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각다귀 한 마리가 황소 뿔에 앉았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가면서 황소에게 그 동안 짐이 되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소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 느낌도 없었단다.”
모기보다도 작은 각다귀가 덩치 큰 황소의, 그것도 뿔에 앉았으니 그 존재를 황소가 느꼈을 리가 없다. 각다귀는 제 깐에는 황소에게 짐이 되었었다고 생각하고 짐짓 마음을 써 감사의 인사를 한 것일 게다. 그러나 정작 감사의 인사를 받아야 할 황소는 각다귀가 자신의 신체 어느 부위에라도 얹혀있었음을 감지하지도 못했다.
우리의 일상사에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많다. 아내는 어제 밤에 수ㄹ에 만취해 들어와 자존심을 긁어 놓은 남편 때문에 밤을 꼴딱 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난 남편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태평하게 밥을 달란다. 남자와 여자의 특성을 지적하는 이야기이지만, 남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말이었는데, 아내에게는 밤을 꼴딱 샐 정도로 심각하고 터무니없는 말이었던 것이다. 남편은 황소요, 아내는 각다귀인 것이다.
무심코 한 말이어서 말을 한 사람은 모른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 친구와 의절을 해야 하겠다고 결심한다. 애인 사이라면 헤어지겠다고 각오한다. 그래서 의절을 하고, 헤어진다면 둘이 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만다. 각다귀가 황소의 무감각을 알 리가 없고, 황소가 각다귀의 무게를 느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각다귀가 감사할 때 황소가 “어, 그랬었구나. 감사하다니 내가 더 고맙다. 나와 함께 있어 주어서.”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느낌이 있었던 없었던. 각다귀가 황소의 말을 듣고 무안해했을 것을 생각하면 내 뺨이 다 붉어진다. 황소는 그르지 않다. 그는 맞다. 그러나 각다귀는 그 옳음과 맞음이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맞음으로만 관계를 옳게 이을 수는 없다.
각다귀와 황소는 그 이후에 친구로 지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 둘의 관계는 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황소는 황소대로, 각다귀는 각다귀대로 생각했다. 모두 맞다. 모두 옳다. 그러나 황소가 각다귀의 진심어린 감사를 받아 줄 수 있어야 했다.
관계를 택할 것인가? 옳은 것을 택할 것인가? 옳으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옳은데 관계를 잃는다면 그것처럼 비참한 것도 없다. 물론 관계를 유지하는데 옳지 않은 것도 문제다. 비도덕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관계일 테니까.
그러나 각다귀와 황소의 이야기에서처럼 관계가 옳음에 묻히게 된다면 옳음보다는 관계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것을 택할 수 있는 것은 각다귀보다는 황소 편에 있다. 당신이 지금 황소는 아닌가. 의식하지 않은, 의미 없는, 가치 없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귀찮은, ……, 그 무엇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당신 앞에 있을 때,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더욱 생각해 봐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