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만해도, 우리 사회에서 "연애"라는 말은 "중범죄"와 같은 뜻을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어느 동네에서, "아무개집 아들과 거시기네집 딸이 방천길을 지나치다가 그림자가 포개졌다네"하는 소문이라도 날라치면, 그 두 집은 그 동네에서 이사를 가지 않으면 안될 만큼,'연애사건'은 늘 심각한 '가문의 문제'요 '마을 공동체의 문제'였습니다.
요즘처럼 처녀 총각이 애 보듬고 다니는 일은 더더군다나 생각할 수도 없었고, '이혼'이니 '간통'이니 하는 낱말들은 매우 혐오스러운 것이어서, 사람들이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껄끄러워했었습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너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 비해 먹을 게 많아서 그런지,우선 사람들의 체격이 무던히 커졌습니다. 며칠 전, 30여년 전의 제 초등학교 5학년 때의 통신표를 큰 딸 아이와 함께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딸 아이가 마구 웃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초등학교 5학년 때의 제 체중(당시로서는 보통체격이었음)이 23.5kg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에게, "그럼 너는 몸무게가 얼마냐?" 물었지요. '원,숙녀에게 별 걸 다 물으신다'는 듯이 대답을 안하더니,한참 뜸들이다가 겨우 하는 대답이, "50kg"이었습니다.
'내가 정말 그 때 이 아이의 반쪽만 했을까'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시대가 많이 변하긴 변한 모양입니다. '시대가 변하고,사람들의 체격이 커졌으니, 예전의 밤톨만했던 우리들보다, 사람들의 마음도 이제 그만큼 더 커졌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꼭이 그렇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달라진 것은 그 밖에도 많지요. 부르는 노래가 그렇고, 즐기는 음식이 또 그렇습니다. 가창력 위주의 가수들을 대하던 기성세 대의 눈으로 볼 때, '저게 가수일까' 싶은 애들이 오히려 무던히 인기가 높고,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게, 판소리의 휘몰이 뺨치는 랲 스타일로 주워섬기는 노래들을 아이들은 기막히게 따라 부르고, 그 어려운 몸동작들도 제법 그럴듯하게 흉내를 곧잘 냅니다.
우리 어른들은 한두 개만 먹어도 속이 보글거리는 서양식 과자류와 빵 제품들을 무던히 즐겨 먹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 정말 감지덕지 즐겨먹던 '개떡'만큼이나 요즘 아이들은 발음도 꾀까다란 '핏자'를 좋아합니다.
가수 윤복희 씨가 무릎이 살짝 비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에 내렸을 때 나라 안이 발칵 뒤집혔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인데, 요즘 길거리에 나가보면, 이제 더 내놓을 게 없을 만큼, 말 만한 처녀들이 아예 다 벗고 다니는 통에, 눈 둘 데가 마땅찮을 때가 많습니다.
문화의 퍽 중요한 요소인 먹는 것, 입는 것, 부르는 노래만 달라 진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변화는 '성(性)'에 대한 관점의 변화일 것입니다.
사회의 모든 면이 서구화함으로써, 새로 누리게 된 삶의 혜택이 매우 많은 것을 인정합니다. 예전에는 영화 속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풍경이 나오면, "저게 미국인갑다. 오메,참말로 겁나게 잘산다 잉. 오메 오메 좋은 것"을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요즘은 그럴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삶의 양식이 거의 똑같아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서구의 저질 문화(성개방 풍조)까지도 그만 유입되고 말았습니다. 믿을 만한 보도에 의하면, 요즘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받는 사람들 중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 시비……. 예전에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옆 자리에 여자 애를 앉혀주면 영 불편해서 학교 가기가 꺼림직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엄마의 치맛바람 을 힘입어서까지 자기 곁에 여자 짝꿍 앉혀달라고 아우성이어서, 아이들 자리배정 문제 때문에 담임노릇하기가 힘들다고 고백 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많습니다.
영화 광고지는 아예 포르노 사진이 다 되어버렸구요.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성(性)을 오용'한 후유증이 이제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낙태반대운동 국민연 합(낙반연)"까지 결성됐겠습니까? 현재 우리 남한에서만 연간 150만건 이상의 낙태수술이 행해 지고 있습니다(미국에서는 연간 약 3,100만건 정도). 한국전쟁 3년 동안에 사망한 사람이 약 110만명임을 감안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소리 없는 난리'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 이 7개월만에 태어난 아이를 죽였다면 그는 살인죄로 형무소에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7개월된 아이를 중절수술해 준 산부인과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돈만 잘 버는 우리 사회입니다.
중절 수술 후유증 문제, 중절 실패로 인한 장애아 출산 문제 등, 심각 한 개인적 사회적 부작용을 떠나서도, 낙태는 분명히 살인(죄)입니다. 인간은 생명을 만들 수 없고, 인간의 힘으로 생명의 흐름을 유지시킬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형성된 '사람의 생명'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빼앗을 수는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태아의 생명이라 하더라도…….
이광우목사
전주열린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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