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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교회에 나온 성도를 심방했다. 남편이 어제 골프여행을 갔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골프가 화제의 열쇠일 것 아닌가?
"집사님도 골프를 하십니까?" "안 합니다" "내외분이 같이 하시면 좋을텐데..." "저는 딱! 질색입니다 골프는"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는 골프하는 사람들 이해를 못합니다. 그 조그만 구멍에다 죽기 살기로 왜 집어넣을려고 하는건지...참! 딱해서요"
앗뿔사! 목사가 골프하는 줄 알면 기절할 사람이군!
"아 그래요?" "밤이구 낮이구...왜 그러는지 몰라요"
훔질 놀라 슬쩍 쳐다보니 남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으면서 눈을 마주쳤다. 집에 와서 나도 그녀가 하던 말을 반복해 보았다. 그이는 껄껄 웃으며...그러게 말이야! 허 참!
잊을 수 없는 해프닝이다.
최근 인터넷 어떤 게시판에는 연일 골프하는 목사에 대한 모욕적인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호의호식하고 골프하는 목사!" 라는 말이 그 대명사이다.
내 남편이 골프를 하는 목사이다. 좋은 양복에 쌀밥 세끼 먹고 있으니 두말할 나위없이 호의호식하는 목사에도 해당된다. 따가운 질책과 앙칼진 시선에 예외가 못된다는 생각으로 움츠릴 수 밖에 없다.
헌데 완도 시골내기 최경주가 세계를 제패한 쾌커의 소식에 기분이 상쾌했었다.
박세리로 인해 골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또 열어준 계기가 되었기에 "요때다" 하고 숨통 좀 트이기에 변명할 이유도 없지만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골프가 좋다는 것이고 편견은 금물이라는 거다.
남편이 골프를 하게된 경위는 이렇다. 어느날 우리교회 장로님이 찾아오셨다 장로님은 남편과 가끔 탁구를 치는데 실력이 비슷해서 좋은 운동 벗이었다.
"목사님! 이제는 탁구를 치시면 안됩니다."
"운동을 바꿔보시지요. 탁구는 목사님 연세에 과격합니다."
"그리고 몸무게를 줄이셔야 합니다."
장로님이 골프채랑 골프에 필요한 모든것을 가져오셨다. "좋은 골프채이니 바꾸시지 않아도 되실 것입니다." 처음에 엄두가 안날 것을 계산해서 연습장 교습받을 티켓까지 아예 끊어 오셨다.
"실내 연습장에 매일 꼭 나가세요."
전혀 골프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다 골프는 어쩐지 귀족놀음이라는 생각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터라서 선뜻 내키지 않았고 교인들이 알면 '은혜없는 목사' 가 될까봐 저으기 고민되었다.
하지만 장로님이 예상한대로 수십만원이나 되는 교습료와 비싼 골프채가 무색해서 억지춘향으로 실래 골프 연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새벽기도 마친후 한바구니 때리고 땀흘린 후 샤워하고 들어와서 식사를 하면 밥맛도 좋고 그렇게 좋은 운동이 될 수가 없다.
골프하는 목사들 부르조야라는 생각과 무분별하게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고 허가 내주는데 따르는 비리등에 대해 거부감이 팽만한 우리나라 형편에 영적 지도자로서 골프를 한다는건 사뭇 용납이 안되는 풍토인지라 누가 알세라...조심 또 조심했다. 골프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선입관도 있던 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에게 골프를 권해 준 장로님이 너무나 고마운 은인이다. 목사의 노후 건강을 위해 거금을 투자해서 진심으로 권면했던 장로님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남편에게 있어서 골프처럼 좋은 운동은 없다. 일주일내내 각가지 성도들의 삶의 정황에서 오는 긴장감과 영적 지도자라는 스트레스를 벗어나 푸른 들판을 8키로 정도 친구들과 걸으며 담소하고 죽은공을 살려내는 일이란 삶의 활력을 얻기에 적절하며 그지없이 매력이 넘치는 운동이다.
상업적 수완으로 대접골프도 필요없고 바이어랑 밀고 당기는 놀음도 아니며 누군가 망했다던 놀음골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실내 연습장은 아는 권사님의 배려로 돈 안들이고 매일 연습하러 나간다. 월요일은 새벽기도 마친 후 특별한 일이 없는한 필드에 나간다. 필드에 나가기 전날밤은 어릴때 소풍전야처럼 설레이는 모양이다.
교회, 집. 골프 세가지뿐 비교적 단순한 그의 삶이 너무 부럽다 영적 지도자일수록 단조로운 삶이 영감을 유지하는데 좋다고 생각한다.
목사님들이 모여서 정치하며 지도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일주일내내 눈코 뜰 사이 없이 열심히 심방하며 설교하고 회의 참석하고 촌음을 아끼다가 일탈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골프하는 남편을 나는 적극 후원해 주는 입장이다. 마누라가 죽었다는 통보를 받고도 앞팀에게 가서 "제가 조금 먼저 치고 나가면 안될까요?" 한다던가? 마누라가 죽어 관이 행열과 함께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정중히 "잘 가"라고 인사하고 계속해서 치는게 골프라던가? 섹스보다 더 좋은게 골프라던가? 골프에 대한 일화가 하두 많은 것을 보면 골프의 매력 아니 마력도 대단한 모양이다.
난 이미 각오했다. 남편이 골프를 치도록 동의했을 때 골프 때문에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더욱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은 필드에 나가는데도 목사님들에게 우대해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어서 경비는 거의 들지 않는 형편이다.
노후에 운동 부족해서 보약먹을 돈이 있다면 골프 하는게 훨씬 낫다고 본다. 운동이 아무리 몸에 좋다한들 재미없는 운동을 어찌 할 수 있단 말인가? 재미있고 유익한 운동이라면 나이 먹고 늦도록 할 수 있는 운동은 골프가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골프관련 회사에서 뇌물 받고 이 글을 쓰는것도 아니고 골프에 두드러기가 나는 분들에겐 조금이라도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편견을 가지고 가혹한 심판을 퍼붓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막을 재간도 없고 이해를 구할 필요도 없지만 앞으로 골프층은 훨씬 더 두꺼워질테고 "호의호식하며 골프하는 목사"라고 천국문을 막고 못들어오게 하실런지? 그것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단순히 골프쳤다는 조건때문에 '위선자요 지옥갈 목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심판은 사양한다.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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