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어린아이에 대하여 관대하다. 어린아이들과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함은 분명히 천국시민의 자질임에 틀림없다. 구약성경에서도 어린아이나, 과부, 가난한 사람은 돌봐 줘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해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성경에서 어린아이는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무조건 어린아이는 좋은 점만 있다고 말한다면 언어도단이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순진함은 높이 사지만 무지함은 본받을 만하지 않다. 낮은 자세는 인정하지만 서투름이나 비굴함이 미덕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때 묻지 않은 심성은 추천할 만하지만, 자기만 아는 이기심과 고집과는 친하면 안 된다.
우리교회에는 동희라는 어린아이가 있다. 두 집사를 부모로 둔 덕에 교회에서 늘 귀염을 독차지한다. 지난주였다. 식사를 하려고 둘러앉아 있는데 동희가 고집을 부렸다. 국수를 먹으려는 아빠의 젓가락을 움켜쥐고는 안 놔주는 것이다. 아빠가 몇 번 젓가락을 빼앗으려 시도를 하여도 그 고집이 여간 아니어서 꺾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꺾지 못했다기보다 젓가락을 빼앗고 나서 있을 후환이 두려워서 내버려 둔 것이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많은 교인들이 그의 울부짖는 교향곡을 들어야 하는 고통보다 차라리 고집을 내버려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터다. 하나님도 동희 아빠의 심정일 때가 얼마나 많으실까?
결국 동희 아빠는 다른 젓가락을 가져다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동희는 자기가 쥔 젓가락을 가지고, 그것도 왼손에 잡고는 연신 국수를 집으려 애를 쓴다. 그러나 그의 입으로는 한 올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빠가 다른 젓가락으로 국수를 집어 동희의 입에 넣으면 후르륵대고 잘도 먹는다.
아빠가 쥐고 있는 젓가락으로 결국 배를 채우곤 신나게 노는 동희를 보며 남 얘기 같지 않으니 웬일인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 걸. 뭐 그리 잘났는지, 자신이 다하려 들지만 결국 하나님께서 개입하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너무 고집을 부려 대니까 그냥 내버려 두는 줄도 모르고 잘난 체하기는...
성도들이여! 제발, 고집을 버려라! 그 게 살길이다. 예수님을 믿는다면서도 세상에서 얻어 들은 상식과 경험으로 우겨대기는 얼마나 하는지. 성도라는 소릴 들으면서도 근원도 알 수 없는 지식으로 고집을 얼마나 부리는지. 동희에게 젓가락을 안 빼앗길 자유도 있지만 젓가락을 아빠에게 넘겨 줄 수 있는 자유도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라. (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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