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 인적이 드물어 그런지
오늘따라 안개의 눈이 유난히 깊어 보이고
음산해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개를 향해 소리쳐 봤습니다.
안개야! 방해하지 말고 물러가라. 네가 아무리 방해해도 나는 내 앞길을 가련다.

운전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가 아주 짙은 안개요
두 번째는 폭설이요 세 번째는 폭우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 동네만 그런지 몰라도 나는 안개를 자주 접합니다.

안개가 낀 날은 따뜻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견뎌보지만
앞이 잘 안 보일 때에는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내 인생에 있어서도 안개는 많았고 지금도 가끔씩 찾아온답니다.
그래서 앞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막막하고 힘든 건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길인지, 어디로 가야할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장벽에 부딪혔을 때가 있었습니다.


언제쯤이면 안 아플 것인지
언제쯤에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것인지
언제쯤 우울증이 사라질 것인지
언제쯤 환하게 웃을 수 있을런지
언제쯤 평안이 찾아올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자연의 현상을 통하여
하나님의 섭리를 참 많이도 깨닫고 삽니다.
비가 억수로 온 뒤의 하늘이 유난히 맑고 높아 보이듯이
안개 낀 날에는 유난히 눈부신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수요일에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셔왔고
어제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었습니다.
쉬지 않고 입을 씰룩씰룩 움직이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딱했으며
입속이 다 헐어 거의 한 달째 죽만 드시는 모습이
측은하기 그지없었답니다.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어머니는 치매증상을 보이는 중인데
서서히 행동장애가 오고 있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 역시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 하니 어쩜 좋으냐고 하셨고..

갑자기 안개가 내 눈앞에 드리워졌습니다.
큰형님은 많이 아픈 상태고..아주버님도 새로운 사업으로 인해
분주한 상태이고..
둘째형님도 교회이전문제로 분주하고 늘 부흥회를 인도하러 다니는 아주버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태이고..
시동생내외는 지금 한참 연단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중이고..
나또한 사역으로 인해 밤낮으로 바쁜 상대이고
남편역시 박사학위공부와 교회사역으로 인해
늘 시간에 쫒기는 상태인데..

어머니가 더 안 좋아지실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밤에 어머니가 주무시는 틈을 이용해
남편과 조용히 이야길 나눴습니다.

이야기의 결론은

[몸보신을 위해 일단 신경을 써드리고
외롭지 않도록 둘 중에 한사람이 집에 있을 때는 계속 이야길 들어주고
힘들겠지만 무조건 비위를 맞춰드리자
그리고 틈날 때마다 기도해드리자
기독교TV는 늘 틀어놓고 설교를 듣게 하고
찬송도 늘 가까이 듣게 하자] 였습니다.

지금 한참 우리 집안에는 여러 가지로 인해 안개가 아주 살짝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분명히 안개는 걷힐 것이고
강렬할 태양이 비췰 것이고
푸른 하늘이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기대되는 것은 주님의 따스한 은총이
변함없이 우릴 지켜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 요즘에
한동안 보이지 않던 눈물이
새벽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눈물은 감사의 눈물이기도 하고
회개의 눈물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하나님은 내 눈물을 받고 싶으신가봅니다.
나는 그만 울고 싶은데..

아버지..
좀 더 낮아지고
좀 더 숙연해지고
좀 더 주님 앞에 가까이 나아가겠습니다.

이 못난 이 모습 이대로
나를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