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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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큼이 먼 길이고 얼마큼이 가까운 길일까? 걸어서 10분 거리는 가까운 길, 걸어서 10분 이상은 먼 길일까? 차로 1시간 이내면 가까운 길, 1시간이 넘으면 먼 길일까? 사람마다 가까운 길과 먼 길은 물리적으로 말하라고 해도 다 다를 것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작 가까운 길과 먼 길은 그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걸어서 올 수 있는 성도보다 차를 이용하여야 교회에 올 수 있는 성도의 숫자가 더 많다. 가까운 거리보다 먼 거리에 사는 성도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상한(?) 현상은 가까운 거리에 사는 성도들보다 먼 거리에 사는 성도들이 수요예배에 더 많이 참석한다.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로 말하면 가까운 데 사는 성도들이 교회에 올 확률이 더 높지 않겠는가?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난다. 쉽게 말하면 믿음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믿음이 좋은 사람도 멀다고 생각하면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다. 멀어도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예배에 참석한다.
우리교회에 유일하게 삼남매를 거느린 이진옥 집사라는 주부 성도가 있다. 그것도 터울이 작아 모두 다 어리다. 그런데 그 아이들을 모두 이끌고 수요예배에 나온다. 그녀는 의왕에 산다. 우리교회는 봉천동에 있다. 웬만하면 가까운 교회로 나가 예배를 드릴 법도 하다. 그러나 의왕에서 차를 몇 번씩 갈아타고 세 아이를 모두 거느리고 봉천동까지 나와 예배를 드린다.
그녀가 우리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이렇다.
“오후가 되도록 범수, 세이가 낮잠을 안 잤다. 다섯 시 반쯤 교회를 향해 출발을 해야 했는데 두 놈이 낮잠을 안 잤으니 분명 버스 안이나 지하철에서 잠을 자리라 생각을 하니 두 놈을 어찌할까 갈 길이 정말로 깜깜했다. 지하철로 가는 버스 안에서 두 놈이 잠이 들었다. 세이를 어깨에 메고 범수는 어떡하지... 고민을 했다. 하나님 제발 우리 범수가 고래고래 울면서 내리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인덕원역에 한 손으로 자는 세이를 어깨에 메고 한 손으로 범수를 깨워 한 손에 잡고 태수를 앞세워 버스에서 내렸는데 어김없이 범수는 울었지만 평소의 반쯤이었고 얼른 껌 사먹으라고 300원을 쥐어 주니 언제 울었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친다. 지하철을 한 번 더 갈아타고 서울대 입구역에 올 때까지 세이는 계속 잠을 잔다. 시간이 좀 늦어 열심히 한 놈 등에 업고 그 한 손에 한 놈 손잡고 그리고 한 놈 앞세워 교회 와서 예배를 드린다. 이번 주도 하나님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부족하여도 내가 만들어 쓴다.”
그녀의 집에서 교회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아주 멀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하는 거리는 무척 가깝다. 이미 그녀는 교회까지 오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통해 은혜를 체험한다. 어떤 목사가 어떤 설교를 해도 이미 은혜 안에 있는 자다. 그녀에게 먼 길이 정말 먼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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