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많이 나다닌 어떤 친구가, "우리나라 사람처럼 떼뭉쳐 노래부르기 좋아하는 족속도 드물다"고 말했을 때,처음엔 그 말 뜻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그 좋은 노래를 부르기 싫어하는 족속도 있다던가?' 테너만 해도,'루치아노 파바로티'나 '호세 카레라스','플래시도 도밍고' 등을 비롯해서 얼마나 많은 기라성 같은 성악가들이 즐비한 게 서양인데,우리 민족만큼 노래를 즐기는 민족이 없다는 그 얘기가 솔직히 정말 곧이듣기지를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모 방송사의 열린음악횐가 뭔가하는 프로그램을 어쩌다 한 번씩 들여다보면 그 친구의 말이 정말 옳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슬 들곤 합니다.
주일 오후예배가 끝난 후의 약간은 묵직한 피로감과,다른 한 편으론 오늘도 무사히 주일 예배를 인도할 수 있었던 데 대한 감사와 목회자 특유의 야릇한 해방감 탓에 약간은 느슨해진 심사로 어쩌다 한 번씩 TV화면을 들여다보는데,간혹 대학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나,한창 때 좋아하던 통기타 가수라도 나올라치면 괜히 추억에 젖어 자막의 노랫말을 얼추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 저를 우리 딸 아이들은 퍽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 보곤 합니다. '우와,우리 아빠가 잘 따라 부르는 유행가도 있구나!' 아이들의 눈빛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언젠가,'열린음악회' 맨 마지막 순서에 제가 굉장히 좋아하던 노래가 나왔는데,노래를 실컷 따라 부르고도 못내 아쉬움이 남 아서 프로가 끝난 뒤까지도 그 노래 클라이맥스 부분을 혼자 잠시 더 흥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애꿎은 심사로 느닷없이 우리 "가족 열린음악회"를 열고 싶어졌습니다. 아이들을 죄 모아놓고 큰 아이부터 하나씩 돌려가며 노래를 불러보자고 제안을 했지요.
싫든 좋든 아이들은 아비의 말이니까 다소곳이 거실에 작은 원을 그리고 둘러앉았습니다. 누군가 가 노래를 하나 부르고,셋째 차례가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혼자 거울 앞에서 요즘 신세대 가수들의 그 복잡미묘한 몸동작까지 흉내를 제법 그럴듯하게 내며 그 어려운 랩 스타일의 노랫말도 줄줄이 꿰며 노래를 곧잘하곤하던 아이가,웬일로 좀 멋쩍었는지 그 날 따라 몸을 비비꼬며 쑥스러워만 하고 도무지 입을 떼질 못하는 겁니다. …….
짧지만 지루한 긴장된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점점 더 식구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점차로 얼굴이 붉어져 갔습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작은 긴장감이 한껏 팽팽해져서 일촉즉발의 상황 이 됐다 싶을 때,아이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나 머리카락 아파서 노래 못해!" 하고는 빨개진 얼굴로 제 언니 등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팽팽하던 긴장감이 한바탕 폭소로 터져나오고,그 날 저녁 저희 집의 열린음악회는 생방송답게 돌발적인 "머리카락" 사태로 도중에 막을 내려야 했습니다.
어쨌든 저도 떼뭉쳐 노래 잘하는 족속의 하나인 것은 확인이 되었지요. 현대를 일컬어 흔히 포스트모던 사회라 합니다. 이름 그대로 모더니즘 이후의 어떤 생각의 틀을 '포스트모던(postmodern)'이라 말하는 것이지요.
고대 신화체계로부터 철학으로의 변화를 인류의 1단계 계몽이라고 한다면,중세의 종교적 도그마와 타율에서 비롯된 의식의 동면에서 깨는 시기 곧 근세를 제 2 의 계몽기라 할 것입니다.
14-5세기의 르네상스를 거쳐 17-8세기의 본격적인 계몽기를 거치면서 인간의 이성은 그야말로 만물의 척도 가 되었습니다.
곧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사고가 중세의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인간의 이성에 맞지않는 모든 '신비'는 인류의 삶에 더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또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면 할수록 이 땅은 점점 더 유토피아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것이 당시 계몽주의자들의 일관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상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것이 바로 1-2차 세계 대전입니다. 최고의 과학이 최고의 살상을 자행함으로써 인류는 더 이상 스스로의 이성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성에 대한 포기선언으로 나온 것이 바로 '포스트모던이즘'입니다. 포스트모던이즘은 모든 합리적 규범을 거부하고 권위의 해체를 주장하며,개별성과 다양성과 상대성을 주장합니다
때문에 이성보다는 자유분방한 감성을 훨씬 더 중시합니다. 우주의 중심에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면서도 결국은 또 다른 방법으로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놓는 묘한 아이러니를 안고 있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입니다.
공동체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극단적인 개인주의,무관심과 냉소주의 등은 다 이 사조의 부산물들입니다.
따라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옷차림에도 계절에 따라 유행이란 것이 따 로 없습니다. 한마디로 포스트모던의 구호는, "내게 좋은 게 선이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너'도 없고,'우리'는 더더군다나 없고,오직 "나 (의 감성과 욕망)"만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내 머리카락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도 공동체의 흐름을 얼마든 깰 수 있는 당위성이 확보되는 것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입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신약성경 마태복음 16장 24절)
나의 감정과 나의 욕망만이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는 포스트모던이즘,곧 "누가 뭐래도 나만 좋으면 된다." "내게 좋은 것을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사조는 결코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올바른 세계관이 아닙니다.
올바른 가치관도 윤리관도 물론 아니지요. 이런 생각이 전직대통령의 거액 부정축재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것입 니다.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하나님이 계시건 말건,내게 우선 급한 것이 아니면 기독교인들의 얘기쯤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크게 후회하시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모더니즘처럼 포스트모던이즘의 기초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자기(감성과 욕망)를 부인하지 않으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생각의 포스트모던이즘,당신 영혼의 세계대전을 겪기 전에 속히 무너져야 합니다.
'예수 믿는 것은 내 체질과 맞지 않는다'는 당신의 생각,"머리카락 아파서 노래 못부른다"는 어린아이의 말과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불확실한 주관을 십자가에 못박아버리고, 이제 예수님을 믿으십시오.
이광우목사
전주열린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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