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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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가을의 등을 떠밀고 사라지고 있다. 아스라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을은 겨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이맘때 어김없이 단풍은 낙엽이 된다. 단풍이 낙엽이고, 낙엽이 단풍이지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엄연히 다르다고 말하고프다.
단풍은 아름답고 단아한 색깔로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러나 낙엽은 사각사각 발밑에서 밟히면서 자신의 존재를 일깨운다. 단풍은 단풍관광이라는 특수의 한 자리에 서서 당당하게 자신을 뽐낸다. 그러나 낙엽은 앙상한 가지 밑에서 자신의 옛 이야기를 쓰며 고독을 즐긴다. 어떤 이는 단풍에 보다 낙엽에 우수한 점수를 주고 소복이 쌓인 눈과 함께 낭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며칠 전 남부지방에 갑자기 많은 비가 떨어졌다. 이 때 도마에 오른 것이 낙엽이다. 언론은 무참히 낙엽의 생채기 난 얼굴에 또 한 번 씻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낙엽이 하수구를 틀어막아 물이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난리를 겪었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에 대하여 긍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보도를 보면서 단풍과 낙엽의 격세지감을 느낀 사람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단풍과 낙엽, 참으로 안타까운 비교의 명암이 그들 위에 드린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단풍은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낙엽이 되고야 만다는 사실을 아는가? 발버둥을 치고 가지에 붙어 있으려고 해도 매서운 바람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마지막 잎새 하나에 운명을 건 병든 이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잎새 자신이 그런 투쟁을 한다. 그러나 결국 그 투쟁은 성공하지 못한 채 땅으로 떨어져 낙엽이 되고 만다. 이런 스토리가 바로 자연이요 인생의 역사다.
난 요즘 들어 내가 지금 단풍과 낙엽의 중간 지점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달력 두 장만 넘기고 나면 나는 낙엽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말인데, 옛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이제는 알맞게 땅에 안착하여 적당히 퇴비가 됨으로 2세의 영양분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힌다. 너무 이르다는 생각도 함께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렇게 되는 게 순리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성경 베드로전서 1장 24-25절은 이렇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 그렇다. 이 말씀은 진리다. 그러나 자신의 삶은 푸른 잎사귀일 거라고, 적어도 볼품 맞은 단풍일 거라고 착각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단풍과 낙엽 사이에 부는 차가운 바람을 인정함이 옳지 않을까?
*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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