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제로 인해 아픈 가슴을 안고 지내는 몇 달간 끔찍이도 많은 나물을 캤다. 옥조여오는 가슴 답답함을 한 시라도 잊어보려고 했던 것이 야외로의 탈출이다. 물론 집안에 있으면 보일러를 켜야 하는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것도 한 이유였다. 야외로 가 보니 파릇파릇 나물들이 올라오는 게 보여 시골에서 자란 나로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내와 의기투합하여 나물을 캐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된 야외활동(?)은 급기야 들판을 지나 산으로 진보했다. 문수산을 거쳐 어릴 적 놀이터였던 고려산을 섭렵했다. 홑나물, 조개나물, 싸릿순, 싱아, 그 외에도 이름 모르는 나물들을 채취했다.
이름을 모르는 것은 채취하지 말자는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나는 그런 나물들도 채취했다. 나의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 확고했기에 아내도 그런 나물들도 채취했다. 믿음이란 믿음을 가진 이의 확신여하에 따라 다른 이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이려니. 아내가 나를 믿는 것은 바로 그런 믿음이다.
내가 식용이라고 확신한 것은 어릴 적 기억 때문이었다. 어머니와 누나들과 함께 채취했던 기억이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때는 그 나물들이 무슨 이름으로 불리는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이름을 알아 놓을 걸 하는 생각을 했다.
하여튼 이름을 알든 모르든 우리가 채취한 나물들은 집으로 오는 즉시 데쳐졌고 이내 밥상에 올랐다. 모든 나물들이 조금은 쓴맛을 가지고 있었지만 밥맛을 돋우는 데는 그만이었다. 우리의 산행은 초봄에 시작되어 5월 중순까지 계속되었다. 아마도 내가 취직을 안 했다면 지금도 계속되었을 것이다. 나물채취는 급기야 약용식물 채취로 이어졌다.
동네의 작은 산으로 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갔을 때의 일이다. 가시가 송골송골한 한 나뭇가지를 보고 아내가 말했다.
“가시오가피나무잖아요?”
“……??”
난 가시오가피나무는 본 적이 없는지라 아내의 말에 의아해 하면서도 그저 그런가보다 했다. 아내가 칼을 들고 나뭇잎이랑 나뭇가지를 자르는 게 아닌가. 나도 아내를 거들어 가시에 찔려가면서 가시오가피를 채취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뒤져 가시오가피가 맞는지 확인했다. 웬 걸, 그건 엄나무였다. 그런데 가시오가피와 엄나무의 약리효과를 읽으면서 난 무릎을 치며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가시오가피보다 엄나무가 훨씬 좋은 것이 아닌가. 난 B형 간염을 앓은 적이 있어 만성간염이 되어 간이 안 좋고, 고혈압도 약간 있다. 아내는 골밀도가 낮고 관절이 안 좋다. 그런데 엄나무야말로 이 모두에 아주 좋은 약이었다. ‘닭 대신 꿩’인 셈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분명히 먹는 나물도 있고, 다른 것으로 알고 채취했지만 우리 부부에게 더 좋은 약용식물도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배운 것은 우리의 지식이 그렇게 썩 좋은 것만도 아니란 것이다. 증명할 수 없으니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논리는 이제는 폐기처분해야 한다. 예수님은 그 선두주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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