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운동하느라 바쁘다. 일생을 살면서 운동하느라 바쁘긴 처음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운동 연습을 하느라 바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연회 체육대회에 아내가 볼링선수로 선발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볼링을 잘 치지는 못한다. 그냥 볼링공을 던질 줄 아는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 지방의 사모들 중에는 그래도 나으니 어쩌랴.
핑계 김에 난 덤으로 볼링장엘 따라다닌다. 남자 선수 선발전에서 난 밀리고 말았다. 평상시에는 상위 선수이지만 선발전에서는 좀 부진했다. 아내가 날 보고 볼링을 가르쳐 달란다. 한 번도 정식으로 코치를 받아 본 적은 없지만 볼링공이 가는 길은 대강 알기에 아는 대로 가르쳐 줬다. 오른쪽에 핀이 남았을 때 왼쪽에 서서 한 가운데로 던지면 오른쪽 핀이 맞는다고 가르쳐 줬다.
자로 잰 듯 똑바로 나가는 아내의 구질을 알기에, 아니 조금은 오른쪽으로(대부분은 왼쪽으로 가지만) 가는 아내의 구질을 알기에, 거기에 따라 이리저리 코치를 했다. 그러나 아내의 볼은 항상 내가 기대했던 곳으로 가지 않았다. 가운데로 가야 하는데 항상 오른쪽으로 져졌다. 내가 뭐라고 하면 아내는 그렇게 하면 더 안 된다면서 말을 듣지 않았다.
한 가운데의 에임 스포트(레인의 바닥에 그려진 세모난 점)를 겨냥해서 볼을 오른쪽으로 보내려면 왼쪽에 서고, 왼쪽으로 보내려면 오른쪽에 서서 대각선으로 보내라는 게 내 코치의 내용인데, 아내는 오른쪽으로 보낼 때는 오른쪽에 서고, 왼쪽으로 보낼 때는 왼쪽으로 서야 된다고 우긴다. 그러다가 거터(레인 양쪽의 고랑)로 볼을 빠뜨릴 때가 종종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아내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 뒀다. 자기 나름대로 하여 그럭저럭 점수를 올리는 걸 보면서 하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수는 더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기도 답답했던지 정규 연습이 있는 날도 아닌데 볼링장엘 가자는 것이다. 아내에게 이끌려 내키지는 않지만 또 볼링장엘 갔다.
나의 코치는 언제나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신기하게도 아내가 내 말을 들었다. 그렇게도 아니라고 하던 사람이 서서히 내 말을 듣기 시작하더니 괄목할 만한 점수가 나왔다. 140에서 170을 넘나드는 점수는 예전에 100을 오르내리던 점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런 점수다.
아내와의 볼링을 통하여 하나님과 우리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득부득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고 그 길로 가지만, 익숙한 자신의 습관을 버리려고 하지 않지만, 결국은 자신을 한계에 옭아매는 것 이상이 아니다. 좀 익숙하지 않지만, 좀은 서툴고 낯설지만, 주님의 방법을 따를 때 우리는 인생의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삶의 코치가 누구인가? 하나님인가? 당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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