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조상들은 판소리라는 걸 통하여 질펀하게 욕지거리를 하면서 당시의 사회상이나 양반들의 잘못을 풍자하곤 했다. 요즘도 그런 식의 풍유가 많다. 요샌 특히 유머라는 형식을 빌려 사회를 꼬집는 경향이 짙다. 사회를 꼬집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진리를 담고 있다. 그 중 하나인 거북이 등에 탄 굼벵이와 달팽이 이야기가 요즘 유행하고 있다.
뭐 사람들이 웃자고 만들어낸 이야기이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냥 웃자고 만 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이런 내용이다. 거북이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길을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옆에서 굼벵이가 아주 느리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북이가 굼벵이 보고 “야, 타!” 이렇게 말하니까 굼벵이가 “고마워!” 하면서 탔다.
거북이가 굼벵이를 태우고 한참을 가고 있는데 옆에 달팽이가 느리게 가고 있는 것이었다. 거북이는 달팽이를 보고도 “야, 타!” 하니까, 달팽이도 고맙다고 말하고 거북이 등에 탔다. 거북이 등에 타고 있던 굼벵이가 신참 달팽이에게 하는 말, “어이, 달팽이 친구, 꽉 잡아!, 이 거북이 되게 빨라.”
이 이야기는 듣는 사람이 다 웃게 만든다. 웃음의 강도는 다를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을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우린 거북이가 느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과 비교해서 빠르니까 굼벵이도 달팽이도 거북이가 아주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야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속담이 무엇인가? “우물 안 개구리”, 맞다. 이 말은 《순자》 정론(正論)편에 나오는 글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얕은 것으로는 깊은 것을 재지 못하고, 어리석은 자로는 똑똑한 자를 요리하지 못하며, 웅덩이 우물의 개구리와는 더불어 동해(東海)의 즐거움을 말하지 못한다고 하더만.”
굼벵이의 수준에서는 거북이가 몹시 빠르게만 느껴지는 것을 어쩌랴. 그런데 거북이를 보고 빠르다고 한다면 거북이가 느리다는 것을 이미 아는 사람은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적 삶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가 참으로 많다. 정치인들을 볼 때 그렇고, 또 그들에 대항하는 이들을 볼 때 웃음이 날 때가 많다. ‘이게 아닌데.’ 하며 말이다.
그러나 자기가 느끼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지 못하다고 하나님이 없다 하는 자들에게 비하랴. 그들은 말한다. 만질 수 없으니 진리가 아니라고, 증명할 수 없으니 진리가 아니라고. 그러나 우리의 머리로 헤아릴 수 없는 게 왜 신 존재증명 뿐이랴.
세상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게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게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아는 자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거북이는 결코 빠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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