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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녀석이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아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어깨넘어 들여다 본 것을 계기로 채팅으로 열린 나의 컴퓨터생활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컴퓨터를 열기만 하면 거기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고 옷을 갈아 입거나 화장을 하지 않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짜릿하고 꿈만 같았다.
채팅은 타자 속력을 내는데는 그만이었다. 채팅을 처음 할 때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모른다. 대화방에 들어가면 누군지를 밝혀야 하는데 아들 아이디로 들어갔으므로 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짱구엄마"라고 했다. 하지만 이름을 대라는 것이다.
그때 내나이 52세였는데 "쉰세대가 무슨 이름이 있느냐"고 했더니 얼마나 매몰차게 몰아 세우는지? 어찌보면 학창시절 이후 잃어버렸던 내 이름을 찾아준 것이 바로 인터넷이기도 하다.
드디어 내 옷을 입고 들어가자고 마음먹고 아이디를 하나 만들었다. 쉰세대만 찾다 보니 신기하게도 한 방이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열심히 그 방을 찾아갔는데 벗들의 유들유들한 대화에 거침없이 어울렸다.
그무렵 연령별 게시판도 생긴것을 알게되었다. 올려진 몇편의 글을 읽다가 나도 일기 정도의 글을 올리고 싶었다. 글을 올리니 글에 대한 반응이 올라왔다. 고맙고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글을 쓰곤했다. 또래들의 비슷한 경험담이 너무 편하고 좋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대화방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벗들이 만나자고 했다. 만나도 조금도 낯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채팅을 통한 만남을 남편에게 이야기 한다는건 우리네 쉰세대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것 같아서 남편이 출장중일 때 잠깐 모임에 참석했다.
그 일이 화근이 되어 나의 인터넷 생할은 끝장이 날 뻔 했다. 그날 모임 이후 만난 사람들을 남편이 전화통화로 조사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고 창피한 순간이었다. 남편있는 여자가 외간남자와 채팅하는 것은 정신적 간음이라고 경고를 받았다.
얼마후 게시판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어떤분의 글이 유치하다고 인신공격이 벌어지더니 패쌈이 났다. 이 싸움 구경하다가 엉뚱하게 연루되어 원치않는 싸움에 말려들었다.
곤욕을 치루었다. 남편의 직장으로 서류봉투가 날아들었는데 내용인즉은 '당신의 부인이 질이 나쁜 남자들과 어울린다는 이야기였다.' 그 증거물을 17장 프린트해서 보내 온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이 끝장나는 정도가 아니라 이혼을 해야할 지경이었다.
남편이 그 내용을 보더니 '남편의 직장에까지 협박하고 떳떳치 못하게 택배로 메일을 보낼 정도의 사람들이 더 저질'이라고 했다. 내용을 삿삿이 살피더니 건강을 위해 인터넷을 삼가할 것을 경고하는 정도로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다 홈페이지가 갖고 싶었다. 딸의 선배가 홈페이지 표지과 메뉴를 만들어 주어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하나서 열까지 독학으로 이것 저것 돌아다니며 배웠다.
마침 이때 제1회 전국주부인터넷대회가 있었다. 남인천 우체국에 참가신청을 했다. 약60명 가량의 새파란 젊은이들과 1차 필기시험을 치렀다. 인천대표로 서울에 시험보러 갈때 남편이 자랑스러워 했다. 전국대회에서 보기좋게 낙방을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때 상품으로 받은 시계를 지금 남편이 손목에 차고 다닌다. 쉰세대 아줌마의 용기는 주제 파악이 안된 만용일 뿐이었지만 재미난 추억거리가 되었다.
그 후론 홈페이지에 좋은 벗들과의 교제가 나누어지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미국의 친구네로 지난 여름엔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가서 세밤을 함께 잠자면서 훌로리다를 여행하기도 했다. 또 미국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친구를 남편이 사귀어 동생을 삼기도 했다. 인터넷의 파란곡절은 내가 겪었고 재미는 남편이 보는 셈이다.
지금은 인터넷은 내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손녀딸의 성장을 지켜보며 할미가 쓰는 육아일기를 쓴다. 해병대에 입대하던 날부터 아들을 위해 해병일기를 쓰고 있다 목사의 아내로서의 애환과 고뇌를 담은 사모노트를 쓴다. 21tv에서 부탁을 받아 "수니의 행복일기" 라는 칼럼을 10개월이상 매주 올리고 있다. 목사인 남편에게 목회자료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생활속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검색하고 활용한다.
아줌마 컴을 알게되어 제1회 아줌마의날 아줌마 헌장을 낭독하는 아줌마컴의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며느리와 손녀딸도 그때 참가했는데 인터넷 3대가 아줌마의 날을 열었던 셈이다. 우리 며느리도 인테넷을 생활화하고 있고 28개월된 손녀딸은 날보고 "컴퓨터 할머니"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지금은 채팅은 시간이 없어 못하고 가족 홈페이지와 내가 만들 동아리 홈피를 관리하고 아줌마 컴에 목회자의 아내 51명의 회원을 확보한 아지트 짱을 하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생활의 일부로 자기발산의 기회가 되며 놀랍게도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명약이 되고있다.
내가 만일 오늘이라도 세상을 떠난다면 인터넷의 내 홈피에 있는 모든 글들이 나의 자녀들과 친구들에게 남겨질 자취가 될 것이다.
인터넷은 역기능이 있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나 순기능을 살려서 활용하면 인생의 좋은 벗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just click! 나의 인터넷 인생은 행복하다.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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