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 하면 두개의 사건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이거 참!" 한 여자가 들어오더니...비누칠을 몸에 벅벅 소리가 나도록 해대더니만, 내 옆에서 물을 좌악좌악! "아이구~" 비누물이 튀는데 좁은 면적을 자랑하는 내 몸둥아리는 그만 그녀가 뿌린 비누물로 범벅이 되어 버리는게 아닌가?
쳐다보면 무안할까봐서 꾸욱 참고 나두 덩달아 물을 뿌려댔다. 그 다음이 문제다. 탕안에 풍덩 들어가더니, 물 바가지로 휘휘 온 탕물을 뒤집더니 퍼부어댄다.
"아니! 이렇게 때가 둥둥 떠도 그냥 두고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야!? 눈에 뵈는게 없나? 아이구 ! 더러워! 더러워라!" 탕안의 물을 퍼서 밖으로 내 동뎅이를 치는데.... 그 물이 내 얼굴까지 튀어 올라 불쾌하기 이를데가 없다. 자꾸자꾸 그러니까 피하고 또 피했다.
궁시렁대던 그녀는 찬물을 갑자기 틀더니 금방이라도 온탕을 냉탕으로 만들 기세다. 주위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리는 것도 아랑곳 없이 극성이다. 탕 밖의 사람들은 졸지에 눈에 뵈는 것도 없는 더러운 인간들이 되고야 말았다.
그녀의 말한마디로... 하지만 목욕탕에서 벗고 싸움질을 할 수도 없는 처지가 아니던가? 자리를 피하여 짐짓 싸우나에 들어갔다.
이게 웬일인가? 바로 그녀가 뒤따라 들어오더니 "아니구 내 참! 이건 또 뭐여? 수건 하나 바꿔달라고 말할 사람이 없나?" 하며 마구 목청을 높혔다. 나는 참다 못하여 너무 시끄러워서 따끔하게 독설을 퍼부울 기세로 처음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 앗뿔사! "어머나!~~ 사모님! *** 사모님 아니세요? 저 모르시죠? 저는 사모님을 아는데..." 나는 거의 기절을 할 뻔 했다. "*** ? 아시죠? 제가 *** 친구예요. 하두 사모님 자랑을 하길래 제가 알죠. 사모님은 저를 보신게 처음이시지만. 저는 여러번 뵈운걸요?" 내가 유명세라도 내야 할 모양이다.
나는 이토록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맛본 적은 없었다. 그 사람이 나를 먼저 알아보았기에 망정이지 내가 먼저 아무것도 모르고 ."여보세요, 정말 보이는게 없수?" 하고 시작을 했더라면? 아이구! 아찔해! 그저 참는자가 복이 있다니...정말 참을성 적은 내가 운수대통 한 날이다.
나는 그 후로는 대중 목욕탕에 가기 두렵다. 돈도 아끼고, 부부애도 돈돈히 할겸 최소한 일촉즉발의 위기를 모면키 위해서라도 집에서 샤워하는게 상책이다.
최근에 전국 곳곳에 온천장이 생겨서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어 온천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땅만 파면 온천이 나오는건지? 온천장에 가보면 여자들이 온천만 다니는가 할 정도로 시설 좋은 곳으로 이리저리 몰리는 분위기다.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으나 로마가 멸망한 3대원인중에 하나가 목욕문화라는 것은 알고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라서 한번은 아산온천에 갔었다. 피곤해서 때를 밀려했다 순서를 기다려 내 차례가 되었는데 때밀이 아줌마가 묻는다. "지금 어디 사세요?" '에구 피곤한 여자구나! 때나 밀지 별것을 다 묻네' 속으로 생각하고 간단히 대답했다.
"인천요" "아이들은 다 컸죠?" '이런! 별걸 다 묻네' '편히 때밀긴 다 틀렸군 !' "혹시...!" '읔!! 이건 또 뭐람?' "남상순언니 아니세요?" 이럴 수가...온양사람인 내가 아산온천에 와서 때를 밀다니...내가 잘못이지 !' 즉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때밀이 아줌마가 바로 여고 1년 후배라고 한다. 아산온천에 때밀이로 취직을 했으며, 내가 여고시절 잘 알려진 감투를 썼던 관계로 자기는 잘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친구 ***는 아직 혼자 살며 내 이야기를 종종 한 적이 있었노라고했다.
있을 수도 있는 만남이지만, 얄궂은 만남이었다. 세상이 어찌 넓다고 하겠는가... 오이 한개로 몇 사람을 마싸지 할수 있었나를 무용담처럼 때밀이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후배에게 때민 값을 지불하는데 얼마나 난처했는지 모른다. 끝까지 안 받겠다고 거절하는 호의를 받아야 하나? 아니면 팁까지 넉넉히 주어야 하나? 모른척 해도 되련만 신분을 뛰어넘어 반가워하는 그의 천진한 기쁨을 가히 누가 주책이라고 비웃을 수 있겠나? 반대 입장이었다면 나는 어찌 했을까?
오늘 때를 밀어 주어서 고맙고, 알아보아 준 것이 너무나 놀랍다고 인사하고 슬며시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며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녀의 프로포즈에 나는 지금도 감동하고 있다. 그는 나 보다 건강하고 근면한 생활인이었다.
벌거벗고도 긴장을 풀 수 없고 예절을 지켜야 하는 내 입장에 실소를 금치 못하면서 실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기전에 벌거벗고도 부끄러움이 없이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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