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무더위엔 가끔씩 포플러나무가 생각납니다.
경제성이 별로 없는 나무라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포플러는,성장속도가 무던히 빠르고 목질도 그다지 견고하지 않아서 성냥개비를 만드는 데는 그만인 나무였습니다.
토종 수종이 아니면서도 이 땅 곳곳에 참 흔한 나무였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학교마다 크고 작은 묘포장이 있었고,그 묘포장마다 으레 포플러 꺾꽂이 묘포가 있었습니다.
목질은 물렁해도 생명력 하나는 매우 끈질겨서,아무렇게 꺾어서 아무렇게나 땅에 꽂아도 쉽게 뿌리가 돋아나기 때문에,어린아이들 실과 실습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나무가 바로 포플러였지요.
그런데 신식 점화기구(장치)들이 개발되면서 그만 차츰 성냥이 사라 지는 바람에 포플러도 별 소용이 없어졌는지,요즘은 포플러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엔,신작로에 두 줄로 늘어선 가로수는 거의가 포플러였었습니다. 그래 그런지 요즘,미개발의 한적한 시골길을 가다가 묵은 포플러 등걸이라도 하나 눈에 띄면 마치 고향 아줌마를 만난 듯 사뭇 정겨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매우 친하게 지내던 친구네 마당 한 쪽에,무성하게 어깨가 떡 벌어진 포플러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목질이 연한 탓에 벌레도 퍽 많이 꾀던 이 포플러를 보시며 친구 아버님은 늘 "나무를 베어버려야겠다"고 푸념을 하시곤 했지요.
그러나,너무 무성한 나무여서 그랬는지 그 나무를 선뜻 베어버리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무섭게 천둥벼락이 일며 폭우가 쏟아지면서 그만 이 나무가 벼락을 맞아 어깨 한 쪽이 보기 흉하게 불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친구 아버님은,비가 그치자마자 인부들을 불러,커다란 톱으로 나무 밑동을 잘라내고 가지를 쳐낸 다음,그 나무 밑동을 거꾸로 세워 벽에 기대어 놓았습니다.
웬만한 나무 같으면 뿌리만 잠시 들었다 놓아도 몸살을 심하게 할텐데,이 포플러는 신기하게도 퍽 오랫동안 살아 있었습니다. 죽는 게 다 뭡니까,오히려 기둥 같은 줄기 중간 중간에서 파릇파릇 새순까지 돋아나기도 했습니다.
정말 무섭도록 생명력이 강한 나무……. 그러나,그토록 강하고 질긴 나무도,시간이 오래 흐름에 따라, 억척스럽게 돋아난 새 순도 어느 순간엔가 말라버리더니,마침내는 고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무를 뽑으면,뽑는 즉시 그 나무가 죽는 것은 아닙니다. 뿌리가 뽑혀 있어도 길건 짧건 일정시간 동안은 그 나무의 이파리는 푸른 빛을 유지합니다.
가지와 줄기에 수분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뿌리가 뽑혀 있지만 그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뿌리 뽑힌 시간이 점차 길어질수록,수분과 양분이 계속 공급되지 않는 이 나무는 죽지 않기 위해,자구책으로 탄소동화 작용에 절대 필요한 소중한 이파리를 스스로 시들어 떨어지게 해서 수분의 증발을 막아냅니다.
그런 후에도 계속해서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가지와 줄기 속에 남아있는 수분을 조금씩 소비하며 견딥니다.
……끝까지 수분이 공급되지 않고 남아있던 수분마저 바닥나면 이 나무는 마침내 고목이 되고 맙니다. 죽어 버린 것이지요. 꽤 오랜 시간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결국은 죽고 마는 것입니다.
나무 뿌리를 뽑는 그 순간에 나무가 곧바로 죽어 버리지는 않지만,좀 정확히 말해서 이 나무는, 뿌리가 뽑히는 바로 그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뿌리뽑힌 나무'는 '이미 죽은 나무'입니다.
복있는 사람은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오직 여호와(하나님)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 (구약성경 시편 1편 1-3절)
이렇듯 성경은,종종 사람을 나무에 비유합니다. 아무리 생명력이 강하고 끈질겨도,생명의 뿌리인 하나님 없이는 결코 살 수 없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사실,우리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님을 모르고도 떵떵거리며 잘 사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바로 이 점이,믿는 사람들이나 믿지 않는 사람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생명의 교제가 끊긴 이들은, 아직은 제법 푸르러도 분명히 뿌리 뽑힌 나무입니다. 개중엔 유난히 처세능력이 뛰어난 '포플러 인생'들도 꽤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인생도 결국은 인생의 푸른 잎이 시드는 날이 있습니다.
뿌리뽑힌 인생들은 자신의 제한된 능력을 인식하는 순간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대치할 것들(돈,명예, 쾌락,자기업적 등)을 열심히 끌어 모읍니다.
때로는 자기 능력 밖의 것들까지 욕심을 내고,그게 여의치 않으면 서슴없이 폭력도 행사합니다(이 개인적 폭력이 집단화하면 전쟁이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네 삶의 모든 추악과 불의의 원인은 단 하나,우리(개인/사회)의 뿌리가 하나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너희는 가지니,……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신약성경 요한복음 15장 5절,예수님의 말씀) 지금,하나님 없이 무심코 시들어(죽어)가고 있는 당신,속히 생명의 예수님께 나아오십시오.
이광우목사
전주열린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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