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도,시대와 문화에 따라 제법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당(唐)나라의 관리채용 기준을 본떠,신언서판(身言書判)에 따라 사람을 골랐습니다. 곧 그 사람의 외모,말씨,글씨,판단력(논리성) 등의 제법 까다로운 기준을 인선(人選)원칙으로 삼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그런지 요즘에는,어떤 사람을 평할 때 흔히, '힘있는 사람이다,아니다' 는 말을 자주 합니다. 물론 그 '힘'이란 말이 함축하는 다양한 의미가 좀더 분명해져야하겠지만,보통 이 '힘'은 그 사람의 '실력'을 말하는 것 같고,좀더 노골적으로 그 '실력'은 '돈버는 능력'을 주로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곧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너나없이,
'돈이 많으냐,적으냐'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사람을 무자비하게 재단하는 아주 못된 버릇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좀 고리타분하기는 해도 결코 함부로 버리지 말았어야할,'선비정신,장인(匠人)정신,인간의 의리' 같은 무형의 정신적인 자산은 정말 무가치하게 여기는 천박한 세상이 그만 돼버렸습니다.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자녀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이지만,그러나 그 뜨거운 교육열의 밑바닥에,바로 이런 '힘'을 남보다 더 확보하고자 경쟁하는 살벌한 심리가 깔려있음을 부인하진 못합니다.
학업성적이 대학입학을 좌우하고,좋은 대학 좋은 학과가 곧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우리에게 대학은 더이상 참된 학문을 닦는 문자그대로의 '큰 배움'의 터가 아닙니다. 대학은 이제,오직 '취업 준비 기관'으로서만 사람들의 관심거리입니다.
"그깟 놈으 대학,나오면 뭐하나?
취직도 안되는 거"
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사회,우수한 학생들이 취업문이 넓은 이공계 학과로만 몰리는 사회,이공계에서도 기초과학분야보다는 응용(실용)과학분야가 더 인기가 있는 사회,정규대학을 나온 학사들이 돈벌이가 안정된 직장을 위해 다시 전문대학으로 떼몰려 돌진하는 기현상 등이, 바로 오늘 우리 모두가 무엇을 힘으로 생각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심각한 증거들입니다.
이처럼,'돈이 힘'이라는 정말 잘못된 확신이 우리 모두를 서서히 처절한 파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그 사람의 성품·인생관·세계관·가치관·훈련정도 등이야 어떻든,아주 쉽게 '똑똑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세상입니다.
돈을 버는 방법이나 과정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무슨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돈을 벌되 그 부정이 발각되지만 않으면,그 사람은 그야말로 자기가문의 영웅도 되고,소속집단의 실력자로 수직상승도 할 수 있는 우리사회입니다. 돈만 있으면 어느 누구라도 하루 아침에 '회장님'이 될 수 있습니다.
박한상 군의 부모살해사건,지존파사건,인천북구청 세무비리사건 등을 시작으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슬픈 실상을 보십시오.
심지어는 정의와 공평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법조계(예,집달관비리사건)에까지 돈의 마수가 뻗쳐져 있음을 보지 않습니까?
돈과 권력에 대한 천한 욕심 때문에,양심을 팔고 변절해버리는 지도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바로 그 지조 없는 지도자들,오늘 '이 땅의 최고 지성'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가 헛되이 도움을 바라므로 우리 눈이 상함이여! 우리를 구원치 못할 나라를 바라보고 바라보았도다.
(구약성경 예레미야애가 4장 17절/ 선지자 예레미야가 조국 유대의 참혹한 멸망을 애도함)
돈을 힘으로 무조건 인정하기 전에,돈버는 방법과 돈을 돈답게 쓰는 능력을 먼저 따져보아야 합니다. 땀흘려 정직하게 번 돈이라면,정말 그 돈의 임자를 정말 힘있는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돈을 주변의 약한 이들을 돕고 섬기는 일에 열심히 쓸 줄 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돈은 편리한 것입니다. 돈 없으면 죽는 웃기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그렇다고 돈이 인간생명을 좌우하지는 못합니다.
과거 유대나라가,바벨론의 침공을 받아,부모가 자식을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도록 처참하게 망했던 이유는,생명의 하나님을 함부로 떠나,그들을 결코 구원 못할 '헛된 것들'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데 있었습니다.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신약성경 마태복음 6장 24절/ 예수님 말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돈·명예·쾌락)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
(신약성경 마태복음 16장 26절/ 예수님 말씀)
돈은 원래 사람의 노예이므로,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돈의 종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생명(인간)의 가치는 돈으로 결코 환산될 수 없고,또 되어서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돈,돈,돈 생각보다,소중한 '내 생명'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하셔야만 합니다. 돈보다,'내 생명의 구원(영생)'을 더 깊이 생각하셔야할 때입니다.
이광우목사
전주열린문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