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입에 게거품을 물며 쌍욕을 한다. 아마 등산을 하다 개똥을 밟은 모양이다. 가끔 등산을 하다 보면 등산길에 개똥이 눈에 띌 때가 더러 있다. 야트막한 산이다 보니 등산길에 애완견들을 데리고 오르는 이들을 가끔 만나는데 그 중 한 개의 짓일 게 분명하다.
내가 걷는 아침 등산길에서 개와 함께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은 빈손이다. 실은 개와 함께 산책을 할 때는 개똥을 치울 비닐 등을 준비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성 있는 개 주인을 아직은 못 봤다. 그러니 아까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쌍욕의 주인공이 다시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는 아주 큰 진돗개 두 마리를 끌고 산을 오르는 게 아닌가. 여타의 다른 개 주인들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영미의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책이 생각난다. 거기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남이 출세하면 워낙 아부를 잘해서이고, 내가 출세하면 워낙 능력이 탁월해서이다. 남이 회사에 일찍 출근하는 것은 집에서 할 일이 없어서이고, 내가 일찍 출근하는 것은 회사 일에 열심이기 때문이다. 남이 뚱뚱한 것은 많이 먹고 빈둥거려서이고, 내가 뚱뚱한 것은 천성이 착하고 낙천적이어서이다. 남이 많이 먹는 것은 식탐이 유독 많아서이고, 내가 많이 먹는 것은 식욕이 왕성한 때문이다.
남이 해외여행을 하면 사치 낭비 풍조이고, 내가 해외여행을 하면 요즘 세상에 해외 여행하는 것도 흉이 되나. 남이 하면 부부싸움, 내가 하면 사랑싸움이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이다. 남이 못생기면 우습게 생긴 거고, 내가 못생기면 부담 없이 생긴 것이다.
남이 슬픈 무비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얄팍한 감상 때문이고, 내가 슬픈 무비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감수성이 예민해서이다. 남의 목소리가 큰 것은 주위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몰상식 때문이고, 내 목소리가 큰 것은 원래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호탕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속하면 할수록, 덜 성숙하면 덜 성숙할수록 세상의 모든 이치가 자기에게서 출발한다. 어린아이를 보라. 모든 것이 자기 위주이다. 자기가 만족하고 배부르면 잘 놀고, 자기가 못마땅하면 울어재낀다. 곁에 어떤 사람이 있든, 그때가 언제든 상관이 없다. 그것은 그의 세계관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신앙인이 성숙한 사회인이길 원하신다. 그러나 신앙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아직 모든 세계를 자신에게서 출발시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 않은 것 같으면 분노하고, 남을 못살게 군다. 이것은 몹쓸 이기주의일 뿐이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그럴 때 모든 성도가, 아니 하나님까지 싸잡혀 사회의 비난을 사게 된다. 불륜은 누가 하든 스캔들임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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