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영적 존경이 아니라 이성적 애정으로 접근하는 성도가 있다. 목사가 여자문제에 휘말리면 헤어나오기 힘든 암초에 걸린 것과 같다.
이럴 때 상처나 스캔달! 내지 교회에 소문없이 수습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사모의 몫이다. 때로는 가혹하고 잔인한 형벌일 수도 있다.
자기 남편이 준수하게 잘 생기고 믿음도 좋기로 소문난 여자집사가 여러가지 예민한 육감을 자극하며 남편에게 접근했다.
담임목사실 손님대접을 도맡아 하면서 손재주가 많아 세련되게 장식도 잘하고 대접도 민첩하게 잘 했다. 다른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정갈하고 아름답게 다과상을 차려내고 깔끔하고 예쁜 몸매로 예절이 뛰어나 그녀가 아니고서는 감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만큼 탁월한 섬김의 본을 보였다.
지적수준이 높은 여자라서 나와 고도의 세련된 신경전이 벌어졌고,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거나 근거없이 교양없는 무식한 짐작으로 선수를 잘 못 쳤다간 치사한 오해를 뒤집어 쓸 소지가 있었다.
야릇한 갈등이 반복되었다. 어느날 은밀히 목사만의 심방을 요청했다. 예고없이 사모가 함께 갔더니 약간 당혹한 느낌을 보였는데, 너무나 위가 쓰리고 괴로우니 가슴에 안수해 달라고 했다.
사모가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고, 사모의 손 위에 목사가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기도 후에 그녀의 기분은 180도로 전환, 독을 마신 여자처럼 싸늘해졌다.
그러나 금방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얼굴을 바꾸고 교양있게 목사를 배웅했다. 원치않게 이 여자 일로 우리 부부는 싸움이 잦았었다. 자존심을 피차에 많이 다치고 영적인 상처마져 입곤 했다.
너무 힘겨운 날들을 보내던 훗날 그녀와 깊이 상담할 수 있었는데, 그녀의 고백은 내 남편이 돌아가신 자기의 아버지와 같단다. 목사님이 힘 있게 한 번 안아 주기를 원했었다. 미국교회에서는 예배후 목사님이 여자성도들을 허그(hug)해주는데 왜 우리 교회는 악수도 안해 주느냐고 불평했다.
막내 딸로 귀엽게 자란 그녀는 문득 목사님에게서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의 영상을 투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심리적으로 동정도 가고 이해도 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목사가 여자교인들을 품에 안아 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예배 후 그녀의 말대로 목사가 모든 성도를 허그해 줄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무례한 그녀의 행동들 때문에 단순한 한 여자로의 유치한 질투심에 이성을 잃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몹시 망가지는 모습이 비참했다. 그런 나의 허물어지는 모습을 그녀는 세밀히 관찰하며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목사에게 뿐 아니라 그녀는 다른 남자 성도들에게도 교태를 부렸다. 그 성도의 부인에게 '당신 남편과 오늘 악수를 했는데 전기가 통하더라'든지...등
한 번은 만나서 정중하게 부탁했다. 하나님의 교회에서 모두가 형제요 자매지만 남녀문제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크리스천의 덕목이 아니며 자칫 음란한 풍토를 염려하는 내 마음을 잘 전달했다.
그 후로는 남자 성도와 악수를 할려면 먼저 "사모님이 이러지 말랬는데...?" 하면서 꼭 사모를 언급해서 사모님이 보수적이고 매력없는 골치덩어리라는 암시를 은연중에 심어 나갔다. 교회에 신속히 번지는 요상한 분위기가 저으기 염려되었다.
남녀공학을 나와서 자기는 남자들도 전혀 여자하고 다르게 의식되지 않는다고 했다.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실은 더 문제가 된다고 괴변을 늘어 놓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갑자기 위암으로 34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운명하기까지 그녀는 목사가 포옹해주고 손을 잡아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끝까지 손을 잡아주지 못한 내 남편이 하나님 앞에서 잘 한건지 잘 못한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글로 그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녀는 나에게 더 이상 변명할 기회도 없지 않는가?
보통 음란마귀라고 일축해 버리는 교회에서의 목사와 여신도간의 이성문제는 가차없이 그 희생물이 사모이다.
언제까지, 어디까지가, 주님의 사랑인지 힘겹고 피곤할 뿐이다. 남편이 연예인처럼 인기 스타이기를 바라면서도, 언제나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남편의 자리를 지켜주기를 원하는 것이 그 아내이다. 사모! 그이름은 과연 어떤 존재이련가?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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