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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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 부부가 꽤나 신경을 쓰는 것이 하나 있다. 교회 문 앞을 가리는 불법주차가 그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차가 문 앞을 가리고 서면 드나들기가 여간 고역스런 게 아니다. 성도들만 사용한다면 그리 신경 쓸 게 없겠지만 교회에 우리 집이 함께 있는 터라 늘 신경이 쓰인다. 어떤 때는 그냥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짐이라도 들고 들어올라치면 아예 화가 날 정도다.
그러나 교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꾹 참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결국 교회 문 앞 얌체주차가 사건을 치고 말았다. 지난 수요일 교회 문을 열어 놓느라 예배 한 시간 전에 나갔더니 덩치 큰 레저 차량이 하나 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이럴 때는 평소와는 달리 예배가 있음을 알리고 차를 빼달라고 한다. 그러나 연락처 메모를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게 아닌가.
이럴 수가. 수요일 예배시간이 다가오는데 교회 문 앞에다 차량을 세워놓고 연락처도 안 남기고 가다니. 속에서 열불이 올라왔다. 그러나 어쩌랴? 연락할 길이 없는데. 하는 수 없이 교회 문만 열어 놓고 교회에 불을 켜놓고 들어왔다.
불편한 심기를 속으로 삼키고 예배 시간에 강단에 설 수밖에 없었다. 예배를 드리러 온 성도들 누구 하나 이런 속내를 알았을까. 예배가 다 끝나서도 여전히 그 차는 위풍당당하게 교회 문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밤 11시경에야 차 소리가 나 인터폰을 통하여 보니 차가 빠지고 있었다. 달려 나가 어떻게 생긴 사람이 운전자인지 알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그런데 이튿날 메일 한 통이 나를 맘 아프게 하고 말았다. 교회 홈 게시판에 올린 글인데 운영자인 내게 자동으로 온 메일로 이집사의 것이었다. 우리 교회에는 의왕에서 오는 초보운전자 이집사가 있다. 초보운전자라서 교회 앞에 차를 세우고 예배에 참석하곤 한다. 아이들을 셋씩이나 차에 태우고 힘들게 교회에 오는데 수요일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빠졌다 싶어 궁금했는데, 글쎄 그 얌체주차 차량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날따라 차가 많이 밀려 어렵사리 차를 몰고 좀 늦게 교회에 도착했는데 자신이 차를 세우던 곳에 버티고 선 차량 때문에 구청 주차장으로 갔다고 한다. 그런데 구청 주차장이 만원이어서 그곳에도 세우지 못하고 몇 바퀴 돌다가 시간을 다 낭비하고 예배가 끝날 때쯤 되어 되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얌체주차가 이런 문제를 야기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무심코 돈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 차량 운전자는 무심코 한 짓인지 모르지만 애꿎은 우리 교회 신앙 좋은 이집사는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는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만 편하면 되고, 자기만 이익이 남으면 된다는 식으론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없다. 신앙인인 우리부터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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