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하고 바쁜 일상에 쫓겨 고향생각할 겨를조차 변변히 없 는 현대를 살아가지만,중년쯤에 접어든 분들에게는,비록 초라 한 시골,춥고 배고프기 그지없었던 엉덩그르한 삶의 추억밖에 없음에도,'고향'은 언제나,가장 포근하고 잔잔한 엄마품같은 따 사로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구정을 비롯한 명절 때마다,그 힘 든 교통지옥을 겪으면서도 기어이 고향을 다녀가는 사람들의 줄기찬 몸짓이 그 사실을 웅변합니다. 때문에,어떤 점에서 우리 들의 '귀소본능(歸巢本能)'이야말로,인간생명의 근원에 맞닿아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네 삶의 형편이 괄목할 만큼 나아져서,요즘은 중년들의 어린 시절을 괴롭혔던 그 지겨운 보릿고개나 횟배앓이도 사라 지고,이젠 음식점에서 꽁보리밥을 특별메뉴로 내놓는 제법 넉 넉한 세상이 됐습니다. 웬만한 집은 중고자가용이라도 굴릴 수 있게 된 덕분에,명절 연휴 때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교통전쟁까 지 치르게 됐습니다. 5-6공화국시절,양력과 음력의 이중사용에 따르는 불편을 덜기 위해,신정연휴를 늘리고 구정을 단계적으 로 없애는 정책을 펼쳐보기도 했으나,결국 요즘은 오히려 구정 을 지키는 쪽으로 거의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어쩌면 오랜 세 월 구정과 더불어 엮여온 사람들의 귀소본능이 그만큼 더 강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분단된지 금년으로 꼭 56년이 됩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50년 세월이면 그 무엇인들 변하지 않으리 요만은,북쪽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의 눈엔 여전히 주체못 할 서러움의 눈물이 고이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젊디젊은 몸으 로 속히 되돌아갈 요량으로 남하한 것이,얼굴에 검버섯이 돋고 백발이 무성한 노년이 되도록 두고 온 산하에 돌아가지 못하 고 몸무림치는 그이들…….
고향 땅에 단 한 발짝이라도 더 다 가서기 위해 휴전선 근처에 '망향단'을 세워놓고 그곳에 나가 일년에 몇 번씩 울부짖기라도 해야 모진 목숨을 실낱같은 소 망으로 부지할 수 있는 내 동포들. 우리 민족의 통일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동포들이 감격 속에 재회의 포옹을 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하튼 그들의 눈물을 볼 때마다 저는, '고향'이란 것이 우리네 삶에 얼마나 큰 쇠기둥으로 자리하는지 를 확인하곤 합니다. 그러므로,고향이 있다는 것,큰 복입니다. 고향산천을 밟고사는 것 역시 큰 복이요,언젠가는 돌아갈 곳에 대한 "소망"이 있다는 것 또한 정말 눈부신 축복입니다.
이 사람들(신앙인들)은……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고백하였으니,그들이 이같이 말함은 '본향(本鄕)'을 찾고 있 음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 …… 이제 그들이 사모하는 곳 은 "더 좋은 본향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 이…… 저희를 위하여 한 도성을 예비"하셨느니라.
(신약성경 히브리서 11장 13-16절)
사랑하는 여러분,바쁜 삶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내가 정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를 생각해 보십시오. '혹시 이 세상의 삶이 이 성경말씀대로 나그네길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만일 나그네길이라면 이 땅의 삶에 함부로 너무 집착하지 말 일입니다. 나그네는 어쨌 거나 봇짐이 가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며 살고 있는 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숨쉬는 공기,발을 디디고 있는 땅, 산과 바다,온갖 동식물 등등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인간의 힘(기술)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것들이지요. 이것들이 주어진 다음 비로소 우리들의 노력이 가능한 것입니다. 내 생명까지도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면,그래서 정말 이 세상이 나의 영원한 본향이 아니고 이방(異邦)이며,내가 돌아가야할 '더 나은 본향'이 있다면,그 곳을 향할 준비를 해야만하지 않겠습니까? 최소한,며칠씩 날을 새가며 줄서서 귀성차표를 예매하는 정도의 열정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신약성경 요한복음 14장 6절/ 예수님 말씀)
그러므로 '나그네 인생'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이 땅에서 마치 영원을 살 것처럼,남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양심을 속이며 어둡게 버둥거리지 마십시오. 삶의 봇짐을 줄이고,참된 본향을 향해 일어서십시오. 해질 무렵 객지에서,갈 곳없는 나그네처럼 처량한 이는 없습니다.
장차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불의와 부정과 눈물과 고통의 이 아픈 땅에서 어차피 영원히 못살 것이면,아직 시간이 주어질 때 미리미리 하나님의 복된 품 안으로의
"귀향채비"
를 서두르십시오. 생명의 근원 되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우리의 본향은,도중에 교통체증도 휴전선 같은 장벽도 없고,눈물도 고통도 근심도 아픔도 없는, 벅찬 행복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