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의 정치 참여 어디까지?
          (복음주의적 입장)
                                                                        강승삼 교수

I. 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어야 하는가?

    지난 2004년은 근래에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기독교 교회가 사회-정치 참여 문제로 매스컴과 신학계에서 많은 논쟁이 오갔다. 특별히 보수적인 복음주의 진영의 기독교 인사들이 정당 창당과 ‘기독교 사회 책임’ 같은 NGO를 통해 정치적 행보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복음주의적 성향을 가진 기독교 교단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영적인 영역에서 나와 과거 복음주의 목회자의 전통적인 목회 스타일이었던 기도와 성경공부 그리고 영혼 구원을 강조하므로서 내세 지향적이던 신학 성향을 두고 한 말이다.
사회-정치적 영역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진보주의 진영에서 복음주의 교단의 정치적 참여를 두고 ‘정교분리 원칙 폐기’라느니 ‘기독교, 우파 정치세력 자리매김’ 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뉴스엔조이 2004년 11월 26일자 “복음주의, 무엇으로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이가” 라는 제목하에 ‘정치 참여에 대한 복음주의 기독교 .... 단선적 현실인식과 섣부른 당파성을 경계하며’ 라고 비판 하며 현제의 복음주의 교단은 ‘정교분리’원칙을 폐기 하고 있다고 글을 실었다. 12월 2일자에서도 “기독교, 우파 정치세력 자리매김” 이라는 제목 하에 정교분리 해묵은 관습법 전락 이라는 글이 올라 있다. 이를 참조하라.
   http:www.newsnjoy.co.kr/news
물론 복음주의 교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경재 교수, 노정선 교수등 41명의 신학교수들은 10월 21일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교회 진보주의 진영의 교수들은 한나라당의 보수적 정치사상을 비판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억압하여 온 국보법은 국가적인 폭력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며 인권신장을 위해 국보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초 1970-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 재야에서 활동하던 오충일 목사는 국정원이 민간합동으로 만든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발전위원회는 국정원이 개입한 각종 의혹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장준하 선생과 최종길 교수의 의문사, KAL기 폭파사건과 같은 굵직하고 사회적 파장도 큰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민주화에 소신 있는 민간위원이 주도하니 믿어 달라” 면서 자신의 위원장 수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뉴스엔조이 2004년 12월 2일자를 “안기부에 끌려간 내가 국정원 과거 조사하다니” 라는 제목의 글을 참조하라.


    때를 맞추어 국제적으로는 2004년 말 미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부시 대통령의 재선 배후에는 미국의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가 있었다는 평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입장 대립이 정치권 뿐 아니라 교계에서도 양대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앞 광장은 우리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을 표출하는 장소로 부각되었다. 이처럼 시청 앞 광장을 보수-진보의 이념적 대립의 상징으로 부상시킨 세력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기독교였다고 한다.

    교회의 지도자로서 목사나 혹은 기독교 교회가 종교단체로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정치 문제에 참여 할 때에는 신학적 해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그룹으로 양분되어 제각기 정치적 이슈와 사안에 대해서 찬성과 혹은 반대를 표명하면서 정치에 깊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들은 과연 성경과 신학적으로 조명해 볼 때 바람직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진단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 발제를 통해서 우리는 복음주의적인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사회-정치참여도를 조명하고 져 하는 것은 과연 기독교 교회는 어떻게 혹은 어디 까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조망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사회에서 헌법이 국가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정교분리 사상에 근거하여 국가와 종교의 관계를 규정해 놓고 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전통적으로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해왔다. 한국적 상황에서 정교분리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본래의 취지를 살펴보려 한다. 정교분리 혹은 구분이라는 이 신학적 사상에 비추어 한국 교회의 보수와 진보 진영의 정치적 행보를 진단하고 교회가 정치에 대해서 취해야 할 바른 자세와 입장을 정리하고 져 한다.

II. 성경은 정교의 관계에 대한 원리를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

    우리가 오늘날 한국 정치와 기독교의 정치참여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성경에서 직접적인 사례나 모델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것은 타당한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정교관계를 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록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구약이나 신약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은 통치 권력으로서의 국가의 근본 목적과 사명 그리고 영적 사명을 지닌 교회의 역할이다. 성경에서는 이 두 기관의 영역과 사명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해석학적 측면에서 살펴봄이 좋을 것 같다.

1. 구약에 나타난 정치와 종교의 관계

    첫째, 구약에서 정치와 종교에 관한 첫 번째 사례는 사울 왕과 사무엘 선지자 사이에 나타난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힌트는 왕의 직무와 선지자의 역할은 뚜렷이 구분되었다는 것이다. 사무엘 상 13장을 참조하시라.
사울왕은 블레셋과 전쟁을 앞에 두고 선지자 사무엘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울은 사무엘 선지자를 기다려도 정한 시간에 도착하지 않고 군인들은 점점 진영을 빠져 나가며 흩어지자 사울 왕은 사람들을 시켜서 제물을 가지고 오라고 한 다음에 자신이 직접 번제를 올렸다. 제사가 끝나자 사무엘이 도착하여 사울 왕을 책망한다. 왕이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다고 질책한다. 여기에서 왕은 정치적 영역에서 사명이 부여되었고 제사 드리는 일이나 영적인 영역은 왕이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왕이 가진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이라 하더라도 그 권위를 부여하신 더 높은 권위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이나 지도자들은 모든 권세의 출처인 더 높은 권세자의 뜻을 따르고 순종할 때 그 권위가 정당성을 부여 받는 것이다. 만일 통치자가 자신의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그 영역을 넘어서 처신할 때 스스로 권위를 무너트리는 일이며 따르는 자들에게 순종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더 높은 자의 권위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울 왕은 자신에게 왕권을 부여하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셋째, 신정 정치 내에서 왕의 사명은 정의의 실현이다. 구약의 신정정치는 인간대리자를 통해서 수행되었다. 성기문, “구약성경은 한국정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나?” 한국개혁신학회 제 13회 정기학술 심포지엄, (2002,10월12일), 31쪽.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왕에게 요구된 첫 번째 사명은 정의의 실행이었다. 왕정시대 지도자들의 불의와 권력오용이 있을 때마다 선지자들의 비판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책망을 받아야 했다. 선지자들은 선을 사랑하고 악을 미워하는 정의의 책임을 지도자에게 요구하였다. 정의를 회피하는 자에게는 그와 상응한 처벌이 있었다. 선지자들의 메시지는 그 신학적 기초와 사회적 성향에 있어서 독특했다. 이들에 따르면, 신학적 기초로서 하나님은 모든 의와 정의의 근거이다. 사회적 성향이라는 것은 사회적 압제 당하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권력자들과 대항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공평함을 증명하는 일이였다. Ibid, 35-35쪽.


    오늘날 한국 사회와 같은 세속 국가에서는 통치자는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서 세워지기 때문에 정부의 지도자들은 백성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통치자가 가진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왔고 그 권위가 모든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부여 되었으며 그 권위가 모아져 통치자를 세우기 때문에 왕이나 통치자는 하나님과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백성들 아래 존재 하는 것이다.  

    폴 먀살에 따르면 “사무엘은 왕의 권리와 의무를 부과했으며, 하나님이 이미 임명하셨던 사울이 백성들의 제비뽑기로 백성 가운데 선출되었다.” 폴 마샬, 기독교세계관과 정치, (서울:IVP,1989), 91.
성경 전체를 살펴볼 때 정치적 권위가 백성들로부터가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정치적 권위는 분명히 독재 정치가 아니었다. 백성들이 장로들을 선출함으로써 정치적인 직책의 책임을 나누었다. 그리고 이 장로들을 통해서 왕들을 선택하고 그 왕에게 복종하고 존경하기로 약속했다. 장로들이 다윗에게 와서 하나님께서 그를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으로 임명하셨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장로들은 다윗과 언약을 맺고 다윗을 왕으로 기름 부었다. 사무엘 하 5장읅 보시라.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신정 정치가 인간 대리자를 통해서 수행되었기에 선지자들의 견제 역할이 필요했다. 정치 권력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망각하고 정의실현보다는 불의한 길을 갈 때 선지자는 일깨워주고 비판할 수 있어야 했다.

2. 신약성경에 나타난 정치와 종교의 관계

    엄밀하게 말해서 구약 성경이나 신약 성경에서 오늘날 현대적인 의미의 국가이론과 정치이론을 도출해 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성경은 그럴 목적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울 서신에서는 바울의 국가 혹은 국가권력기구에 대한 이해는 그의 선교활동의 전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비록 그가 서신 서들을 통해서 피력하고 있는 정치적인 입장은 그가 ‘국가이론’을 체계화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선교활동을 수행하여 나가기 위해서 나타난 결과물로 이해해야 한다. 임진수, “신약성경에서의 국가와 교회의 관계“한국개혁신학회 제 13회 정기학술 심포지엄, (2002,10월12일), 45쪽.
바울 서신서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언급한 중요한 본문은 롬13:1-7절의 본문이라고 본다. 그 본래의 취지와 본문이 의미하는 바는 간략하게 해석학적 시각에서 보자.  

    바울은 먼저 1절에서 ‘사람은 누구나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할 것’을 말하면서 여기에서 특별히 로마 권세 자들을 지칭한다. 바울은 국가권력의 기초를 자연법에서 기초를 찾지 않고, 구약의 사상처럼 하나님에게서 그 근거를 찾는다. 비록 타락한 세상일지라도 세속정부도 하나님의 정의와 질서를 수행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권세의 출처가 하나님이라는 사상에 근거하여 2절에서는 세상의 질서 존중과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두개의 교훈을 끌어낸다. 이 세상의 세속 권세라 할지라도 세상의 질서를 수행하는 일에 저항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바울은 하나님 자신이 모든 권세의 기원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지상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위임을 받고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불복하는 것은 하나님께 불복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부는 하나님이 세우신 것이다. 인간의 정부는 때로는 강요하고 때로는 위탁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범죄를 막고 정의를 실행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기독교인들은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고 정부 당국자들을 존경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F.F. Bruce, The Epistle of Paul to the Romans, 권성수 역 (서울:CLC, 2000), 241-245쪽.


    하지만, 만일 정부 당국자들 자신이 정의의 실행 보다는 불의를 행하며 백성들을 억압하고 인권을 탄압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엄밀하게 말해서 바울은 여기에서 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전후 문맥을 주의 깊게 살피면 “바울의 국가에 대한 견해는 그가 선교활동을 수행하면서 얻어진 일종의 전략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복음을 원활하게 그리고 급속하게 전파하기 위해 그가 경험한 갈등을 토대로 국가관을 기술하고 있으며 선교 사역을 위해서 갈등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한편으로는 기존의 질서를 인정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신학 화하여 종말론적인 지평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진수, 앞의글, 48쪽.


    그러나 이 문제는 그 뒤 여러 세대 동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특히 이 본문은 시대적인 정치적 상황 속에서 다양하게 해석된 것을 알 수 있다. 어거스틴은 “정의가 없는 왕국은 도적의 큰 집단일 뿐이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도성, IV, 4
  오스카 쿨만에 의하면 “신약의 구절들 가운데 이 구절만큼 오용된 구절은 없다.” F.F. Bruce, 앞의책, 247쪽.
  본문을 보거나 사도들의 서신의 전체적인 문맥을 볼 때 국가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목적의 한도 내에서만 복종을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특별히 하나님에게만 돌려야 하는 충성을 국가가 요구할 때는 국가에 항거할 수 있으며 또 마땅히 항거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막12:13-17절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이야기’ 에서 우리에게 원론적인 지침을 주고 있다고 본다. 예수는 동전을 통해서 ‘황제와 하나님의 대립을 이끌어내고 양자택일이 문제에 직면해서는 그 기준이 하나님이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즉 이러한 갈등의 경우에는 하나님에 대한 책임이 국가적인 권력보다 높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님의 권위와 요구는 인간으로 하여금 항상 높은 결단을 요구하고 동시에 책임을 요구한다. 따라서 예수님의 대답은 질문을 제기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임진수, 43쪽.


3. 칼빈의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 사상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칼빈주의적 견해는 사실상 13세기 중반 이전의 중세적 견해와 매우 흡사하였다. 그 시기 이전에 교회는, 그 자신의 역할을 무엇보다도 사회, 법률, 정치, 상업 등을 종교의 원리로써 꿰뚫는 효모의 역할로 간주해 왔다. 유럽을 기독교 화하고 또 효모가 되고 져 하는 그 노력은 매우 중대한 결과를 이루었다. 그 후 표면상이었지만 “믿음의 시대” (Age of Faith) 가 도래하였을 때 교황 인노센트 4세 (Innocent IV) 는 교회가 국가를, 성직자가 평신도를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이 균형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여기서 초래된 갈등은 기독교 국가라는 위대한 개념을 파괴시켰고 도덕의 지고한 근본을 무너트렸으며, 최종 결과로서 유럽을 문명의 위기로 몰고 갔다. 이것이 칼빈이 직면한 상황이었다. A.멜빈 데이비스, 칼빈주의 사상과 자유사상 (기독교문화사, 1993), 65쪽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그의 사상은 명백한 중세적 견해에 대한 이탈을 의미하였다. 중세에는 본래 거룩하게 보이는 것과 불경스러워 보이는 것, 그리고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을 구분하였기에 교회를 국가보다 우월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 칼빈은 이런 우월성에 대한 어떠한 주장도 모두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교회와 국가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유래되었고 하나님의 주권아래 있으며, 또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신성하고 거룩하기 때문에 교회와 국가는 둘 다 신성하며 거룩하다고 주장하였다. 국가는 빵과 물처럼, 그리고 빛과 공기처럼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며 오히려 그것들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것” 이다. 그래서 그가 교회와 국가 사이에 만든 구별은 또 다른 차원의 신성함 위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기능의 차이에 기초하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칼빈은 하나의 이론을 - 일반은총과 특별은총의 이론 - 전개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국가란 태어날 때부터 이성과 지성과 도덕관념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일반은총의 산물이다. 이것은 기독교도 이건 이교도이건 모두에게 심겨져 있어 알게 되는 자연법과 도덕법에 근거하는 것이다. 한편 교회는 특별은총을 받는 곳이며  신약 성경에 계시되어 있는 방식의 인도를 받으며 영적인 차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직접적인 통치 아래에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국가는 일반은총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이론 하에서는 국가나 정부는 철저하게 기독교 인적 자원으로만 구성될 수 없다.  따라서 이교사회들이나 정부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일반은총 영역 속에 포함되며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칼빈의 견해는 탁월하다. Ibid., 66쪽.


    중요한 것은 칼빈이 과거로부터 무엇을 물려받았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미래에 무엇을 전해주었나 하는 것이다. 그는 온갖 형태의 거짓종교와 우상숭배를 근절시키는 것이 정부의 의미 있는 일이라는 사상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그는 비록 미성숙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자유로운 국가에서의 자유로운 교회라는 개념을 후세에 전해 주었다. Ibid., 30쪽.
  

III. 한국 교회사 속에 나타난 교회와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

    한국 기독교 역사 속에서 많은 교회 지도자들과 평신도 크리스천들은 왜곡된 정교분리 개념으로 인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일관된 신학적 이해나 성경적 조명 없이 표류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군사 정권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한국의 개신교 교회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은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사 정권 시절에는 보수교단이 정치권에 깊이 연루되어 있었는데 1990년대 이후 특히 김대중 정부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상황이 바뀌어 군사정권 하에서 재야에서 활동하던 진보주의 진영이 정치권에 깊이 연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보수주의나 진보주의 교계 지도자들은 정치와 거리를 두기 보다는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는 정부와  같은 배를 탔던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 말 진보주의 진영에서 일어난 변화를 보자.

    1970-80년대 군사정권 하에서 저항하던 진보주의 교단 지도자들과 민중 신학자들은 1980년대 말부터 정치적인 환경과 이유 때문에 궤도를 수정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1970년대 진보주의자들과 민중 신학자들은 정치권 밖에서 선지자적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치에 참여했는가 하면, 1980년대 후반부터 야당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야당에 가입하게 되었다. 야당 정치권에 가입한 진보주의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장로교 합동 장로였던 대통령 후보 김영삼씨를 지지했고 다른 그룹은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씨를 위해 선거운동을 벌였다. 보수와 진보그룹 모두 다 대통령 선거에 적극 가담했고 교계 지도자들은 그들이 이승만 정권 하에서처럼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 후보를 후원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이후에 일반 시민들의 비난을 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다. 이전의 기독교 진보주의 그룹은 정치권 밖에서 재야 세력으로 정치권력을 비판해 왔는데 이제는 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또 정치권력을 추구하기 위해 정당그룹을 형성했다는 사회의 비난이다. “심포지움:현실정치와 기독교” 신학사상 78호 (1992, 가을), 736.


    진보주의 그룹과 민중 신학자들은 1992년 대통령선거 이후에 더욱 큰 변화를 맞이했다. 왜냐하면 진보주의 신학적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진보주의 진영의 선지자적 비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지지 않았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30여 년간 지속되던 군사정권은 막을 내리고 소위 말하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그들은 이전 재야에서 같이 활동하던 정치권자들과 함께 정권의 중심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기독교 진보주의 그룹이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그 당시로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 초부터 민중신학의 관심이 민중과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모아지지 않고 정치권자들에 대한 비판 의식이 사라졌다. 이러한 현상은 군사정권 컨택스트 속에서 발전된 소위 말하는 한국적 정치신학인 민중신학이 쇠퇴하기 시작한 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김성건 교수에 의하면, 진보주의 진영의 신학적 패러다임 전환에 영향을 주었던 요인은 국내적으로 ‘6월 민주화 운동’과 국제적인 요인으로는 1980년 말부터 시작된 동구권 사회주의의 몰락과 소련의 붕괴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김성건, 종교와 사회 (문경출판사, 1997), 219-228쪽.
그 이후 진보주의 진영의 사회-정치 참여 활동은 급속하게 쇠퇴했고 그들로부터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정교분리 원칙을 깼던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 기독교 진보주의 지도자들은 그들의 사상적 대부 김재준 목사의 선언을 무시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1960-70년대 기독교 진보주의 지도자들은 어떤 특정 정치 정당을 두둔하지 않았고 그들은 정치권 밖에서 정치를 비판할지라도 직접적으로 정치에나 정부 기관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김수찬, 한국장로교회와 국가의 관계 (Church-State Relations in the History of the Presbyterian     Churches in Korea), Aberdeen University Ph.D Thesis (2004년), 264쪽.


    한국 기독교 진보주의 그룹이 정당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그들은 정교분리 원칙을 깼고 그들의 관심은 지금 통일신학으로 모아지고 있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통일신학을 이끌었던 기독교 진보주의 지도자들과 민중신학자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군사정권 하에서 함께 박해 받던 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사상적 이념을 소유했고 그래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 많은 기독교 진보주의 지도자들은 김대중 정부의 요직으로 발탁되었다. 그것은 바로 왜 그들이 더 이상 정교분리 원칙을 지킬 수 없는 가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에 우리는 진보주의 그룹으로부터 선지자적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의 후계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했던 변호사 출신으로 기독교 진보주의 지도자들과 함께 군사정권 하에서 재야 세력으로 활동하던 자이기 때문이다. 진보주의 교계 지도자들은 이미 현 정부의 요청으로 정치에 혹은 정당에 가담해 있다.

    반대로 1970-80년대 사회적 참여에 대해서 비교적 관심이 적었던 보수주의 그룹들은 1990년대에 와서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최근에는 정치에 대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또 정치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날 보수주의 교단들은 정교분리 원칙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것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보수주의 교회 지도자들은 정치권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보수주의 그룹들은 ‘없는 자들’을 소홀히 했고 부자와 ‘가진자들’ 편에 동조하므로 서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권을 유린한 군사정권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역사는 우리들에게 교회는 왜 그리고 어떻게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만 하는가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창조적 긴장관계에 있어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는 권력을 오용하여 가난한 자와 힘없고 소외된 자들을 억압할 때 그리고 헌법의 뜻과는 다르게 국민을 통치할 때 그때 교회는 정부가 정의를 실행하도록 정치권 밖에서 선지자적 비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Ibid., 272쪽.


    기독교계에 요즘 시민운동단체 설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회-정치 참여에 적극적인 진보교단보다 오히려 사회문제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오던 보수교단 출신들이 이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복음주의적 성향을 가진 개신교 교단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영적인 영역에서 나와 (기도와 성경공부 그리고 영혼 구원을 강조하므로서 내세 지향적이던 신학 성향을 두고 한 말) 사회-정치적 영역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교회의 지도자로서 목사나 혹은 기독교 교회가 종교단체로서 사회적 이슈나 정치 문제에 참여 할 때에는 신학적 해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 서경석 목사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고 있는 ‘기독교사회책임’의 경우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우려 속에 출범했다. 현실정치참여를 통해 나라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게 한다는 것이 주요 목적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시점에 복음주의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 신학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IV. 결론적으로 한국기독교는 어디까지 정치참여 할 수  있는가?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야기되고 있는 기독교계의 정치적 행보와 참여에 대해서  원론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제안하고 져 한다.

    첫째, 정치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요 또 우리들 매일의 삶의 한 부분이다. 어느 특정한 그룹이 정치를 독점해서도 안 되며, 어느 특정인들을 정치로부터 제외시켜서도 안 된다. 또한 어떤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정치 참여로부터 스스로 물러나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 정치의 기원과 필요성에 관하여 많은 이론과 학설들이 있지만 개혁주의 전통에 의하면 정치란 하나님으로부터 인간들에게 일반은총 역역에서 주어진 선물 혹은 은총이다. 이 말은 정치 혹은 정부란 인간사회의 유익을 위해서 하나님이 세우신 기관이라는 의미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특별은총 안에서 교회를 세우신 것처럼, 정치와 정치인들은 그분의 일반은총 영역 안에서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가고 건강하게 지도하도록 허락을 받았다. 이러한 개혁주의적 조명하에서 볼 때 국가는 교회와 같은 신적인 기관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공적인 영역이며 인권을 위하여 그리고 건강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자신들의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둘째, 특별히 국가의 기능과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있는 현대에는 국가권력이 자신의 정치권력과 유익을 확장하기 위해 국민들의 뜻은 아랑곳 하지 않고 폭력을 합법화 할 소지가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일 교회가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국가나 정치권력을 향한 선지자적 비판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벗다. 물론, 교회가 직접적으로 국가권력을 약화시킬 수는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한 가지 역사로부터 배운 교훈은 전체주의(totalitarianism) 독재적 성향의 권력은 인권을 무시해왔을 뿐 아니라 사회복지와 국가발전에 거침돌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셋째, 기관으로서의 기독교 교회와 그 지도자들은 정치인으로 부름 받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근본 되는 사명은 복음 전파에 있고 정치는 정치인의 업무이다. 교회가 선포해야 할 복음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져야 한다. 그러나 교회와 그 지도자들이 어느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적인 그룹으로 행동할 때, 한 가지 피치 못할 일은 그 정당은 자신들과 같은 이데올로기와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끌어안고 자기 정당의 이념과 목적을 반대하는 자들은 배제시킬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와 그 지도자들이 어느 특정 정당에 소속될 때 야기되는 문제는, 교회와 그 지도자들의 정치적 행동이 복음의 선포를 제한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정당은 자신들을 반대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배타적이 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반드시 정치적 이념의 영역 밖에 있어야 하며 또한 인종적 배경이나 피부 색깔과 관계없이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모든 민족과 부족과 사람들에게 선포되고 들려져야 한다.

    한국과 같은 다종교적 사회에서는 교회와 그 목회자들이 어느 특정 정당에 가입하여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 심지어 그들이 사회개혁을 위해 일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분명히 정교분리 원칙을 스스로 깨는 일이다. 기독교 교회와 목회자들의 정당 활동은 그들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근본 되는 사명 즉 복음전파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끝날 것이다. 기독교 교회와 목회자들의 직접적인 정당참여는 정교분리 원칙을 깨는 일이다. 비록 어느 특정 정당이나 기독교 정당이 민주적인 틀과 정신 위에서 사명을 수행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Ibid., 275-276쪽.
단체로서의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은 정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정당에 소속되어 정치권에 직접 뛰어 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라고 하는 영역 밖에서 선지자적 비판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기독교 정신과 말씀으로 무장된 평신도들로 하여금 기존 정당에 가입하여 정치에 참여하고,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 직책에 진출하여 각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며 나라가 확장될 수 있도록 사회 개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독일의 기민당과 같이 기독교정당을 창당할 수 있는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독교”의 명칭이 들어가는 정당은 종교다원사회인 한국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독교인들이 힘을 합하여 적극적으로 국가의 공익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하여 정당정치를 할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