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호남사람인 탓에,나이 40이 가까워서야 어찌 어찌 우리 나라 제 2의 도시라는 부산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들러본 부산의 첫인상은,참으로 아기자기했습니다.
……오밀 조밀 산이 있고,그 산봉우리들을 교묘하게 끼 고 빼곡이 들어선 건물들,꼬부랑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시가지. 산과 바다가 한꺼번에 있는 도시,
부산은,대도시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매우 정감 어 린 도시였습니다. 손 아랫 동서가 부산에 살고 있는 덕분에 그 후 두 차례 더 가본 부산…….
부산을 생각할 때마다 욕심나는 것이 있습니다. 은근히 부산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때도 더러 있지요. 부산 앞바다와 태 종대 때문입니다. 부산 앞바다 한 자락과 태종대를 전주 언저리 에 옮겨두고 싶은 생각이 정말 간절합니다. 타지에서 친구가 오 면 데리고 바람 쏘일 만한 곳이 마땅찮은 우리 고장 전주……. 외지에서 귀한 친구가 올 때마다 부산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생 각을 하곤 합니다.
"한번 살아 보이소. 마,막상 살아보믄예,딱히 그렇지만도 않은기라요."
저의 이런 생각을 읽었는지,태종대를 오르는 길에 슬그머니 내던진 부산 친구의 말입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부산 앞바다 와 태종대는 여전히 "무던히 샘나는 명승"입니다.
태종대에 처음 오르던 날은 겨울바람이 드세게 불고 있었습니 다. 부산 친구들은 춥다고 연신 호들갑이었지만,해양성 기후라서 그런지,황소바람 탓에 우습게 헝클어진 우리들의 머리가 주는 험상궂은 느낌과는 달리,그렁저렁 견딜 만한 바람이었습니다. 난 생 처음 구경하는 멋들어진 태종대의 풍광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람 끝의 매서움을 잘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르지요. 그 날,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태종대를 오르내리면서 부산 친구에 게
"당신들은 진짜 겁나게 좋것소. 이렇게 좋은 풍광이 지척에 있응게."
만 수없이 되뇌고 있었습니다. 등대 옆 계단을 따라 바닷가까지 내려가 노닥거리기도 하고, 가수 조용필 씨의 노랫말 속에서만 듣던 "오륙도"도 보았습니다. ……태종대를 돌아 나오는 길에 자살바위라는 델 갔습니다.
'태종대 자살바위'.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 이름의 유래를 묻는 제 말에,부산 친 구는 그 유래를 퍽 소상히 귀띔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야사일 가능성이 많은 친구의 얘기인 즉 다음과 같습니다.
……이상하게 삶을 비관한 사람들이 이 바위 위에서 까마득한 바다로 떨어져 죽기를 잘했습니다. 마침내 이 바위는 본래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자살바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곱지 않은 일이 빈발하자 부산시에서는 당황하기 시작했고,대책을 숙의한 끝에 마침내 그곳에 '모자상'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죽으려 하다가도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가 새겨진 조각을 보면 부모생각이 날 것이고, 그리하면 혹 생각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살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부산시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판단,모자상 곁에
"한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세워놓는 조치를 마지막으로 자살바위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 어떤 젊은이가 삶을 비관,자살하기 위해 자살바위를 찾아왔습니다. 모진 마음을 먹고 자살바위 위에 올라 서서 천길 아래 시퍼런 바다로 뛰어들려는 순간,갑자기 현기증이 나면서, '어이구,죽어도 못 죽겠다'는 묘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자살하는 용기로 한번 더 살아보자'
이렇게 결심하고 돌아서는 순간,예의 그 팻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그 팻말을 보는 순간 이 청년의 마음 속에 정말 놀라운 용기(?)가 솟아나서 결국 뒷걸음질로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죽었습니다.
덤으로 들은 얘기치고는 제법 그럴싸했습니다. '태종대의 자살바위'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우리들의 슬픈 현실이 또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신앙의 길에 정말 어이없는 어두운 미혹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앙과 종교를 빙자한 각종 사기 폭력사건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옴진리교(일본)의 지하철 독가스 테러, 수많은 사이비종교 교주들의 탈선행각과 사기극…….
사람을 살리기 위해 써놓은 팻말이 때로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듯,신앙생활 한답시고 함부로 나서다가 자칫하면 어이없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앙은,취미생활이 아니고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길입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하나님)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신약성경 요한복음 14장 6절/ 예수님의 말씀)
자살바위가 태종대의 멋진 이미지를 손상시키듯,많은 이단 사이비들이 참된 생명의 길을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독교의 이름을 걸고 사람을 죽음의 길로 몰고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오직 참생명이신 예수님만 믿으셔야 합니다.
'지금 어느 길에 서 계신지',
"한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