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을 읽은 적이 있다. 리더쉽 훈련과정의 필독서로 잘 알려진 책이다. 삶의 태도와 행동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대인관계의 근원이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예화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뉴욕의 지하철에서의 어느 일요일 아침 작은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탄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조용하고 또 평화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런데 다음 정거장에서 한 중년 남자와 그의 애들이 탑승한 순간 아이들은 매우 큰소리로 떠들고 제멋대로여서 전체 분위기가 금방 바뀌었다.
아이들과 함께 탑승한 그 남자는 바로 자리에 앉자 두 눈을 감고 상황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큰 소리로 말하고, 물건을 팽개치고, 심지어 읽는 신문을 움켜 잡기까지 하는 아이들을 개의치 않고 죽은드시 가만히 있었다. 아무 책임도 없는 것처럼 무심한 그에대해 거의 모든 승객들이 짜증을 내고 있었다.
참다 못한 저자는 "선생님 아이들이 저렇게 폐를 끼치고 있는데 조용하게 할 수 없는지요?" 그 때야 남자는 마치 상황을 처음 인식한 것처럼 힘 없이 말했다 "맞군요. 뭔가 해봐야겠죠. 그런데 실은 지금 막 병원에서 오는 길인데 한시간 전에 저 아이들의 엄마가 죽었습니다. 앞이 캄캄해서 무엇을 해야할찌 모르겠고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저자는 갑자기 상황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상황을 다르게 보았을 때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다르게 느끼게 되었을 때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짜증은 사라졌고 화나던 행동을 어떻게 다스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마음은 온통 이 사람의 고통으로 채워졌다.
"부인이 돌아가셨어요? 안되었군요. 어찌 위로드려야 할찌!" 모든것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즉 사물을 과거와 다르게 보기만 하면 변화는 즉시 발생한다.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성격윤리만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무익하다. 비교적 작은 변화는 태도와 행동을 적절하게 조정하므로 가능하지만, 중요한 큰 변화는 자기 자신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같이 저자가 체험한 즉각적인 패러다임 전환도 있지만 때로는 느리고 심각한 과정을 겪는 패러다임의 전환도 있다고 말한다. 내가 전철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갖게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전철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은 광신자 내지는 개신교 이단들의 소행이거나, 위장한 범죄자들의 소행일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
어느 교단에서 전철안에서의 전도를 목회자가 되는 인턴과정이나 필수과정으로 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을 볼 때 그렇게 전도하게하는 저들의 진실이 무엇일까? 더구나 전도라는 명분이면 다른사람에게 소요와 무례를 저질러도 되는가?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타인의 삶을 배려할 줄 모르면서...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다고 했는데...라고 생각했고 저런 사람들 때문에 예수와 교회가 비방거리가 되지 않는가? 오히려 선교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으로는 구령의 열정에 감탄하면서 때로는 선교 초기에 최권능 목사가 "예수 천당" 을 아무데서나 외치고 다녔을때 김익두라는 깡패가 회개하고 그 유명한 목사가 되질 않았던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여튼 전철안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짜증스럽고 염려스러우면서도 때로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상계동에서 목회하시는 한 여자목사님을 알게 되었다. 내외분이 대학에서 만나 열애끝에 결혼했고 땅끝까지 선교하며 일생을 헌신하기로 결단하고 헐벗고 굶주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골골짝 빈들에도 복음들고 가오리다" 하면서 교회를 개척했다.
남편은 혼신을 기울여 목회하던중 암투병을 해야하는 시한부 인생이 되고 말았다. 하나님의 기적을 믿던 그의 아내는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제일 기뻐하시는 일을 한다면 죽어가는 남편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마지막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소망이었다.
매일 기도하다가 한 영혼이라도 복음을 듣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이 하나님의 소원이심을 깨닫고 전도를 하고저 마음 먹었다고 한다. 하나님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전도를 할테니 남편을 살려 주세요" 기도하면서 죽기보다 힘들고 부끄럽지만 짧은 시간에 사람을 정확하게 제일 많이 만날수 있는 전철에서의 전도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전철에서 당한 온갖 수모와 멸시를 직접 우리교회에 그분을 초청해서 들었는데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당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더란다. "남편만 살려주신다면...!"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흐느껴 울었다.
결국은 남편을 살리기 위한 이기심의 발로였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생존! 그것은 선택사항이 아니질 않던가? 얼마나 준엄한 명령인가? 전철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도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던 내 생각이 일변했다. 그리고 이유없이 불쾌했던 마음을 회개했다.
전철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이 여인과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일단 내게 일어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전철안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을 고려해 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 여인의 이야기를 들은 후 또 다른 소득이 있었다면, 혐오스럽고 고통스러운 어떤 환경에서 내 스스로 벗어나는 통로가 조금씩 열리게 되었는데 내 속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마음의 창을 하나 더 열게 된 것이다.
물론 역지사지(입장바꿔 생각해보라)라는 말이 간단한 대답이 되겠지만, 내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고 있는 근본에 대해 돌아보고 또 다른 시각을 갖어보는 것이 되도록 좋은 인간관계를 도모하며 여유롭고 풍성한 마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믿음이 상식수준도 못되어서야 아니되겠지만 믿음은 상식의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은 사실이다.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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