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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3. 2. 신학교육의 현황과 한국교회의 미래 - 최승락 원장(논찬)

논찬: 신학교육의 현황과 한국교회의 미래

최승락 원장 (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먼저 이후정 총장님과 김운용 총장님 두 분의 오랜 교육의 경륜과 지혜가 담긴 글을 읽게 되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다 같이 맞게 된 신학교육의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신학교육의 내일과 나아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보다 건설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과 함께 비전을 제시한 글에 대해 찬사와 감사를 표합니다.

두 분의 글에는 뚜렷한 공통점들이 나타납니다. 두 분은 공통적으로 오늘의 신학교육이 직면한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깊은 반성과 함께 지적해 주셨습니다. “교회 전체의 성장둔화, 물질만능주의와 세속화 속에서 청년들의 교회에 대한 무관심, 한국의 청소년 인구의 점진적 급감 등을 어두운 불안감 속에서 무겁게 짐 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후정 총장님의 지적은 김운용 총장님이 보여주신 구체적 통계와 수치들을 통해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총장님께서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를 통해 실감나게 전달하시는 것처럼, “인구통계학적 파도”와 “탈종교화와 세속화 파도”에 이어 교회 자체가 만들어내는 “교회 관련 파도”의 심각성이 파도의 꼭지점에서 버텨내기조차 어려운 아포리아의 상황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두 분은 공통적으로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신학교육이 현실과 이반된 자기만의 세계에 감금되어 있었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셨습니다. “신학교육이 대학교 내지는 세미나리라고 하는 전문적인 학문의 기관”으로 편제되면서 “신학을 너무 객관적, 개념적인 경향으로 발전”시켜 놓았고, “교수들은 아카데믹한데 전념”하면서 신학을 “이론과 개념에 치우친 사변적인 학문”으로 고착시켜 놓았다는 것이 이후정 총장님의 지적입니다. 김운용 총장님 역시 오늘의 신학교의 위치를 “선지동산과 대학의 중간 지점에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양상이라 진단하면서, 신학교육이 통전성을 잃고 파편화 되어 버린 현상을 통렬하게 비판하십니다. 그 분리는 “교육목적과 교육과정의 분리, 신학 학문 내의 분리, 이론과 실천의 분리, 학문과 상황과의 분리,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분리, 교수와 학생 간의 세대 분리, 교회와 세상과의 분리”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이런 상황을 넘어 신학교육이 회복해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면에서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후정 총장님은 그것을 “영성형성(spiritual formation), 인격형성(character formation), 전문적 형성(professional formation)의 세 가지”로 정리해주십니다. “전문적 형성”은 “목회자적 형성(pastoral formation)”으로 바꾸어 부를 수 있으며, 신학교 커리큘럼 안에서 “아직도 목회의 실천적 훈련 부분에 관해서는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 지적하면서 “총체적인 목회자적 자질” 형성과 “사회적 섬김과 윤리적인 책임성에 대한 훈련”에 힘써야 할 것을 제안하십니다. 김운용 총장님 역시 “성경은 학자라는 말 대신에 ‘제자’(maqhth,j), ‘본받는 자’(mimhtai,)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신학교육은 영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교육이어야 하고, 교회를 세우는 실천지향성을 가진다”는 방향제시를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신학교육은 실천을 통한 교육이 되어야 하며, 목회를 위한 배움(learning for ministry)이 아니라 목회 안에서의 배움(learning in ministry)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울림이 큽니다.

두 분의 비전 제시에 사용된 형성(formation)이라는 용어가 매우 반갑습니다. 이 용어는 오래전 저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씨름했던 주제이기도 하고, 저의 지도교수인 앤터니 티슬턴(Anthony C. Thiselton) 교수의 대작 『기독교 교리와 해석학 The Hermeneutics of Doctrine』이 다루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웰스(Samuel Wells)의 Improvisation이라는 책은 습관, 훈련, 형성이 개별적, 구체적 상황 속에서의 행위수행이나 즉흥 행위와 직결된다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워털루 전쟁의 승리가 이튼의 운동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웰링턴 장군의 말을 인용합니다. 이튼에서의 성품 형성, 훈련, 사고와 행동 습관이 워털루 전쟁의 실전에서 임기응변적 판단과 대처로 이어졌고, 이것이 승리의 원천이었다는 지적입니다.

오늘의 신학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해석학적 마인드의 형성을 절실히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분 총장님께서 지적하신 통합적이고 통전적인 신학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학 자체가 파편화된 전문 지식으로 안주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먼저는 신학교 안에서 각 신학 분과들이 자기 영역을 고집하며 파편화된 상태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과감하게 통합적인 융복합의 시도들을 해가야 하며, 이것이 교과과정에도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신구약 따로, 교의학 따로, 역사신학 따로, 실천신학 따로, 다 따로 배우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 모든 과목들이 다 한 방향을 지향하며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해석학적, 신학적 마인드가 목회 현장의 개별성과 다양성 속에서 임기응변적 수행으로 그 빛을 발하게 해야 합니다. 오늘 현장의 질문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변적이며 전문적입니다. 여기에 어떻게 목회자들이 적절하게 다가가고 답변할 수 있을 것인지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위해 목회자들이 종합적인 신학적 사고의 훈련을 갖추어야 하는데, 신학교 안의 신학 전문가들이 자기 밥상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서는 신학생들을 제대로 훈련시켜 낼 수 없습니다. 신학교 안에서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신학교육이 두 분 총장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이전보다는 더 통합적, 통전적인 신학 마인드의 형성에 관심을 두는 것은 참 고무적인 일입니다. 오래전 17세기에 존 오웬(John Owen)이 신학교육에 있어서의 전반적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강조했던 바 있습니다. 오웬은 그의 책 Biblical Theology(1661년 라틴어로 첫 출판)의 “독자에게 주는 글”에서 신학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먼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교육에 사용되었던 세 가지 원리를 인용합니다. “우리는 덕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덕의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한다.” “행위들의 주체, 곧 그것들이 수행된 동기들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 본질적이다.” “우리는 배우는 동시에 배운 그것에 동화되어야만 한다.” 이 원리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교육에 있어서 ‘형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오웬은 이를 바탕으로 신학교육 쪽으로 나갑니다. 철학교육도 이러하다면 하나님의 진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a fortiori) 그러해야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거룩하고 의로운 체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원리들을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각인시켜 하나님 자신을 향하여 또 그를 위하여 살도록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도 이론과 부합된 삶의 형태를 가르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윤리에 대한 강의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웬은 이렇게 강조합니다. “담대히 선포하자! 하나님의 사랑으로 불타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든 모든 신학에 대해 외부인일 뿐이다.” 동시에 탄식합니다. “오늘날 학생들 가운데 이런 종류의 열정을 찾아볼 수 있는가? ... 누가 이런 마음을 가졌는가? 하나님의 진리를 자신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귀한 것으로 삼고자 결심하는 자, 그 진리를 잘 알고 또한 그것에 따라 자기 스스로를 형성하고자 결심하는 자가 누가 있는가?” 오웬은 신학교육의 목표가 진리에 의해 빚어진 진리의 사람의 형성임을 잘 밝히고 있습니다. 먼저 제자 형성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이클 윌킨스(Michael J. Wilkins)는 신약의 제자(maqhth,j) 용어가 ‘학습자’를 넘어 ‘모방’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잘 논증하면서, 예수님의 ‘제자삼으라’는 명령도 제자들의 새롭게 된 정신과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서 다른 사람들 속에도 동일한 형성의 결과가 일어나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잘 정리해줍니다. 신학교 안에서 제자훈련이 일어나야 합니다. 물론 제자훈련의 과정이 신학교 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학교 안에서 이 일은 더 첨예한 방식으로 훈련되어야 합니다. 신학교의 모든 교육과정과 교실 안과 밖에서의 생활이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운행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신학교가 제자삼는 일을 자신의 사역의 본질로 알고 또 그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사역자를 배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목표가 조금이라도 흐려지기 시작하면 신학교는 금방 신학 지식의 전수기관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학교는 오웬이 염려했던 것처럼 밤낮 복음의 진리를 조직신학적 주제나 항목으로 바꾸어 열심히 배우고 익히지만 “그 진리를 자기 자신과는 결부시켜 생각할 줄 모르”고 그저 남을 가르치려고만 드는 직업적 사역자를 배출해내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위기는 우리가 본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선 신학생의 선발 또는 발굴 과정부터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신학생의 선발을 개인의 소명에 너무 의존해 왔습니다. 이제는 좀 더 다중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내가 소명 받고 거기에 의존해서 신학교에 간다는 것을 넘어 교회를 통해 검증되고 교회에서 먼저 선발, 훈련되는 과정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신학교육이 개인의 목적과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교육이며 “목회 안에서의 배움”이라는 의식이 더욱 분명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저희 학교에서는 ‘한 교회 한 신학생 보내기 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당장은 목회지원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의 타개를 위한 대책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목회자의 선발이 각 교회의 책임이며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일임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일에 앞장서는 목회자들과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 저는 그분들을 신학교수 이전의 신학교수로 대우합니다. 그분들에 의해 잘 훈련된 신학 지망자들을 우리가 받아서 보다 전문적으로 훈련시켜 현장으로 내보내는 선순환 과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양한 목회 현장과의 연결은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P. Wolterstorff)는 “샬롬을 위한 교육”(Educating for Shalom) 또는 “삶을 위한 교육”(Educating for Life)이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에 접근합니다. 월터스토프의 관심은 신학교육을 넘어 좀 더 포괄적인 그리스도인 형성과 관계되지만, 그 역시 교육의 목적이 단지 지식의 전수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 학생들이 특정한 존재 방식을 취하도록 구비시키고 힘을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특정한 존재 방식”은 곧 샬롬을 위하여 기도하고 투쟁하는 공동체적 주체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형성의 과정이 불가피합니다. 이 재형성의 과정 속에는 정의와 평화에 대한 관심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 샬롬이 있을 때 이를 축하하고 기뻐하며, 그것이 사라질 때 이를 슬퍼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신학교육 안에 이런 관심이 살아 있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학교육이 단순히 직업인 양성차원에 머물지 않고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을 삶의 전 영역에서 구현해가는 제자로서의 그리스도인 사역자 훈련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면 이와 같은 사회적 차원의 제자도 또한 신학도들에게 반드시 구비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신학교의 커리큘럼이 너무 빠듯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다룰 여유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교육이 불가피합니다. 보다 손쉽게는 어린이 사역 단체, 청소년이나 청년대학생 선교 단체 등과 협력하면서 그들의 전문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환경이나 윤리문제, 빈민사역, 장애인 사역, 공동체 사역, 남북통일이나 국제관계 분야 등 많은 분야의 NGO 단체들과도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 경험들을 배우고 관심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길을 넓혀갈 수 있습니다. 신학교육이 목회현장, 나아가 삶의 현장과 유리되지 않도록 서로의 필요를 채우고 경험을 공유하는 일에 더 잘 열려 있어야 합니다.

두 분 총장님께서 공통적으로 강조하신 영성 형성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공간의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3년의 시간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외적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들도 학교 안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과 교수 모두가 새벽 경건회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생활 공간 안에서의 살아 있는 공동체성 훈련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신학도들의 언행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걸러지고 교정되며 재형성됩니다. SNS 공간 안에서 함부로 내뱉는 말도 서로를 통해 점검되고 고쳐집니다. 늘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음식 남기고 낭비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에게 이런 문제가 왜 중요한지, 삶을 통한 모범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교육할 수 있습니다. 신학교 안에서 수업시간 외의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게 됩니다. 갈수록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교과과정 속에 영성과 인격 과목을 3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과정을 통해 다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항상 남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담임 교수제를 실시하여 적어도 자신이 맡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지도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장치 넘어 일상의 삶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갈수록 중요한데, 이를 위한 교육 여건이 잘 구비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신학교육의 현실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신학 지망자들의 숫적 감소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 감소는 더 큰 문제입니다. 이런 환경이 자칫 우리를 생존을 위해 급급하게 만들고, 우리의 표준점을 낮추게 만들고, 신학생들을 대충 교육시키는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이렇게 가는 것은 교회를 더 빨리 주저앉게 만드는 길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질 높은 신학교육이 필요합니다. 신학교육의 본연을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총회와 이사회, 교회 기관들이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갈수록 더 귀해지는 신학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알차게 키우고, 그들이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목회자들이 되게 하고, 교회 안에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성도들이 형성, 재형성되는 일이 중단없이 일어나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어둡고 어려워도 잘 준비된 사람은 그 어두움 속에서 더 빛을 발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잘 길러내는 신학교육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꼭 지켜내어야 할 최후의 보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