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보다 조금 더 어린 나이에 그것도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전도사와 결혼을 했다
어릴 때부터 주로 합창단활동을 하며 독창대회를 나가기도 했던 나는 워낙 음악을 좋아했다.
병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도 그랬고 목회자라면 거의 누구나 몇 번은 겪게 되는 소용돌이가 있을 때에도 그랬고 나는 늘 조용하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낮엔 해처럼, 넘지 못할 산이 있거든, 주의 길을 가리, 똑바로 보고 싶어요...

찬양을 부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눈엔 눈물이 고이고 급기야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고 기도하려고 무릎을 꿇어도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느 때는 ‘하나님, 나는 너무 힘들어요.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살기 힘들어요’
하면서 엉엉~ 소리를 내서 울기도 했다. 왜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22살 어린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사모역할 하는 것도 힘들었고 잘 하지도 못하는 모든 일들이
너무도 버겁게 느껴졌고 어른도 아닌데 어른인척 하는 것도, 믿음이 부족한데 성숙한 믿음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도 모두 다 힘들었다.
첫아이가 임신 6개월 초에 사산이 되고 계속해서 자연유산이 되어 일곱 번 수술을 받게 되었고
나중에는 심장병(협심증)까지 생기게 되었으며 마취가 잘 안 되는 특이체질로 바뀌게 되어 마취를 못하고 유산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다가 호흡곤란이 오게 되었고 가슴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으며 온몸의 기력이 빠져서인지 온전한 곳이 없었고 그런 가운데 하루하루 공포감과 함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점점 더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육체적인 아픔 속에서도 남편과 나는 포기하지 않고 작정기도를 많이 했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수없이 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여 병치레가 많았고 자다가 기절하는 일도 잦았고 병결을 자주 해서 학교 다닐 때는 그 흔한 개근상을 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심장이 안 좋아서인지 온몸의 기능이 점점 더 나빠지는듯했다. 어떨 때는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고 어지러움증과 위경련도 잦았으며 두드러기도 자주 생겼고 감기는 거의 달고 살게 되었다.

하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실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이렇게 기도했다.
차라리 이렇게 살 바엔 죽는 편이 나으니 제발 더 이상 힘들지 않도록 저를 하나님나라로 옮겨주세요. 하나님은 고난과 위기 뒤에 숨어있는 축복을 주시기 위해 그리고 잘 훈련된 병사라야 훌륭하게 쓰임 받을 수 있듯이 나를 쓰시려고 연단시키시고 단련시키신 것임을 몰랐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어리석었던 것 같다.

계속해서 여섯 번 유산이 되고부터는 원인모를 불임증이 되었다. 습관성유산으로 인한 불임증이라는데 애초부터 불임증이던 사람보다 더 고치기도 힘들고 원인도 찾기 힘든 병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름난 한의원을 찾아다녔고 산부인과로 유명하거나 잘 알려진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인공수정을 시도했는데 계속해서 실패만 하는 것이었다.

실패할 때마다 너무 부끄럽고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고 아픈 척도 하지 않았다.
몸만 힘든게 아니라 물질적으로는 더 어려웠다 빚도 많이 지게 되었고 얼굴에는 우울증으로 인해 수심이 가득차고 병색이 짙어져서 누가 봐도 어디 아픈 사람 같아 보인다는 이야길 듣게 되었다. 몇 년 동안 인공수정을 15번씩이나 시도해도 성공하지 않아 결국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얼마가지 않아 저절로 아이를 갖게 되었다. 정말로 그 아이는 기도를 열심히 해서 주신 아이로 생각하고 마냥 행복에 겨워했었다. 그러나 그 아이마저 유산이 되고 말았다.

그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로다 표현할 수 없었고 유산을 할 때마다 그랬지만 마지막 유산이 되었을 때는 자살이 죄가 아니라면 수면제를 잔뜩 먹고 조용히 죽고만 싶어졌다.

어쨌든 또다시 유산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몸이 많이 부어있었고 열도 많이 나고 혈압도 높고 맥박도 제대로 안 뛰고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인지 나는 수술을 빨리 받지 못하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되기를 기다려야했다.
참 두려운 순간이었다. 하루가 1년 같았던..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마취가 잘 안되어 그냥 수술합니다. 금방 끝날 겁니다.
조금만 잘 참으시면 됩니다” 나는 모질게 맘먹고 수술실로 향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주님 살려주세요. 잘 참게 해 주세요’
수술이 시작되었고 좀 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계속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고 있었다. 사람 살려~~~살려 주세요~~ 밖에서 듣고 있는 남편은 얼마나 아팠을까!

정신적으로도 약해져있었고 온몸의 기력이 빠져서인지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긴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깨어나고 보니 아무도 없었고 양옆에는 허연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내 앞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모습이 보였다.
나는 빛 가운데 계신 주님의 모습에 눈이 부셔서도 그랬지만 너무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무섭고 끔찍했다.
내가 본 예수님의 모습은 상상하거나 그림으로만 보던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모진 학대와 고문과 매질을 당해서인지 참혹하기 짝이 없었고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운, 사람이 아닌 어쩌면 짐승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이렇게 해서 구원받았구나. 저렇게 참혹한 모습으로 고함지르며 예수님은 그 고통을 이기셨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십자가의 위력 앞에서 나는 커다란 죄인이고 구원받은 것이 보통 큰 기적이 아니라는 순간적인 깨달음이 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주님께 외쳤다.
“주님, 그렇게 아프셨군요. 내가 이렇게 해서 구원을 받았군요. 저 좀 살려 주세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나만 힘든 줄 알았거든요. 예수님. 내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군요.”

그동안 예수님은 하나님과 본체이시고 신성도 있으셨기 때문에 십자가의 모진 고통을 능히 이기셨다고 생각했고 그분의 사명 때문에 나를 위해서가 아닌 온 인류를 위해 돌아가신 것으로만 착각했는데 일대일로 있어서인지 아니면 십자가자체로만도 큰 능력이 있어선지 나 때문에 죽으셨다는 깨달음과 소나기와 같은 피를 죽죽 흘리시는 모습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예수님의 고난을 상기하는 기도를 드리거나 찬송을 드리면 눈물이 많이 난다.

퇴원하고 하루가 다르게 나는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십자가 아래서 누워있었던 것 뿐인데..
그분의 형체를 어렴풋이 본것 뿐인데.. 십자가의 공로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을 뿐인데.. 나는 영적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매일매일 구원의 감격에 젖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기도가 터져 나왔고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내가 변해서 뭐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렇게 싫던 목사부인의 자리가 아름다운 자리, 행복한 자리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새벽에 눈뜰 때마다 느낌이 달았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저항력이 약해져서인지
감기를 달고 살았던 내가 감기도 잘 안 걸리는 체질이 되어갔고 기도의 능력을 회복 받게 되어
억지로 하던 새벽기도를 감동과 기쁨으로 드리게 되었다.

그렇게 짐으로만 여겨졌던 목회자부인의 자리, 사모의 자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로 여겨졌고 주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뜨거운 눈물과 함께 드리게 되었으며 남편과 성도들과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것이 진짜 거듭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능력의 하나님, 회복의 하나님을 만났다 새벽마다 주님은 나를 만져주셨고 남편의 안수기도를 통하여도 강하게 역사하셨다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도 차츰차츰 없어지게 되었고
영의 회복과 동시에 육이 회복되는 것을 날마다 체험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찬양도 달라지게 되었다. 찬양에 영성이 있다는 소리, 찬양이 가슴을 후비고 파는 느낌이라는 소리, 머리가 쭈뼛하게 선다는 소리, 감동으로 인해 온몸이 짜릿짜릿해진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회복이 될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이러다 죽겠지 이 아픔이 끝이 있을까 과연 나는 아이를 낳을 수나 있을까 아이를 낳기는커녕 초라하게 매일 시름시름 아프다가 어느 날 목숨이 끊어지겠지. 그렇게 절망하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나는 지금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예전에 아무 문제없었던 사람으로 편하게 잘 지냈던 것처럼 오해하기도 하고 고생을 전혀 안하고 산 사람처럼 보인다고도 말한다.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한 체질이 되었을 뿐 아니라 내면도 강해져서 가끔 찾아오는 위기 속에서도 전처럼 죽고 싶어하고 절망하기보다 기도로 승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후로 병만 나은게 아니고 하나님이 내게 커다란 선물을 주셨다. 기적적으로 자연임신이 되어
1996년에 그렇게 바라던 아이엄마가 된 것이다.
그리고 목사인 남편을 만나 사모가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이제 찬양사역자로 쓰임 받아
찬양과 간증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고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그저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로 감격에 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의 목회도 하나님의 인도로 순탄한 편이고 95년도에 부임한 이래 계속 성장하고 있는 교회가 되었다 주일이면 외부로 사역을 나가는 일도 많고 평일도 비우는 날이 더러 있기 때문에 교회에 없는 날이 많은데도 우리교회 성도님들은 나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기도로 지원해주고 있고 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나는 정말 무지하게 행복한 사람이다
영이 살면 육이 산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나를 고치신 주님을 끊임없이 찬양하는 사역자가 되길 소망한다.

나를 고치신 주님 나를 구하셨네 나를 세우신 주님 나의기도 들으셨네
주님 감사해요 나를 써주시니 나 주님만 바라며 모든 것 드립니다
내 삶을 통하여 영광 받아주소서 나를 만지신 주님 내가 찬양합니다
나를 구하신 주님 감사해요 나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