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내가 쓴 사모일기중의 하나이다. 물론 가명이다. 이 여인은 어느날 울면서 500만원이 급하다고 연락해왔다. 아무 조건없이 급하게 돈을 보내주었다 그 후론 행적을 감추었다. 혹시 이글을 읽게 된다면 연락주었으면 한다. 보고싶고 또 보고싶다. 세상이 그녀를 혹시 버렸다고 생각되더라도 하나님은 버리시지 않았음을 알았으면...!
수희야!
새벽3시 따르릉 전화벨이 황급하다. 누가 임종? 아니면 미국? "사모님! 지금 위로 올라갈께요, 문좀 열어주세요, 공중전화 앞이예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혼비백산, 대문을 열었다. 수희가 들어선다. 얼굴 빛이 백지장이다. 황급해 보였다. 자초지종을 들을 사이도 없다. 포수를 피해 도망온 사슴의 눈망울처럼 겁에 질린 그녀의 눈치만 살폈다.
창원으로 갈꺼라고 했다. 기차도 무섭고 고속버스는 더 위험하다고 한다. 수사망에 걸려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창원에 가서 남편을 만나겠다고 말했다.나는 뇌에 이상이 생긴것처럼 냉정을 잃고 허우적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편과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어쩌면 좋단 말인가? 범인을 은익한 죄인을 내가 숨겨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즉각 경찰서로 데리고 가야하나? 이 사람이 간첩은 아니지만 나라에서 찾고 있는 죄인이 아니던가? 이럴 때 주님이람 어찌 하셨을까? 나는 어느새 그녀를 태우고 창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먼 길을 달리면서 온세상이 모두 그녀를 잡으려는 형사 같았다. 휴게소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는 동안도, 잠시 화장실을 갈 때도, 그녀는 초긴장이었다. 나도 말할 것도 없고,,, 나는 생각했다. 죄인도 하나님의 법 아래서 피할 곳이 이토록 없는 것이라고...
불꽃같은 눈으로 내려다 보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 지금까지 밥먹드시 죄를 짓고 뻐젓이 고개를 들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무서웠다. 이토록 죄를 지은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죄인은 두렵고, 부끄럽고, 괴롭고, 외로와진다는 것을 미쳐 몰랐다. 캄캄한 밤중에 창원 역전에서 그녀의 남편을 만나기로 했다가 경찰이 있어서 급하게 아파트로 가기로 했다.
평소에는 역전에 있는 경찰들이 고맙기 그지 없었는데, 죄인에겐 모두가 추적하는 원수일뿐이었다. 그 밤에 창원서 다시 출발했다. 수희내외는 갈 곳이 없다. 이 밤에 잠은 재워야 할 형편이 아니던가? 고속도로에서 잡힐지도 모른다고 했다. 일반버스로 가기로 했다.
수희네는 몹시 불안에 떨고 있었다.이제는 일을 당해도 함께 당하기로 했다. 나의 친정집 이층 방이 비어 있었다. 오밤중에 홀로 사시는 어머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도착했다. 자수를 권유할 사이도 없다.
내가 죄인을 신고한다는건 그들의 자수할 길을 막아버리는 경우이고,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여러날이 지났다. 동네 사람들이 텔레비젼을 보고 혹시 알아볼까봐 문밖 출입을 막았다. 어머니가 텔레비젼을 보고 황급히 "이 사람이 저사람 아닌가?" 물어오셨다. 노인(어머니)을 너무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숨겨둘 수도 없었다.
여러날 만에 그들은 자수를 했다. 15년 구형을 받았다 다시 8년 선고로 바뀌었다. 선고를 받은 수희남편은 아내 수희에게 첫마디가 "수희야! 시집가서 인생을 새롭게 출발해라! 8년! 너의 인생이 너무 아깝다! " 고 했다.
수희는 남편 교도소 앞에서 작은 식당을 시작했다. 겨우 1년여 지나자 남편은 청주교도소로 이감되었다. 이제 남편을 면회할려면 1개월 1회밖에 기회가 없다. 시댁에서는 몽땅 돈 벌어 친정으로 빼돌렸다고 뒤집어 씨운다. 친정 식구들은 누구 하나 번듯하게 감싸줄 사람이 없다. 아들 하나 있는데 너무 어리다. 이 여인은 나이가 50이 다 되어간다. 남편이 교도소에서 나오면 60이다 인생의 황금기를 교도소에 있는 남편을 기다리며 보내야 한다.
작은 위로가 있다면 교도소에서 인정받고, 믿음이 더 좋아진 남편을 한달에 한 번씩 면회가서 잠시 만나는 것 뿐이다. 그녀는 삶에 지쳐서 소망을 잃은 채 무거운 날들을 끌려가고 있다. 9급 말단 공무원으로 세금 포탈 혐의로 형집행을 받은 죄인이다 지금도 그들은 자수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떳떳하게 형벌을 받고 있다.
그들이 재수없어 걸렸다거나, 억울한 세상이라고 비관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남편을 기다리며 사는 8년간에 한이 맺히게 해서는 안된다. 세상은 그들에게 8년 세월을 허송했다고 생각되게 해서는 않된다.
오랫만에 수희를 찾아 본 나는 화장술이 조금 변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금 서글펐다. 세상이 그녀를 그대로 둘런지? 그녀가 모진 세월을 하루같이 견디어 낼런지? 아! 야속한 목숨이여! 생존의 준엄한 명령이여! 쓸쓸한 겨울날이 간다.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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