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이란 모든 천사와 악마들이 수천수만 년 동안 처절한 전투를 벌인 전장(戰場)’이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마따나 내 안에서 전쟁을 벌이던 두 마음이 이제 지칠 때가 되었나 보다. 한 마음이 다른 마음에게 자리를 내어주려나 보다. 어떤 것이 승리하고 어떤 것이 패배했다고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 개가 한 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태풍이 온단다. 태풍이 내 곁으로 들어오나 긴장했었다. 그러나 이번 태풍은 잔잔하고 서늘한 바람만 선사할 뿐 그다지 매섭지가 않아서 좋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태풍도 그럴진대, 눌리고 싸늘했던 내 마음을 그 누가 좋아했으랴. 그간 어눌한 나의 모습을 뒤돌아 봤다. 글들 속에 숨어 또 하나의 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버젓한 그들을 쫓아내기로 맘 다졌다.
내가 지울 수 있는 ‘갓피플’과 ‘21TV'의 글들은 즉시 삭제했다. ‘당당뉴스’와 ‘뉴스앤조이’의 담당자에게도 메일과 게시판에 나의 짜증들과 한들이 그대로 배어있는 구절들을 삭제하거나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냥 글만 그렇게 바꾼 게 아니다. 내 마음이 그렇게 허락해 줘서 무지 기쁘다.
수천수만 년 동안 싸워 온 천사와 악마의 싸움을 단숨에 결론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만 한이 서려있는 글들을 없애므로 그 싸움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 내가 누구를 원망할 수 있으랴. 내가 주장할 게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 한을 쏟아 무엇 하자는 거냐. 참으로 어리석고 주책없는 작자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난 지금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소설 같은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일본의 작가 우노 지요는 66살 때 허리뼈가 부러져 병원에 누워서 문병 와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런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되레 위로를 했다고 한다.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하시는 분은 분명히 하나님이시다. 누가 연루되었건, 어떤 이들이 역사를 했건, 악의이건, 선의이건, 사람은 그저 도구일 뿐인 것을. 그 도구를 향하여 마음 섭섭함에 어려 한을 쏟은 이 못난 자아를, 이제라도 똑똑히 보여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가끔 ‘그게 바로 너다.’라는 음성으로 똑똑히 나의 상대들을 나와 대치시키신 하나님, 그분이 나의 하나님임이 그렇게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그런 하나님이 좋다. 나의 문제를 남의 문제라고 바동거리고, 그렇게 알아달라고 헤집고도, 부끄럼을 모르다니. ‘너 자신을 알라.’는 철학자의 말이 새삼 진리인 것을 깨달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하나님을. 그들을.
글들을 삭제하고 수정하면서 내 마음도 수정한다. 아니 마음을 먼저 수정하고 글들을 수정한다고 함이 맞다. 내 마음은 회개로 수정되었다. 나의 상대들의 문제까지 내가 생각한 오지랖을 회개한다. 그들과 하나님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맡긴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고된 경험을 시키신다. 요셉이 그렇고, 모세가 그렇고, 심지어는 예수님이 그렇다.
이론적으로는 알면서도 그게 내 문제일 때 사람들은 적용을 못하는 특징을 가졌다. 내가 그런 사람의 대표자였다. 이제 적용이 되어 가는가 보다. 기도한다. ‘하나님, 글들을 삭제하며 이 몸의 죄도 속히 삭제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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