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가 나서면 안된다구요?

사모는 나서지 말아야한다. 사모는 조용히 내조만 해야 한다.
사모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말아야하고 옷도 소박하게 입어야하고
항상 온유하고 겸손하며 점잖아야한다. 기도도 누구보다 많이 해야 하고
항상 사랑이 넘쳐야하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해야하고 모든 일에 모범을 보여야한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사모님들이 중압감에 시달리게 되거나 억지로 남에게 보이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도 예전에 그랬으니까요..

예전에 첫 목회지로 있었던 교회에서는 작은 교회고 관광지라 일군도 부족한지라
뭐든지 다 나서서 해야만 했습니다.
중고등부교사도 해야 했고, 구역인도도 해야 했고, 성가대지휘도 해야 했고
어떨 땐 예배인도도 해야 했고 전도도 나가야 했습니다.
혹 반주자가 못 오면 반주도 해야 했고 주일학교 교사역할도 해야 했고
선교원을 운영할 때는 선교원 원생들의 밥을 해주는 역할도 했고
주일이면 성도들을 위해 식사준비를 해야했습니다.
새벽예배를 인도할 때도 있었고 남편이 부재중일 때는 급한 심방인 경우
혼자서 할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최선을 다해 빈자리도 메우기도 하고 눈치껏 꼭 필요한 자리에 서서
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일을 했는데 후임목회자에 의해 들려오는 소리는
내 가슴을 참으로 아프게 하는 이상한 소리뿐이었습니다
전임목사님과 사모님이 너무 고생을 했다는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그런데 무슨 사모나 앉을자리 설자리도 구분 못하고 그렇게 나서서 설치고 다녔다지?”

그 말을 듣고 처음엔 많이 마음이 아팠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이해를 하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바로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었고 좀 우습게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고 목회자 부인은
너무 나서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지금 남편이 시무하는 교회에 와서는 아무것도 안하게 되었습니다.
우선은 이 교회에 오자마자 아이를 낳게 되었고 찬양율동강사를 시작으로
찬양사역을 시작하게 되어서 시간이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성도들이 전에 있던
교회보다 많은데다가 적당한 일꾼들이 많기 때문에 구태여 내가 나서서 하지 않아도
은혜롭고 아름답게 교회가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가끔 조금 부족한 부분이 혹시 눈에 보여도 나는 나설 수 있는 용기도 없어졌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중압감 때문에 언제나 조용히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사택에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서 차가운 교회로 느껴지기도 했고
교회 일을 전혀 안하고 있어서인지 허전하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제직회를 한다하면 뒤지면 안 될세라 1등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했고
하다못해 성가대나 교사회에서 회식이 있어서 따로 초청을 해와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며 성도들이 서운해할 정도로 몸을 도사리는 사람이
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찬양사역을 전문으로 하고 있기에 교회행사나 찬양집회 등은
당회의 허락을 받아 반 이상은 내가 주관해서 하게 되었고 수요예배찬양인도는
신디를 치면서 직접 인도하게 되었지만 모든 기관에의 참여는 전혀 안하고
다른 사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기관소속도 되어있지 않아서 기관별 모임 때는
갈 곳이 없어 서성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장로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모님, 사모님이 좀 나서서 교회 일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가
나서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나 또한 그렇게 바라고 있구요, 제발 나서서 교회가
발전될 수 있도록 교회일 좀 해주세요?”
그런 말씀을 들으니 약간 부담도 되었지만 나 같은게 뭐라고 필요로 하신단말인가..
그런 생각에 감사하기도 하고 이제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교회에 온지 16년째에 처음듣는 말씀이었습니다.

유명한 교회에서도 이제는 사모님들이 가르치는 사역도 감당하고 행정적인 것도
총괄하는 교회도 있고 부목사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우리교회에서는 물론 멋지고 훌륭하신 장로님이 계시고 안수집사회, 권사회가 잘 구성되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이런저런 핑계로 사모의 역할을 기피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가진 달란트와 사명감을 바탕으로 조금씩 뒤에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음악적인 부분만 담당하고 있고 가끔 어느 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기도회를 인도한다거나 개인적인 새벽기도와 나름대로의 영성을 위한 예배와 봉사생활을
해 왔지만 우리교회 내에서도 사무와 행정쪽, 홍보와 전도 쪽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내 목소리가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성도들이
잘 배치되어 제대로 원활하게 일이 진행되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감당하려 합니다.

참 힘이 듭니다. 어는 말에 장단을 쳐야할지..
사모가 나선다,  너무 안 나선다.. 이래도 말을 듣고 저래도 말을 듣는 거라면
나는 사람의 눈치 보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소신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떳떳하게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약 25년쯤 전에 몸도 많이 아프고 너무 어린나이에 사모의 타이틀이 나에게는 정말
버겁다는 생각에 날마다 우울증에 빠져 허덕이며 눈물 흘리고 있을 때 주님이 들려주신
음성이 있습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게 하리라”
진리이신 예수님만 바로 안다면 그 안에 상황과는 상관없는 평안이 있다는 말씀이겠죠
사모는 목사부인이기에 앞서 철저하게 성도여야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욱 내 자신을 죽이고 남을 내세워주고 섬기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교회가 더 성장하여 하나님의 이름이 높아질 수 있도록 모퉁이의 한 부분이라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믿음과 지혜를 총동원하려 합니다.

사모의 자리도 이렇게 어렵고 힘들고 무겁게 느껴지는데 하물며 목사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을 하면 목사의 자리에 서 있는 남편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지다가도
이따금씩 가엾어질 때가 있답니다.

가장 큰 사모의 역할은 남편의 내조이고
성도들을 평안하게 이끌어주고 보듬어주는 역할이고
뒤에서 묵묵히 기도하며 구석구석 꼼꼼히 챙기는 역할이라 여겨집니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부족하지만 하나님은 사모들에게 커다란 믿음과 믿음 안에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 가지 고달픔과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모의 자리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서 쓰임받고 있으니..

사모님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