부어주심에 의하여 일어났다. 행 2장에 묘사된 오순절 부흥은 하나님의 사람 베드로의 말씀 선포와 성령 강림으로 일어났다.
  3) 부흥은 초자연적 및 영적 은사 현상을 수반한다. 겔 37장의 경우, 마른 뼈 무더기가 소리를 내어 움직이며 살아나서 큰 군대를 이룬 것은 초자연적 및 영적 은사 현상이었다. 행 2장의 경우, 다락방에 모였던 120여 명이 강한 바람 같은 소리와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에 사로잡혀 다른 방언으로 말하게 된 것은 초자연적 및 영적 은사 현상이었다.
  4) 부흥은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나 하나님을 만나서 알게 되는 하나님 체험의 사건이다. 겔 37장은 “너희가 살리라.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 라고 했고, 행 2장은 저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방언으로 하나님과의 막혔던 담이 무너져 하나님과의 친밀한 만남과 의사 소통이 이루어진 것을 보여주었다.
  5) 부흥은 사람과 사람이 새롭게 만나는 화목과 교제의 사건이다. 겔 37장의 경우, “이 뼈 저 뼈가 들어맞아서 뼈들이 서로 연락하더라”고 했는데 이는 형제와 동포들이 화목하여 연결되는 것을 상징했고, 행 2장의 경우 저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방언으로 사람들 사이의 막혔던 담이 무너져 의사 소통이 이루어진 것을 보여주었다.
  6) 부흥은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고 갱신되는 것을 의미한다. 겔 37장의 경우, 마른 뼈들이 큰 군대를 이루었다고 한 것은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의 부흥과 성장을 상징했고, 행 2장의 경우 말씀과 신자들이 교제와 봉사와 예배와 전도에 전혀 힘쓴 것은 신앙 공동체의 부흥과 갱신과 성장을 나타내 보여준 것이었다.
  7) 부흥은 사회와 문화의 변혁을 가져오며 그 가운데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게 됨을 보여준다. 겔 37장의 경우, 마른 뼈 소생과 큰 군대 형성은 그 땅에 만연했던 우상숭배와 불의 세력을 몰아내고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 나라 건설을 나타내 보여주었다. 행 2장의 경우, 예루살렘에서 시작한 부흥은 유대와 사마리아와 로마에 이르면서 이교적 사회 문화를 변혁시켜 공의와 사랑의 기독교적 사회와 문화를 창조하는 것을 나타내 보여주었다.
  교회 역사에 나타난 대표적인 부흥 운동은 1735년대의 요나단 에드워즈에 의해서 일어난 ‘대각성운동’과 1907년대 길선주 목사에 의해서 일어난 ‘한국의 오순절 부흥 운동’ 이라고 하겠다. 이 두 부흥 운동의 공통적 특성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부흥은 하나님에 의해 초래되고 성취된다. 요나단 에드워즈는 신비로운 경외감을 가지고 고백하기를 1734-35년에 일어난 ‘대각성운동’은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하나님에 의해서 주어졌다고 했다. 1907년의 ‘한국의 오순절 부흥운동’도 마찬가지였다. 나라 잃은 조선의 교회 지도자들과 신자들은 부흥을 기대할 수도 준비할 수도 없었다. 블래어 선교사가 기술한 대로, 그들은 가장 비참하고 가장 무능한 사람들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그들의 가슴에 하늘로부터 하나님의 축복의 손길이 그저 강하게 임했던 것이었다.
  2) 부흥은 하나님의 사람들에 의해서 그리고 성령의 역사에 의해서 초래되고 성취된다. 요나단 에드워즈는 7살 때부터 기도하는 일에 힘썼고 17살 때에는 하나님의 주권에 사로잡히는 신비로운 영적 체험을 가졌으며 그 후에도 그와 같은 체험을 계속했는데, 결국 하나님 체험의 사람 에드워즈에 의해서 그리고 ‘하나님의 영을 쏟아 부으심’과 ‘축복의 소나기’에 의해서 대각성운동이 일어났다. 1907년 한국의 오순절 부흥운동도 이미 수년 전부터 새벽 기도에 열중하던 길선주 목사와 같은 기도의 사람에 의해서 그리고 ‘하늘로부터 큰 강물의 폭포와 같이 쏟아져 내린’ 성령의 강력한 역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3) 부흥은 초자연적 및 영적 은사 현상을 수반한다. 대각성운동에는 극단적인 신비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말씀을 경청한 신자들은 “그들의 가슴에 폭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고 “무서워 떨며 탄식하고 흐느끼기도” 했으며 “마을이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한 것같이 보이는” 영적 변화의 현상이 일어났다. 1907년의 한국의 오순절 부흥운동도 극단적인 신비 현상이 수반되지는 않았지만 성령의 감동에 못 이겨 "마루 바닥 위에 뒹굴고 마루를 치고 가슴을 치며 죄를 자복하는" 통회 자복 운동과 교역자와 신자들의 마음속에 사랑과 기쁨과 겸손으로 채워지는 영적 변화의 현상이 일어났다.
  4) 부흥은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나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의 사건이다. 대각성운동의 주된 특징은 통회 자복에 따른 구원과 하나님 만남의 체험이었다. 대각성운동이 일어난 곳곳의 마을들은 하나님을 만나는 하나님의 임재 의식으로 충만했다. 1907년 한국의 오순절 부흥운동의 특징도 통회 자복에 따른 구원과 하나님 만남의 체험이었다. 부흥운동이 확산되는 곳마다 하나님 임재와 하나님 경외 의식이 증진되었다.
  5) 부흥은 사람과 사람이 새롭게 만나는 화목과 교제의 사건이다. 대각성운동의 시기는 “가정마다 그들 위에 임한 기쁨을 누리는 때였다. 부모들은 새로 태어난 자녀들로 인해 즐거워했고 남편들은 아내들로 인해, 아내들은 남편들로 인해 즐거워했다.” 1907년 부흥운동의 특징도 시기하고 미워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를 피차 자복하며 교제의 손을 서로 내어 밀고 붙잡는 화목의 사건이었다. 선교사들은 조선 목사들에게, 조선 목사들은 서양 선교사들에게 교제의 손을 내어 밀었고, 집안의 일꾼들은 집주인에게 거짓과 미움의 잘못을 부르짖어 고백하며 용서와 용납을 요청하는 손을 내어 밀었다.  
  6) 부흥은 교회가 부흥하고 갱신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각성운동으로 뉴잉글랜드와 남부 지역에는 교회 부흥과 성장과 갱신 운동이 괄목할 만하게 일어났다. 한국의 오순절 부흥 운동도 교회 갱신과 성장과 갱신의 출발과 기초가 되었다. 1907년 부흥운동 이후 10년 안에 한국 교회는 4배로 증가했다. 부흥 운동은 한국 교회로 하여금 열심히 성경을 읽고 뜨겁게 기도하며 헌신적으로 전도 봉사하는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을 갖추게 만들었다.
  7) 부흥은 사회와 문화와 역사의 영역이 변혁되어 하나님의 통치와 기독교 문화를 실현하게 됨을 의미한다. 대각성운동은 1749년 이후 인디언들의 인권과 복지를 향상하게 했고 미국 안에 기독교적 사회 문화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조선의 경우 부흥운동은 구습을 개혁하고 미신을 타파하며 개화와 변혁을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 한국의 개화는 기독교에 의해 비롯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과 같은 성경적 및 역사적 부흥 운동들의 특성들에 비추어보면서, 과연 지금 "한국 교회에 제3의 부흥이 올 것인가?" 라는 질문에 접한다. 부흥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자기 뜻에 따라서 보내주시는 것이므로 우리는 아무도 언제 어디서 부흥이 올 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부흥 백 주년에 부흥이 올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난날 하나님께서 시대마다 부흥의 축복을 보내신 하나님의 손길을 더듬어 살피면서, 그때의 상황들과 여건들과 방식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오늘날 한국 교회에 또 다른 부흥을 보내시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여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첫째, 하나님께서 부흥의 도구들로 사용하실 만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누군가를 통해서 자기의 일을 이루신다. 기도에 깊이 파묻힌 사람, 처절한 회개를 깊이 체험한 사람, 하나님의 임재를 깊이 체험한 사람, 하나님의 음성을 깊이 들을 수 있는 사람, 하나님의 음성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 영혼들을 사심 없이 뜨겁게 희생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하나님의 마음에 꼭 들어서 하나님께서 그를 사용하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몇 사람만 있으면 된다. 열 사람이 있으면 너무 족하고 그 반이 있어도 족하다. 설교를 너무 잘하는 사람도, 신학을 너무 잘 하는 사람도, 은사를 많이 받은 사람도 필요 없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를 나타낼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서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지금 한국에 길선주, 이성봉, 김치선 목사와 같은 분들이 대여섯 명만 있어도 이 나라는 영적으로 뒤집어지고도 남을 것이다.
  둘째, 한국 교회가 조심하여야 할 점들이 있다. 정치성을 배제하여야 한다. 오래 전에 고 강원용 목사가 길선주 목사의 부흥 운동이 현세에 대한 정치성을 배제하고 영혼 구원과 내세를 강조한 것은 큰 잘못이었다고 비판한 일이 있었다. “1907년의 대 부흥 사건은 바로 이와 같은 협상의 결과로 생겨졌던 것입니다.” 한민족의 독립과 해방이라는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강원용 목사의 비판에 타당성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때도 길선주 목사의 편에 서서 강원용 목사의 입장을 비판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더욱더 길선주 목사의 입장에 서서 정치성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한국 교회를 비판하고 싶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이스라엘의 회복과 같은 정치성을 정면으로 배제하셨기 때문이다. 주기철 목사도 “민족주의자들은 산정현교회에서 나가라”는 말까지 하지 않았던가! 한국 교회가 진정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부흥을 원한다면 정치성을 일부러라도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대중적이고 과시적인 모임을 삼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시대마다 보내신 부흥 운동을 살펴보면 대중에 의해서 일어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지금 너무 과시적이고 대중적인 모임을 좋아한다. 물론 전도 집회나 축제적인 모임을 위해서는 그런 모임도 필요하다. 시청 앞에 수 많은 대중이 모이는 것이 때로는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부흥을 사모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런 대중적이고 과시적인 모임을 삼가야 할 것이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홀로 또는 양무리들을 이끌고 개 교회에서 그리고 묘향산, 금강산, 모란봉, 구덕산, 무학산, 삼각산, 관악산, 주암산 등을 찾아가 하나님께 부르짖는 처절한 회개의 기도와 중보의 기도를 드렸던 발자취를 우리도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 부흥을 사모하는 우리들이 무엇보다 가장 힘써야 할 것은 처절한 회개와 성결한 삶의 회복이다. 전도의 기술, 목회의 기술, 교회 성장의 기술을 배우기 이전에 처절한 회개와 성결한 삶의 변화를 사모하고 실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기도도 회개도 금식도 성결한 삶도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한 지극히 부족한 사람이 비판의 소리만 하는 모습이 한 없이 부끄럽고 건방지고 황송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 모두 기도와 회개와 말씀과 교제와 삶의 변화와 사랑의 봉사를 추구하고 사모하면서 하나님께서 다시 보내실 제3의 부흥을 사모하며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를 다시 살려 주시옵소서! 우리에게 제3의 부흥을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