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을 연애하고 결혼한지 5년된 미용사가 12년을 아이없이 내외만 행복하게 산다고 자랑이다. 궁금해서 아이가 안 생기는지 안갖는지 물었다. 당연히 아이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생명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데 자녀를 포기하다니..." 했더니 "생명이 주는 기쁨요? 강아지나 애완용 짐승을 기르면 되지요" 라고 대답한다. 나는 "애완용 짐승도 물론 생명이고 큰 기쁨을 주지만, 그것은 요구하는 기쁨이고, 자녀는 희생을 통한 기쁨이 있다" 고 했더니
"바로 그것! 희생이 싫어요. 왜 아까운 인생을 자녀를 위해 희생을 해요? 나만 위해 아니! 둘만 엔조이 하기도 바쁜데...돈도 딸리고 시간도 없고 바쁜데... 왜 아이를 나아서 철떡거리요?"
그리고 "희생!" 그런것은 정말 싫단다. '한번뿐인 인생을 누가 누구를 위해 희생을 하는가?' 라고.. " 그럼, 부모님이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희생하신 것은 어찌 생각하는가?" 물었다. "보답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했더니 "그럴 필요는 더 더욱 없다" 고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부모의 인생일 뿐 부모들은 희생이 좋아서 한 것이니 나하곤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고 했다.
한가지 더 물어 보았다. "지금 당신들과 같은 생각을 친구들이 많은 편인가? 아니면 특이한 너의 생각인가?" 대부분 자기 또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기를 낳은 친구들은 자녀를 키우는 것을 아주 비참하게 생각하며 아기없이 사는 자기를 너무나 부러워한다고 했다.
통역없이 편하게 들은 우리말이지만 다른나라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리둥절 했다. 정말 무자식이 상팔자인가? 결혼 8년, 아이가 없어 인공수정을 해서라도 갖고자 수 없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울면서 자식을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이들은 자식을 통해 희생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자식을 갖고 싶은 단순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까?
자식은 애물인가? 축복인가? 바람 잘날 없는 가지 많은 나무가 행복한가? 무자식이 정말 상팔자인가? 자식은 무엇일까?
29년전 내가 아들을 낳던 날의 일기가 있어 여기 옮겨본다.
싸늘한 날이었다. 저녁무렵 서서히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몹시도 가난했던 우리는 병원 입원기간을 단축할 요량으로 출산 입박해서 입원하기로 했다. 부산의 일신병원은 호주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호주 할머니가 원장이었다. 이 병원은 자연분만을 최대한 유도하는 병원으로 유명했다. 분만대기실에서 물을 한 컵 주었다. 처음엔 들큰한 그 물 한잔이 얼마나 맛있던지? 단숨에 벌컥 마시고 빈잔을 내어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계속 30분마다 물을 한컵씩 주면서 마시라는거다. 그 물이 나중에는 한약 먹기보다두 어려웠다. 그야말로 물먹이는거다! 먹기 싫다고 해도 계속 간호원이 다 마시도록 기다리면서 권했다. 그렇게 15시간을 지났으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30컵의 물을 억지로 마시다니? 드디어 자연분만을 했는데 출혈이 커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겨우 회복했을 때 희미하게 떠오르는 얼굴
"아줌마 정신 드세요? 축하합니다. 아들입니다." 나는 꿈만 같았다. 내가 멍청해서 응답이 없으니까... "못 믿으세요? 자! 보세요. 아들이죠?" 달랑 매달린 고추! 난 표현하기 힘들었다. 내가 아들을 낳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내 친정은 아들이 없이 딸만 여덟이다. 게다가 내가 시집 와서 첫딸을 낳았을 때 친정 아버님은 "나는 외손자 복두 없단 말이냐?" 하셨던 말이 기억났다. 아들이 무에 그리 좋은건지 모르나... 아버지 어머니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아들타령을 많이 했다. 그 아들을 내가 낳았다니...
나의 5째동생이 선을 보았는데 딱지를 맞은 이유가 딸 많은 집 딸이라서 딸을 낳을까 봐서였다. 그 정도 아들 선호사상이 맹만한데 처음 2.9 키로의 핏덩이가 내가 낳은 아들이라는데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던지? 그 그림이 얼마나 크게 보였던지? 놀라운 감격과 기쁨을 평생 잊을 수 없다. 나 보기에 너무 좋았다. 내 아들의 출생은 나의 최고의 행복이었다. 지금은 자식의 자식을 보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맛보고 있다. 여자기 아이를 갖는다는 것! 이 행복을 누구에게 어찌 설명할 수 있으랴!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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